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 오늘 입대했다. 의정부 306 보충대로.

어제 저녁 대전에 사는 우리 가족은 서울로 총출동을 했다. 엄마, 아빠, 내 동생. 서울역에서 상봉한 우리 가족은 근처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의 원룸으로 들어왔다.

작은 방에서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했다. 이렇게 네 식구가 한 방에 모여자기는 이십 몇 년 전 단칸방살이를 하던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네 식구의 멤버가 어제와 달랐다. 그땐 내 동생은 태어나기도 전이었으니까. 내 동생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딸만 둘이던 우리 집에 늦동이로 태어난 막내다.

아침부터 집안이 들썩했다. 성미가 급하고, 늘 초긴장 상태인 우리 아부지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빨리 채비를 하라고 성화를 대셨다. 1시까지만 들어가면 되는 의정부 훈련소인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

의정부역에 도착하니 노란 셔틀버스가 있다. 훈련소 가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버스였다. 나는 부대에서 운영하는 버스거나, 입소날에만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영업 버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군부대 앞의 식당에서 손님을 끌어가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 셔틀버스를 타고 군부대까지 간 사람들은 그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근데 식당엔 버섯불고기, 딱 한개의 메뉴밖엔 없었다. 평소엔 다른 메뉴도 있겠지만, 가려놓은 상태였다. 오늘 같은 날 한몫 잡자고, 손님을 빨리 빨리 갈아치우기 위해 한가지 메뉴로 통일을 시켜버린 것이다.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어 밥도 잘 안 넘어가는데, 무조건 고기를 먹으라하니... 곤혹스럽다. 이런 건 인터넷 지식모, 같은 데에 올려놔야 한다. '의정부로 훈련 들어가는 분들, 의정부 역에서 노란버스 타지 마세요. 육질도 질기고, 서비스도 그닥 좋지 않은 곳에서 무조건 버섯불고기를 드셔야 한답니다.'

연병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친구와,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온 빡빡머리 예비 군인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스탠드에 앉아 있으니 사열하라는 방송이 들린다. 애써 여유로운 척 호기를 부리던 남동생이 일어난다. 이 자식, 인사도 제대로 않고 운동장으로 걸어간다.

앗, 근데... 코가 시큰해져 왔다. 나도 동생 군대보내는 이 광경이 신파가 될 줄은 몰랐다. 평소 '걔는 군대가서 고생을 좀 해야 정신차린다'를 지론으로 삼아왔던 나인데... '뒤 안돌아 볼테니까 울지 말라'는 둥 똥폼 멘트를 날리는 녀석에게 '이거 안 울면 섭섭하다는 얘기로 들리는데?'라며 갈궈준 나인데...

녀석은 터벅터벅 걸어 비슷한 모습을 한 사내들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아이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끝까지 시선으로 쫓았지만, 더 이상은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백명의 훈련병들 사이로 동생은 묻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녀석은 한동안 자신의 존재를 다르게 위치지어야 할 것이다. 응석받이 막내아들에서 이름없는 훈련병으로, 이병 아무개로, 일병 아무개로, 상병 아무개로... 그렇게 2년이 지나가면 아이는 돌아오겠지. 좀더 자란 모습일까? 아니야 바라지도 않지. 그냥 몸성히 돌아오는 거... 그것 하나만 바라자.

저녁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밥은 먹었냐, 집엔 잘 내려갔다, 하는 일상적인 대화였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맹맹하게 콧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니 많이 우신 모양이다. 엄마의 눈물은 언제나 날 슬프게 한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만, 엄마의 눈물잠긴 목소리라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가 녀석을 낳고 키우며 느꼈던 희노애락 같은 것이 갑자기 나를 덮치는 듯하여 가슴이 먹먹해졌다. 처음으로 품안의 자식을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 그동안 수백만, 수천만의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울었겠지만, 나 자신은 한번도 실감해보지 못했던...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아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버스 창밖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라디오에선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많이 내리고 버스는 종점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에 나 또한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두었다. 이 눈물은 군대간 그녀석이 아니라 순전히 엄마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 부디, 그녀가 딱 오늘 하루만 울었으면 좋겠다.

...

전보다 자주 전화하고, 더 자주 집에 내려가야겠다. (나도 철 좀 들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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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편의 수필이네요 말 그대로......(그런데 그 셔틀버스 문제는 정말이지 ㅡ ㅡ) 2년의 시간 그렇게 떨어진다는 것이, 그리고 그 단체 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고들 말하더라구요. 그런데 군대는 동생분께서 가시는데 정작 착해지는 쪽은 sunnyside님이 되실 것 같은데요? 그러고보니 첫 코맨트인 것 같네요. 게으름의 소치이니 너그러이 이해를 ㅡ ㅡ;;;;

starrysky 2004-06-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서 많이 외롭고 슬프시겠어요. 아들네미 군대 보낸 어머니들은 아무리 씩씩하고 대범한 분이시라도 한동안은 늘 눈물로 지새우시더라고요. 하긴 좋은 데 보낸 것도 아니고 그 힘든 군대로 들여보내놓고 돌아서시는 발걸음이 오죽 무거우시겠습니까. 집안의 텅 비어버린 자리는 또 얼마나 크고요..
sunnyside님께서 위로 잘 해드리고 동생의 빈 자리를 가능한 한 채워드리세요.

mannerist 2004-06-2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하셨군요. 의정부 306보충대 가는 애들에게 언제나 해주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의정부역 앞 버스 이야긴데요. 전날이라도 페이퍼 쓰셨더라면 말씀드리는건데요. 역 근처의 값싸고 양많으며 덤으로 무료버스도 운영하는 음식점을요. 의외로 착한 음식점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헌혈증 한 장을 주면 돌솥설렁탕 두 그릇을 공짜로 주는 곳도 있었구요. 매너의 동료들, 이덕택에 피 팔아 가끔 잘 먹었다죠. ㅋㅋㅋ... (매너의 근무지는 의정부역과 바로 붙어있는 부대여서, 오며가며 조금 줏어들었습니다)

동생분 몸 건강하시길 빕니다. 의정부 306보충대에서 가는 부대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악명높은 모모사단은 피해가시길, 6주 훈련 무사히 받으시길, 몸 건강히 사랑하는 누이와 가족들 품에 2년(매너 전역하고 세달인가 후 두달 줄었음 T_T) 후 무사히 안기길 빌겠습니다.

sunnyside 2004-06-2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의 시종님, 감사합니다. 첫멘트 남겨주셔서, 그리고 위로해 주셔서요.. 정말 제가 많이 착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자주 내려가지도 않고 전화도 않는 못된 딸이었답니다.^^;
starry sky님, 우리 엄니는 지금쯤 잠에 드셨을까요?... 그리움과 적막함에 몸을 뒤척이고 계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매너님, 그게 그랬군요! 미리 말씀드려 조언을 구하는 건데... 저도 의정부 갔다가 악명높은 모모사단에 들어갔던 친구가 있어서 우려는 되지만.. 뭐, 별일 있겠나요. 잘 다녀오겠죠. ^^

찌리릿 2004-06-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당분간 어머니께서는 밥상을 대하실 때마다 우실겁니다. TV에서 젊은 군인들이 나와도 우실거구요.
동생도 자다가 문득 깨고는 여기가 집인지 어딘지 몰라 한참 멍해하다, 20초가 안지나 어둠 속에서 여기가 훈련소 내무반이구나... 하고는... 집을 그릴겁니다.
이렇게 아들과 부모님은 가장 사랑하는 마음을 각자, 멀리서 나눌겁니다.
가장 효자가 되고, 가장 아들을 그리는 시간...
하지만... 3번째 나온 휴가에서 집에 도착한 아들은 "엄마 오늘 계모임 간다. 국 끓여놨으니 데워먹어라"는 자기방에 붙여진 포스트잇을 보게 된답니다. ^^

저도 괜히 1995년5월의 그날들이 생각나네요. 오래전의 일인데... 어머니를 생각하고, 내무반에서 새벽에 잠깐 깼을 때의 그 막막함이 생각나... 눈이 찡해졌습니다. ㅋㅋㅋ

ceylontea 2004-06-2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분..건강히 잘 다녀오시기를..
서니사이드님.. 부모님께 전화 자주하시고.. 더 잘 찾아뵈세요..
음.. 저도.. 그래야 겠어요..

nutmeg 2004-06-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사람 마음 엄청 찡하게 만드네 ㅠ.ㅠ 어서 통일이 되고 의무로 군대 안가도 되고 그런 세상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대학 다닐 때는 2000년이 통일원년이 될 거라 확신했었는데!) 하지만 덕분에 써니사이드 님이 조금 더 효녀가 되신 건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결혼하기 전에 부지런히 효도해요. 물론 결혼하고서도 하는 거지만 조금이라도 이를 때 시작해야 (요즘 나의 생각 ;;)

水巖 2004-06-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 자주 문안드리세요. 우리 어머님은 장남인 내가 군대가고 6개월이나 밥상받으시고 우셨답니다. 나중에 휴가 나와서 살이 피둥피둥 찐(부엇겠죠)모습 보시고 다음부터 우시지 않었다고 하더군요. 막내니 오죽하시겠습니까.

sunnyside 2004-06-23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리릿님,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엄마 계모임 갈테니, 국 데워먹으라고 할 수 있는 날. ^^; 내동생이 마음이 너무 여려서... 울 엄마, 원래는 강하신 분인데 나이가 드시면서 예전 같지 않으시더군요. 두 사람,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서 서로를 생각하는 관계에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실론티님, 맞습니다. 오늘도 빼먹지 말고 전화해야겠어요.
예린님, 제가 정말 효녀가 되어야하는데.. ^^; 예린님도 요즘 부쩍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시나봐요. 조금이라도 이를 때에 효도하는 게 정답같네요.
수암님, 감사합니다. 요즘은 많이 짧아져서 망정이지... 예전에는 어머님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셨을까요..
 

간만에 친구가 고향에서 올라와 어제 오늘 신나게 놀았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김치참치찌개에 갈치구워 밥 먹여주고(옆에서 같이 먹고), 점심은 메뉴판닷컴에서 맛집까지 검색하여 또 맛있게 먹여주고(옆에서 신나게 같이 먹고 -.-) 겨우 차를 태워 내려보내고 나니 저녁 6시. 그래도 저녁은 굶을 수도 있고, 뛸 수도 있겠구나 안도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컴텨도 하고, TV도 보면서 슬슬 뛰러 나가볼까 기다리던 참에 울리는 전화 한 통. 친구다.

"뭐해~" (불안하다)
"엉... 그냥 있어."
"나 우울해" (설마 했던 바로 그말)
"..."
"나 지금 만나 줘."(올 것이 왔구나...)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특별한 건 아닌데, 그냥 우울해.."

아, 만땅 뛰고 션하게 씻고 배고프기 전에 자야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9시가 다 되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갔다. 생맥주 3잔에 과일안주는 구경만 하고, 친구 새로 옮긴 직장 얘기며 연애문제에 말 되지도 않는 조언이랍시고 지껄이고 나니 11시가 되었네.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뛰어야 한다. 뛰어야 해.

조깅화를 갈아신고 밖으로 나가 급한 마음에 뛰다보니 딸국질이 난다. 술도 먹었겠다. 바람도 시원하겠다. 횡경막이 놀란 모양이다. 일곱 걸음 뛸 때마다 한번씩 딸국질을 해대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래도 뛰다가 걷다가, 평소의 코스를 다 돌고는 왔다. 마음만은 위안이 된다. 몸무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었겠지만. -.-

가혹한 주말이 지났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흐억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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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6-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달리기 열심히 하신거 마신 술이 배로 안가게 하는 효과밖에 못 보겠군요..

비로그인 2004-06-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ㅋㅋㅋㅋ

sunnyside 2004-06-1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러게 말이에요.
폭스바겐님, 저를 계속 비웃어 주세요. 흑.

진/우맘 2004-06-14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딸꾹질하며 뛰는 서니님을 떠올리니....ㅋㅋㅋㅋㅋㅋ

水巖 2004-06-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리고 자기가 정한 목표를 향해서 뛰는 서니님도 아름답다.

sunnyside 2004-06-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
 

오래간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편 보았다. 제목은 '2004 트랜스 십이야'. 제목에서 살짝 짐작 가능하듯 '트랜스 십이야'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바꾸어 각색한 연극이다. 세바스찬은 세바스, 올리비아는 올리, 오시노는 오시아가 되어 좌충우돌 한바탕 사랑놀이를 펼친다.

연극은 끝도 없이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10여명의 청춘남녀가 엇나간 사랑의 화살표로 인해 얽히고 섥히다가 연극이 끝날 때 쯤이면 세 커플이 탄생해 있다. 배를 잡게 하는 폭소도 수 차례, 중간 중간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세미 뮤지컬로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대형 공연과 비교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소극장 공연이라 배우들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한 공연이라 하겠다. 한참 데이트를 시작한 청춘남녀가 본다면 정말 딱일 듯 싶다. 아마 이 연극을 보면 행복의 수위가 위험 수준을 오바하지 않도록 조절을 잘 해야 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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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4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side 2004-06-1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제목은 '트랜드'가 아니라 '2004 트랜스 십이야' 입니다. ^^;

비로그인 2004-06-1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이거 봤어요. 아직까지 공연하고 있다니 인기가 식지 않는 모양이네요. 토끼소녀로 나왔던 여자분이 불렀던 노래가 너무 좋아서 찾아봤던 기억도 나구요. 여장한 남자배우, 한마디할때마다 객석이 뒤집어졌었는데, 새삼 그 때 생각이 나니 즐겁군요^^
 

페이퍼가 당분간 다이어트 일지가 될 듯한 불길한 예감. -.-

오전 9 : 00 - 아침마다 생식을 먹는데, 너무 맛이 없어 달달한 바나나 우유에 타마셔야 한다. 문득, 바나나 우유에는 칼로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이 든다. 그래, 앞으로는 생수에 타 먹어야겠다. 그나마 내가 비위가 강하니 다행이지. (농협 풍OO 생식 너무 맛이 없어요. -.-;)

점심 12 : 00 -점심으로 백반을 먹었다. 밥은 반 공기만. 늘 밥 한 공기를 꼬박꼬박 먹던 나이니, 이따 저녁 때 허기가 지면 어떡하나? 배추된장국에 들어있는 배추를 모두 건져 먹었다. ^^;

오후 2 : 00 - 커피는 모름지기 설탕 두 숟갈, 프림 두 숟갈 넣은 다방 커피가 '왔다'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지론도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부터 블랙커피로!

저녁 7 : 30 - 회사 동료인 예린님의 집에 놀러 갔다. 이제 결혼 생활 100일 하고도 5일째를 맞는 예린님, 사는 모습이 예쁘다.

버뜨뜨... 나는 오늘 예린님의 집에 놀러가서 먹었다. 또 먹었다. 계속 먹었다. -.-

예린님의 집에서 내가 먹은 것들 - 밥, 불고기, 생선구이, 교촌치킨, 엑설런트 아이스크림, 백세주, 맥주, 오징어, 땅콩, 감자칩... 배 부르다. 시간이 너무 늦어 뛸 수도 없다. 오늘 다이어트 완전 실패 T.T

에잇~ 오늘만 날이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 첨부터 새롭게 시작이닷! (자기 정당화의 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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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6-1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다이어트 하신다고 하실길래..그런줄 알았는데...오늘보니 왠걸~ ㅋㅋ아침하고 점심은 살이 안찐다고 하던데..안그런가요?? 내일도 뜨거운 태양이 뜨고 날은 새털같이 많으니 뭐~ 맞습니다. ^^

nrim 2004-06-12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어트는 역시 힘든 일이군요.. 아무리그래도.. 점심은 반공기만 먹고 어케 버티나요... 오후 내내 밥 생각만 날듯;;;;

sunnyside 2004-06-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길래 말입니다. 블랙커피 마신다고 호들갑이나 안 떨었음 좀 나았을 것을... 저를 마음껏 비웃어주세요. ^^;; -.-;;

찌리릿 2004-06-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칼로리 계산은 I win! ㅋㅋㅋ

superfrog 2004-06-1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보고 나니 배고파요..하려 했는데 뒤로 가니 풍성해지는군요..^^

조선인 2004-06-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찌리릿님을 향했던 공격이 써니사이드님을 향한 오발탄이었나봅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다시 화이팅!!!
저희들이 응원하고 있는 거 아시죠?

sunnyside 2004-06-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감사... 새로운 태양이 떴습니다. 다시 홧팅이죠! 현재까지 물한모금도 안 먹었음. (지금 막 일어났거덩요. =.= )

진/우맘 2004-06-1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어째 이거, 패색이 짙은데.... 박쥐 진/우맘, 다시 서니님 편으로 붙을까?^^;;;

sooninara 2004-06-1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안먹으면 나중에 더 먹게 되는데..아침을 챙겨 먹으세욥!!!!

2004-06-12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side 2004-06-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아침... 다이어트 땜이 아니라 게을러서리 잘 안 먹게 됩니다. 생식으로 버티고 있습죠. -.- 아침을 잘 먹으면 아무래도 점심 저녁을 적게 먹어도 버티기가 쉽겠죠? 그게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될 텐데.
그리고, ... 님 너무 감사드려요.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금주... 이게 관건이로군요. 흡~)

2004-06-12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4-06-1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어딘가에서 보았던 도무지 이해 안될 사람들이 떠오르는군요. 맥도날드같은 데 가서 다이어트 콜라 주문하면서 감자튀김 큰거 시키는 사람들요. =)

비로그인 2004-06-1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채 발아생식은 두유에 타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오. 4개월째 먹고 있는데, 살은 안 빠지지만 몸이 좀 맑아지긴 한다오. 밥은 졸라 천천히 먹으면 반공기만으로도 배가 엄첨 부르게 다오. 넘들 한 그릇 먹을 시간에 반공기 먹는 속도로 먹어보시오. 포만감이 장난이 아닐 것이오. 그리고 집에 생식을 몇개 두고 저녁에 도저히 못 참겠으면 생식을 타 드시오. 생식 하나에 160Kcal 밖에 안 나가오. 모쪼록 다이어트에 성공하시어 다음에 볼 때는 부디 "아... 선희씨가 여자였지"하는 생각이 좀 들게 해주시오. 그제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소이다. 홧팅!

sunnyside 2004-06-1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 주공, 이 얼마만의 서재 행차이십니까? '졸라 천천히..' 꼭 기억하지요. ^^
매너리스트님, 잘 돌아오셨죠? 저는 감자튀김을 안 좋아해서 다행.. ^^;
...님, 님의 조언은 오늘 충실히 따른 것 같습니다. 첫째도 소식, 둘째도 셋째도 소식! ^^
 

다이어트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외모 관리'에 대한 분석. 그동안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던 여성의 몸, 그리고 그에 대한 고민과 분열을 사회적, 정치적 영역으로 끌고나와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본다. 즉, 개인의 선택이라고 여겨지던 '다이어트'가 사회적으로 강제된 규율이자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이 책은 먼저 다이어트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여성으로 인정받기'와 '여성으로 일하기, 성공하기'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그리고 산업으로서, 동시에 엄격한 자기 검열의 일상화로서의 다이어트가 어떤 파장을 초래하는지를 인터뷰와 풍부한 자료 수집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끝으로 '미인대회'를 비롯하여 여성을 몸 안에 가두려는 시도를 여성들이 어떻게 도전해왔는지를 살펴보고, 그 전망을 제시한다.

==============

<다이어트의 성정치>. 한때 이런 책들을 읽으며 비분하던 나였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여성의 몸은 전쟁터가 되고 있으며, 우리는 매스미디어의 강요와 성공 이데올로기의 속박 속에서 자신의 몸을 학대하게 된다. 또한 한해 수조원에 달하는 다이어트 산업의 이면에는 여전히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극빈층의 존재에 눈을 감는 양극화된 사회 구조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다... 이 얼마나 타당한 말씀인가?

버뜨... 지금의 나는 다이어트의 늪에 빠졌다. 이데올로기가 어떻고 자기 부정이 어떻고 간에 나는 살을 좀 빼야 쓰겄다. -.-;;

나는 키가 다 자란 고등학교 때부터 여태까지 근 10년 간 몸무게의 변화가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나마 평균에 속하는 몸무게를 잘 유지해 왔는데.. 아, 너무 호시절이었나? 요 몇달간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약 3kg 가까이 살이 쩌버렸고, 덜 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5kg까지 더 나가고 있다. 게다가 앉아서 주로 일하는 탓인지 살이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붙어 접히는 뱃살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살을 빼긴 빼야겠다 마음은 먹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나라는 인간의 천성이 본디 속되고 의지가 박약하야 그냥 마음만 먹어서는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와 같은 인간 부류에게 그나마 가장 잘 먹히는 방법은 바로 '내기'이다. 그것도 눈 앞에서 현찰이 왔다갔다 하는 내기. 때마침 사내의 '찌모' 팀장님께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계시는 바, 찌모 팀장님과 나는 살빼기 내기에 돌입하기로 결의한다.

찌모 팀장님과 나는 승부욕을 가장 자극할 수 있는 내기 방법을 찾는 데에 골몰하였다. 우선 금액은 5만원, 5만원씩 내어 총 10만원을 이긴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으로 한다. 기간은 6월 말까지로 하되, 너무 길면 해이해지기 쉬우니 중간에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방법을 생각하다 처음에는 주마다 승패를 가려 다승자가 가져간다(==> 그러나 실제 몸무게 결과와 내기 우승자가 다를 수 있다), 주마다 1만원씩 정산하고, 마지막 주에 나머지를 정산한다. (==> 1만원이 너무 작아 승부욕이 안생긴다)... 등이 나왔지만, 결국 생각해낸 건 이렇다. 10만원을 먼저 만든다. 그리고 난 다음에 일주일마다 몸무게를 재서 처음 기준보다 더 많이 뺀 사람이 10만원을 가져간다. 스코어가 역전될 때마다 돈의 주인은 바뀌고 맨 마지막 주의 승자가 영원히 갖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머니가 왔다갔다하니 자극도 되고, 역전의 기회도 노릴 수가 있으니 나름의 스릴도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요즘 재미를 붙인 달리기를 좀더 열심히 하고 저녁 식사 정도만 조절하면 된다. 아이스크림, 과자, 땅콩 등 군것질은 금하고, 음식은 볶음 튀김보다 찜, 구이로 조리한다. 물, 야채, 과일을 많이 먹고 술 마실 때 안주는 조금만 먹는다. 가능하면 달리기는 빼먹지 않는다.

최종 승부의 날, 앞으로 D-21! 그리고 오늘 첫날, I win! 난 오늘도 달렸고, 찌모 팀장님은 술을 먹었을 것이다. (혹... 술을 먹고 토하는 거 아냐? 경험상 다이어트에 '왔다'는 술 먹고 옴팡지게 토하는 건데. ^^; ) 역시나.. 내기가 걸려 있으니 의욕이 용솟음치는구나. 움하하. 승리의 그날을 위해 전진 또 전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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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서가 2004-06-10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음식으로 미끼 던지기'를 써먹으시압..ㅎㅎ

찌리릿 2004-06-10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조선남자님 : 푸하하하... 조선남자님... 저는 이제 음식에 미련을 버렸습니다. 나무아미타불관셈보살...

to sunnyside님 : 공수부대 시절 쓰던 공수다이어트의 진수를 선보이겠습니다.. ㅍㅎㅎㅎ

sunnyside 2004-06-1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조선남자님...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셨군요. '음식으로 미끼 던지기' 수법은 필살기로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찌리릿님, 지난 번엔 '특공대'시라더니, 이번엔 공수부대라 하시는군요. 특공대든, 공수부대든, 귀신잡는 해병대든 다 나오라고 하세요. 푸하하~

nutmeg 2004-06-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당신 둘, 서로 몸무게를 공개했단말야???? (판돈 30% 준다하면 찌모씨에게 방해공작 들어가겠소~)

마태우스 2004-06-1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주인에게만 보이기-
써니사이드님 화이팅! 제가 님 편인거 아시죠??

sunnyside 2004-06-1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근데 설마 님도 '판돈'을 노리시고...? ^^; )
^^;; 예린님, 그나저나 찌모씨보다도 내일 제가 더 걱정이에요. 말로는 '쳐들어가' '냉장고를 거덜내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는데... 실상은 이렇답니다. 낼 저만 안 먹이셔도, 도와주시는 겁니다. ^^;;

조선인 2004-06-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니사이드님 응원할래요.
찌리릿님 방명록에 '음식으로 미끼던지기'하러 갑니다.
슈우우웅~

starla 2004-06-1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다들 서니사이드님을 응원하시는군요 @.@ (역시 인생은 잘 살고 봐야...)
그렇다면 방해 들어가야지 (으하하)

내일 예린님과 서니사이드님과 제가 저녁식사 약속이 있는 관계로, 찌팀장님 저만 믿으십시오. (8:2 오케?)

찌리릿 2004-06-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2 ? 음..
저의 어렵고 눈물겨운 사연을 들어봐주세요. 제 동생이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한다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어려운 시골 살림에 어렵사리 학원비와 용돈을 마련하여 지금 저의집에 기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시생에게 음악듣는건 정말 고단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낙이겠지요. 그런데 제 동생은 아직도 테입을 넣어 듣는 워커맨으로 힘들게 음악을 듣고 있더란말입니다. 테입은 길거리에서산 '3초만에 확 터진다. 5월 최신히트가요'라는 제목의 테입이었습니다.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내 동생이.. 저런 걸 듣고 있었구나.. 다른애들은 mp3플레이어다 mp3폰이다뭐다해서.. 신나게 듣고 있는데.. 내 동생은 저렇게 어렵게 살고 있었구나..
그래서 저는 동생에게 mp3플레이어를 사주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또 무이자할부로 구입을 하자니.. '이거 아니다'싶었습니다. 그래서.. 써니사이드님의 돈 5만원이 탐이 났던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인간이 아니라 가젯트처럼 그런 이상한 인간도 아닌 그런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몸무게 10킬로 쯤이야 자다가 코만 살짝 긁어도 빠질 수 있답니다.
이 돈으로 어렵게 공부하는 제 동생에게 멋진 mp3플레이어를 사는데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제 동생에게 삶의 희망을 주십시오.

99:1 어떨까요? 더 드리고 싶지만.. 제 동생의 음악에 대한 꿈마저 빼앗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전에 사다주신 <체지방 감소를 위한 에너지 다이어트 드링크 - Slim-up>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팅 하겠습니다. ^^

진/우맘 2004-06-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이 세기의 대결, 계속 생중계 부탁드려요!!!

sooninara 2004-06-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중계로...불쌍한 찌리릿님..써니님이 단단하게 맘 잡으셨네요..
누가 이길지 알라딘 가족들도 내기나 할까요?

sunnyside 2004-06-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
김명남님, 아직도 찌리릿님을 모른단 말씀이십니까? 님도 제가 승리하리란걸 몸으로는 예감하고 계실텐데요. 하하하 (글고 내일은 좀 봐주시오잉.. ^^; )
찌리릿님! 이제 앵벌이 전법까지?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이, MP3 플레이어를 사겠다는 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진/우맘님, 매주 결과 보고하겠습니다. ^^
수니나라님, 붙으세요, 붙어~ ^^

진/우맘 2004-06-1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감기 치료 받으러 갔다가, <비만 클리닉 오픈>에 혹해서, 지방분해 주사 얼마냐고 물어보고 왔다는....-.-;;;

sunnyside 2004-06-1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알라딘 마을 분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오널 다이어트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