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동네 놀이터에서 부케를 태웠다. 그 부케는 지금으로부터 100일전, 그러니까 2월 28일날 회사 동료이자 좋은 벗인, 어떤 신부가 던진 걸 내가 받은 것이다. 신부의 부케는 받은 사람이 잘 말렸다가 100일이 되는 날 태워주면 (원 부케의 주인인) 신부 신랑이 잘 살게 된다고 한다.

부케가 생각보다 잘 타지를 않아 집에 있는 올리브유를 뿌려 보았으나, 별 달리 발전이 없었다. 주변에 있는 마른 나뭇잎을 모아서 덮은 후에 겨우 겨우 부케를 전소하였다. 신나가 반의 반 컵만 있었어도 정말 '신나'게 태울 수 있었는데.. 쪼금 아쉽다.

놀던 놀이터의 아이들이 "어디서 타는 냄새 난다"고 하더니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하시는 거에요? 왜 태워요? 어른도 불장난해요?" 꼬마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난 차근히 대답해 주었다. 애들이 집에 들어가서 엄마한테 이를까봐다. 난 나쁜 짓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얘들아. 이건 좋은 일이야.

부케를 모두 태우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있는 모래로 잔불을 껐다. 부케를 싸고 있던 레이스는 기념으로 간직해 두었다.


 

 

 

 

 

 

 

 


 

 

 

 

 

 

 

 

 

 

 


 

 

 

 

 

 

 

 

사실 이 부케는 내가 태어나 처음 받는 부케이다. 보통 부케는 결혼 계획이 있는 신부의 친구가 받기 마련인데, 난 이제껏 결혼 계획이 있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신부가 부케를 줄 분은 따로 있었는데, 그 분이 갑작스레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내가 받게 된 것이다. 흐흐, 이렇게 나에게도 기회가 온 거다.

항간에는 부케 받은 처자가 6개월 이내에 결혼을 안하면 5년인가, 6년인가를 시집 못간다는 풍문이 있기도 하다. 농담으로 이런 우려를 보내는 이들에게 나의 대답은, 앞으로 6개월에 한번씩 부케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 는 거다. 넘어지면 3년 산다는 삼년고개 짝이다. 삼년이 가기 전에만 또 넘어지면 되니까 나도 6개월이 지나기전 부케를 또 받음 된다. 히히.. 근데 이제 80일밖에 안 남았는데, 또 기회가 올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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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6-0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르지요~ 부케 또 받기 전에 휘까닥(?) 어찌 될지....장성한 처자들 앞날은 모르는 거라니까요~~~^^

nutmeg 2004-06-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고마워요~ 그리고 80일 안에 노력해보겠소 ㅜ.ㅜ (제 옆자리 사람을 꼬득임이...)

조선인 2004-06-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부케에 그런 사후작업이 요구되는지 처음 알았네요.

jinwoo68 2004-06-0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시다니 감사 감사!!!
80일 전에 좋은 일 생기길 빕니다. ^^

부케 주인공 신랑... ㅋㅋ

sunnyside 2004-06-0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진/우맘님 부디 그런 사고 일어나길 빌어주세요. 휘까닥~
조선인님, 저도 이번에 부케 받고 첨 알게 되었답니다. ^^

sunnyside 2004-06-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케의 주인공들이 행차해 주시다니, (부군께서도!!) 느므 영광입니다.
부케는 홀라당 자알~ 탔습니다. ^^ 두분 오래 오래 행복하실 거여요. 제 공 잊으심 안됩니다. 하하~

마태우스 2004-06-0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부케를 태운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봐요. 글구 서니사이드님은 한미모 하시니까 80일이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사료됩니다.

sunnyside 2004-06-0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사실 그건 사실입죠. ^^; 미모만 됩니까? 사는 집 있지, 밥그릇 국그릇도 두 개씩, 숟가락 젓가락도 짝 맞춰 다 있습니다. 들어올 사람만 있음 되는데. ㅎㅎㅎ (말할수록 웬지 점점 비참해져감이.. ^^;;)

연우주 2004-06-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년전에 부케 받은 적 있는데...^^ 앞으로 4년 더 기다려야 결혼을 할 수 있으려나...저도 몰랐어요. 저런 풍습 있는 줄.

sunnyside 2004-06-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랏빛우주님, 무슨소리! 님은 80일 안에 저에게 부케를 던져주실 수 있는 유력 후보군 중 한명이십니다. ^^;

아영엄마 2004-06-0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서도 마태우스님은 미모를 논하시는구나..^^; 서니사이드님이 예린님의 부케를 받으셨군요.. 그런데 예린님의 부군이 blueboy?
그나저나 알라딘에 상주하는 결혼적령기의 처녀총각들, 그리고 이미 적령기를 넘긴 노처녀,노총각들을 위한 자리가 한 번 마련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

sunnyside 2004-06-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파악하신 그대로입니다.
글고 처녀 총각 자리 만들기.. (아, 부끄..) 이제야 제 본심과 의도를 알아주시는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가와요~

연우주 2004-06-0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잘못 짚으셨어요. ^^ 800일이 지나도 힘들지 몰라요...^^
 

파리 한마리가 방에 들어왔다. 아까 잠깐 쓰레기 봉투를 버리느라 문을 연 사이에 들어온 것 같다.

파리가 인간적으루다가.. 너무나 컸다. 형광등 사이를 윙윙 날아다니는 그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파리가 나가게끔 베란다 문을 열고 팔을 휘휘 저어보았지만, 여전히 파리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불빛 주위를 맴돌았다. 지가 나방인줄 아는 모양이다. 방안의 불을 끄고 베란다 문을 열며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귀찮아졌다. 그리고 저기 모기약이 눈에 보였다.

칙~ 모기약을 벽에 붙어 있는 파리에게 뿌렸다.
그리고... 내 방엔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그 큰 덩치의 파리는 온 몸에 모기약을 묻힌 채 발광을 하며 좁은 방 안을 날아다녔다. 성난 투우처럼 맹렬한 기세로, 보란듯이. 에잇, 한번 더 뿌려주마. 칙~

아, 나의 패착이여. 그쯤에서 다시 한번 베란다 문을 열고 파리를 내보냈어야 했다. 퍽~ 퍽~ 모기약 범벅을 한 떡대 파리는 전광석화처럼 빠린 속도로 동서남북, 천장과 방바닥까지 제 몸으로 찍고, 내 머리를 스치고 침대에도 앉을 뻔 하다가 (T.T) 결국 냉장고 뒤에 쓰러져 마지막 발버둥을 쳤다. 난 그야말로 뭉크의 그림에 나오는 절규하는 사람처럼 머리를 감싸쥐고 소리를 질렸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파리는 마지막 붙은 숨을 온통 몸부침 치는 데에 소모했다. 날개를 방바닥에 대고, 멈출 듯 하다가 파르르 떨었으며 긴 여섯개의 다리는 오무라들며 생을 마감하는 듯 하다가도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허우적대었다. 아... 모진 목숨이여. 도대체 '파리 목숨'이란 말을 만든 자, 누구인가?

냉장고 뒤의 파리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내 손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 모진 생을 연장하며 공포의 소음을 냈다. 내 파리 목숨의 끝이 이렇게 처절한 줄 알았더라면 그와 함께 밤을 지낼 망정 모기약을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밤 꿈자리가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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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6-01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ly였군요. Paris인 줄 알았습니다. 파리의 매너. -_-;;;;;;;;;;;;

비로그인 2004-06-0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모기약으로도 파리가 목숨을 잃을수도 있군요. 종종 애용해야 겠습니다.

sunnyside 2004-06-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그게 다 매너님을 제 서재로 모시기 위한 네이밍이었습죠. ㅎㅎ;
폭스바겐님, 절대비추입니다. 파리한테 모기약 뿌리지 마세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파리도, 저도요.. 흑.

마태우스 2004-06-0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길 조심하세요
-파리 대변인-

진/우맘 2004-06-0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서니님의 필력, 장난이 아닙니다.(아닌데요, 라고 썼다가...방금 김지님 서재에서 충격을 먹고 와서...데요인지 대요인지 잠시 고민하다가...에라 모르겠다.TT)
근사한 단편 소설을 하나 읽은 기분입니다.^^

파란여우 2004-06-0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은 파리까지 조심하셔야 한다니까요...아이 구찮어라. >.<
-동병상련의 파란여우-(오마나~ 왜들 째려보시죠?)ㅎㅎㅎ

sunnyside 2004-06-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태우스님도... 파리채 조심하세요. ^^;
진/우맘님, 왜 이러세요~ 아.. 몸둘바를 몰러, 몰러...
파란여우님, 아... 그랬구나. 어쩐지 그 파리넘이 나를 막 덮치려고 하더라구요. ㅋㅋ

sooninara 2004-06-0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빛모임에서 곤충박사님의 말씀...모기도 죽이지 않고 모기장을 치고 자면서 상생을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자고....파리도 죽이지 않으려면 모기장을 사세요..
그리고 밤새 고통스러웠던 파리를 생각하면..파리에겐 파리약을 뿌려~~주세요...

책읽는나무 2004-06-0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럽의 그파리인줄 알았습니다...ㅎㅎㅎ
앗!! 첫코멘트 남기네요...^^
여러서재에서 익히 님의 이름을 보아왔었는데....알라딘 관계자라는것이 영~~ 거리감이 들더군요!!.....전 왜 이리 낯가람이 심한지........ㅡ.ㅡ;;
하지만....단골서재에서 종종 이름을 뵈오니....금방 친해진듯한 기분에....그냥 안면몰수!!
글남깁니다....ㅎㅎㅎ

sunnyside 2004-06-0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말씀지당! 올 여름엔 모기 파리랑 한번 공생을 해볼까요...(하고 한번 생각을 해보지만, 영... 설레설레. -.- ^^; )
책읽는 나무님, 반갑습니다~ 저도 님의 이름 많이 뵈었어요. 볼 것 없는 서재에 들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서재에선 그냥 알라딘 마을 주민이고만 싶은 알라딘 관계자랍니다. ^^ )

mannerist 2004-06-0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 멋지게 걸려들었군요. 냐하하하~~~-_-;;;;

아... 파리나 모기 생포하는 법입니다. 비누나 중성세제로 비눗물을 만들어서 그걸 스프레이에 넣구 파리나 모기에게 발사하면 날개가 젖어서 날지 못합니다. 그냥 물엔 안되도 비눗물엔 되더군요. 어린 시절 몇 번 해 봤는데, 하고 난 다음 꼭 스프레이의 물 갈아넣으세요. 그거 잊어먹었다 아버지 옷 다리시는 어머니께 뒤지게 맞은 적 있습니다. (비눗물로 흰 와이셔츠 대려 보시면 왜 매너가 죽도록 맞았는지 아실 겝니다. ㅎㅎㅎㅎ)

sunnyside 2004-06-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비눗물에 젖으면 못난다... 그런 파리가 어쩜 모기약에는 그렇게 펄펄 잘 날아다녔는지. -.-;
다음번에 또 날아오면 한번 시도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물은 꼭 갈아준다! 저는 죽도록 때려줄 엄니, 아부지랑 같이 안 살아서 다행입니다. 다만 제 발등을 찍겠죠. 내가 우째 그랬을까잉.. ^^;
 

생갈비 1인분, 안창살 2인분, 과일안주, 대구포, 황도, 콘치즈, 낚지볶음... 을 포기하고 다녀온 운보네 집.

운보 김기창 화백의 집에 일욜에 다녀왔습니다. 청주에서 버스 두번 타고 한 시간 쯤 가야 하는 위치에 있었구요. 내려서 1km 쯤 걷다 보니 나오더군요.

운보 김기창 화백은 꽤나 유명하지요. 가장 유명한 작품은 1만원권 지폐에 나오는 세종대왕의 모습일 것입니다. 김기창 화백은 1만원권에 나오는 세종대왕의 영정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군마도, 태양을 삼킨 새, 청산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한... 그야말로 '국민화가'라 칭할만한 분입니다.

운보네 집은 아주 이뻤습니다. 운보의 생가와 갤러리, 미술관, 운보의 묘, 연못 등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었는데요. 운보가 살았던 기와지붕 집이 너무 멋져서 저 또한 말년에 이런 곳에서 유유자적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다녀와서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뭐 올릴만한 멋진 그림이 없나... 그.런.데... 찍은 사진을 다시 보니 어찌나 촌스러운지요.

제 사진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어디에서 찍은 것인가를 나타내는 글씨가 반드시 있다. "운보 갤러리"

- 경직된 정자세를 하고 있다.

- 손만은 V 자를 그리고 있다.

저도 Kimji 님처럼 멋진 사진을 올리고 시픈데.. 왜 맨날 글씨가 보이는 배경에 V자를 그리고 있는 것인지... ^^; 촌스러운 인간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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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서가 2004-05-25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성 깔끔하고 차림새 댄디한데 포즈 조금 낡은 거야.... 사진 되게 깜찍하게 나오셨습니다..

sooninara 2004-05-2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뻘쭘하군요..^^ 그게 써니님의 매력이라니깐요...
그런데 누구랑 같이 가셨어요..껀수 있었으면 용서해주고...별거 없었으면 용서 못해요..
번개 빠지고 간건데...

Smila 2004-05-2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V자..... 근데 사진찍을 때 V자 포즈잡는 사람치고 못된 사람을 못 봤다니까요^^

sunnyside 2004-05-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남자님, 말투 너무 재미있어요. ^^
수니나라님, 용서해 주세요. 흑... 껀수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죽하면 제가 비가 오길 바랬겠어요. ^^;
ㅋㅋ, 부디 제가 '스밀라님이 본 V 자 포즈 잡는 사람 중에서 최초로 못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요..

진/우맘 2004-05-25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포즈는, 예진양에게 좀 배우셔야 하겠군요. 그리고, 촉촉 오징어와 모듬 소세지가 빠졌습니다.^^;

2004-05-25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4-06-1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운보의집에 다녀오셨군요. 저는 목련과 개나리가 한참인 봄에 다녀왔던지라, 5월의 운보의 집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말끔하게 잘 꾸려져있죠? 아, 거기서 아주 가까운 곳에 클레이사격 하는 곳도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답니다!) 그 곳에 가시게 되는 줄 알았더라면 귀띔이라도 드릴 것 그랬어요. ^>^
페이퍼에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라고, 이렇게 인사 드립니다. 아, 운보의집에서 보았던 연못의 잉어가 생각이 나네요-

sunnyside 2004-06-1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더라구요. 연못의 잉어, 저도 생각납니다. 갖고 있던 빵을 뜯어줬더니 어찌나 치열하게 튀어오르던지. ^^;
참, 그 소리가 클레이 사격 소리였군요. 옆에서 총소리 같은게 나긴 나던데... 사실 그날 저희는 운보네집을 보고, 어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청주시내에 가서 팥빙수를 사먹었답니다. ^^; 알았으면 클레이 사격이나 함 해볼걸 그랬네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에겐 고약한 술버릇이 있다.

술을 먹으면 졸린다는 거다.

술과 졸음과 나, 에 관한 쓰라린 경험이 참 많다.

소개팅을 하는 자리에서 술을 먹다 존 적이 있다. (앞에 사람을 앉혀두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냐면...

우리 회사는 충정로, 우리 집은 상암동, 집에 가려면 충정로에서 2호선을 타고 합정에 가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수색'역에서 내려야 한다.

오늘도 술을 거나하게 먹고, 지하철을 탔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눈을 떠보니 신도림이다. -.-

오늘은 약과다.

얼마 전에는 신촌에서 술을 먹고 상암동에 가는 버스를 탔다.

역시나 잠깐 눈을 붙였다 떠보니... 시청 플라자 호텔 앞이었다. 그새 무슨 일이 벌어졌냐 하면, 신촌에서 상암을 갔다가 종점에서 돌아서 다시 신촌을 지나 시청까지 간 것이다. 그래서 난 다시 신촌(술을 마셨던 장소)까지 가는데에 정확히 한 시간이 걸렸다.

이 역시 약과다. 또 지난 번엔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 압구정에서 영화를 보고 술을 한 잔 하고 지하철을 탔다. 또! 눈을 잠깐 붙였다가 눈을 떠보니... 봉화산이다. 봉화산이 어디냐면 우리 집에서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탔을 때 종점인 역이다. 집과 반대로 지하철을 타고 끝까지 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12시 반...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면서 피눈물이 났다.

심각하다... 다 큰 아녀자가! 술만 먹으면 존다. 여태 아리랑치기를 안 당한게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나의 술버릇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지금도 술기운에 헤롱헤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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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5-18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는 술버릇이 나아요. 안 취했다고 큰소리치며 나중엔 목소리 커지고 막 웃고 필름 끊길 때까지 먹어보자 형보단..ㅠ.ㅠ ^^

진/우맘 2004-05-1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의 호어스트 방법을 써 보세요.
-----가방 속에 알람시계를 넣어서 다니는 겁니다.
하긴, 핸폰이 있으니 시계 안 넣어 다녀도 될 것도 같고.^^
(서니님 너무 귀여워요~~~)

sunnyside 2004-05-18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창피해라...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술먹고 들어오자마자 주절주절 늘어놓았을까요.. -.- 어젯밤에 그 일만 있었던게 아니로군요. 감자전 부쳐먹을라고 쇼핑몰에서 산 매직방앗간(믹서기 이름입니다)을 들고 오다 지하철에 놓고 내렸습니다. 아아~ 전 왜 이럴까요? T.T

sooninara 2004-05-18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전>>>>>>>>>>>>>>매직방앗간이라구요?
저는 아직도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 해먹는데..팔빠지겠어요...
아리랑치기..조심하세요..^^

마태우스 2004-05-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조심하셔야겠어요. 님처럼 미인은 더더욱!!!

sunnyside 2004-05-1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수니나라님... 믹서는 무슨 믹서입니까? 저도 그냥 강판에 갈아먹을래요. 팔뚝에 힘도 기를겸.. (지금도 넘쳐나지만. ^^;)
마태우스님,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04-05-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이야기가 나오니 하는데 전 지하철 태어나서 2번 타봤습니다. 국보급이죠 ^^

sunnyside 2004-05-1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사시는 모양이네요. 저도 대학 들어가기 전에는 지하철 타본 기억이 손에 꼽습니다. 요즘엔 지하철만 타서 지상 지리에 오히려 어둡습니다만.. ^^;

찌리릿 2004-05-2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옆에서 보건데, 술을 드시고 * 버서/지하철을 잘못 타거나 더 가거나 * 지갑, 핸드폰 등을 잃어버리거나 * 믹서기와 같은 좀더 큰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하는 일이 없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직 우리나라가 그렇게 범죄 발생율이 높은 나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술 같이 먹다가 11시 정도 되면... 조시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죠. ^^ (너무 적나라했나.. ㅋㅋㅋ)

저도 예전에(2001~2년도 한창 술 많이 먹을 때, 지하철에서 졸다가 2호선 한바퀴 돌기도 많이 했죠..) 이런 적이 많아.. 아래와 같은 방법을 써보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을 겁니다.

방법은 술을 한잔이라도 했을 경우
1. 지하철, 버스에서 절대 앉지 않는다. 자리가 텅텅 비어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자리에 앉지 않는다.
2. 가방, 짐 등은 절대로 몸에서 떼지 말것. 무겁더라도 들고 갈 것.

이 외에도 * 버스나 지하철, 택시에서 내릴 때 핸드폰과 지갑 있는지 확인하고 내리기
* 출발할 때 아는 사람한테 전화하고, 내리기 전에도 한번 전화하기 (계속 통화를 하면서 가면 좋겠지만 핸드폰 요금땜에...)
등이 있겠지만.. 일단 술이 취한 상황에서 하기 힘든것이곘지요.

파란여우 2004-05-2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이세요? 에구 그럼 술을 어캐 믿고 마셔요?(동병상련~~윽 하는 소리들이 많이 들리네...)^^

sunnyside 2004-05-2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파란여우님이 웬지 끌리더라구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

ceylontea 2004-05-2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술마시면 왜 그리 졸음이 쏟아지던지...
요즘은 술을 안마셔서 어떨지 모르겠어요...
술이 싫어졌다라기 보다는 술 마시고 집에 오는 것이 싫어요.. 그래서 주로 남편하고 집에서 간단히 맥주 한 캔 정도 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일 좋더군요..
결혼전에 일하던 곳과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주로 회식을 하면 집근처가 되어서 1,2차 끝나도 걸어서 10분이내에 집에 도착했지요... 그래서 술 먹고 차 타고 집에 가고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하더군요... 요즘은 집에서 남편하고 맥주 마시고 뻗어서 자버리게 되니, 밖에서 술 마시고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밖에서는 술 마시지 않습니다...
 

어제는 이중생활하는 친구의 '약점을 잡아 위협'한 대가로 얻어낸 (-.-) 야외 오페라 <카르멘>을 보러 잠실주경기장에 갔다. 당초 비가 오락가락 하여 오후까지도 공연여부가 불투명했었는데, 어쨌든 공연은 강행되었고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공연은 정확히 저녁 8시에 시작하여 밤 12시가 다 되어 막이 내렸다. 매우 긴 시간 동안, 많은 출연자들이 등장한 대형 공연이었는데,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진행되었다.

무대는 작년에 같은 장소에서 했던 오페라 <아이다>와 비교했을 때, 스펙타클한 맛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국이나 전쟁과 같은 거대한 소재가 아니라, 궁핍한 시절의 도시, 집시의 소굴 같은 곳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잡한 도시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쓴 흔적은 역력하였다. 무대에 오른 인원이 매우 많았는데, 시대의 의상과 소품을 완벽하게 갖춘 배우들이 많을 때는 수 백 명씩 무대에 한꺼번에 있었다.

스크린도 훨씬 시원스레 펼쳐져 있어서 (주경기장의 3층을 모두 뒤덮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오페라를 즐길 수 있었다. 가지고 간 오페라 글라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물의 동선과 각도를 섬세하게 포착해낸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도 또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카르멘을 맡은 엘레나 자렘바는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역동적인 연기로 열정에 사로잡힌 집시 카르멘을 표현하였으며, 돈 호세 역을 맡은 호세 쿠라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연기와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다.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는 과연 감탄을 자아낼만하였다.

팜플렛을 보니 남자 주인공 역의 호세 쿠라가 세계 4대 테너라 하였다. 의심 많은 나,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집에 와 '4대'와 '테너'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4대 테너라 불리는 사람은 호세 쿠라 말고도, 로베르토 알라냐, 안드레아 보첼리.. 두 명이 더 있다. 세계 3대 테너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4대 테너'를 만들어 넣고 싶은 사람은 끼워 넣는 것이다. 알고 보면 지구상에는 '4대 테너'라 불리는 사람이 한 스무명쯤 더 있는게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오페라 카르멘에는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이 나온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투우사의 노래>일 것이다. "랄라라 랄라 라라라라라~" 이렇게 되풀이 되는 노래, 캡슐에 싸인 유산균들이 장까지 행진할 때 나오는 그 멜로디 말이다. 이 음악이 오페라의 마지막까지 몇번이 흘러나오는데, 통통 튀는 유산균들이 자꾸 떠올라 혼났다.

카르멘은 아름다운 집시 여인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 병사의 삶이 끝내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병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하게 된 집시 여인이 그 사랑을 배신하자, 결국 여인을 죽이고 만다.

"죽을만큼 위험해야 사랑이다" ? 이게 이번 오페라 공연에 쓰이는 메인 카피인데.. 글쎄... 난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게 오페라니 망정이니 실제 일어난 일이었다면..? 사회면 구석을 차지하는 수많은 치정 살인사건의 딱 그 모습이다.

-- 스페인 OO시 경찰서는 어젯밤 시내의 한 투우장 근처에서 애인(카 모씨, OO세)을 칼로 끔찍하게 살해한 혐의로 전직 군인 돈 모씨를 체포하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돈 씨는 변심한 애인과 말다툼 끝에 이러한 짓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 씨는 "애인 때문에 직업도 고향도 모든 것을 버렸는데, 다름 남자 때문에 자신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남성이 여성을 살해한 사건의 70%는 남편이나 전 남편, 애인이나 전 애인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여성이 남성을 살해한 경우에는 단 10% 만이 이러한 애정 관계로 얽힌 적이 있는 비율이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 포장된 비이성적인 집착의 결과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인의 변심을 '죽음'으로 응징하는 어이 없는 사태는 벌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사랑이란 이름의 비극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것이 옳겠다. 흠...

또 딴길로.. 그러나 저러나 위 정도의 감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게 용하다. 사실은 너~무 추워서 오페라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가 챙겨온 잠바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밤 늦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려니 말도 못하게 추웠다. 칼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뼛속이 시리고, 피곤하여 눈은 졸린데... '여기서 졸면 죽는거야~'라는 비장한 각오로 끝까지 눈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다. 다음 번에 또 가게 된다면 좀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 다짐하며...

우쨌든 오페라와 함께 한 봄날의 밤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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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5-16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사이드 버젼의 카르멘 관람기..잘 보았습니다..ㅎㅎ..
치정 살인극이라니..저도 괜히 무섭네요..오페라의 유령 볼때는 좋았는데..가정경제가 힘들어서 문화 생활을 안하게 되는군요..아이다와 카르멘을 다 보셨다니 부러버요...

ceylontea 2004-05-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카르멘 티켓을 신청 선착순으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B석으로 2장 받았지요... 애당초 제가 가려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동생과 동생친구에게 보러 가라 했지요... 1막 끝나고 9시쯤.. 너무 추워 집으로 간다고 전화가 왔더군요... 기대했던 것 이하라고.. 추위에 감기 걸릴 각오하고 보기 힘들다 하더군요..
전.. 오페라던 뮤지컬이든..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가 제일 좋더군요... 너무 넓으면 잘 보이지도 않잖아요...
세종문화회관은 좌석이 너무 안좋아서.. 비싼 돈 주고 보기 아까와요...
엘지아트센터는 작아서 나름대로 잘 보이기는 하나 규모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튼... 서니사이드님... 추운데... 고생하셨습니다 그려... ^^

sunnyside 2004-05-1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자식도 남편도 앤도 업는 제가, 돈 쓸 구석이 어디 있겠습니까? ㅎㅎ; 사실은 저도 주로 얻어볼 수 있는 것만 봅니다. 제 돈 주고 보기엔 마니 아깝지요..
실론티님, 저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좋습니다. 맨 꼭대기층만 아닌면 볼만 하더군요. 잠실 같은 데서 하는 공연은 오페라를 보는게 아니라, 오페라 DVD 상영회를 보는 것 같기도 해요. 무대 위 인물들은 너무 작고, 스크린을 통해서만 보게 되니까요. ^^; 그래도 나름대로 잼있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