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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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도 이상한 망언 망발 해괴망측한 소리들만 접하다보니 우울할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당한 말씀들만 접하다 보니 조금 사그라졌다. 6명의 인터뷰가 짧은 것이 아쉬울 뿐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다.

 

먼저, 최재천.

한때 '통섭'이라는 개념 때문에 이 분의 글을 몇 편 읽어서일까( 사실 6명 중에 내가 아는 이름이라곤 이 분과 장하준 박사 밖에 없기도 했다. ) 꽤 친숙한 느낌으로 읽었다. 신인류의 삶에 대한 의견은 뒤에 김경일 교수의 의견과 같았다. 6명의 의견이 대체로 같은 맥락이지만.  최재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삶'이 되겠고 김경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회적 원트가 아닌 나만의 라이크를 추구하는 삶'이라 하겠다.  최재천은 생태학자답게 자연의 일부로서 행동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며 자신의 일관된 생각을 드러냈다.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생활 방식 말이다.

 

다음, 장하준.

다른 인터뷰이들이 그러했듯 우리 나라의 방역 방법을 자랑스러워 했다. OECD 국가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니 경제학자로서 상기되었을 것 같다.(물론 책에는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면서 읽는 내가 뿌듯했다. 다른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볼 시간이라고 했다. 그 답은 그를 포함한 다른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같은 맥락으로 드러난다. 친자연적이고, 탈야수자본주의적이며, 각성하는 삶이 아닐까?

 

전공도 낯선 그러나 뭔말인지 알 것 같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최재붕.

이름 같고 그러는 거 아닌데 최재천 교수랑 형제간인가 했다. 외모가 너무 달라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겠더라. 4차 혁명의 가속화,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도래를 말하면서 어른들이 바꿀 차례라는 것을 말한다. 노인분들 유튜브 기가 막히게 하고 카톡도 능수능란한 것을 이번 전광훈교회, 광화문 집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기술적 능력은 더 바꿀 필요도 없겠다 싶다. 그의 말처럼 '마음의 표준'을 바꾸면 좋으련만....

 

네번째는 낯선 경제학자 홍기빈(내게만)

내가 워낙 경제 바보인지라 경제학자의 말은 인터뷰도 한숨 고르고 읽게 되는데 말이 무척 명확하여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네 가지 기둥은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라는데 그에 따른 설명 없어도 말 만으로도 알 것 같다. 이 네 가지는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큰 요소이자 지구를 망하게 하는 큰 원흉이기도 하다. 이분 글을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예쁜 쓰레기 많이 사는 사람으로서 '과잉 소비'한 나를 반성한다. 소비는 미덕이 될 수 없다. 그 과잉된 소비력이 지구를 위기로, 인간을 위기로 내 몬 것이라고 하니 죄책감이 느껴져 요 며칠은 소비를 자제했다. 우리의 의지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바로 이런 의지!)

 

이어진 김누리 박사.

이 분 이름을 많이 들어봤다. 야수 자본주의니 미국화니 하는 낱말은 처음 들어봤지만 어렵지 않은 개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의 야수성, 천박성을 떠올려보고 그 출발점을 미국으로 잡으면 된다. 1960년대에 북한과 경쟁하느라 잘 만들어진 의료시스템, 그거 하나만 미국화가 안 되고 사회 체제 전반 어느 것 하나 미국화되지 않은 굴욕적인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무척 부끄러웠다. 국가적 자존감이 싹 사라져버렸다. K방역으로 이름을 날리는 우리가 지금 저따위 미국 시스템에 끌려다녔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는 미국의 맨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우리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저따위 미국에 굽힐 필요는 없겠다는 데에 공감이 갔다. 세계 속에서 자존감을 좀 높여도 좋은 대한민국이다!. 물론 모든 국민이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요즘 심하게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국민은 국민이니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게 다 뒤에 이어지는 김경일 교수가 말하는 인정욕구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이 사람들 손가락질 하면서 동시에 공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동안 우리나라가 좀 잘못 살아왔다고 말하는 증거라고 알리면 좋겠다. 미래 한국인이 저런 모습이라면 끔찍하니 생각을 바꾸자고 의견이 많이 많이 돌아다니면 좋겠다. 김누리 박사가 소개한 [2050 거주불능지구]라는 책도 사 보고 싶어졌다. 그때 내 나이 70이니 아직은 살아 있을 때인데 노년을 불능인 지구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코로나에 대응한 우수한 능력을 지구를 살리는 데, 인간성을 살리는 데에 쓰면 나도 참 좋겠어요 교수님!

 

마지막으로 김경일.

사실과 진실, 분노와 불안에 대해 비교하며 알려준 내용이 쏙쏙 이해가 잘 되었다. 진실을 알고 싶어서 분노할 때 사실을 말해서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우리나라가 다행히 사실을 몰라 불안할 때 사실을 알려주는 투명성을 보여줘서 K방역이 이름을 떨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가방역을 믿을 수 있다. 이럴 때 진실인 양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며 그들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분노의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 분 말씀에 가장 많이 공감한 것 같다. 마지막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이제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하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까요. 이런 느슨한 관게에서도 적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롭고 효율적인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196-197쪽)

 

네, 느슨하지만 행복하고 효율적인 그런 삶이요. 저도 원합니다. 아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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