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동물전문작가 김황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의 추천글입니다.

 

이 책을 보면, 당장 책을 덮고 동물원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거기서 직접 동물을 보고 듣고 관찰하고 싶어진다. 아베 히로시가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가장 가까이 동물의 숨결을 느끼면서 동물 그림을 그렸으니, 그 결과물을 보는 우리 독자들 역시 가장 가까이서 동물을 만나고 싶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사실 나는 동물원 사육사의 꿈을 가졌지만, 결국 국적 때문에 꿈을 못 이룬  '과거'가 있다. 지금은 사육사가 된 마음으로 동물 책을 쓰고 있으니, 아베 히로시와 나는 '동업자'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린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비밀은 뭘까?

 

우선은, 어린이들에게 동물의 매력을 알리는 '창의적인 연구'로 넘친다는 점이다. 저자가 근무한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동물원은 일본의 동물 전시에 혁명을 일으킨 동물원으로 유명하다. '희귀동물을 전시함으로써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게 아니라 '보통' 동물을 더 가깝게, 더 멋지게 느끼도록 하는' 전시를 아주 열심히 궁리한다. 그 중심에 바로 아베 히로시가 있었다. 당연히 이 책에도 저자의 그런 창의적인 연구가 풍요롭게 담겨 있다. '포큐파인의 가시는 얼마나 강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실제로 직접 실험을 한 그림을 보자. 포큐파인 가시가 주스 깡통까지 뻥 관통하는 모습으로 사자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를 한눈에 알게 하는, 당시 다른 동물원에는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연구'가 담긴 그림이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유머 넘치는 글이다. 1981년에 홋카이도의 작은 동네에 한 어린이 서점이 문을 열었는데, 서점의 대표가 어린이책에 대한 열정이 높아 유명 아동문학작가나 그림책 작가들이 많이 찾아와 강연회도 하고 세미나도 했다. 마침 홋카이도의 작은 출판사에서 첫 책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지>를 낸 아베 히로시도 그 서점에 열심히 다니면서 작가들과 교류하며 어린이와 소통했다. 그러다가 그 서점이 1987년 이사를 가게 되자, 아베 히로시와 친구들이 힘을 모아 그 서점을 직접 운영하게 된다. 어린이와 소통한 경험, 어린이 전문서점을 운영할 만큼 어린이 책에 정통하다는 사실, 이러한 점에 저자의 글이 아이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근본이 있을 것이다.

 

지방의 작은 출판사에서 나온 저자의 첫 책을 보고 세계적인 그림책 출판사 후쿠인칸 편집부가 홋카이도를 찾아갔고, 이후 여러 권의 그림책을 낸 뒤에 만들어진 게 바로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이다. 바로 이 책은 사육사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어린이 책을 진지하게 학습한 열정이 멋지게 결합한 명작인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41번째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이때까지와는 정반대로 동물원의 동물들이 우리 인간을 관찰하는 그림이다. '우리 인간도 동물의 하나다.'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기분 좋다. 또한 동물들이 인간을 관찰하면서 하는 말들이 무척 재미있다. 뭐라고? 어떤 말을 하냐고? 하하하, 그건 책을 직접 읽으면 좋겠다. - 김황(동물전문작가)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꼴뚜기>의 추천글입니다.

 

아이들의 유쾌한 처세술
'처세', '처세술'이란 말을 들으면 두 손바닥 비비는 아부를 연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 실린 처세(處世)란 말은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감. 또는 그런 일.'을 가리킨다.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는 한에야 좋건 싫건 서로 부딪치고, 맞서고, 타협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웃어넘기기도 하는 모든 일들이 다 처세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지혜, 혹은 최대한 이익을 보려는 잔꾀, 그 사이 어디쯤인가에 '처세'가 존재한다. 어른은 대개 어린이가 자신의 관리와 보호 안에 머무르는 미숙한 존재로 여기곤 하지만, 당장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곰곰 생각해보시라. 어른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끼리 얼마나 치열하게 부대끼고 잔머리 굴리며, 얼마 안 되는 자산(?)과 자존심, 권리를 지키고자 하루하루 얼마나 투쟁했는지!

 

진형민의 <꼴뚜기>의 큰 미덕은 어른의 가시권 밖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를 그렸다는 점이다. 근데 그 '열심'은 어른이 바라지 않는 곳에서 발휘되어 문제이고,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고 유쾌하다. 처음에 별것 아니었던 별명 붙이기 장난이 점점 가열되더니 반 전체가 노이로제에 빠져들고(「꼴뚜기」), 학원에 가야 하지만 놀고 싶은 아이, 학원에 가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는 서로 필요에 따라 시간을 바꾸고(「인생 최대의 위기」), 데이트할 돈이 너무나 필요해서 참고서 살 돈, 학원비에 손을 댔다가 '과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존재론적 고민에 처하고(「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막무가내 선배들로부터 소중한 축구공을 지키기 위해 대들까, 이를까, 참을까... 오만 고민을 다 하지만 결국 '배꼽 아래가 딴딴'해지는 배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축구공을 지켜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고 지지받는 아동문학 중 상당수는 이렇듯 유쾌하고 발칙한 아이들의 이야기였을 터이다. 정말 나랑 똑같고, 내 친구랑 똑같지만, 정작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유쾌 발칙한 이 아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 박숙경(아동문학평론가)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 노경실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뭘 써요, 뭘 쓰라고요?>의 추천글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 글쓰기
어린이를 위한 수많은 책들이 집안에도, 교실에도, 도서관에도, 심지어는 고물상 한 구석에도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빌린 책 한 권이 빗물에 젖는 바람에 마음과 두 눈도 슬픔과 걱정에 젖었다는 링컨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마치 '책의 전설'처럼 되어버린 세상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소통되는 현실 앞에서 아이어른 모두 '언어의 축약(줄여서 간략하게 함)'의 신기전을 방불케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래방에서 기계의 명령에 따라 정확히 박자와 노랫말을 맞추느라 애는 쓰지만, 우리말과 글에 대한 노력이나 최소한의 예의는 거침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지만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아이들에게 소망을 걸고 힘찬 메시지를 담은 책을 펴냈다. 제목은 지금 우리 아이들의 글에 대한 정서와 상태를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볼까 하고 고민하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글쓰기에 앞서 세상에 대한 고민과 사랑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눈앞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에 취해서 세상은 물론 내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기에 게으르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글을 쓰게 되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게 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잘 알게 되면 고민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지겠지요. 그 생각을 정리하다가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더 잘 알게 될 뿐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게 될 것입니다.'

 

옳은 말이다. 잠시라도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멀리하고, 스마트폰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이며, 오늘 나는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더 나아가 내일은 그리고 미래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 때에 생각은 정확하게 그려지고, 그것은 마음에서 정리되며, 마침내 질서있는 문장으로 드러난다. 생각이 어수선하거나 지저분한 사람은 글쓰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런 글은 그 마음처럼 질서가 없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이 38년 동안 시골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글쓰기에 대한 기록이다. 단순한 글쓰기 강좌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오랜 세월 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담았다. 아이들의 목소리, 숨소리, 땀냄새, 울음소리, 웃음소리를 아무 치장 없이 실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글쓰기 방법이나 기교가 아닌 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끌어내 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글을 쓰자. 또는 '시를 쓰자.' 하면 아이들은 늘 "도대체 뭘 써요, 뭘 쓰라고요?"라고 한다. 시인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었고, "글을 잘 쓰려면 나무를 보세요. 엄마를 보세요. 곁에 있는 그 무엇을 따뜻한 시선으로 계속 보세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입니다." 라고 김용택 시인은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그 마음을 글로 써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에 마음 아파하여 시작한 작업이다. 또, 아이들을 기계처럼 만들어내는 글쓰기 '기술'을 철저하게 거부하며, 밥을 먹고, 길을 걸어가듯 일상의 기록이다. 사실 "뭘 써요, 뭘 쓰라고요?" 라는 말은 연필을 손에 잡아본 지 너무도 오랜 된 부모님들의 마음속 하소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 펼쳐보며 서로의 마음과 글을 나누게 하는 귀한 책이다. - 노경실(작가)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학교 교사 박정아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생쥐를 찾아라!>의 추천글입니다.

 

아주 옅은 금빛을 내는 햇살 속에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며 그 나뭇잎이 그려내는 알록달록한 가을 풍경! 자~ 잠깐만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이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을추억이 떠오르나요?

 

그림은 어쩌면 진짜 마법사의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화가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 마음을 글로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온갖 색깔과 형태, 재질로 표현해 놓으면 그것을 본 사람들은 화가의 마음과 생각을 같이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화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그림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풍요로운 감정을 음미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그림은 분명 우리를 마법에 빠지게 합니다. 사실 한 작품을 보아도 우리는 서로 다른 스케치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마음 속에는 다른 느낌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람들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모두 다 하얀 도화지를 갖고 있는 것 같아도 바탕에는 저마다의 색깔이 옅게 물들어 있죠. 저는 이것을'상상도화지'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의 주인공 생쥐도 '상상도화지'를 갖고 있네요. 어느 깊은 밤, 고흐의 방에 살던 생쥐가 뭉크의 절규를 느끼며 외칩니다. "여기서는 도저히 못 자겠어!"그 이유는 바로 키스 해링을 닮은 아래층 아이들이 허구헌날 뛰고 떠들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생쥐는 자기의 새로운 집을 찾아 머나 먼 여행을 떠납니다. 몬드리안의 길을 따라 마티스의 연못에서 물고기를 만나고, 칸딘스키의 거북이도 보고 모리소의 고양이도 만나지만 누구도 생쥐와 같이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파울 클레의 하늘을 날고 있는 홍학도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간다고 하니 생쥐는 또 다시 여행을 떠날 수 밖에요. 호안 미로가 지어 놓은 마법의 정원에서는 잠이 든 뱀을 깨워 먹힐 뻔하고 클림트의 황금빛 동굴에 매달려 있는 박쥐는 자고 싶다며 아예 나가 달라고 합니다. 그 때 저 멀리 바람결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총을 쏘며 잡으려고 해서 보금자리를 뺏긴 곰이 피카소의 들판에서 울고 있네요. 이제 외로운 생쥐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쇠라가 만들어 준 푸릇푸릇한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잠을 청합니다. 온 몸이 하나가 되어 탐스러운 열매와 가지가 되는 꿈을 꾸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며 앤디 워홀에게 증명사진도 찰칵! 소중한 서로를 기념하며 여행이 끝이 납니다. 힘들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얻은 행복한 여행은 생쥐의 '상상도화지'에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들로 영원토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어떤가요? 의도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상상도화지'에도 생쥐가 여행하며 만난 장면들이 그려져 있나요?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것입니다. 책에 그려진 삽화는 생쥐가 여행하면서 본 세상들을 고흐부터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시선으로 표현한 독특한 기법을 재구성하여 작가 자신의 '상상도화지'에 맞추어 그린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가 탄생시킨 그림들을 보며 우리는 또 자기만의'상상도화지'에 서로 다른 생쥐의 여행을 그리게 됩니다. 또한 생쥐가 만난 세상은 물론 생쥐 자신도 매 순간 모습이 변합니다. 표지에 검은 실루엣만으로 등장한 생쥐가 책이 한 장 한 장 펼쳐질 때마다 어떻게 다채롭게 변해 가는지 그림 속에서 생쥐를 찾는 쏠쏠한 재미도 꼭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또 눈을 감아 보세요. 우리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책을 집어 들었네요. 생쥐를 찾아 보라고? 숨은 그림 찾기 놀이로 책의 첫 장을 펼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술의 획을 긋는 명화속으로 빠져 들고 그 속에서 갖가지 변장을 한 생쥐를 찾습니다. 외로운 생쥐를 보며 마음 아파하다가 드디어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된 생쥐를 축하해 주며 아이들도 행복해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 아이들의 '상상도화지'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을까요? 명화의 감동과 친구의 소중함이 진하게 물들어 그려진 아이들의 도화지가 보이시나요? 여러분의 '상상도화지'를 활짝 펼쳐 보세요. - 박정아(초등학교 교사)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책 작가 허은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추천글입니다.

 

"쓰나미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려줘요. 나와 같은 아이가 주인공이라 더 재미있어요. 특히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 쓰나미의 참혹함을 아주 잘 표현했어요."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본 딸아이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한때 아이는 '00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열심히 탐독했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인가 생각하며 책을 펼쳐보니, 이런... 그림을 그린 이가 이토 히데오란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몇 해 전 일본의 한 대형서점에서 <친구랑 싸웠어>의 표지를 보고, 그 강렬한 색채와 구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섬나라 출신 화가여서 그럴까. 그는 바다를 아주 잘 그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쓰나미가 몰려오는 위험천만한 바다를 그렸다. 거칠면서도 과감한 그의 붓질에서 바람이 느껴진다. 온힘을 다해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속도감,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다큐멘터리 그림책쯤이 될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던 날,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고 그렸다. 하지만 이 책이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런 대목 때문이다.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달렸지, 늙은이들밖에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몰라."


그렇구나. 감기와 웃음만 전염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도, 그 싱싱한 생명력도 이렇게 전염되는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어부 아저씨의 말은 어떤가. 지진이 나던 날, 아저씨는 옆집 중학생이 붙여놓은 쪽지를 보고 목숨을 구했단다. 가족 모두 피난했다는 소식을 알려주는 쪽지가 없었다면 아저씨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집에 남아 있거나 가족을 찾아 헤매다가 변을 당했으리라.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란다. 살다보면 누구나 예기치 못한 재앙 앞에 엎어질 때가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주저앉아 울고만 싶을 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이제 곧 해가 뜰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내화 한 짝을 내주고, 사람들이 탄 수레를 밀어주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의 손을 끌어주는 이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도 배도 모두 쓸려가고 남은 것이라곤 목숨밖에 없더라도' 우리는 삶을 지속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므로. 그걸 이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 허은미(어린이 책 작가)

 

 

전문가가 선택한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이벤트 보러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