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최대한 무해한 욕망

 

 

 

1

 

토요일, 더덕단 친구들(5인 이상 집회 금지 규정 준수)과 일자산을 등반했다. 등산 모임은 물론 아니었다. 치킨 모임이었다. 등산이란 치킨의 풍미를 위해 내 몸에 내가 치는 양념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해본 것이다. 우리는 운동을 위해 모이는 그런 불건전한 건전집단(?)이 아닙니다. 더덕단은 맛집 탐방 모임……이 아니라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이었지, , 맨날 헷갈려.

 

하여간 우리는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일자산을 향했는데, 일자산, 이거 생각보다 작고 귀여운 산이어서 산책길처럼 설렁설렁 떠들떠들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 그곳에는 날쌔고 귀여운 청설모도 있었지만 피트니스 센터에나 있어야 할 헬쓰보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괜히 산 정상까지 와 가지고 뭐 턱걸이를 합네, 데드리프트를 합네 설쳐대며 젊음과 파워를 뿜뿜, 배 나온 늙은이 마음에 공연한 열등감을 심어주는 중이었다. 일자산 등반을 통해 syo가 얻은 것은 그러니까 드넓은 호연지기, 그리고 젊고 몸 좋은 것들을 향한 강도 높은 미움이라고 하면 되겠다.

 

이건 오늘의 이야기를 위한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운동이 치킨을 위한 조미료에 불과하듯이.

 

 

 

2

 

작년 이맘때쯤인가, 한 멤버의 집에서 음악과 댄스가 어우러진 한바탕 폭식 파티가 열렸다. 그때 여42이 모여서 먹어 치운 것이 치킨3, 피자2, 떡볶이2, 아이스크림 케이크……. , 또 먹는 이야기네, 이게 아니라,

 

그때 우리는 그달 읽기로 했던 책을 들고 모였다. 여섯 권의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사진을 찍었는데, 이거다.


syo는 몇층에 사는가

 

우리는 책 주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 풍경을 놓고 한참을 웃고 떠들 수밖에 없었다. , 그러면 각 층에 거주하는 책 주인들의 증언을 한번 들어보자.

 

- 1층 입주민: 좋은 대목에는 플래그를 붙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데나 쉽게 붙여주진 않지. 나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니거든?

- 2층 입주민 : 우오와, 좋아! 여기도 좋고! 저기도! 붙이자! 붙이고 또 붙이자! 풍년일세 풍년이야. 이 책 쩐다!

- 3층 입주민 : 뭘 붙이냐고 귀찮게, 그냥 귀퉁이 접으면 될걸 가지고.

- 4층 입주민 : 책을 접는다고. ! 그리고 저 자잘한 플래그들은 또 뭐야. 조잡하게스리. 플래그는 두꺼워야 제맛이지. 그래야 손가락으로 집고 그 페이지로 바로 찾아가기 쉽다고.

- 5층 입주민 : 그냥 줄을 그어요. 어휴, 옆구리 너덜너덜하게 왜 저래.

- 6층 입주민 : 플래그와 너덜너덜이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는 부당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군. 플래그의 위치를 조금만 공학적으로 제어한다면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지. 

 

플래그가 옆으로 길게 튀어나온 책을 책장에 꽂았다가 꺼냈다가 반복하면 이내 플래그 귀퉁이가 이리저리 접히고 구겨진다. 그렇게 되면 뭐랄까, 술 취한 말미잘의 촉수 같달까, 무지개색 겨드랑이 털 같달까, 하여간 그런 식의 현란하고 심란한 비주얼이 도출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syo는 플래그를 아주 바짝 붙이는 편이다. 양장본은 표지의 가로 길이가 내지보다 당연히 길고, 반양장의 경우에도 책날개가 꺾이는 부분이 내지보다는 1mm 정도 돌출되어 있다. 그래서 플래그를 붙일 때 그 끝이 내지보다 1mm 정도 돌출되게 바짝 붙이면 제아무리 책을 꽂고 꺼내도 플래그가 접히는 일은 거진 없다. 물론 처음에는 몇 번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길이를 조절하는 일이 생기긴 하지만, 숙련도가 오르면 절로 해결될 문제기도 하고, 또 양손을 사용하여 신중하게 붙이는 일에는 일종의 변태적인 즐거움조차 뒤따른다. ‘여러모로 완벽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래서 syo는 다들 이렇게 하는 줄만 알았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인간이란, 불을 사용하는, 도구를 만드는, 언어로 소통하는, 생각하는, 그리고 플래그를 바짝 붙이는 동물 아닙니까? 호모 플래그바짝붙이리우스.

 

아니었다.

 

,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는 서로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문명의 조우가 언제나 그렇듯 결과는 전쟁이었다. syo는 그날 책 귀퉁이를 접는 사람보다 더 크게 규탄당했고, 특출나게 집요한 인간이라는 멍에를 썼다…….

 

 

 

3

 

플래그에 얽힌 비슷한 사건도 있었다. 재독 삼독을 하다 보면 이전에 붙여놓았던 플래그를 떼어낼 일도 생긴다. 이 플래그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돈 주고 살 때는 희한하게 비싸다는 느낌이라 늘 재사용을 시도하게 된다. 어디 붙여놨다가 떼서 다른 책에 붙이는 것.

 

역시 더덕단 채팅방에서 이 재사용 플래그의 보관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인간의 다양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붙이는 위치 하며 방법 같은 게 정말 제각각인 것이다. 다른 친구들의 방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syo의 눈에 그것은 혼탁한 카오스에 한없이 가까웠다고만 말해두겠다. syo는 책 읽는 테이블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냉장고 옆면에다 붙여놓는데, 그렇다고 손만 뻗어서 틱 붙여놓는 건 아니고, 이렇게 붙여놓는다.


우리집 냉장고 옆면의 사정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넌 역시 집요하다며 박수를 치며(안 봐도 UHD) 좋아했지만, syo는 사실 저 플래그들의 오와 열이 완벽하게 맞지 않다든가, 색깔별로 정렬되어 있지 않다든가 해서 늘상 마음이 불편하다…….

 

 

 

4

 

플래그에 얽힌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친구는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그리고 그 흥미는 그의 놀라운 선물 센스와 어우러져 이런 생일선물로 표현되었다.

 

치킨 말고 3시 방향

 

저 한 통의 플래그는 40이 다 되어가는 syo의 평생 받아본 생일선물 가운데 센스와 만족감에서 아주 손꼽히는 선물이었다.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이 치킨집에서 우리 테이블에 앉은 우리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이 웃음 포인트였다. 환장해서 책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누가 플래그 한 통을 생일선물로 받고 좋아할 것인가. 환장해서 책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누가 플래그를 한 통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좋아할 거라고 예측하고, 그렇게 예측한 자신의 미친 센스에 스스로 감동할 것인가. 또 환장해서 책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누가 필통을 굿즈로 받겠다고 책을 한 바구니 주문하고, 그렇게 구한 필통이 마음에 썩 안 들던 찰나에 좋은 필통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가 선물로 받은 저 플래그 한 통이 탐스러워 눈을 떼지 못하고 그러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서로의 마음을 찰떡같이 이해하겠는가 말이지…….

 

읽는 사람들의 물욕이란 이렇게 귀엽고 안온하다. 이것만 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5

 

참 그리고, 그 눈빛, 점 봐주시는 분이 그 눈빛만 쏴주면 남자들이 다 넘어간다고 했다던, 그래서 어디 한번 보자고, 나한테 해보라고 내가 청했던 그 눈빛, 그래서 마지못해 한번 해보던 그 눈빛, 그 눈빛을 마주 본 내 눈빛이 눈으로 침 뱉는 눈빛이었던 거 사과합니다. 시켜놓고선 그랬네요.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먹히지 않은 거라고 우리는 서둘러 합의했지만, 사실 내가 뱉은 침-눈빛도 최선을 다해 뱉은 가래침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우리가 눈빛으로 할 수 있는 맥시멈이 어디인지 다 확인하지 않은 거잖아요. 정말 다행이죠?

 

 

--- 읽은 ---

 


140.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9


- 일독(190828)

- 재독(210424) 


책에 대한 신뢰가, 정확히 말해서, 책의 번영과 위대성에 대한 신뢰가 아직 살아 있던 시대의 지식인에게 책이란 어떤 것일지 가늠해 보곤 한다. 아무리 내가 책을 사랑한대도 그들의 책과 나의 책은 다를 것 같다. 어쩌면 같은 단어조차 아닐지 모른다. 오늘 우리가 책의 생존을 이야기할 때면 그래도라는 접속사가 자연스럽다. 종이책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낙관적인 사람조차 사라지진 않을 거야라는 말끝을 선택한다. 그야말로 가장 비관적인 낙관이다. 애초에 여기가 누구도 책의 위엄을 의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면,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라는 말이 태어나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에 웅장하지만 슬픈 파문을 던지는 일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든 운동은 과연 책에 기초하는가? 정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운동 역시 책에 기초하는가?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라는 제목에 매력을 느끼고 이 책을 꺼내 드는 사람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책에 기초해 운동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책의 존엄 증명이 불필요하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증명이 작동하지 않는다. 늘 그게 슬픈 일이다.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지만, 읽으면 읽고 읽지 않으면 읽지 않는다. 읽지 않음은 어떻게 읽음이 되는가. 읽지 않음과 읽음 사이의 경계선은 때로는 한달음에 넘을 수 있는 도랑처럼 작고 얕은데, 때로는 대륙과 대륙을 나누는 산맥처럼 높고 험난하기도 하다. 신비롭다.

 

나는 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측량할 수 없는 광활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그것이 주는 환희에 나를 맡기는 법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겪는 모든 확장의 중요한 부분, 소위 말하는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갈망', 우리 본질의 가장 훌륭한 점인 이 모든 거룩한 갈증은 늘 새로운 체험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도록 고취하는 책의 기지에 빚지고 있다.

_ 슈테판 츠바이크,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141. 위험한 법철학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 //소 옮김 / 들녘 / 2020

 

철학 비전문가 혹은 비전공자, 그러니까 철학으로 밥을 벌지 않는 아마추어 독서가가 철학을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를 정말 오래 고민했다. 아무래도 폼난다는 게 제일 큰 소득일 듯. 왜냐하면 사람들은 철학을 잘 안 읽으니까. 사는 게 좀 쉬워지는 효과가 있지만 매사가 그렇지는 않다. 쥐뿔만큼 나은 인간이 된 것 같긴 한데, 철학 말고 다른 어떤 장르라도 이만큼을 읽었으면 이 정도는 되는 게 당연하겠다. 어쩌면 그쪽이 더 나았을지도. 철학이 그러할진대, 심지어 철학이라는 장르는 취미 독서가에게 무슨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런 게 있긴 할까?

 

저자는 법철학이 상식이라는 썩은 연못의 물을 퍼내는 삽 같은 힘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글쎄, 다 읽었지만 그게 과연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한 설득력이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가볍고 재미있다. 그렇게 쓰려고 애쓴 흔적이 눈에 띈다. 개그 욕심도 있다. 그 욕심은 언제나 좋은 욕심. 일본 사람들은 빵빵 터졌다지만, 또 그 정도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의존하며, 그 안에 자신들의 욕망, 악의, ()을 던져 넣어왔던 것, 그것이 바로 상식이다. 상식이라는 웅덩이는 긴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투기해온 자기에게 불리한 것의 축적에 의해 탁해지고 더러워지고 악취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려 하지 않고, “다 그런 거지 뭐.” 하며 손을 대지 않은 채로 두었다.

  법철학은 그 상식이라는 웅덩이를 전부 퍼내고 그곳에 인간사회의 음지 부분을 찾아낸다. 상식 위에서 전개되는 법철학은 말하자면 인간사회의 양지 부분밖에 비추지 않는다. 그러나 깨끗한 것더러운 것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이성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계약에 의해 국가사회를 만들고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옛날이야기의 뒷무대, 언터처블한 음지의 세계를 직시하고 갇히지 않은 두뇌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법철학의 진면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_ 스미요시 마사미, 위험한 법철학

 

 

 


142.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

 

syo는 내가 좋아하는 글이면 남들도 다 좋아할 거라고는 착각하지 않을 만큼 철이 들었지만, 동시에, 내가 진짜 엄청, 겁나, 미친 듯이, 아주 그냥, 좋아서 환장하는 글이면 남들도 다 좋아할 거라고 순진하게 믿을 만큼 철 안 든 녀석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신형철 별로던데-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심으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 신형철 선생님이 호불호를 탄다고? 이 아름다운 글이? 진짜? 그건 왜냐하면 내가,

 

신형철 선생님의 글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진짜 엄청, 겁나, 미친 듯이, 아주 그냥, 좋아서 환장했기 때문이다. 모든 글이 다 좋아서, 어느 한 대목 짚어 감탄하지 않고 그냥 끝나는 글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사랑하면 그런다. 내 새끼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객관적으로, 내 새끼 너무 예쁘지 않냐? 라는 말을 100% 진심으로 하게 된다. 이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게 된다. 이런 건 인간의 한계라기보다 그냥 인간의 생김인 것 같다.

 

작가 같은 게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는 정말 다종다양하다. 너무 잘 쓴 글을 만나서 내 것이 짜쳐 보일 때마다 그런 마음을 굳혀 나가는 게 주된 양상이지만, 신형철 선생님의 경우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쐐기를 박게 한다. 이런 것이다. syo가 쑥과 마늘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 착한 곰처럼 꾸준히 읽고 쓰고 그러다 운까지 따라준다면, 내 나이 50에 이르러 35세의 선생님이 쓰셨던 정도의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그 일을 반복한다면 내 나이 80쯤 이제 50세의 선생님이 쓰신 것과 나란히 놓을 만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름다운 글을. 그러나 그런 선생님조차 신형철 별로던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거라면, 나란 인간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듣게 될 것인가! , 세상에 나가지 말자. 쑥 꺼져, 마늘 치워…….

 

저런 내적 북치고-장구치고와는 별개로, 나는 여전히 선생님의 글을 너무 사랑한다. 좋은 글을 지어 올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능력들의 신체적 은유, 그러니까 눈, , , , 엉덩이, , 가슴 같은 모든 쓰기-기관들에 관해서 생각하건대, 나는 선생님의 그 기관들을 몽땅 훔쳐 와서 내 안에 채워 넣고 싶다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무례한 욕심을 종종 부린다.

 

<킬링 디어>의 첫 장면을 가득 채우는 것은 뛰고 있는 심장이다. 이 장면은 말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심장이다. 심장은 언제나 제 주인만을 위해 뛰고, 계속 뛰기 위해서만 뛴다. 타인의 몸속에서 뛸 수 없고 타인의 슬픔 때문에 멈추지도 않는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에게 한계다. 그러나 이 한계를 인정하되 긍정하지는 못하겠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슬퍼할 줄 아는 생명이기도 하니까. 한계를 슬퍼하면서, 그 슬픔의 힘으로, 타인의 슬픔을 향해 가려고 노력하니까. 그럴 때 인간은 심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슬픔을 공부하는 심장이다. 아마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겠지만, 그러나 시도해도 실패할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나.

_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 읽는 ---

피에 젖은 땅 / 티머시 스나이더

심신 단련 / 이슬아

읽는 직업 / 이은혜

열과 엔트로피는 처음이지? / 곽영직

200년 동안의 거짓말 / 바버라 에런라이크, 디어드러 잉글리시

내가 사랑한 공간들 / 윤광준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 / 나가노 히로유키

나의 첫 파이썬 / 에릭 마테스

스스로를 아는 일 / 앙드레 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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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4-26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장해서 책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상 누가 플래그를 한 통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좋아할 거라고 예측하고, 그렇게 예측한 자신의 미친 센스에 스스로 감동할 것인가.˝ 나 이 글 읽고 쥐고 있던 마우스 내던졌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넘 웃겨,,,,근데 우리 쬐끔 비슷한 구석이 있어 괜히 허탈하네...

syo 2021-04-26 10:41   좋아요 1 | URL
비슷한데 왜 허탈해요 ㅋㅋㅋㅋㅋㅋ 싸우자, 그리고 이기자, 우리 집요한 사람들이여!

수이 2021-04-26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워 ☺️ 라고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하고 말았다 이 귀여운 사람들 보소 라고

syo 2021-04-26 10:4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혹시 사돈이세요? 왜 남말하세요?

페넬로페 2021-04-26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층 입주민이면서, 은근히 플래그 비싼데, 그래도 천 원샵에서 파는건 좀 품질이 안좋고~~소중한 내 책에 붙이는 건데 메이커 있는 제품을 사야지^^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1인입니다.
신형철님에 대한 글,
격하게 공감하며 넘 재밋게 읽었어요😊😊

syo 2021-04-26 10:43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맞습니다. 플래그는 아무래도 삼엠이지요....

그리고, 맞아요, 일자산은 언덕이지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고치셨지만, 이미 늦었어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21-04-26 11:09   좋아요 2 | URL
아니, 페넬로페 님은 일자산이 언덕이란 걸 아시는 분이란 말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4-26 11:12   좋아요 1 | URL
그럼요!
딱 치킨 먹기 좋은 곳이죠^^

syo 2021-04-26 11:17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니, 작년에 올림픽 공원 다녀온 글을 썼을 때,
페넬로페님께서 그때 거기 계셨다는 댓글을 다셨던 게 기억나네요^-^

다락방 2021-04-2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기다린 보람이 있는 글이네요. 이 부장님이 바쁜 와중에도 글 올라왔나 자꾸 들락거렸다규요!! 이제 편한 마음으로 일해야겠다. 그럼 부장은 이만 가요. 안녕!

syo 2021-04-26 10:44   좋아요 1 | URL
아, 부장님이라니, 거듭 생각해도 정말 어마어마한 친구란 말이지? ㅎㅎㅎ

잠자냥 2021-04-26 12:52   좋아요 1 | URL
아니, 다 부장님, 부장님답게 치킨 한 여섯 마리는 쏘셨어야죠. 섭섭합니다.

다락방 2021-04-26 13:58   좋아요 1 | URL
아시다시피, 저희가 입이 짧아서요..

=3=3=3=3=3

라파엘 2021-04-26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래그를 붙일 때 너덜거리는 게 싫어서 표지 사이즈 안쪽으로 붙여요. 그리고 쇼님이 냉장고 옆에 붙여두는 것처럼 저는 책상 한쪽에 나란히 붙여두지요. 그런데 쇼님과 마찬가지로 책상에 붙여둔 플래그가 균일하지 않은 게 신경쓰여서, 언젠가부터는 북다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syo 2021-04-26 11:19   좋아요 2 | URL
라파엘 님의 간증(?) 말씀에 힘이 납니다. 역시 호모 바짝붙이리우스들!!
하지만 북다트는 너무 비싸요... 어흑ㅠㅠ

라파엘 2021-04-26 11:34   좋아요 1 | URL
북다트가 비싸기는 하지만, 사용할수록 점차 접착력이 떨어지는 플래그와 달리, 북다트는 반영구적으로 재활용하며 사용할 수 있기에... 인생을 길게 보고 북다트를 구매합니다 ㅋㅋㅋㅋ

syo 2021-04-26 23:41   좋아요 1 | URL
그렇게 보니까 그러네요. 설득력 있다.....
저도 저 선물받은 플래그까지만 소진하고 다음에는 북다트를 이용해볼까 봐요.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1-04-26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래그를 쓰는 사람이 많군요. 신세계네요. 포스트잇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만 써봤는데~ 치맥이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ㅎㅎ

syo 2021-04-26 23:4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치킨은 어떻게 찍어도 크게 나오니 이것 참 신비로운 일이지요.

2021-04-2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엄청 꼼꼼하시네요!ㅋㅋ 암튼 영업당해서 집에 있는 사랑의 정확한 실험이었나 그 책 읽어봐야겠어요. 맛점하세요^^

syo 2021-04-26 23:42   좋아요 1 | URL
ㅎㅎㅎ 오랜만의 영업활동이었네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단발머리 2021-04-26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ㅎㅎㅎ
호모 플래그바짝붙이리우스님! 오래오래 건필하세요!

syo 2021-04-26 23: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2층 주민이셨던가요?

잠자냥 2021-04-26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 님이 6층 입주자죠? 아니 저렇게 붙인단 말이에요?! 그리고 여기 입주자분들은 플래그 다 옆면에 붙이시는구나.... 그것도 놀라워요. 전 책 위쪽에 붙이거든요. 그리고 저도 플래그 왠지 아까워서 재활용하는 사람인데요. syo님은 냉장고에 저렇게!!!! ㅋㅋㅋㅋ 놀라워라. 전 그냥 책 맨 앞장에 붙여둡니다. 가끔 그걸 확인 안 하고 알라딘 중고에 책 팔러 가면 점원이 책 확인하다가 그 플래그 뭉텅이 발견해서 친절하게 ˝이건 처리해 드릴게요˝하면서 냉큼 버리는데... 아아앗! 다시 돌려주세요 하기도 뭐하고 그저 참 아깝습디다. ㅋㅋㅋ

syo 2021-04-26 23:47   좋아요 0 | URL
저도 누워서 책 보다가 플래그 떼면 책 앞장에 붙여놓습니다.
그러다 날 잡아서 다 냉장고로 옮기지요 ㅎㅎㅎ
저런 작은 것들이 이상하게 아깝단 말이지요? 사람 심리 알 수 없다니까요 정말.

반유행열반인 2021-04-26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층에 사는 애이름 syo라지요 S.Y.OOO

syo 2021-04-26 23:45   좋아요 1 | URL
아, 어린 시절 동요 테이프에서 듣던 정겨운 노래 🐶

Angela 2021-04-26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플래그는 위에 ㅎㅎ

syo 2021-04-26 23:45   좋아요 1 | URL
깃발이라는 것은 옆으로 펄럭이는 것입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1-04-26 14: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3층 주민이올시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3m 선물 누구예요!? 정말 센스 쩔어서 내친구였음 좋겠다!! 으흐흐

syo 2021-04-26 23:46   좋아요 0 | URL
그러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슬프게도....
그럴 수 있다해도 그건 그거대로 또 슬프다.

공쟝쟝 2021-04-26 23:48   좋아요 0 | URL
...... 맞네... 그건 그거대로 슬프다.... 쓱쓱(눈물을 훔친다)🤧

바람돌이 2021-04-26 16: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여긴 3층 주민이 대세인듯..... 음 저는 2층 주민입니다. 뭐든지 일단 붙이고 보자. 그러면 무언가 하나는 건지리라라고 할까? ㅎㅎ syo님의 6층 입주보다 냉장고 옆면이 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늘 알았네요. 우리 친해지기는 힘들듯해요. ㅠ.ㅠ

syo 2021-04-26 23:47   좋아요 1 | URL
집요한 스타일 싫어하시나 봐요? 왜요? 왜 싫어해요? 왜?(집요)

바람돌이 2021-04-27 00:31   좋아요 1 | URL
저런거 줄세워서 붙여놓으면 막 떼서 겹쳐놓는거 취미예요. ㅋㅋ

syo 2021-04-27 11:37   좋아요 0 | URL
아.... 안녕히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4-26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우리 윗집 청년은 어쩜 이렇게 글을 맛깔나게 쓸까? 플래그 다 씹어먹을 뻔했네~ 저는 플래그란 무엇인가?에 한 표인 5층 입주민입니다. 책 한 번 읽으면 중요 문장이랑 페이지 이런건 그냥 외워지잖아요? 독서토론 할 때 누가 얘기하면 아~ 그 125페이지 넷째줄? 그러잖아요. 하하!
-호모플래그바짝붙이리우스에 대항하는 호모허세관종데우스가

syo 2021-04-26 23:49   좋아요 2 | URL
만날 일 생기면 플래그 하나 꼭 드릴게요.
힘내세요, 툐툐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뒷북소녀 2021-04-27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여드릴 수 있다면 제가 플래그를 재사용하기 위해 떼놓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저렇게 질서정연하다니. 세상에!!!

플래그를 보면 6층 아니신가요? (플래그를 아주 바짝 붙이는 편이다!)
2층은 다이소 플래그 같은데...
syo님 냉장고에 붙여져 있는 플래그는 3M이 많은 것 같고...

syo 2021-04-27 11:5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저는 최상층 거주자입니다. 으하하하하.
그리고 저 냉장고 사진도 제 눈에는 무질서의 발현으로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1-04-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치킨에 비루만 눈에 들어옵니다.

syo 2021-04-29 22: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려했던 바입니다.

하나의책장 2021-04-3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번에 한 박스씩 사 구입하고선 따로 선물하거나 나눔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책에 붙힌 대로 놓고 있거든요. 냉장고 옆 빼곡하게 줄지어 놓고 재사용하는 것도 나름의 아이디어네요^^ 아! 그리고 저도 syo님 말에 동감하는 게 색별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뭔가 개운한? 느낌이 없어서 syo님처럼 마음이 살짝 불편해요ㅎ 아마 제 성격엔 색별로 흐트러짐없이 정렬시켜 놨을지도ㅎㅎ

syo 2021-04-30 09:21   좋아요 0 | URL
이런 건 이래저래 피곤한 성격입니다.
특히 흐트러지는 인간과 같이 살다보면 고통받는 건 늘 이쪽, 편한 건 늘 저쪽 같고....
그럼 이쪽은 잔소리를 하게 되고, 저쪽은 ‘괜한‘ 잔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내탓이오, 내탓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