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한 친구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다. 단순히 지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전에 작품도 내고 있다. 지난 번에는 그녀의 시나리오를 읽은 모 방송국 PD가 한번 만나자고 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요즘 새로운 집필에 돌입했다. 장르는 로맨틱 코메디의 일종인데, 이번 봄에 돌아오는 드라마 단막극 공모전을 겨냥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 쓰고 있는 드라마 여주인공의 모델이 바로 나다.

메신저를 하다가 우연찮게 나에게 일어난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는데, 그만 그녀의 상상력에 발동이 걸려 버렸다. 작은 에피소드가 가지를 치고, 상상엔 또 다른 상상이 보태어져 하나의 드라마 줄거리가 탄생하고 만 것이다. 정확히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결말이 맺어지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그 친구는 도통 자기 작품에 대해 얘기하지를 않는다. 그 친구와 5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그녀가 자기 작품을 읽어보라고 건네준건 딱 한 번 뿐일 정도이니.. 허나 중요한건 다 필요없고, 내가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움하하 ;;

내가 다니는 회사가 드라마의 주무대이고, 내가 하는 일이 여주인공의 직업이라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 이름도 내가 현재 다니는 회사 이름을 살짝 패러디한 것이라, 듣고 알만한 사람은 알 수 있을 정도. 만일 이야기가 실제 드라마가 되어 전파를 탄다면 수 억원어치의 PPL 효과가 있을 터이니 너(나)두 좋고, 나(친구)도 좋은 것이라 한다. 흠... 그 친구가 지금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이 PPL 마케팅 일이니까 하는 말이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좋다 다 좋다. 근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만에 하나, 아니 만에 하나보다는 더 큰 가능성으로 그 이야기가 진짜 드라마가 된다면 본의 아니게 어떤 분께 민폐를 끼치게 되어 있다. 그 어떤 분은 지금 본인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타이핑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을 테니까.

그리하여.. 그 친구가 소원대로 시나리오가 당선되어 지긋한 회사 생활을 때려칠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면에.. 진짜 드라마로 만들어져 그 어떤 분에게 죄송스런 상황이 도래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게 작금의 딜레마다. 

까짓거 별일 있겠는가? 설마 당선이 될라구.. 아니지. 당선은 되야지. 당선이 되어 드라마가 된다손 치더라도 본인 이야기인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 못볼 수도 있고.. 봐도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럴거야.

친구.. OO! 걱정말구 열심히 써바! 뒷 감당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넌 이번에 꼭 되어서 봉급쟁이 집어치고 니 하고 싶은거 하며 살 수 있을겨. 니 잘되면 나한테 한턱 쏜다고 했지? 기억하고 있을 거구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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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저도 당선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님은 주인공이 되시는 게 좋지요? 제가 그 남자라면 저도 굉장히 좋아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 그 남자분도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그 드라마, 기대가 되요!

sunnyside 2004-02-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까요? 부디 그래야 할텐데요.. ^^ 그럼 우리 모두 온에어의 그날을 기다리며... 기도합시다. (-.-)

찌리릿 2004-02-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이 이야길 언제 한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만 되면 증말 좋겠네요. ㅋㅋㅋ
그런데 무슨 에피소드인지 진짜로 궁금하네요. 저한테만 살짝 알켜주세요~~ 그리고 그 남자가 누군지도...
회사이름은 인터넷서점 '지니' 아닐까여? ㅋㅋㅋ

nutmeg 2004-03-17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 글을 내가 왜 이제서야 봤을까? 빨리 알려줘~, 남자 주인공 나도 아는 '그' 사람인가요? (음.. 사실은 "내가 아는 '그들' 중의 한 명인가요"라고 물어야 정확하려나..)

sunnyside 2004-03-1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예린님이 아는 분일까요? 모르는 분일까여~~~? (전 사실 친구 대본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두려움에 떨고 있슴다. -.-)
 

TV에서 수도관이 동파되고, 쌓아놓은 음료수 병이 깨지고, 한강둔치의 비둘기들이 얼어죽었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 인생에 아직까지 추위가 태클을 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장마가 태클을 건적은 있다)

그러던 어제 드디어 강추위의 힘을 몸소 체험했다.. 설을 쇠느라 집에 한 삼일 내려갔다 오니 아무것도 되는 게 없었다.

수도에선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았다. 가스렌지는 점화가 되지 않았다. 컴퓨터도 안 켜졌다. 이 모든 일이 어제 일어난 것은 보일러도 켜지 않은 채 방치해 두었던 내 집 안의 추위 때문이다.

성냥으로 가스렌지에 불을 당기고, 솥단지에 물을 끓여 세수를 했다. 컴퓨터도 쓰지 못하고, 담요를 덮은 채로 책을 읽으니 과연 한파의 위대함을 실감하겠다.

다행히 보일러를 '이빠이' 틀고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따뜻한 물도 나오고, 밤 사이에 컴퓨터도 켜져 있었다.

한파는 또한 자애로우셔서 인간이 약간의 성의를 보이면 누그러지기도 하시나 보다. 대략 성은이 망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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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1-2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일러가 틀어졌다니 복 받은 줄 아시오. 나는 어제 새벽 4시에 집에 왔는데, 보일러도 안 켜지더이다. 방에서 입김 나긴 처음이었소. 밤새 헤어드라이기에 더운 물에 별의별 쌩쑈를 다했건만 보일러는 오늘도 파업중이오. 아무래도 내일은 용하다는 대리점을 찾아봐야 할 듯...

찌리릿 2004-01-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니님의 페이퍼를 보구서... 제 방돌이한테 전화를 해보니.. 우리 자취방은 대략 무사히...
그런데... 모니터가 맛이 갔더이다. ㅠ.ㅠ
추워서 그런건지.. 우연의 일치로 이맘때 딱 AS가 필요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한파로 인한 피해자!
 

'맘마미아'를 보고 왔다. 1월 18일 저녁 여섯시, 장소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오페라 극장 갓머리 천장



▶ 거대한 걸개 포스터


▶ 공연 직전의 무대

아바의 노래만으로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는 스무살 아가씨 소피와 그의 어머니를 축으로 21년의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사랑과 헤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미혼모였던 엄마와 둘이 사는 소피는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21년전 엄마의 일기장에서 아빠 후보 세 명을 찾아내 그들에 각각 자신의 결혼 초대장을 보낸다. 다른 이들처럼 자신도 아빠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서고 싶었던 것.

세 명의 아빠 후보들은 소피가 살고 있는 섬에 당도하고, 한 눈에 자신의 아빠를 알아볼 수 있을거란 소피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세 아저씨들은 모두 다 자신이 소피의 아빠라고 믿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다른 모든 뮤지컬처럼 이래저래하여 상황은 꼬일대로 꼬이고, 갈등과 오해는 점점 깊어지다가 결국엔 모두다 행복해지는 것으로 엔딩.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고, 아바의 노래는 흥겨웠다. 다만 아바의 노래에 끼워맞춰 스토리를 진행하려다 보니, 플롯이나 감정의 흐름이 정교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아쉽다. 

아바의 노래는 예상보다 훨씬 더 우리 귀에 익숙하다. 아, 이것도 아바 노래였어? 싶을 정도로 시그널이나 CF 에서 그들의 노래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공연 내내 함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특히 공연 마지막에 보너스처럼 추가된 아바 최고 히트곡 메들리(댄싱 퀸, 맘마미아, 워털루)는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모든 출연진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했고, 모든 관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췄다. 

몸을 들썩들썩하다 일어서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내 주변에 일어서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끝내 엉덩이를 떼지 못했다는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 아, 그때 벌떡 일어났어야 한다. 그래야만 했는데... (이 소심쟁이. 콩콩)

아무튼 흥겨운 마무리로 인해 공연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평가된다. 본 공연은 25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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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우산 2004-01-19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황세정도 오늘 그거 보러간다던디.
암튼, 재밌었나보네. 나도 보고시퍼..... 흑 ㅜ.ㅜ

sunnyside 2004-01-1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 25일 전에 보시면 프리공연이라 30% 할인가로 관람 가능합니다. 4층만 피하면, 다른 자리는 다 괜찮을 듯..

별빛처럼 2004-01-2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날 공연 보셨군요. 정말 멋졌죠. 아직 장면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읽지도 않으면서 벌써 몇번이나 검색해 본 책이 있다. 바로 <나는 산사로 출근한다>.

일에서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마음의 평화로 다스리고, 직장생활을 내면성숙의 계기로 삼으라, 는 요지의 책이라고 한다. 오늘은 잊지 않고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

뭐든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참 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일이 안 풀려 갑갑해하고, 안된 일을 남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이렇게 소모되는 에너지만 모아서 생산적인 일에 쏟아도 훨씬 여유있는 업무처리가 가능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오는데, 뜻밖에 유용한 팁을 얻었다. 지하철에서 옆에 있던 누군가의 전화 통화를 엿들은 것.

그슬린 호빗머리를 한 그 청년은 '짜증'을 '짜장면'으로 '매우(^^;)'를 뜻하는 '졸라'라는 비속어를 '졸리 윌리'라고 했다.

"야, 짜장면하게 왜 그래~"

"졸리 윌리 열받어" (상대방이 이 말을 못 알아듣자, 졸리는 '달려라 졸리'의 졸리라고 설명까지 곁들였다. 윌리는 왜 윌리지?)

이런 식으루 얘기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리 짜증나고 열 받는 상황이라도 '짜장면', '졸리윌리'를 내뱉는 순간 스며드는 미소 사이로 사라지진 않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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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웨딩 스튜디오들이 싸비스가 장난이 아니다.

울 언니 결혼사진 한 스튜디오에서 찍어준 울 엄마 아부지 사진.

30년 전에 찍은 진짜 결혼사진이랑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엄마는 옛날보다 더 환히 웃고 계신다. 30년 전 웨딩사진 속의 엄마는 잔뜩 긴장해서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수줍은 신부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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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1-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채들고 계신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고 멋지세요~

starla 2004-01-0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선희씨 아버님 어머님이시다~ 안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