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도착한 책 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만화책이 있다. 받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얇은 만화가 남겨준 의미는
묵직하게 가슴 한쪽을 내리누른다. 이 만화책을 보며 느낀 점만 글로 옮겨도 일 년 동안 쓸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 같다. 마스다 미리의 엄청나게 단순한 만화는 그 간결함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그녀의 매력에 빠져서 그녀가 쓴 수필도
읽었다. 수필 역시 담담한 것이 진솔하면서 예민한 점을 지적하기도 해서 즐거운 독서였던 것이 기억난다.
2.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뭐지?]라는 만화에는 세 여자가 나온다. 리나와 리나의 엄마인 미나코, 그리고 리나의 고모인 다에코. 그 이외에 미나코의 엄마와 친구가 잠깐 출연하지만, 중요 인물이 아니니 다음에 소개. 처음 부분에 리나는 고모인 다에코가 종가시나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종가시나무는 10미터가 넘는 큰 나무이지만 주로 작게 잘라서 낮은 울타리가 되어 주게 사람들이 만드는 나무라고 한다. 어떤 나무인지 상상이 되지만 사진을 찾아보니 울타리로 보이는 것이 없어서 사진은 생략. 리나는 고모가 종가시나무 같다며 이유를 생각하는데,,,
푸르디 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종가시나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는 사실은 커다란 나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p.22~24
리나의 생각을 따라가며 종가시나무와 쬐끔 비슷한 남편이 떠올랐다. 사실은 큰 사람이지만(?) 하찮은 역할도 온 힘을 다해서 하는 사람.
어린이집 아이들이 생일이면 작은 생일파티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는 2천 원 내외의 작은 선물을 사오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어제
생일이었던 친구는 해든 이와 함께 집 근처 놀이터에서 어린이집이 끝나면 함께 노는 친구인 유**이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어스름 해가 지는 놀이터에는 해든 이와 그 친구 말고도 10여 명의 아이들이
늘 함께 노는데 그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남편이다. 아이들은 남편을 '악어'라고 부르며 자기들을
잡아달라며 나쁜 악어를 시킨다. 하지만 남편은 사실 아이들을 잡을 듯 잡지 않는 착한 악어이다. 그런데 특별히 그중 유**는 가장
남편을 괴롭히는 아이이다. 남편의 옷이나 머리를 잡아당기며 자기를 잡으라고 조르는 아이. 목이나 등에 올라가기도 한단다. 암튼 그
아이의 생일이라는 것을 안 남편이 어제 아침 생일 선물도 2천 원이 넘는 것으로 준비하고, 아마 이만 원은 될 듯(유**는 세
형제 중 둘째라 엄마의 관심을 가장 받지 못하는 아이라는 것을 남편이 잘 알기에). 어두워져서도 집에 안 가는 아이는 그
아이뿐이니까, 그래서 더 좋은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 그리고 나와 해든 이가 자는 동안 직접 아이에게 줄 생일 카드도 만들었는데
하찮은 재료로 만든 카드를 보고 좀 감동하였다. 그 아이도 나처럼 남편이 특별한 마음을 담아 만들어준 그 마음을 알까??? 종가시나무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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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든 이 손 찬조출연~~~.ㅎㅎㅎ
해든 이에게 악어의 입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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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만 분주하고 일이 하나도 손에 안 잡힌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뭐 먼저 해야 할지
우물쭈물, 갈팡질팡.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한국어로 번역한 글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가 될 것 같다.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는데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그런 와중에도 가져갈 책을 알라딘에서 더 골랐다. 그러고나니 적립금이
만 팔천 원 정도가 생겼다. 그 돈을 사용해서 마지막 알라딘 책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책을 사야 만족할 수 있을까 혼자 고민하고 있다. 심중에 두는 책은 세실 님이 극찬하는 박웅현의 [여덟 단어]이다.
그런데 이 책은 13,500원이다. 이 책을 사면 4,500원 정도가 남는다. 4,500원은 그냥 버리는 셈 칠까? 아니면 돈을 좀 더 보태서 어제 넙치님이 올리신 책인 [봉인된 시간]도 사고, 알라딘 들어오면서
본 굿바이님이 페이퍼에서 소개하신 [나의 마지막 남은 검은 머리카락 하나]
책도 함께 주문할까?? 아~~~그러고 보니 다락방님의 페이퍼에서 발견한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도
사고 싶구나!!!!@@
도리도리. 그냥 박웅현의 책만 사야겠다. 저 책들을 다 사면 또 마일리지랑 적립금이 쌓일 테니,,,ㅠㅠ 적립금이랑 마일리지가 남아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왜 나는 떠난다는 이유로 죄 없는 마일리지와 적립금을 '0'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일까????ㅠㅠ
4. 마일리지와 적립금은 무죄지만 알라딘 서재 지인들은 유죄다. 서재에만 들어오면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니!!!!!ㅠㅠ
Barbra Streisand & Barry Gibb - Guilty
5. 그리고 내일은 시부모님의 결혼 50주년이다. 시누이들은 이 특별한 날을 위해 가족들이 부모님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라고 했다. 토요일 저녁에 근사한 파티를 열 것 같은데 우리도 함께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고(?) 싶지만, 타이밍이란 것이 늘
우리 편한 대로 움직여 주는 녀석이 아니니 내가 마음을
내려 놓는 게 편하다. 우리는 선물로 뭘 보낼까 하다가 인터넷으로 꽃을 주문해서 보냈다. 작약을 선물로 보냈는데 꽃값보다 쉽핑과 핸들링 비용이 더 많이 나왔다는;;; 그나저나 부모님께서 우리가 보낸 꽃을 마음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꽃은 내가 좋아하는 놈으로 보냈;;;;;ㅎㅎㅎㅎㅎㅎ
저렇게 투병한 꽃병에 담아서 보내준단다. 그리고 카드도 적어주고,,,셜리 템플로 보내면 좋았겠으나(내가 좋아하는 꽃이라~~) 그걸로 고르면 60만원이나 하더라는!!!ㅎ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