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1일 마지막 밤을 박정현, 이승환 라이브 콘서트와 함께 했다.

공연이 밤 11시 30분 부터 시작이었던지라 회사에서 10시 넘어서까지 버티다가 공연장인 올림픽 공연 체조경기장으로 출발.

가보니 공연 10분 전이었는데, 다른 가수들의 오프닝 공연이 하고 있었다. 리사? 휴? 뭐 이런 발라드 가수들이 저마다 자기들의 노래를 부르고 이번 콘서트에 대해 덕담을 했다. (근데 이럴거면 공연 시작이 11시 반 이전이라고 알려줘야 하는것 아닌감? 난 시간에 맞춰 가느라 오프닝 공연을 거의 못봤으니...)

공연은 박정현 무대로 먼저 시작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가창력이 나올까? 너무나 부럽다아아아.


이승환이 그 다음 무대를 이어받았다. 라이브 무대가 끝내준다는 풍문을 확인할 기회가 그동안 없었는데, 직접 보고, 음... 인정.

그 다음 3라운드 격으로 박정현 이승환이 함께 나와 들국화의 사랑일뿐이야, 그리고 귀간지러운 듀엣곡, O15B의 신인류의 사랑,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등을 불렀으나 안타깝게도 사진기에 담을 수 없었다. 이승환 무대를 찍다가 진행요원에게 경고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몰지각 좀 하지.. -.- 그래두 양심상 후레쉬는 안터뜨렸다.


무려 네 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마치고 난 무대. 무대는 다른 가수들 공연에 비해 꽤나 화려한 편이었다. 여러 장치도 많았고, 현란한 조명발, 남발하는 폭죽 뭐 이런 것들. '상상을 초월하는'이랄만한 것은 없었지만.

이번 공연을 함께 본 선배. 박정현의 무지막지한 팬이다. 팬클럽 ID 카드를 나한테 자랑했다.

혹자는 선배와 나 사이에 썸씽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할지 모르지만, (물론 아무도 의심 안할지도 모르지만 -.-) 절대 아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올림픽 공원으로 들어설 때 이 선배가 내뱉은 말이 압권이다. "아, 내가 2003년 마지막 밤을 'Lena'와 함께 하다니...' Lena 는 물론 박정현의 영어 이름이다. 곧 나는 이 선배와 함께 2003년 마지막 밤을 보낸 것이 아니고, 이 선배가 Lena 와 함께 보내는 데에 같이 갔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이번 공연이 조인트이긴 했지만, 대등하지는 못했다. 관객 중 이승환 팬들의 비중이 훨씬 커서, 박정현 무대에서는 다들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듯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승환이 무대에 등장하니 공연장이 갑자기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탈바꿈했다. (난 교주가 납신줄 알았다.) 이걸 보고 같이 간 선배가 어찌나 가슴 아파 하던지... 생각 없이 보던 나도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라구 했다.


올림픽 공원의 가로등.

잠실 쪽에 가서 허기진 배를 좀 채우려던 계획은 대목을 맞은 택시들의 횡포로 무산되었다. 잠실처럼 가까운 거리를 가려는 택시가 없었기 땜시로.

바로 집에 들어왔고 새벽 5시 가까이 되었었는데, TV에서 사하라를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월 1일 새벽에 하기에 적당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 며칠에 걸쳐 하루 수십 킬로미터씩 사하라 사막을 뛰려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 들었다. 단 한 번 쓸 수 있는 신호탄을 간직한 채(이 신호탄을 올리면 헬기가 떠서 이 사람을 구조해 가고, 랠리는 계속된다) 이들은 극한과 싸웠다. 

약간의 감동을 먹으며 새해 첫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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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우산 2004-01-16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냐... ㅡ.ㅡ;;;

바보같이 나왔네 내사진... 흑.. ㅜ.ㅜ

 

이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어딘지 고독한 눈빛과 앙다문 입술에서 전해지는 카리스마...

역쉬 두상크기 비교상대없는 독사진이 좋으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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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tmeg 2004-01-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 서재에 출현하셨을 때보다 대략 상태가 좋으신듯! 4300 과 3100 의 차이인가, 세월의 차이인가?
 

후세인 체포 이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라크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아말 후세바리 예리니씨.

여성들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 인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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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0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같아요. 헤헤헤...

nutmeg 2004-01-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보다 해몽 ;;;
 

오늘 아침 '여산통신'에서 온 뉴스레터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주말 동안 언론에 소개된 책 리스트 중에서,

"안녕하세요. 전 도..." 라는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뒤의 땡땡은 책 제목이 길어서 잘렸다는 표시다.

순간적으로 난 책제목이 "안녕하세요? 전도연이에요"(전도연을 흉내내는 조정린을 흉내내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인사풍)이면 어쩌나 생각했다. 겁나게 바빴지만 알라딘에서 검색해봤다.

책 제목은 "안녕하세요, 전 도둑이랍니다"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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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3-12-30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도.."라면 좋았을껄.. 그럼.. 나올건 뻔하죠.. ㅋㅋㅋ
"안녕하세요... 저.. 도..에... 관심있으세요?"
내가 순진했던 시절.. 그러니까.. 고딩때.. 동대구역에서 도를 역설하시는 어여쁘신 아가씨를 만나.. 30여분동안.. 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시는 아가씨도 만나서.. 몇 십분동안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때도.. 도서관 밑 동그랑땡에서 "인상 참 좋으시네요"로 시작하는 어느 아리따운 여대생에게 끌려 도에 대해 2시간동안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대학교 1학년때 대순진리회에 있는 한 선배에게 하룻밤 내내 도에 대해서 술을 말로 먹으면서 들었던 기억...
여튼.. "안녕하세요. 저.. 도..."는 대략 좃치않타.

sunnyside 2003-12-3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는 하숙집에 찾아온 '도'를 설파하는 아주머니 두 분을 따라 대순진리회 본거지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한복입고 제사를 드렸었더랬지요. 하늘의 기를 모으고 땅의 기를 모으는 다이내믹한 절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예수를 알면 천당가고 모르면 지옥간다는 법대 선배를 만나, 두 시간 싸운적 있습니다.
바로 지지난주에 광화문교보문고 앞에서도 "성경공부하고싶으신맘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심드렁하게 "없는데요."그랬더니 그 언니 하는 말...

"아니에요. 있으세요." (내맘을 다 안다는 듯) 이럴 때 대략 황당이랄수 있죠.

Smila 2003-12-3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있으세요....흐흐 정말 죽이네요
 

* 나도 드디어 디카를 샀다. (T.T - 감격) 그동안 게으르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해 미루고만 있었는데.. 최근 '싸이질'하는 친구들을 지켜보며 약간 추가된 자극으로 드디어 임계점을 넘어섰다. 25일 크리스마스, 테크노마트에 가는 친구 따라가서 드디어 디카 구입. 디카족 대열에 가까스로 합류!

초보 디카구매자 대부분이 그렇듯, 디카를 손에 쥐자마자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이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디카에 담아야 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평소 잘 쳐다보지도 않는 친구의 얼굴 앞에서 연신 사진기를 들이댄다. (친구는 짜증을 낸다) 모든 음식들이 갑자기 요리사의 작품 내지는 나의 생존을 위해 희생되는 거룩한 제물인 양, 뱃속으로 들어가기 전 그 완전한 형체를 담아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모임에 가서는 이야기에 집중을 않는다. 오로지 누구 표정이 좋은지 포즈가 좋은지, 찬스만 노리고 있다. (여차하면 찰칵!)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줄 모른다고, 재미있다. 지난번 카메라 달린 핸드폰을 샀을 때도 한 3일 재미있었던 기억이. ^^;

이하는 초보디카족의 2박3일에 대한 기록.

- 25일 5시 p.m : 테크노마트 5층 영프라자에서 니콘쿨픽스3100 (대중적인 중가 모델) 구입

- 25일 6시 p.m : 나의 첫작품 ^^. 테크노마트 10층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이번 초보디카족 2박3일에 동행하며 가장 여러번 모델이 되어준 친구. 첫작품치곤 양호하다는 자평.



- 초보디카족을 끌어주고 가르쳐준 고수디카족. 1기가 짜리 CF 카드를 산답시고 테크노마트를 헤집고 돌아다녔으나, "뭐하는데 1기가가 필요하세요?"라는 점원들의 질문세례 받고 포기. 결국 512M 짜리로 낙찰.



- 앗, 드디어 음식이다. 아무도 손대지마! 거기 손대지 말랬쥐? 기분 좋아 저녁은 내가 쏜다.

- 25일 8시 p.m 테크노마트 앞에서. 사실 무진장 흔들렸으나, 본인은 분위기 있게 연출되었다며 좋아하고 있음. (그래 당신은 차라리 흔들리는게..)


- 25일, 9시 p.m 왕십리 역. "네, 여기는 제가 아침마다 오가는 왕십리 역입니다. 아주 뜻깊은 장소죠.. 사진 한 장 아니 남길 수 없겠죠?" 고수디카족이 찍어준 사진.



- 25일 10시 pm, 배터리 방전으로 더 이상 찍지 못하고 첫날을 마무리.

- 26일, 당근빠따 디카 들고 출근. 근데 몰 찍지? ^^; 소수최강정예 MD팀의 유일한 동료.

- 26일 9시 p.m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가 계속 집에 머물고 있음. 내가 일하러 간 동안 그녀는 무얼 했을까요?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그녀...

-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 그렇다. 그녀는 내가 일하러 간 사이에 오링나고 만 것이다.


- 그녀는 맞고를 치고, 난 디카와 놀이. 이렇게 완벽하게 의미 없는 사진을 앞으로 또 찍을까?


- 아, 야간모드는 이렇게 찍히는구나... 집앞골목. 마치 70년대 산동네 뒷골목을 보는듯 하도다.



- 27일 6시 p.m 친구 생일. 1차 보쌈집에서.


- 앗, 짐승이 젓가락질을 다 한다아~~ 곰돌이 푸의 저녁식사.


- 2차 호프집, 오늘 생일 파티의 주인공. 남자친구가 1차 끝나고 가자, 기다렸다는 듯 담배를 물고 있다. (남자친구는 끊은줄 알고 있음) 둘다 여길 들어오진 못하리라. 움하하.


- 생일 초 함 불어주고. (드디어 '파티모드'를 써먹을 기회!)


- 이 ** 씨를 위한 현수 퍼레이드 (눈에 힘좀 풀지?)


- 얼짱친구 4. '미스 태국'


- 서로를 향해 카메라를 겨누는 P양과 나. 좋은 말할 때 순순히 내려놓으시지...


- 자 해산. 우리는 이제 찜질방으로 간다~~ 지방 집에 내려가는 친구, 기어이 찜질방에서 자고 바로 터미널로 가겠다고..

- 찜질방에 다녀온 이후의 뽀샤시한 모습


- 친구 잘 내려가그래이.. 빠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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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3-12-2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올~ 현수씨 짱~ -_-;; 반갑네요~
그나저나 디카족 합류 축하! 우리 알라딘 내 니콘족 모임이라도 만들어서 출사를 빙자한 술먹기라도 할까요? 꼽아보자면 예린씨, 나, 선희씨... 또 누구 있나? -_-
적들로는 삼성족 mirinae님, zooey님, ssct님, 캐논족 ziririt님... 음...

찌리릿 2003-12-29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재밌다. 그런데.. 디카 샀군요. 난 인터넷에서 주문한 해뒀다고..
야.. 디카족 환영~ stala님.. sunnyside님.. 우리 진짜로.. 디카 모임 한번 만들어야겠네..(기스님, 예린님, 미리내님 등등.. 거의다 디키가 있지않나요?)
출사 갑시다! 그리고.. 기본적인 사진촬영에 대한 셀프 세미나도 함 하고.. ^^

그런데.. 첨 찍는데.. 대게 잘 나왔다. 니콘 쿨픽스.. 역쉬 좋네요.
하지만 역쉬.. 디지털 카메라의 기준은 "캐논이냐 캐논이 아니냐"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