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작가 허은미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추천글입니다.

 

"쓰나미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려줘요. 나와 같은 아이가 주인공이라 더 재미있어요. 특히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 쓰나미의 참혹함을 아주 잘 표현했어요."

 

나보다 먼저 이 책을 본 딸아이가 내게 들려준 말이다. 한때 아이는 '00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열심히 탐독했다. 이 책도 그런 이야기인가 생각하며 책을 펼쳐보니, 이런... 그림을 그린 이가 이토 히데오란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몇 해 전 일본의 한 대형서점에서 <친구랑 싸웠어>의 표지를 보고, 그 강렬한 색채와 구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섬나라 출신 화가여서 그럴까. 그는 바다를 아주 잘 그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쓰나미가 몰려오는 위험천만한 바다를 그렸다. 거칠면서도 과감한 그의 붓질에서 바람이 느껴진다. 온힘을 다해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속도감,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다큐멘터리 그림책쯤이 될 것이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던 날,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쓰고 그렸다. 하지만 이 책이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런 대목 때문이다.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나도 따라서 달렸지, 늙은이들밖에 없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몰라."


그렇구나. 감기와 웃음만 전염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도, 그 싱싱한 생명력도 이렇게 전염되는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어부 아저씨의 말은 어떤가. 지진이 나던 날, 아저씨는 옆집 중학생이 붙여놓은 쪽지를 보고 목숨을 구했단다. 가족 모두 피난했다는 소식을 알려주는 쪽지가 없었다면 아저씨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집에 남아 있거나 가족을 찾아 헤매다가 변을 당했으리라.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란다. 살다보면 누구나 예기치 못한 재앙 앞에 엎어질 때가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주저앉아 울고만 싶을 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이제 곧 해가 뜰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내화 한 짝을 내주고, 사람들이 탄 수레를 밀어주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의 손을 끌어주는 이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집도 배도 모두 쓸려가고 남은 것이라곤 목숨밖에 없더라도' 우리는 삶을 지속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므로. 그걸 이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 허은미(어린이 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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