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구름빵>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다. 수퍼남매 둘 다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주말까지 외출 금지령이 내린 아들은 미안하지만 남겨 두고 딸과의 두번 째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7호선을 타고 군자역에서 5호선을 갈아타고 아차산역에 도착. 선화예술고등학교 방향으로 가야 되는 걸 경복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버려 다시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진작에 약도를 꼼꼼히 살펴 볼 걸. 괜히 아는 길이라고 잘난 척을 했나 보다. 어찌 어찌해서 길을 찾아 공연장에 도착해 보니 유아들이 가득 있었다. 딸 말대로 이 뮤지컬은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용이 맞는 것 같다. 딸 또래 아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유치원 미만 아이들이 많았다.
2층에 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제일 싼 좌석이었다. 이벤트로 된 건데 불평할 수는 없지 뭐.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촬영을 하느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떤 부모는 아예 아이를 무대 위까지 올려 보내는 대담함을 연출해서 관계자로부터 지적을 당했다. 하여튼 어딜 가나 극성스런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도 있는데 모범을 좀 보여 주면 좋으련만.
아이들 손님이 많아서인지 히터를 너무 빵빵하게 틀어서 조금 졸렸다. 우리 옆에 앉은 꼬마 손님은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잠이 들고 말았다. 안타까운 엄마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깨워서 그 장면은 놓치지 않고 보는 듯 했다.
책과는 달리 하루 전 일부터 시작되었다. 홍비와 홍시 남매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다 놀러 가는데 아무 데도 가지 않아 아빠께 놀이동산을 가자고 조른다. 아빠는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남매는 그 대답이 승락인 줄 알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퇴근해 돌아온 아빠에게서 회사 일이 바빠서 당분간은 갈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어 엄청 실망한다.
다음 날 비가 오고 우비를 입고 놀러 나간 남매는 드디어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따와서 엄마와 함께 구름빵을 만들어 먹는다. 자~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그 장면. 이 장면이 언제 나오려나 지루함을 꾸~욱 참고 기다렸다. 구름빵을 먹고 날게 된 홍시, 홍비 남매. 와이어를 타고 이리 저리 나는 모습에 여기 저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나도 정신이 바짝 나서 열심히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어른인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어라도 한 번 달아서 날고 싶다. 나도 이런데 우리 딸은 오죽하랴. 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러 대고 난리가 났다. 제일 열심히 관람하는 딸의 모습이 대견하다. 노래마다 따라 부르고, 홍 남매 엄마가 내는 퀴즈에도 열심히 응답해 주는 진정한 관람객이었다.
구름빵을 먹고 날게 된 남매는 아빠가 버스에서 시달리며 고생을 하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 순간 회사 사장님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아빠는 절절매며 대답을 한다. 차가 막혀 지각을 하게 될 위험에 처한 순간 우리의 홍 남매가 아빠에게도 구름빵을 주고, 구름빵을 먹은 아빠 또한 날게 되어 지각을 면하게 된다. 셋이 공중에 떠서 재주를 부리는 장면에 우리 모두 열광하였다.
무사히 회사에 도착한 아빠로부터 들려오는 음성. <아빠는 회사에 있으면서도 늘 너희를 생각한단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들은 홍 남매는 가슴 뭉클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온다. 주변을 보니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이 참 많았다.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공연장에 온 아빠의 모습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 홍 남매의 아빠의 모습이 바로 우리 나라 아빠들의 보통 모습이 아닐까? 힘들게 출퇴근하고, 회사에서는 여기 저기 눈치 보이고, 회사 일 때문에 아이들과의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제발 아빠를 가정으로 빨리빨리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붙잡아 두지 말고 선진국처럼 칼퇴근 시키고, 밤 문화도 줄여서 가정에서 아빠가 해야 할 몫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가정이 살고, 나아가 사회, 국가가 발전하는 길이다. 저녁시간만이라도 온가족이 함께 모여서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전반부는 다소 지루했었는데 하이라이트에서 화려하게 나는 장면 때문에 그나마 보통은 되는 뮤지컬이었다.내 돈 주고 봤더라면 좀 아까웠을 법하다. 함께 못 온 아들 선물로 손 인형을 사왔다. 누나랑 역할 놀이 하라고 말이다. 누나는 아침에 벌써 솜으로 구름을 만들어서 천정에 달아 놓았다. 지금 옆에서도 연극을 하기 위한 무대장치를 만들고 있다.
다음 번에 또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는 아들과 데이트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