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또 한 번 '갖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 책이다. 계간지에 실린 모든 소설을 읽고 있다는 평론가 김윤식의 2011년 4월부터 2013년 2월까지의 월평을 모은 책이다. 내가 얼렁뚱땅 묶은 리뷰집과는 격과 차원이 다른 정말 '아!'하고 감탄사만 뱉어지는 그런 서평들이다.

 

이 책 이전에 강 출판사에서 월평집이 나왔었으니 두 권을 같이 가진다면 다른 어떤 '책에 관한 책'들보다 든든할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대신 집에 있는 [다국적 시대의 우리 소설 읽기]를 김연수 편만 발췌독 하였는데 달리 할 말이 없다. '캬!'라는 감탄사 밖에는.

 

 

 

 

 

 

 

 

 

 

 

 

 

 

문체도 맘에 든다. 모든 소설가를 김씨, 강씨, 이씨라고 부르며 '-하오'체로 종결하는 문장은 김윤식 평론가이기에 더 매력적일 수 있지 싶다. 발췌독 하였음에도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오늘 반납을 하여야 하는데 너무 늦게 읽기 시작했다. 언젠가 책꽂이에 반드시 꽂혀있게 될 책이라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작가 이름의 가나다순에 의거하여 목차 정리된 바, 강영숙의 <불안한 도시>에 대한 비평이 맨 처음이다.

 제목이 너무 범속하지만, 그 범속함을 유려하게 넘어서고도 남을 만한 섬세함이 빛나는 작품. 글쓰기의 고도의 세련성이 그것. 이런 경우, 줄거리란 중요하지 않은 법. (13쪽)

그의 말처럼 이후 알려주는 줄거리란 중요하지 않았다. 비평 말미에 '고언'이라는 이름 하에 놓인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이런 찬사라니! 비판에는 비판을, 찬사에는 찬사를 해주는 그 태도에 신뢰감이 생긴다.

 

김경욱의 <인생은 아름다워>

 헤세도 아니면서 이런 범속한 제목으로 한 자루 소설 쓰기란 고수의 솜씨가 요망되는 법. (47쪽)

 

균형 감각이 요망된다는 점을 작가 김씨는 문체로 드러내 보이고 있소. 투명한 이분법. (51쪽)

김경욱에 대한 믿음이 김윤식으로 인해 더욱 굳건해짐.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

소설에서의 작가란 주인공과 같은 것, 그들끼리 대화함이 원칙이니까. 독자 따위야 안중에도 없는 것. 어찌 독자를 의식하며 글을 쓰겠는가. 그렇다면 왜 글을 쓰고 마는가. 주체성의 '나'를 잊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나'를 잊고자 하는가. '나'라는 의식이 사람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라는 주체성이 사람을 불안케 하는가. 그것은 '나'라는 의식이 '나' 자신의 어긋남에서 오는 것이기에 그렇다. 문제는 결국 현실의 나와 소설 속의 '나' 사이의 '어긋남'에서 오는 것. 작가는 이 어긋남을 달랑 떼어내 그 단서들을 조각보 모양 이어 놓았군요.(98쪽)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로 치고, 소설 속의 '나'와 현실의 나에 대한 설명이 고개가 끄덕끄덕! 김애란 작가에 대해서는 사실 다들 찬사만 하는 지라 그런가 했는데, 이 책에서는 찬사 일색이 아니라 균형감있게 작품을 보게 됨.

 

김연수의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

중견 작가 김씨의 솜씨가 하도 투명하여 월평자가 무슨 해석을 할 수 있으랴. 호머의 세계처럼 대낮이기에 그림자가 없을 수밖에. 가히 천의무봉이라 할까. 꾸민 데가 전혀 없는, 이른바 조립품 따위와는 격이 다른 물건. 이 자연스러움을 위해 작가 김씨는 아마도 무수히 문장을 고치고, 부사와 동사를 빼고 박고 또 숨소리를 고르며 모국어에 밀착코자 애를 썼을 터. 그 노력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게끔 하는 데가 바로 승부처. (112-113쪽)

[다국적 시대의 우리 소설 읽기]에서도 김연수 작가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는데 이 책에서 마저!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

왈, 자기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했것다. 그래, 한번 그래봐라, 라고. 이 초조감이 작가 김씨의 글쓰기의 에너지원인 셈. 이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줌에 이 작품의 그다움이 있습니다. (123쪽)

잘은 모르지만 작가의 마음까지 꿰뚫어본다는 느낌이 든다.

 

김중혁의 <크라샤>, <요요>

작가 김씨의 주체성을 지키려는 몸짓은, 지난날 독고준의 몸짓, 포포를 거슬러 오르는 한 마리 철 지난 잉어의 모습이라고나 할가. (148쪽)

 

아날로그스런 사고가 아니라면 여기에 이를 수 없는 것. 왜냐하면 소설은 아날로그스런 사고의 산물이니까. (152쪽)

김중혁 작가님의 글이 남성적인 것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끌린 것이었구나!

 

여기까지이다. 김씨 작가님들까지 밖에 못 읽었다. 이 글에 실린 소설들 중 많은 수가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읽는 재미가 더 좋을 듯 싶다. 내 맘대로 읽겠다 하면, 또 그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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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2-09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샌 이상하다. 김윤식 평론가의 글이 막 좋아졌는데 페이퍼에서 김윤식 표절 사건을 읽게 되었다. 새벽에 잠이 안와 티비를 켰더니 <우리가 간다>는 도전프로그램이 재밌어 찾아보니 시청률 저조로 폐지된 프로그램이란다. 에잇 뭘 새로 좋아하기가 힘이 드는구나....굳이 표절 사건 아니셔도 훌륭하신데 왜 그러신 거예요?ㅠㅠㅠ 시청률이 뭐라고 폐지시킨 거에요???누구에게 묻는 건지도 모를 원망만!
 
달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혜리 작가는 내가 국내 작가의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보게 한 계기가 되는 작가이다. 그 작품은 [비가 오는 날에] 였는데, 목탄으로 슥슥 그은 시원시원한 빗줄기 그림과 '비가 오는 날' 집 안에만 있어야 했던 꼬마의 이런 저런 상상들이 정말 재밌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달려]에서도 그런 작가의 경향은 변하지 않았고 오래 기다린 끝에 새 작품 [달밤]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더 밀도 있는 그림과 상상력으로!

 

 

아들이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때 우리 모자는 밤마다 달 모양을 관찰하느라 하늘에서 달을 찾곤 했다. 그때가 보름이라면 둥근 보름달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아이의 관심이 우주도 달도 아닌 기차와 건축에 있는 요즘 달을 볼 기회는 예전같지 않지만 달은 언제나 아이에게 호기심의 대상이고 많은 궁금증과 이야기를 낳는다. 


 

달 밝은 밤. 


 

 실제로 저런 고층 아파트가 있는 도시의 달이 저리 크고 밝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막연히 '달 밝은 밤'을 그려보면 저 정도는 밝아줘야 '달 밝은 밤'이랄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로 그 점을 이혜리 작가는 알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진다. 저런 '달 밝은 밤'을 원했어요.

 

이혜리 작가의 글/그림으로 된 그림책의 특징 중 하나는 글밥이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적은 글밥 속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단지 아이는 창밖으로 보름달을 바라볼 뿐인데 그 안에서 사자를 떠올렸다. 해도 아닌 달에게서. 달밤에 사자와 신 나게 놀고 달로 빠져들어간다. 달과 내가 하나가 된다.

 

하늘 끝까지 달려 보자!

 

 이 이야기를 진짜냐고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상이다. 그런데 그 상상이, 정말 기분이 좋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갑갑한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드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함께 읽는 아들의 표정이 밝다. 아직 어려서 달로 진짜 빠져들어간 줄 아는 것 같다. 그것도 좋다. 중요한 건 그림책을 읽고 아이의 눈이 반짝이느냐는 것! 반짝인다. 오늘부터 보는 달은 그냥 달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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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내년까지도 나는 직장을 잠시 쉬고 '엄마'로 살고 있다. 물론 아내이기도 하고, 딸이기도 하고 주부이기도 하고 그냥 나이기도 하겠지만 육아휴직이라는 이름처럼 나는 '엄마'에 가장 충실했다.

 

내년에도 일을 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하는 어제 오늘이다. 마음은 쉬고 싶다 무조건, 아들과 함께 지낸 올 한 해가 내겐 정말 소중했고 행복했다. 이 시간을 오래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손이 많이 가니 그때 쉬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나도 얼마 전까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지금이 이렇게 행복한데 그것을 참아가면서까지 그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이렇게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그 마음이 이렇게 우리 둘 다 같은데 굳이 일을 해야할까?싶은 거다.

 

일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 그것 때문이다. 사실 통장의 바닥을 보았고 월급날만 기다리는 그 조마조마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내겐 돌아갈 직장이 있으니 당분간이지 않겠는가 싶다. 실제로 내 씀씀이가 많이 줄었다.(바닥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바닥을 보고 급격히 줄었다 ㅎㅎ) 바닥을 매 달 봐야 한다해도 좀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건 환상일까?

 

오늘 아침 '책 읽어주는 엄마'로 유치원에 다녀왔다. 아이가 원해서 2학기 때 뒤늦게 시작한 건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봤자 2학기 때 시작해서 2번이었지만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아이들과 눈 마주치면서 책 읽어주고 내가 00이 엄마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확인시켜준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일을 계속하면서 아이와 낮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더라면 알 수 없었을 이 고마움. 언젠간 낮시간을 따로 보내야하기에 더욱 소중한 이 시간들. 올 한 해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그건 엄마로서 정말 충실히 보냈다는 점이다. 참 잘했다.

 

 

*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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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05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는 엄마' 참 좋고, 멋져요~^^

잘 지내시죠?
행복한 오후 되시고 감기조심하세요.^^

그렇게혜윰 2013-12-05 20:27   좋아요 0 | URL
네 해 보니까 뿌듯하고 좋더라구요.

복직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임신은 되려나 안되려나? 이런 저런 고민하며 지내고 있어요. 다행히 감기가 피해가고 있어요^^ 먼지 조심하세요 ㅎㅎ
 

어느 새 12월이다. 사 놓은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구입 보다는 활용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들어오는 눈에 들어오는 신간 소식은 나를 어쩔 수 없게 만든다. 출판사들의 이벤트들도 그렇고 참기가 힘들어진다. 이쯤 되면 스스로에게 실망도 하고, 반대로 합리화도 한다. 갈팡질팡한다. 어쨌든 관심이 가는 건 관심이 가는 것이니 정리해 본다. 이들을 다 사진 못할 것이고 추려서 사게 될 것이다.

 

  평론가이자 시인인 권혁웅의 트위터에서 작년부터인가 '동물의 세계'를 방불케하는 수많은 동물 관련 트윗이 올라왔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뜸하더니 마음산책에서 [꼬리 치는 당신]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의 감성이라 말랑말랑한 동물 사전이 될 것 같다. 게다가 미리보기로 본 일러스트가 참 맘에 들어 오늘은 멘션으로 엽서 제작 여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엽서로 제작된다면 마구마구 흔들릴 것 같다.

 

 

 

 

 

 

 만화책을 즐겨보지도 않고 사서 보는 일은 더더욱 드문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영화 <결혼 전야>를 본지 얼마 안되어 애니북스의 [결혼식 전날]이라는 만화가 출간된 소식을 들었다. 이 만화책은 표제작을 포함하여 여섯 편이 단편이 수록된 만화집으로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3>의 여성만화 부문 2위에 선정된 작품이라고 한다. 만화계의 앨리스 먼로이려나?^^ 결혼한지 한참된 나는 왜 이 영화와 이 만화가 궁금한 걸까? 괜히 설렌다.

 

 

 인터넷 연재를 집중해서 잘 못 읽는다. 처음엔 야심차게 시작했다가도 중반도 못 가서 건너뛰다 결국 포기하곤 했다. 그래서 요샌 아예 시도도 하지 않는데 철학자 이진경 선생님의 [삶을 위한 철학 수업] 인터넷 연재가 문학동네카페를 통해 하길래 거의 한 회도 빼지 않고 읽고 댓글달고 최초로 적극적이고 부지런하게 인터넷 연재를 챙겨 읽었다. 그 책이 출간되었다니 무척 기쁘다. 이진경 선생님과의 저녁식사 이벤트http://cafe.naver.com/mhdn/76089도 문학동네 카페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결혼한 엄마 여자인 나로선 저녁 식사+a를 그저 침만 뚝뚝 흘릴 뿐이다.

 

  계간지 [문예중앙] 표지가 이렇게 예뻤었나? 보통 계간지들이 제목을 크게 전면에 내세운 데에 비해 너무 아련하다. 내년 봄엔 다시 표지가 더 예뻐진다는데 얼마나 더 예뻐지려나? 이번달 필진은 시 : 정익진, 이준규, 최규승, 신동옥, 안현미, 유형진, 백상웅이며 내가 가장 기대되는 제목은 이준규 시인의 '그것'이다. 난 왜이리 대명사와 부사에 약한지.... 소설 : 황정은, 김금희, 김개영, 김태용, 김이은 그 외에도 황현산, 김언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다니 기대가 된다. 

 

 알사탕 틀린 그림 찾기를 통해 찾아낸 보석 같은 책이다. 장도리의 네 컷 만화를 엮은 책으로 만화를 따라가다보면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만나게 되지만 그 풍자로 인해 속이나마 시원하기도 하다. 표지부터가 감탄을 자아낸다. [516 공화국]이라는 제목도 참 용감하다! 박수 짝짝짝! 

 

신간들 소개는 이쯤해두고 침 흘리게 만드는 도서 행사들을 정리해본다. 아마 여기의 책들을 먼저 사지 않을까 싶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이벤트

가격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쿤데라 스케줄러와 포스터 달력! 이건 개인적으로 알라딘 다이어리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눈 똥그라지는 아이템이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31202_minumsa

 

패밀리 세일에서 세계문학전집 산지 얼마 안되어 사실 구매리스트가 없는데도 짜내어 본다.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책은 다음 네 권이다.

 

 

 

 

 

 

 

 

 

 

 

2. 한길사 시오노나나미 에세이 반값특가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54841&start=we

한길사에서 반값 할인 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책잔치에서도 30%이상은 하지 않는 출판사인데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오노나나미라니! 예전에 시오노나나미책 할인하기를 기다렸다가 늙어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이 소식을 듣자마자 가슴이 쿵쾅쿵쾅대었다!  다만 내가 이 중에 구입한 책들이 있어서 세트로만 사야한다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있다 ㅠㅠ

 

 

3. 달력 주는 행사가 참 좋다.

 

매년 받고 있는 한림 출판사의 벽걸이 달력을 위해 이번에도 고고씽! 1만원만 넘어도 받을 수 있지만 내가 아들이 두 권을 원하여 두 권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이번에 병풍형 달력을 준다기에 평소 관심 갖던 어린이 작가 정신의 책을 한 권 구입해 보련다. 12월 잠자리책으로 읽어주기에 어떨까, 기대가 된다. 그림에 대한 평이 좋은 [산타클로스 이야기]로 선택!

 

 

 

 

4. 스티커북 폭탄 세일이다!!^^

평소 관심 갖던 스티커북인데 아직도 스티커북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싶어 미뤄뒀는데 이참에 다 사야겠다. 유치원 생일 선물도 모조리 이걸로다~~!! 대박대박 대박 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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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아야 2013-12-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책정보감사합니다~ 정말 많은책들이 있네요
언제 이책들을 다 읽어보려나...ㄷㄷ
책읽는거 좋아하시면 이번에 썰전이라는 책이 예판을 하고 있던데 이책도 읽어보세요~
저는 TV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무지 재미있게 봤는데 이게 책으로 나온다고해서
이미 예약까지 했어요 다음에도 좋은 포스팅 부탁드립니다

그렇게혜윰 2013-12-17 10:31   좋아요 0 | URL
썰전은 거의 다 봐서요^^

책은 읽을 수 있는 양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욕심을 버려야하는데,,,,명품 백 안 사니까요 책 좀 사도 되지 않겠어요?? 막 정당화를..^^
 

문학과 연애하기

 

 

 ‘편독’을 한다. 그것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기도 하고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올해 생각을 바꿨다. 편독은 부끄럽지 않고 고쳐야 할 것도 아니라고, 다만 그것이 문학이라면! 연초엔 같은 장르를 연달아 읽는 것은 지양하던 터였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읽었나 싶은 자기계발서도 포함되어 있다. 할 일 없어 책을 읽던 시기였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바뀌었다. 많이 읽기 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었고, 장르를 구별하여 순서를 정하기보다는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읽고 싶은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그 계기가 된 것은 기다리던 시집을 기분 좋게 읽으면서부터였다. 시집을 읽으며, 내가 이 좋은 문학을 굳이 왜 걸러서 읽었나 싶은 후회가 들었다. ‘문학, 참 좋은 거구나.’하고 새삼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는 시집의 제목처럼 ‘우리는 문학을 사랑해’라고 달콤하게 말하고파 지는 것이다.

 

 

 

 

오은 시인의 말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작년에 [너랑 나랑 노랑]이라는 산문집이 나왔을 때에도 제목만 보고도 ‘역시 오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시집은 그런 기대와는 달랐지만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의 제목이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라니! [호텔 타셀의 돼지들]에서 느껴진 명랑함이 [너랑 나랑 노랑]에서 달달한 느낌을 더하더니 이번 시집은 자그마치 성숙하기까지 하다. 소년이 남자가 된 느낌이라고 하면 실례가 될까? 어쨌거나 난 이 두 번째 작품이 무척 좋다. 몇 번을 읽어도 어느 시를 읽어도 좋다는 말이다. 특히, <이국적 감정>의 시작되는 부분은 읽을 때마다 설렌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질문에 답을 기다리며 시를 읽다보면 어느 찰나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정체성에 대한 자문도 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 생긴 쌍까풀에 대해, 자기 전 다시 돌아온 외까풀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감정들이 생긴다. 내 안에 있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이국적으로 들떠 오른다. 그런 경험을 해주는 시가 고맙다. 이번 시집에 그런 시들이 많아 무척 반갑다. 시인의 시가 더 좋아졌다. 다음 시집을 기대하게 하는 것, 그 역할을 그의 두 번째 시집은 내게 충분히 해 주었기에 나는 잠자코 그의 새로운 시집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국적 감정

 

자고 났더니

눈에 쌍까풀이 생겼다

자, 누구한테 고백해야 할까

 

- 시 <이국적 감정>

 

 

새삼 독서의 재미를 찾았지만 읽고픈 책에 비해 시간은 늘 부족하다. 그러니 시집이 아니고서야 두 번 세 번 읽는 것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구효서 소설집의 독자모니터를 맡게 되었고, 그 소설집을 세 번 넘게 읽으며 재독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그 책은 지난 9월 [별명의 달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나는 이 소설집 이후 구효서 작가의 팬이 되었다.

구효서 작가님의 소설은 [별명의 달인]으로 처음 읽게 되었다. 젊은 소설가들의 소설을 즐겨 읽은 탓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별명의 달인]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이 ‘젊은 작가 구효서!’였다. 이후 여러 소설들을 읽다 보니 다른 작품에서 느낀 매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별명의 달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식함과 단단함으로 무장된 <바소 콘티누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진 표제작 <별명의 달인>을 비롯하여 수록 작품들은 음악과 영상이 흐르는 듯도 하고 정지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도 하다. 또 문장이 세련된 느낌이 드는가 하면 구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게 [별명의 달인]은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닌 그 경계에서 좌우가 모두 틀리지 않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다만 한 번 멈춰 서서 돌아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재독은 그 느낌을 더 풍성하게 해 주었다.

소설을 여러 번 읽는다는 것, 그것은 새로 읽을 때마다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과정이었다. 지금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를 읽으면서도 다시 읽겠다 마음먹게 되는 것도 [별명의 달인] 덕분이다. [별명의 달인]은 내게 구효서라는 ‘젊은 작가’를 알게 해주고, 재독의 맛을 알게 해 준 고마운 경험이었다.

 

 

좋아하던 시인의 깊어진 모습을 발견하고, 처음 만난 소설가에게 점점 다가가는 나의 모습이 왠지 연애를 하는 사람의 몸짓처럼 느껴진다. 조금씩 익숙해진 우리, 이제는 좀 더 깊어질 차례인가?

김영하 작가는 내가 스물두 살에 [호출]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읽어왔다. 하지만 꾸준히 읽되 꾸준히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연애할 때처럼 초기의 작품에 흥분되고 설레었다가 [검은 꽃]에 이르러 눈에 콩깍지가 씌고 이내 권태기가 찾아왔다. 그러다가 올여름 [살인자의 기억법]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도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기존의 책들을 넘는 소설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한 작가의 소설을 십여 년간 꾸준히 읽은 독자의 직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오래된 연인의 육감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직감이든 육감이든 예감이든 구리에서 숭실대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많이 흥분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김영하가 돌아왔다!’고. 그랬다. 김영하가 돌아왔다. 그것도 가장 김영하 다운 작품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은 짧기에 흡입력이 강하고 앉은 자리에서 두세 번도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읽고 나서 많은 물음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지금까지 김병수의 기억이 모조리 틀렸다는 거야?’, ‘그럼 은희의 통화를 엿들은 것도, 은희의 결혼도 모두 환상이었다는 거지?’에서 시작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앞뒤로 많이도 펼쳤다 넘겼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환상과 현실이 하나로 연결된 듯 했다. 그에게 살인은 무엇이었기에 이런 증상을 남기는 것일까? 자신에게 던진 물음처럼 그는 악마 아니면 초인 혹은 그 둘 다인 것인가? 아버지를 죽인 것과 은희 엄마를 죽인 것의 이유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등등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결국 이런 저런 물음들만 만들고 아무런 답을 내지 못한다. 다만 막연히 추측할 뿐이다.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나서 수많은 물음을 만들어 내는 것, 그거면 족하다.

 

 

오래된 연인마저 14년 만에 멋진 이벤트를 해 주었고 나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냥 기뻐할 만큼 아직은 그를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다음 이벤트를 기대한다는 것, 오은 시인과 구효서, 김영하 작가도 알고 있으려나? 세 편의 작품은 각각 다르게 내게 다가왔지만 나의 대답은 같다. “작가님, 다음 작품은요?” 그들의 다음 시집, 소설을 내가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 책들을 무릎 위에 펼쳐놓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나는 문학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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