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평론가 박숙경 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주신 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꼴뚜기>의 추천글입니다.

 

아이들의 유쾌한 처세술
'처세', '처세술'이란 말을 들으면 두 손바닥 비비는 아부를 연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 실린 처세(處世)란 말은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감. 또는 그런 일.'을 가리킨다.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는 한에야 좋건 싫건 서로 부딪치고, 맞서고, 타협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웃어넘기기도 하는 모든 일들이 다 처세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지혜, 혹은 최대한 이익을 보려는 잔꾀, 그 사이 어디쯤인가에 '처세'가 존재한다. 어른은 대개 어린이가 자신의 관리와 보호 안에 머무르는 미숙한 존재로 여기곤 하지만, 당장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곰곰 생각해보시라. 어른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끼리 얼마나 치열하게 부대끼고 잔머리 굴리며, 얼마 안 되는 자산(?)과 자존심, 권리를 지키고자 하루하루 얼마나 투쟁했는지!

 

진형민의 <꼴뚜기>의 큰 미덕은 어른의 가시권 밖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지를 그렸다는 점이다. 근데 그 '열심'은 어른이 바라지 않는 곳에서 발휘되어 문제이고,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더욱 재미있고 유쾌하다. 처음에 별것 아니었던 별명 붙이기 장난이 점점 가열되더니 반 전체가 노이로제에 빠져들고(「꼴뚜기」), 학원에 가야 하지만 놀고 싶은 아이, 학원에 가고 싶지만 집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는 서로 필요에 따라 시간을 바꾸고(「인생 최대의 위기」), 데이트할 돈이 너무나 필요해서 참고서 살 돈, 학원비에 손을 댔다가 '과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존재론적 고민에 처하고(「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막무가내 선배들로부터 소중한 축구공을 지키기 위해 대들까, 이를까, 참을까... 오만 고민을 다 하지만 결국 '배꼽 아래가 딴딴'해지는 배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축구공을 지켜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고 지지받는 아동문학 중 상당수는 이렇듯 유쾌하고 발칙한 아이들의 이야기였을 터이다. 정말 나랑 똑같고, 내 친구랑 똑같지만, 정작 우리 아동문학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유쾌 발칙한 이 아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 박숙경(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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