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Dylan - Girl From the North Country
몸치라 춤을 춘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영화 [Silver Linings Play
book]에서 처럼 누군가 나에게 내가 피할 수 없는 어떤 제안을 하면서 함께 춤을 추자고,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내 몸치를 구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서두가 길었지만, 이 음악은 오늘 개봉한 [Silver Linings
Play book]에 삽입된 노래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모조리 휩쓸기를 바라지 않지만, 이 영화를 많이 좋아하며 3번 정도 눈물도 흘렸었다. 지금 내 상태가 조울증 비슷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내가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자기계발 책을 좋아하고 위인전기나 자서전을 읽기 좋아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읽으면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염이 되어 excelsior 한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더불어 나 자신이 다다를 수 있는 곳이 어디까지 인지 모르지만, excelsior,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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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발렌타인즈데이였다. 남편과 나는 여전히 발렌타인즈데이를 함께 기념하는 중년의 부부이다. 서로 초콜릿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함께 식사를 하고(주로 남편이 아침을 만들어 주는 편이다.) 조그만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꼭 빠지지 않는 것은 남편이
나에게 주는 카드인데 올해 발렌타인즈데이 카드는 아직 완성이 안 됐나 보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피아노 위에 해든 이가
만든 레고 작품 사이로 남편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집에 오면 남편의 사랑 고백이 기다릴 줄 알았는데 사과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시지 카드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남편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나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얼마나 멋진 카드를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걸까? 라는 기대가 생긴다. 훗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편의 저런 세심한 면도 한편으로 excelsior인 거다. 그냥 종이 쪼가리에 '카드는 내일 줄게' 라거나 아니면 말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저렇게 결과물로 나온 게 아닐까?
오늘은 내가 아침을 만들었다. 아니 아침 겸 점심, 그러니까 브런치. 발렌타인즈데이니까 좀 특별히 만들었는데 사진 찍을 생각은 좀 먹다가 들었다. 그래도 사진을 찍었다.
저 치아바타 빵은 서울에서 공수해 온 빵이다!! ㅋ~ 정성은 별로 안 들어갔지만, 재료비는 꽤 들어갔다는;;; 암튼 남편과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이것도 오늘 하루 나의 excelsior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을 먹고 식탁위에 메달려 있던 딸아이의 작품을 떼어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장식을 한다며 딸아이가 만들어서 식탁위 천장에 붙여 놓은 것인데 계속 붙여놓고 싶었지만 섬세한(?)것이라 자꾸 떨어지고 문을 열때마다 바람에 날려 찢어질 것 같아서 오늘까지 기다리다 떼어냈다. 마침 크리스마스때 찍은 사진이 있어서 함께 볼 수 있다.
딸아이는 한국에 왔을 때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때부터 크리스마스 때면 색종이를 연결하거나 저렇게 가위로 오려서 장식하기 시작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excelsior 해지더니 작년 크리스마스에 만든 것은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최고였다!!
어제 잠들기 전에 기분이 안 좋아 찡얼거리기는 했지만, 매일매일 행복한 나의 해든 이. 학원에서 전화하니 얘기도 안
하고 찡얼거리기만 해서 잘자라는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이미 잠이 들어 있다. 사랑하는 녀석의 잠든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하고 안쓰럽고, 하지만 속으로 조용히 "미안해 아가야, 엄마가 열심히 배워서 excelsior 한 엄마가 될게, 하지만
많이 기다리게는 하지 않을 거야. 너와 시간도 많이 보내도록 노력할 거야. 잘 자라, 좋은 꿈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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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에서 브래들리 쿠퍼가 하는 대사 중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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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뭔가를 배운다며 나름으로 열심히 하면서 내가 속으로 나에게 거는 최면과 너무 비슷한 말이라 더 애착이 가는 대사이다. 나는
뭔가가 되려고 배우는 것은 아니다. 뭔가를 하려고 배우는 거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 보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주 힘들다.
우선 체력도 달리고 손 감각도 떨어지고,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고 있다. 손이
아파서 일주일 동안 약을 먹으면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남편과 결혼한 이후로는
거의 많은 날을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 그런데 문제는 치열해지는
강도가 점점 더 세지는 듯한??? 아무래도 남편을 잘못 만난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암튼 이런 팔자로 살아야 한다고 해도 뭐 괜찮다. 호강은 시켜주지 못하지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과 살고 있으니까.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랑을 뛰어넘지 못하는 법. 암만. 그러니 나
결혼 잘한 거인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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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땀띠가 날 정도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꼼짝도 하지 않고 읽었던 [안나 카레리나]에 한 구절이 브래들리 쿠퍼의 이 대사와 맞물리며 떠오른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는 삶을 견디고 살아야만 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어둠에 휩싸인 듯 보였다. 하지만 바로 이 어둠 덕분에 그는 자신의 일이 어둠을 헤쳐 나갈 유일한 실마리라고 느끼고 온 힘을 다해 이를 붙잡고 매달렸다.
많이 힘들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일이 내 삶의 어둠을 헤쳐나갈 유일한 실마리라고 느낀다.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아니 매달려야만
하는. 세상은 어쩌면 정말로 신뢰와 믿음, 그리고 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excelsior 할 수 있는 매직
스펠이 우리의 노력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비추듯.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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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다시 영화 얘기, 아니 사실은 브래들리 쿠퍼 얘기다. 나는 이 배우를 좋아한다. 그의 목소리가 왜그런지 듣기 좋다.( ")잘생겼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의 파란
눈빛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단정해 보이면서도 거친 그 무엇? 암튼 그를 영화에서 보는 것은 즐겁다.
더구나 그가 나온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그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앞으로 그는 더 유명해지겠구나. 하지만
그가 [ Sex and the City ]에서 Jake로 나올 때부터 좋아했다. ( ")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날라리 같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과는 반대로 좋아했다가는 차일 것 같은 인상이지만 그런 걱정 해서 뭐하나? 만나지도 못할 텐데, 헛헛헛
나는 저렇게 브래들리가 이를 다 드러내고 웃을 때 더 좋다.
우와~~~저 근들!!!!ㅋㅋㅋ
자세히 뜯어보면 정말 잘생긴 곳이 별로 없는데,,,뭔가 신선해, 암튼.ㅎㅎㅎ
2. excelsior는 품사가 형용사란다. 그런데 내 글에서 엉망으로 사용해서 많이 미안하다, excels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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