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 친구 엄마에게 책선물을 받았다.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평소 우리 모자를 좋게 보아주시는 분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 모자의 모습과 느낌이 비슷해서 선물하셨단다.

 

오소희 작가는 [사랑 바보]로 많이 알려진 작가인데 언뜻 보기에 육아서로 보일(본인도 글 초반에 이 책이 육아서로 분류될 것임을 짐작하셨다^^) 이 에세이에는 그녀의 아들 중빈이와의 일상이 담겨져 있었다. 아직 처음만 읽어본 터라 구체적 내용은 다 알지 못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정말 따뜻했다. 이렇게 아이와 살아가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물해 주신 분이 이 두 사람을 우리 모자에 비교해주시다니 황송해졌다. 내가 그 정도는 아닌데? 뭐 그런 부끄러움이랄까, 난처함이랄까, 송구함이랄까 하는 감정이 들었다.

 

초반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감기에 걸린 엄마를 치료(?)해주는 아들의 이야기를 소리 내어 아들에게 읽어주었다. 아들이 귀를 쫑긋하면서 듣는데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더니 다 읽고 나니 얼른 와서 나를 안아준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사실 오소희 작가에 대한 큰 궁금증은 없었는데 이 책을 선물받고 나니, 또 선물해주신 분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니 궁금증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검색을 해 보니 무척 많은 책을 쓰신 에세이스트였다.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

 

 

 

 

 

 

 

 

 

 

 

그나저나 온라인 카페나 서점, 출판사가 아닌 실제로 일상 속에서 자주 만나는 누군가에게 책선물을 받은 것은 실로 백만년 만의 일처럼 느껴졌다. 인터넷 세상에선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주변엔 나와 취향이 맞는 책을 함께 읽을 사람이 없는지, 두고두고 아쉽다. 그러하기에 책선물이 더더욱 고맙다.

 

 

 

 

내가 선물 받은 책은 구판, 12월 16일 북하우스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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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시:리즈' 라는 시인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낭독회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모임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어제도 10월의 낭독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우리 네 사람(원래는 5명인데 5명이 다 모인 적은 한 번 있다.)은 늘 그렇듯 6시 50분에 만나 국수를 먹고 나서 씨클라우드에 도착했다.  오늘은 김선재 시인, 백가흠 소설가, 가수 시와의 공연이었고 멤버1을 제외한 우리들은 크게 누군가를 좋아하기 보다는 그 낭독회를 좋아해서 참석했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린 시계를 보지 않았다. 도착했을 땐 이미 시간이 늦었다. 우린 입장하지 못했고, 그럼 우리가 가야할 곳은 '여기가 아닌가? 그럼 어딘가?'로 잠시 행사의 제목을 빌려 멘붕이 되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근처 술집으로 갔다. 그때부터 이어진 우리들의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들.

 

그 이야기들의 요지는 이렇다. 사실 이렇게 나이들어(평균연령 45세쯤?) 낭독회에 참석하면서 이런 데 다니기엔 나이가 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소심함, 이 들곤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늘 이기는 우리는 작가와의 만남이나 낭독회에 부지런히 참석한다. 농담삼아 사생팬이라는 표현까지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을 애써 숨기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자학적인 개그를 했다. 우리가 늙어서 아무래도 저쪽에서 몰래 보고 있다가 우리가 뜬 걸 확인하고 스탭을 풀어 뒤에 다 세워놓았다는, 소설에서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우리는 깔깔 웃었다.

 

자학 개그 중엔 젊은 학생들은 왜 놀지 않고 거기서 그걸 듣고 있는가!에 대한 규탄부터, 가짜 포스터를 뿌려서 혼선을 주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리는 기가 막히게 행사가 끝난 시간을 알아챘다. 애써 이런 시간도 나쁘지 않다며, 담부턴 가지 말까보다 하는 말까지 나왔지만 지하철 역 입구에 있는 양말 장수에게 가장 어려보이는 양말들을 선택하며 담엔 이거 신고 꼭 들어가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도 못 들어가면 뽀로로 양말을 신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책을 사랑한다. 출판사에서 책에 관한 일을 하는 멤버0과 1이 있고,  우리가 심빠라고 부르는 가장 적극적인 팬인 멤버2가 있고, 책을 어마어마하게 사고 그것을 거의 다 읽는 멤버3이 있으며, 책을 좋아하지만 썩 많이 읽지는 않고 낭독회에 올때마다 아들을 설득해야하는 멤버4인 내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시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물론 소중하고 즐겁지만 책을 좋아하는 '우리'라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한 기쁨이다.

 

다른 멤버0~3까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굳이 우릴 거부(?)한다면 식사 시간을 늦추면서까지 낭독회에 입장하지 못해도 좋다. 낭독회를 목적으로 만나 자학 개그만 두 시간 해도 충분히 좋다. 개인적인 사정(추위와 육아?)으로 참석하지 못하지 않는한 그들을 만나는 그 시간들이 좋다. 이젠 우리끼리 술 마셔도 시계를 보지 않을 테다!!!!

 

 

부록 : 사생팬의 대상들 

멤버 0이 사랑하는 시인 - 담에 만나면 꼭 물어보겠음.

멤버 1이 사랑하는 시인 - 강정, 그러나 어제는 백가흠 소설가 보러 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 시인 뒤통수만 보고 옴.

멤버 2가 사랑하는 시인 - 심보선, 심빠인 듯하니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멤버 3이 사랑하는 시인 - 김소연, 유일하게 여자를 좋아하심.

멤버 4가 사랑하는 시인 - 오은.

 

 

 

 

 

 

 

 

 

 

 

 

* 본 내용은 은희경 소설가의 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와 내용상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무 살 무렵 읽은 그 소설은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은희경 소설가의 1990년대의 소설들을 참 좋아합니다. 섬세한 날들의 섬세한 문장은 저를 잘 안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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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2013-10-2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심보선 시인의 경계가 요구됨!!!! ㅋㅋㅋㅋ

난 아님. (응?!) ㅋㅋㅋㅋㅋ

멤버2 2013-10-24 17:2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러면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와~~똑똑하다!!

멤버2 2013-10-24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는 분명 심보선 시인이 안 왔을거라 믿으며...편히 잠들 수 있었어요. ㅎㅎㅎㅎ
다음달에는 도시락이라도 챙겨 씨클라우드 계단에서 저녁을 해결할지도..ㅋㅋㅋㅋ
선물해주신 양말 신고 출근했어요. 그래서인가 오늘 유난히 발이 이뻐 보여요.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8   좋아요 0 | URL
동안 아니 동족이 되었겠군요 ㅎㅎ

미망 2013-10-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글 구성이 어찌 이리 재미 있나요?
멤버들 모두모두 멋지신 듯...
작가님이 아니라 멤버들 모두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

그렇게혜윰 2013-10-26 11:09   좋아요 0 | URL
재밌었나요? ㅎㅎㅎ 그날의 이야기는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렇게혜윰 2013-10-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멤버0은 문어발이라고 함.ㅋ
 

어릴 적부터 나는 잘 우는 아이였다. 요샛말로 찌질해서 잘 우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말다툼을 해도 뭐가 서러운지 무서운지 눈물부터 주륵주륵 흘렸더랬다. 그럼 상대는 제풀에 꺽여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억울한 듯 자기가 울린 게 아니라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고, 도리어 더 화를 내기도 했다. 의도한 적은 없었다.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건데 말싸움하면서 울지 않기 위해 벽과 싸우는 연습을 할 정도로 나는 울음부터 터뜨리는 내가 싫었었다.

 

뉴스의 사건을 보고도 울었고, 배구 경기를 보면서도 울었으니 당연히 영화를 보면서는 안우는 날이 없었다. 크게 울 일이 아니어도 슬펐고, 울 수 있는 장면이면 휴지 한  통을 옆에 끼고 마음껏 울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여동생은 늘 나를 비웃었다. "저거 촬영한 거야. 진짜 아니야 가짜야!" 가스나, 어찌나 현실적인지.

 

엉엉 울지는 않았다. 소리없이 우는 편이었다. 대학 때에는 내 모습 중 우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던 친구가 있었을 정도이니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잘 우는 편이었나보다. 그런데 울면 많이 아프다. 눈이 퉁퉁 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 몸의 진을 다 빼는 듯 하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울 상황을 피했다. 극장에서도 펑펑 울던 나이지만 주먹을 꽉 쥐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고(물론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남편과 다툴 땐 얼음장처럼 스스로를 차갑게 만들었다. 동정심이 생길 땐 머릿 속으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설득했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어느 덧 울음이 줄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눈물 총량의 법칙이 있는가보다. 예전보다 횟수는 현격히 줄었는데 울음이 너무 깊다. 눈물이 몇 시간이고 내내 흐른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었으면 그러지 않을만도 한데. 생각해 보건대 어릴 땐 울면서 말도 같이 했던 것 같다. 속상한 것을 눈물과 말로 함께 쏟아낸 것 같다. 엄마가 있었고, 동생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연인이 있었다. 나이가 들었고 여전히 내겐 엄마가 있고, 동생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남편도 있다. 그런데 눈물이 날 땐 그들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망간다. 그 속에서 소리죽여 운다. 내 울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그러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들키곤 해서 마음이 두 배로 아프다.

 

그런데 눈물을 오래 흘리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시간동안은 몹시 고통스러운데 다 흘린 후에는 후련하다. 다 그렇다더라.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문득 힐링에 관한 책들과 방송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본다.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람? 힘들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답답할 땐 눈물을 흘리면 그게 가장 좋은 치유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눈물도 아무나 아무때나 흘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슬픔을 찾아서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찾아낸 슬픔의 소스 그 이상으로 펑펑 울어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오늘도 많이 울고 많이 아팠다. 울고 나면 요샌 뼈마디도 아프다. 헛헛한 마음이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후련은 하다. 말로 뱉어내지 못할 땐 울음으로라도 토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배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눈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울자, 힐링에 관한 다른 것을 찾아 헤매지 말고.

 

<읽으면서 펑펑 울고 그 울음이 고마웠던 책과 영화 몇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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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책값은 책 나름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소엔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은 한다. 차 한 잔, 식사 한 끼 값도 안된다고 항변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한 달에 차 한 잔 사 마시고, 식사 한 끼만 사먹는 사람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또 책값이라는 것이 희한한게 정말 좋은 책에 대해서는 책값이 터무니없이 싸다고 생각하게도 된다. 그러니 책값은 책 나름이랄 수밖에 없다.

 

최근 새물결에서 출간된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를 읽고 있다. 저자의 서문 앞에 역자의 글이 짧지 않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느껴지고 기대감도 자연히 같이 높아졌다. 하지만 읽다보니 뭔가 불편하다. 일전에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모를까 내용은 그때보다 더 쉬워진 게 분명한데 문장이 영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간간히 받는다. 그래서 따져보니 최근 새물결 출판사의 인문서들의 번역은 조형준 번역가가 주도적으로 한 모양이다.

 

 

이런 저런 글들을 읽다보니 최근 그가 주관하여 번역해 내놓은 토마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가 정가 99,000원(알라딘가 89,100원)으로 출간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토마스 핀천의 책도 안 읽어봤으니 그 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고전책을 추천하는 책들에서 작가의 이름과 책의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어 어렴풋이 좋은 책인가보다 짐작할 따름이다. 두 권을 합치면 페이지 수가 1500쪽이 된다고 하니 번역에 힘도 들었을 것이고 출간에 공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글을 읽어보니 굳이 1500쪽까지 나오지 않아도 될 것을 늘렸다는 부정적인 글도 있고, 오자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확인해보지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만 700부만 찍었다는데 아직 품절이 안된 것을 보니 출판사의 변론처럼 잘 안나가는 책이 맞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독자들의 말들처럼 비싸서 일반 독자는 쉽게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더 동의한다. 참고로 원서는 2만원 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싸다고 무조건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99,000원의 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개인적으로는 6-7만원 선 정도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결론은 편집과 번역의 질에 달려있겠지만 지금까지 나오는 의견으로는 번역에 썩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비롯된 기획자에 대한 내 느낌도 썩 우호적이지 않다.) 확인은 책을 봐야 하겠기에 그저 일단은 시립 도서관에 신청부터 하고 봐야겠다만 비싼 돈으로 구입해야할 책에 번역이나 오탈자에 대한 잡음이 있다면 구매에는 많이 망설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토마스 핀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구입할 것임은 분명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책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700명에 못 미친다는 점이 씁쓸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출판계에서는 다리박매 보다는 박리다매가 더 의식있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선입견이려나? 노이즈에는 성공한 듯 한데 마케팅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궁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알베르토 망겔(난 '망구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의 초기작인 [인간이 상상한 거의 모든 곳에 관한 백과사전]을 구입했다. 1250쪽 정도에 6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이었지만 구입 결정은 번역가를 따지지 않은 결과이다. 이 책을 몇 부나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같은 사람이 적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재도 인문학 전문사전 1위이고 인문학 100위 안에 5주째 들고 있다는 것이 반증한다.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저자의 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읽은 이들의 입소문이 좋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읽기 전이다.

 

책을 사고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그것과 아주 무관하게 오늘 밤 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곳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열린책들에서 소개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번역가의 섬세함에 찬사를 보낸 것을 아주 우연히 들었다. 최애리 번역가로 불어전공자였지만 영문학 번역도 아주 훌륭했다고 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글쎄 [인간이 상상한....]가 떡하니 제일 위에 뜨지 않겠는가! 책을 읽기도 전에 번역가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니 이는 가격과 무관하게 기쁜 경험이다. 물론 그 기대가 깨지지 않기 전까지만 유효한. 하지만 적은 리뷰로 보았을 때는 번역이 주는 배신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기억해 둬야지 최애리 번역가!

 

 

두꺼운 책을 읽다보면 그 두께 만큼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오탈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초에 읽은 [쟁경]이 그랬다. 책은 참 좋았는데 오탈자가 정말 많이 발견되었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기쁨이 컸기에 노엽다기 보다는 안타까움에 출판사에 살짝 쪽지로 알려드렸었다. 다행히 재쇄에 반영하신다는 말씀을 들어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뻤지만 재쇄를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책은 읽어보면 좋았는데 말이다. 1000쪽이 조금 못 되는 책이었는데 가격은 3만원 대였다. 아주 단순하게 가령, 이 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500쪽당 2만원이라고 쳐서 [인간이 거의 .....]는 5만원,  [중력의 무지개]는 6만원이면 될 것 같긴하다.  너무 단순화 시켰나??^^

 

 

     

- 사진 출처 : yes24 [서양미술사(포켓에디션)] 도서정보

 

 

[인간이 거의 ....]가 있기 전까진 [쟁경]이 가장 두꺼운 책이었고 그 전에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가 가장 두꺼웠다. 700쪽이 조금 안되는 책이었고 가격은 [쟁경]과 같다. 다만 [서양미술사]의 경우에는 올 칼라 도록이 많이 삽입되어 그 가격도 전혀 비싸게 여겨지지 않았다. 도리어 [중력의 무지개]나 [인간이 거의....]의 가격을 볼 때 38,000원 이상이 되어도 되지 않겠는가 싶어진다. 요샌 문고판이 나와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겨 더욱 기쁜 책이다.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보니 판형은 작아졌던데 쪽수가 늘어난 모양이다. 속은 들여다 보지 못했지만 응서점 상세보기를 통해 보니 칼라가 살아있어 다행이다. 앞의 책들을 보니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큰 책을 읽어본 바로는 이해가 아주 쉽게 잘 된 책이니 번역 논란은 별로 없을 듯 하다.

 

 

쭉 써놓고 보니 논란이 되고 있는 [중력의 무지개]의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싼 감은 있는 듯 하다. 안나까레니나가 1200쪽이 좀 안되지만 3-4만원 선이고, 초역임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만큼 많은 독자들이 함께 널리 읽게 하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나름의 이유야 다 있겠지만 토마스 핀천이 궁금한데 이 책으로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들인 작품이 널리 읽힐 때의 기쁨 만큼 큰게 어딨으랴?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제도적으로 작은 출판사에서 대작을 출간할 때에는 지원을 해 준다던가 하는 다른 묘책이 있으면 좋겠다. 대형 출판사와의 공동 출간은,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 암튼 700부 한정 판매라니, 그래서 그 가격이라니,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아쉽다. 번역이 어려운 걸 보면 내용도 어려울 거야 흠,, 세뇌 세뇌 세뇌 그래! 참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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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10-1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값이 비싼것은 어쩔수 가 없단 생가이 듭니다.박리다매라고 많이 팔려야 책값도 싸게 할텐데 기본적으로 웬만한 인문학책은 3천부 판매가 어렵다보니 그냥 살사람만 사라고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인문한 책만 아니라 제가 선호하는 장르소설의 경우도 과거보다 책값이 많이 올랐는데 역시 읽는이가 적어서 그런것 같더군요.
뭐 원서 읽을 실력은 안되니 그냥 번역되 나오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합니다용ㅡ.ㅡ

그렇게혜윰 2013-10-14 23:36   좋아요 0 | URL
그 이유 자체가 씁쓸하더라구요. 얼마나 안팔리면 싶다가도 비싸면 나부터도 못사보는데 싶기도 하구요. 비싸게 산 책이 번역이 좋다면야 위안이 될 테지만 비교대상도 없고 검증도 안되고 오자가 많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결국은...누굴 탓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딱 책읽기 좋은 창문이었다. 이런 창문을 가진 방을 갖고 싶었다. 이런 방을 발견할 때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생각난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갈망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쯤이라도 이런 방을 얻어 하룻밤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맛을 보면 볼수록 더욱 간절하다.

 

 

짐을 풀고 잠시 쉬자니 아이를 데리고 남편은 주변 구경을 나갔다. 잠시 후 나도 나가 그들을 발견했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되려 더 먼 곳으로 혼자 나와버렸다. 개울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외따로 혼자 큰 돌을 하나 깔고 앉아 가만히 앉아 보았다.

 

굳이 귀를 기울인 것도 아닌데 새소리가 들려왔다. 쫑알쫑알쫑알! 새들의 울음 소리가 이토록 불규칙했던가? 하긴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말하나? 스스로를 어이없어 하며 귀를 기울이자니 한 새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았다. 쫑알쫑알쫑알.....그러다 소리가 잦아져 대화가 잘 풀리나 보다 생각했는데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무래도 오래 갈 듯 하다. 귀를 열어놓으니 낮은 풀벌레 울음 소리도 들린다. 참 신기하다. 혼자 있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전혀 심심하지가 않다.  이래 저래 걸으며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래보았다가 갈라진 흙 사이에 핀 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비도 와야겠구나 너희를 위해서.

 

 

 

 

마음이 절로 너그러워지는 시간이었지만 길지 않았다. 한 20분쯤 되었을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앨리스가 꿈꾸는 '나만의 세계'도 고파졌다. 내가 나만의 세계를 꿈꾸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비가 오는 날 밖에서 가족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고 수다를 떨고 다음날 차를 타고 다니는 여정을 싫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함께 하는 그 시간에 비례하여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더욱 더 고파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같이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혼자있고 싶어진 적 없어? 없단다. 사람인가 싶다. 당신만의 세계를 꿈꾸어 보라고 충고하고 싶어졌다.

 

다음 날 비온 덕분에 이화원이라는 실내 식물원에 갔다. 실내 식물원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걱정을 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맛있는 차도 마시고 향긋한 냄새도 맡고 푸르른 나무도 보고 흙도 밟고....불순하게도 나는 그 와중에 데이트가 하고 싶어졌다. 이런 곳에서 넓지 않은 이 곳을 두 바퀴 세 바퀴 맴돌면서 걸으며 설레는 대상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상상만으로도 두근두근한다. 연애는 현실적으로 좀 어렵겠고 달달한 그런 소설책이 읽고 싶어졌다. 제인오스틴의 소설도 좋겠고, 백영옥의 소설도 좋겠다. 아님 파격적으로 중년의 사랑(?)은 어떨지....나쁘지 않다^^ 이미 읽은 책들만 생각이 난다. 본격적으로 탐색해봐야겠다.

 

 

 

 

 

 

 

 

 

 

 

 

 

 

 

 

 

 

 

 

 

 

 

 

 

 

 

나는 지금도 꿈꾼다. 혼자만의 방, 혼자만의 시간을. 때로는 그것을 얻기 위해 협상하고 포기하고 아주 좁고도 짧게 획득하곤 하지만 그것은 늘 모자라다..충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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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3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9-30 09:34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유령도 방이 필요하다
라고 쓰였더라구요ㅋㅋ

저 식물원의 경우 혼자 책 가져가서 읽어도 좋겠더라구요. 사람도적고 커피는 있고 빈테이블도 곳곳에 있어서요^^ 이럴땐 운전을 배우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3-09-30 11:41   좋아요 0 | URL
운전은 할 줄 알지만, 길을 몰라 갈 수 없다는.....

네비도 소용없어요. 두 가지를 못 합니다.
네비를 보며 운전하기.T.T

그렇게혜윰 2013-09-30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실은...면허증은 있어요...1종 보통...
실연의 아픔으로 따서 지금은 어케 땄는지 미스테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