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으로 바람이 한 움큼 들어오면 가슴이 살짝 내려앉지만 가볍게 쓰러 내리고 욕실로 향한다.
그리고 대전에서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거나 해야 할 일을 한 뒤 과외를 하러 간다,
과외를 거의 12시까지 하고 피곤하게 돌아와 수요일 아침 기차를 타고 다시 일산으로 떠난다.
그게 요 몇 주 내 패턴이었지만 오늘은 10시 30분 약속이라 좀 여유가 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길래 저렇게 살고 있게 됐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님은 엄마 일을 도와주러 간다고 했더니 무슨 일이냐시며 일전에 텃밭에서 일하시는 엄마의 사진을
기억하셨던지 밭일 도와주러 가는 거냐고 하셔서 한참을 즐겁게 웃었었다.
^^
부모님께서 고깃집을 개업하셨다.
전에 식당 계통의 일을 하신 적도 없으시면서 갑자기 일이 진행되어 열게 되었다.
지금은 가오픈 상태인데 곧 정식 오픈을 할 예정이다.
식당은 여동생과 부모님께서 의논해서 준비 했지만, 식당 이름은 내가 골라 본 이름 중에서 당첨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식당에 애정이 더 간다.
프레이야님이 식당 이름 잘 지었다고 해주셨는데 마음대로 해석하고 기분이 좋아졌다~~.헤헤
'황금 정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사실 내가 처음 지었던 이름은 'The Golden Terrace' 였다.
식당 양쪽에 테라스가 있고 건물이 금색이라 그렇게 지었는데 고깃집 이름으로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고
다시 생각해 낸 이름 중 하나가 '황금 정원'이다.
건물 외벽과 내부의 금색 때문에 황금이든 gold든 꼭 사용하고 싶었고
테라스에 정원을 완성하실 엄마의 계획을 생각하면서 정원이라는 이름도 넣고 싶었는데
다행히 '황금 정원'이 당첨이 된 것이다.
위의 사진은 어닝에 찍혀진 것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부모님은 나이가 많이 드셔서 운영하실 처지가 아니라서 많은 고민과 컨설팅 끝에 내가 점장을 맡기로 했다.
장사가 잘되면 전문 점장을 둘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초기비용을 뽑는 것이 급선무이다. ㅠㅠ
매일매일 대박을 기원하며 잠이 들면 선잠이 드는데 늘 고기를 자르는 꿈을 꾼다.
사실 나는 고기를 잘라주지 않지만 (서빙하시는 분들이 너무 바쁘면 가끔 거들기는 한다)
꿈은 늘 어둠 속에서 고기를 자르는 꿈이다. ㅠㅠ
고기도 잘 먹지 않아 고기를 구울 줄도 모르고 자르지도 못하는 내가 고기 자르는 꿈을 꾸는 이유는
불안함의 발로 같기는 한데, 정말 괴로운 꿈이다. 흑
아침에 겨우 일어나 씻자마자 식당으로 나가서 오픈 준비를 하고 손님을 맞는다.
점심 시간이 끝나면 좀 한가해 지지만 그 시간엔 신용카드 입금 조회 같은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리고 5시가 되면 저녁 식사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11시가 넘어서까지 동분서주하고 있다.
12시나 1시가 되어 집에 오면 씻고 다시 잠이 들고 꿈속에서 다시 고기를 끊임없이 자른다.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은 거의 없다.ㅠㅠ
친정에 가기 전에 친정주소로 주문한 책이 7권에 내가 가지고 간 책이 20여 권 되는 데
읽고 있는 책은 딱 한 권!!!!!!!!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인데 그것도 하루에 겨우 한 단락을 읽을 시간이 있을 뿐이다.ㅠ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침대 옆에 누워있는 책무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잠들기...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한 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 책 읽고 리뷰나 페이퍼 올리시는 분들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아시기를..
추석 연휴에 식당 문을 닫고 일산에 올라온 가족들과 함께 이태원에 가서 책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쥴리언 반즈의 책이 눈에 띈다.
외국인들도 하루키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하루키의 책 코너가 있을 정도로 하루키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중고 책이 아주 많아서 우리도 [레미제라블]과 또 다른 몇 권의 책을 중고로 샀지만
S.F 책은 한 권도 사지 않아서 "buy 3 get 1 free"는 그림의 떡이었다는,,
그나저나 레미제라블 영화가 상영하기 전에 책을 먼저 읽고 싶은데 아무래도 불/가/능,,,OTL
그리고 10월 5일 오전 11시 드디어 나는 고모가 되었다!!!
제아빠를 꼭 빼닮아 과묵하게 생긴 아기를 보면서 느껴지던 느낌은 여동생의 아이들을 볼 때와는 또 다르더라는!!
나보다 부모님 생애 첫 친손주라 더 감개무량하시겠지만 말이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는 저 귀하고 소중한 아기를 아직 안아보지도 못했다.
태어나던 날은 너무 바빠서 병원까지 가볼 수가 없었고
(우리는 일산, 아기는 이영애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세인트 누보인지 하는 이름의 호화로운 조리원에서는 아이를 신생아 실에 넣어두고 방문객이 유리창으로 구경하게만 했다.
나는 조리원 생활을 해보지 못해서 저렇게 철저하게 격리하는 것도 몰랐지만
저렇게까지 하는 것에 은근히 화가 나서 조리원장에게 따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안겨주지 않더라는.ㅠㅠ
하긴 출입구에서 에어 샤워인지 뭔지를 해야 하는 건 어떻구!!
친정아버지께서 첫 친손주 만나 보시기도 전에 심장마비 걸리실 뻔했다는 농담 같은 진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잠들지 않고 알라딘에 들어오니 생소하면서 떨리기도 하고,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나면서 행복한 느낌마저 든다.
그새 사고 싶은 책이 또 나왔음에도 말이지,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