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한 중드 -봉신연의

예전에 책으로 읽으려고 시도해었는데 배경지식이 너무 없어서 읽기가 쉽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다. 안보현이 나온다고 해서 시작한 중드 「봉신연의」는 아직 초반이지만 흥미롭다. 2016년 작이라는데 주인공과 주연배우의 연식이 괴리감이 있는 것 빼곤 다 좋다. 최수종이 고등학생 연기하는 그런 느낌인데 배우들이 다 연기를 잘한다. 특히 극중 가장 젊은 배우인 등륜은 구미호에 꽤 잘 어울린다.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할은 천계의 강자아 이자 인간계로 내려온 강태공이다.

위허웨이 라는 배우인데 일전에 삼국지에서 유비 역할을 찰떡같이 한 배우인데 강태공 역할도 정말 딱이다. 사마의에선 조조 역할을 했다니 연기력 믿고보는 중견배우이다. 극을 경쾌하게 만들기도 하고 사색에 빠지게도 만드는 멋진 역할이다.

춘추전국시대 끝내고 봉신연의 읽어봐야겠다. 초한지 읽으려고 했는데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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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9-0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배우 유비 역 맡았던!!! 반갑네요!

그렇게혜윰 2020-09-06 15:29   좋아요 0 | URL
손권도 나와요. 주무왕으로^^ 강태공 역할 정말 잘 어울려요^^

딸기홀릭 2020-09-0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니로 보고 책 들여놓고 못읽고있어요 중드를 시작해볼까요? ㅎㅎ

그렇게혜윰 2020-09-06 15:30   좋아요 1 | URL
애니도 있군요. 중드도 재밌어요.
 
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수련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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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몽실서평단 으로 책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특별하게도 #몽실북스 에서 출간된 #양수련 작가의 #바리스타탐정마환 !! ‘아, 커피와 추리가 있겠구나!‘ 싶어 이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이 동했는데 표지를 보니 ‘노비‘니 ‘평생도‘니 ‘백년‘이니 하는 문구가 있어 ‘이거 동네 카페 탐정 사정님의 이야기만이 아니겠구나!‘, 궁금증 2배!

소설에는 주인공 마환 그리고 유령 할이 있다. 두 사람(?)에겐 극복하지 못한 아버지라는 존재가 공통적으로 있다. 그런데 그 둘이 이번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버지의 사랑의 결핍된 사람이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부심도의 행방을 찾는 일이라니 나라면 사건 거부하겠다만 마환은 프로였어.....어쩌면 환은 자신이 갖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사건을 핑계 삼아 느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열두폭 병풍에 그려진 한맺힌 삶을 살다간 아들의 평생도. 생부터 사까지 한맺힌 아버지가 그린 완벽한 부심도. 그 존재 자체는 귀하고 아름다운 서정시였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탐욕과 삐뚤어진 마음이 빚어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평생도를 얻는 것 그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추리 소설이니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나는 그것을 해결하는 환과 할의 성장기를 이 소설의 큰 중심축으로 읽게 되었다. 적어도 내겐 범인이 누구이고 왜 죽였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환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떠올리는 아버지 마교수의 존재. 할이 환을 통해 하나둘씩 알게 되는 자기 존재의 이유. 이 두가지를 따라가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표지에 나온 문구처럼 백년 전 ‘비극적인 서사시‘가 지금 여기에서 해결되는 과정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 더 내겐 중요했다.

왠지 평생도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마환의 다음 사건에 여전히 하나의 에피소드로 아니면 할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드리우는 그늘로 함께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한 할과 환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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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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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도 이상한 망언 망발 해괴망측한 소리들만 접하다보니 우울할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당한 말씀들만 접하다 보니 조금 사그라졌다. 6명의 인터뷰가 짧은 것이 아쉬울 뿐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다.

 

먼저, 최재천.

한때 '통섭'이라는 개념 때문에 이 분의 글을 몇 편 읽어서일까( 사실 6명 중에 내가 아는 이름이라곤 이 분과 장하준 박사 밖에 없기도 했다. ) 꽤 친숙한 느낌으로 읽었다. 신인류의 삶에 대한 의견은 뒤에 김경일 교수의 의견과 같았다. 6명의 의견이 대체로 같은 맥락이지만.  최재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삶'이 되겠고 김경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원트가 아닌 나만의 라이크를 추구하는 삶'이라 하겠다.  최재천은 생태학자답게 자연의 일부로서 행동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며 자신의 일관된 생각을 드러냈다.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생활 방식 말이다.

 

다음, 장하준.

다른 인터뷰이들이 그러했듯 우리 나라의 방역 방법을 자랑스러워 했다. OECD 국가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니 경제학자로서 상기되었을 것 같다.(물론 책에는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면서 읽는 내가 뿌듯했다.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볼 시간이라고 했다. 그 답은 그를 포함한 다른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맥락으로 드러난다. 친자연적이고, 탈야수자본주의적이며, 각성하는 삶이 아닐까?

 

전공도 낯선 그러나 뭔말인지 알 것 같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최재붕.

이름 같고 그러는 거 아닌데 최재천 교수랑 형제간인가 했다. 외모가 너무 달라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겠더라. 4차 혁명의 가속화,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도래를 말하면서 어른들이 바꿀 차례라는 것을 말한다. 노인분들 유튜브 기가 막히게 하고 카톡도 능수능란한 것을 이번 전광훈교회, 광화문 집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기술적 능력은 더 바꿀 필요도 없겠다 싶다. 그의 말처럼 '마음의 표준'을 바꾸면 좋으련만....

 

네번째는 낯선 경제학자 홍기빈(내게만)

내가 워낙 경제 바보인지라 경제학자의 말은 인터뷰도 한숨 고르고 읽게 되는데 말이 무척 명확하여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네 가지 기둥은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라는데 그에 따른 설명 없어도 말 만으로도 알 것 같다. 이 네 가지는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큰 요소이자 지구를 망하게 하는 큰 원흉이기도 하다. 이분 글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예쁜 쓰레기 많이 사는 사람으로서 '과잉 소비'한 나를 반성한다. 소비는 미덕이 될 수 없다. 그 과잉된 소비력이 지구를 위기로, 인간을 위기로 내 몬 것이라고 하니 죄책감이 느껴져 요 며칠은 소비를 자제했다. 우리의 의지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바로 이런 의지!)

 

이어진 김누리 박사.

이 분 이름을 많이 들어봤다. 야수 자본주의니 미국화니 하는 낱말은 처음 들어봤지만 어렵지 않은 개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의 야수성, 천박성을 떠올려보고 그 출발점을 미국으로 잡으면 된다. 1960년대에 북한과 경쟁하느라 잘 만들어진 의료시스템, 그거 하나만 미국화가 안 되고 사회 체제 전반 어느 것 하나 미국화되지 않은 굴욕적인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무척 부끄러웠다. 국가적 자존감이 싹 사라져버렸다. K방역으로 이름을 날리는 우리가 지금 저따위 미국 시스템에 끌려다녔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맨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저따위 미국에 굽힐 필요는 없겠다는 데에 공감이 갔다. 세계 속에서 자존감을 좀 높여도 좋은 대한민국이다!. 물론 모든 국민이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요즘 심하게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국민은 국민이니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게 다 뒤에 이어지는 김경일 교수가 말하는 인정욕구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이 사람들 손가락질 하면서 동시에 공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동안 우리나라가 좀 잘못 살아왔다고 말하는 증거라고 알리면 좋겠다. 미래 한국인이 저런 모습이라면 끔찍하니 생각을 바꾸자고 의견이 많이 많이 돌아다니면 좋겠다. 김누리 박사가 소개한 [2050 거주불능지구]라는 책도 사 보고 싶어졌다. 그때 내 나이 70이니 아직은 살아 있을 때인데 노년을 불능인 지구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코로나에 대응한 우수한 능력을 지구를 살리는 데, 인간성을 살리는 데에 쓰면 나도 참 좋겠어요 교수님!

 

마지막으로 김경일.

사실과 진실, 분노와 불안에 대해 비교하며 알려준 내용이 쏙쏙 이해가 잘 되었다. 진실을 알고 싶어서 분노할 때 사실을 말해서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우리나라가 다행히 사실을 몰라 불안할 때 사실을 알려주는 투명성을 보여줘서 K방역이 이름을 떨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가방역을 믿을 수 있다. 이럴 때 진실인 양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며 그들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분노의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 분 말씀에 가장 많이 공감한 것 같다. 마지막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제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하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까요. 이런 느슨한 관게에서도 적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롭고 효율적인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196-197쪽)

 

네, 느슨하지만 행복하고 효율적인 그런 삶이요. 저도 원합니다. 아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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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검객무정검 세트 - 전5권
고룡 지음, 최재용 옮김, 전형준 감수 / 그린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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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학창 시절 가장 좋아한 배우는 양조위였다.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중경삼림, 춘광사설, 화양연화에서 유명해졌지만 나의 경우는 무협드라마 '의천도룡기'의 장무기로 그를 가장 먼저 만났다. 1993년의 일이다. 이후 그 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졌지만 다시 봐도 양조위 만큼 장무기에 어울리는 이는 없었다. 어릴 때 난 할리우드키드가 아닌 홍콩키드였다, 그중에도 무협을 좋아했다. 초류향의 정소추가 우리 집에서 통하는 최고 미남인 시절이었다.

    

 

 

 

 중국드라마는 한때 과도한 CG로 거부감이 생겨 멀리하기도 했지만 요즘 나오는 중드 무협물은 선계와 마계를 표현해도 전혀 과하지 않게 몰입이 잘 되어 보는 맛이 더 좋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렇게 중드에 재미에 다시 빠져드는 중이니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을 읽기 시작하면서 고룡 원작의 중드도 같이 보는 건 당연지사. 요즘 <절대쌍교>가 다시 나온다고 하는데 이 작품도 고룡 것이었구나 놀랄 만큼 고룡의 작품은 의외로 많았다. 김용은 작가의 이름이 더 친숙하고 고룡은 작품명이 더 익숙하다. <육소봉>을 먼저 봤는데 거기엔 사실 이심환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후에 이어서 보는 중인 <표향검우>를 보면 육소봉 시대 이후를 배경으로 한 지라 노년의 이심환이 전면으로 드러나있으며 육소봉 시대 절대고수인 서문취설과 손수청의 딸이 여주인공이며, 육소봉의 이름도 적지 않게 거론된다는 점에서 아마 육소봉 시대에도 이심환은 달리 활동(?)하고 있었겠구나. 이심환 말대로라면 본인은 고수이고 육소봉, 초류향, 서문취설은 절대고수니까. 드라마를 보면서 왜 손수청이 아내쪽 친척인가 궁금했는데 이는 소설 [다정검객무정검]의 5권을 보면 알 수 있다. 각색이 좀 많이 된 듯한 상관금홍의 죽음이 [다정검객무정검]과는 달랐지만 어쨌든 색다른 백효생도 만날 수 있고 여러 모로 재밌게 함께 볼 만한 작품이었다.

 

 

 

 

 병기 2위에 오른 소이비도의 주인공 이심환- 다른 말로 이탐화- 는 있는 집 자식에 지적인데다 비도를 날리는 솜씨도 제일이라 요즘말로는 금수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인성까지 갖추니 존경하는 이 만큼이나 질투하는 이가 많은 것은 당연할 터. 책에서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게을러 보이지만 품위가 있고, 쓸쓸하면서도 침착해 보이며, 시인과 같은 기질이 가득한 실의에 빠진 이 사람이 온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낭인 협객(2권 196쪽)

 

 낯간지러우리만치 너무 완벽한 한 인간의 모습 아닌가? 그 점에 반항도 해 보려고 했는데 어느 새 그가 친구와 적수를 대하는 태도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사람이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싶지만 초지일관 사람됨을 유지하는 모습은 다섯 권의 책을 읽는 내내 그 주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나 조차도 교화될 정도였다. 다만, [표향검우]의 이심환과는 좀 안 어울렸다. 노년이라 그런가 그냥 할아버지 느낌이 강했다. 영화 <다정검객무정검>의 적룡이라면 고개가 좀 끄덕여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여성에 대한 가볍게 보는 시선이 드러난 있어 거북했지만 그 당시의 사회적 생각 수준보다 더 나쁘진 않았으며 오히려 손소홍과 남길자 같은 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처럼 느끼게 했으니 당시로선 좀 앞서가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무협물들이 그런 면에선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는 하다.

 

무협물 절반 이상은 시작이 '복수'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의 복수가 나온다. 형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칠전갑을 죽이려는 중원팔의의 집요함, 자기의 무공을 빼앗고 어머니의 마음을 빼앗은 이심환을 향한 용공자의 복수심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복수 보다는 의리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았다. 물론 그 우정과 의리의 대상은 모조리 싹다 이심환! 처음 만났지만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아비와 이심환의 우정, 이심환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바치는 칠전갑, 이심환을 지켜보면서 그를 믿고 지지하는 손씨 가족들, 적수로 만났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곽숭양과 이심환, 말은 안해도 뭔가 통하는 게 느껴졌던 아비와 형무명 등 남자들의 의리에 대한 내용이 더 주를 이룬다. 그러한 의리를 무너뜨리는 단 한 사람이 천하제일미녀 임선아라는 점은 식상하고 억지스럽긴 하지만 거기에 놀아나는 검객이나 술수를 부리는 여인의 모습을 보자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유혹은 얼마나 집요하고 계산적이며 파괴적인지 그 유혹이 어찌 여인의 미모 뿐일까? 그것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지닌 이들은 선인이든 악인이든 일단 한 번 인정하게 된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유혹이 주는 것 이상의 것을 추구하고 있어야 할 텐데 이심환은 '사람됨'을 가장 큰 이상으로 삼으니 그의 검은 무정하나 그의 마음은 다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한 감정과 얽히고 설킨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주인공을 중심으로 친구와 적으로 관계도도 명확하고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단순한데 5권이나 진행되면서 지루하다거나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체의 특징인 것도 같고 어떤 이는 하드보일드한 무협이라고 하는데 이름이야 어떻든 이것이 고룡 스타일이라면 나는 또 읽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그의 원작 드라마를 보면서 흥미롭게 본 것을 보면 아마 다른 작품들도 내게 잘 맞을 듯 싶다. 소설이 나와 있는 게 많지 않으니 일단 중드부터 차곡차곡 챙겨봐야겠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보았던 드라마 중 얼마나 많은 드라마에서 이심환은 스쳐지나갔을 것인가! 오호통재라! 다시 보자 <비도우견비도>, 새롭게 만들어주라 <소이비도>

 

"그렇소.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과 본성이오. 인성은 세상의 어떤 무공보다도 더 복잡하다오. 하지만 인성을 이해할 수 없다면, 무공 역시 영원히 정점에 이를 수 없소. 왜냐하면 모든 일이 다 인성과 연결되어 있고, 무공 또한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오." (5권 94쪽)

 

어찌 무공 뿐이겠습니까?

 

 * 소이비도 시리즈

다정검객무정검 - 변성랑자 - 구월응비 - 천애명월도 - 비도우견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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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책은 '자기만의 방'이고 그 책 때문에 나는 지금껏 버지니아울프앓이 중이다. 하지만 사랑병에는 집착 증상이 나타나야 하거늘 여느 대상에 그러하듯 좋아한다는 감정만 앞섰지 한 사람을 더 파고 들지 못하는 것은 나의 한계이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라면 변명할 거리가 있는 것이 그녀의 소설은 정말이지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 버거운 대상이기 때문인지라 나는 그녀가 가볍게 쓴 글들로 그녀를 겉면만 야금야금 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쏜살문고로 나온 <지난날의 스케치> 역시 그런 야금야금에 포함된다. '회고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그녀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을 알 수 있으리란 기대로 읽어나간 그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를 느낄 수 있으면서 그녀가 어머니와 스텔라의 죽음 이후로 심적으로 많은 고통과 성장을 동시에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인상적이었고, 주변의 다른 사람에 대한 회고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알아냈다고 내가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표현인 '목화솜 뒤에 숨은 패턴'으로 연결된 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녀라는 세계를 알아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게 이 회고록을 읽는 경험은 의미 있었다. 어머니와 스텔라가 존재하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을텐데 어머니로서의 나도 역시 내 아이들에게 그런 의미겠지? 그런 생각도 해 본 것 같다. 어린 시절 이후로 위대함을 느껴본 기억이 없다고 하니 그 위대함은 사랑하는 어머니로부터 얻은 것일 텐데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일까? 그런 생각들 말이다.

 

이어서 그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한 <파도>를 읽었다. 중간에 세 번 정도 다시 처음으로 가서 읽어야 했다. 여섯 명이  연극에서 방백을 하듯 자기의 말을 교차하며 뱉어내는 형식에도 적응해야 했고 각 장을 구분하는 파도와 자연의 묘사를 한 9편의 글과의 교차에도 적응을 해야 했다. 각각의 인물의 성격의 차이를 구별해내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퍼서벌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파도의 의미에 대해 추론해 내느라 두통이 왔다. 그렇게 한 달여를 읽다말다 한 끝에 며칠 전 그래도 한 번은 읽었다고 말할 정도는 되었다.  순전히 좋아한다는 이유로 독서모임 도서로 정하고 논제를 준비해야 했던 입장에서 너무 자신없는 시작이었지만 어찌 됐든 읽어냈구나 만족한 순간이다.

그녀를 좋아해서, 더 알고 싶어서, 더 알기 위해서 읽었던 책들인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되었을까? 더 알게 되었을까?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한 여인의 삶을 그녀의 눈과 의식을 따라가며 느꼈던 것과는 좀더 색다르게 다면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소설 <파도>에서 그녀는 루이스와 로우다의 삶의 태도를 동경하는 듯 보였고, 수잔과 지니의 상반된 삶의 방향을 통해서는 두 삶 모두를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작가로서 네빌과 버나드의 모습도 모두 그녀에겐 포용 대상으로 보이는 듯 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머니와 스텔라라는 존재가 이 소설에서는 퍼서벌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 따지자니 자꾸 뭔가를 끼워맞추려는 욕구가 생겨서 중간에 포기했다. 많은 곳에서 버나드가 토비를 그린 것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했다.

 

읽으면서 여섯 개의 색연필을 들고 각각 표시를 해 가면서 읽었고, 읽고 나서는 각 장별로 밑줄 친 구절들을 표로 정리해서 노트에 붙여뒀다. 책에 색연필을 쓰긴 처음이었는데 색연필을 쓰면서 이해가 정말 잘 되기 시작해서 내겐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되기도 했다.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논제를 미리 안내한다는 게 쉽지 않았고, 또 논제를 낼 만큼 이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망설여졌다만 어찌 됐든 준비는 끝냈다.  가장 먼저는 이 책을 읽는 각자의 방법을 공유하고, 이 책의 형식에 대한 느낌을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읽다보면 유난히 내 모습을 닮은 인물이 있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도 있고 마음이 가지 않는 인물도 있었기에 각각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난 수잔의 모습이 나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욕망이 있지만 그것을 현실에 묻는 모습, 그러면서 충분히 행복하지도 않고. 좀 답답했던 인물은 네빌이고, 애정이 가는 인물은 로우다였다. 그렇게 생을 마무리하기엔 살아있었을 때 너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 다음 논제는 파도의 의미, 나의 파도에 대해 말해보고자 하는데 사실 이게 좀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이어질 '내 고독이 생겨나는 순간'을 말하는 것도 . 이렇게만 해도 100분은 다 지나갈 것 같지만 마지막에 버나드가

내 이마에는 퍼서벌이 낙마했을 때 받은 상처가 있다. 내 목덜미에는 지니가 루이스에게 키스한 자국이 있다. 나의 두 눈에는 수잔의 눈물이 가득 찬다. 저 멀리 로우다가 본 기둥이 금색 실처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녀가 튀어올랐을 때 그 비상이 불러일으킨 돌풍이 느껴진다.(425)

고 말한 것처럼 내 인생에 스며든 여러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뒤의 세 논제에 대해선 나 역시 아직 답을 찾는 중이다.

 

<지난 날의 회고록>을 읽으며 인간 버지니아 울프의 마음에 좀더 다가갔다면, <파도>를 읽으면서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아우라에 반했다. 의식의 흐름을 따른 소설들도 충분히 매력있었고 한 인물에게 깊이 빠져들어 좋았지만 <파도>의 기법은 무척 세련되었고 깊이있었다. 대단한 작가를 내가 좋아해왔구나 싶어 기분이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그녀를 알기 위해 그녀를 더 많이 읽어야겠구나 이번에도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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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7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20-07-07 07:52   좋아요 0 | URL
자기만의 방이 젤 쉬운 책이었던 ㅠㅠ 그 책만으로도 훌륭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