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열 두 시간쯤 함께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고, 매 순간 순간을 새롭고 흥분되게 만드는 어떤 이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일 이야기, 이성 친구 이야기, 연예인 사생활, 회사 상사 뒷담화, 돈 버는 이야기, 다른 이들 시집 장가 가는 이야기,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도 물론 재미있지만,
가끔은 위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위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으면서 내가 속한 세상의 일이며, 재미있고, 진실을 담고 있고, 놀랍기까지 한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를 테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뭐... 수백억년 전의 우주 탄생이 오늘날 내가 아침마다 지옥같은 지하철에 낑겨 출근하고, 어깨 뻐근할 때까지 일하고, 오후의 식곤증을 피해 커피 한 잔 마시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지만서두.)
대화를 대화로써 즐기는 것이 점점 사치스런 일이 되면서, 위 카테고리를 벗어난 재미있는 대화가 귀해져버렸다.
게다가 하릴없이 하루 종일 붙어 다니고, 같은 세미나를 위해 같은 책을 보고, 내키면 하얗게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이제 너무나 바쁘다. 여전히 만나면 반갑고 즐겁지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한정되어간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드물게도 위 카테고리를 벗어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한 벗의 선물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다. 머리가 나쁘고 이해력의 한계가 있어서 한꺼번에 많이 읽지는 않으려 한다. 나도 이런 재밌는 얘기를 다른 이에게 해줄 수 있으려면 숙지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너 옛날에 태양계 그려놓은 그림을 지구과학 책에서 본적 있지? 태양을 둘러싼 궤도에 걸쳐진 수.금.지.화.목.토.천.해.명 말야. 근데 그게 얼마나 엉터리인 줄 아냐? 사실 지구를 팥알만한 크기로 그렸다면, 목성은 300 미터 떨어진 곳에 그려야 한다구."
이렇게 말이다.
(근데 써 놓고 보니 조금 걱정된다. 내 앞의 그가 날 재수 없어 하진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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