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저를 봤다.
우선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별 넷)
가장 좋은 관람 환경은 아마도
평일에 사람 없는 변두리 극장에서일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여기저기서 터지는 냉소와 푸념에 신경이 쓰여 귀를 없애버리고 싶어질 테니까.



영화는 섬세했고, 음악은 아름다웠으며, 네 배우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은 말할 것도 없고, 쥬드로의 캐릭터는 쥬드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 양 딱 맞아떨어진다.

결국 진실한 순서대로 강한 것이다. 우리가 쉽게 묵살하고 마는 작은 진실, 큰 진실... 내 감정에 대한 진실과 타인과의 관계에서의 진실성. 가끔 숨겨야 하는 진실도 있지만, 이것 역시 영원히 숨겨진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애초부터 진실한 편이 낫다. 사랑에 진실했던 사람만이 다시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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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잘 보내고 계시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unnyside 2005-02-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 물만두님도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엔 많이 건강하세요~
 

정말 이모됐다.

그동안 아기에게 '이모야 이모~'라고 소개받은 적은 몇번 있었지만, 정말 친이모가 되기는 처음이다. 하나밖에 없는 울 언니가 새해 벽두부터 아기를 낳은 것이다.

이모 노릇 해보려고 주말이 되자마자 언니가 조리하고 있는 대전집에 다녀왔다. 신생아실 유리를 통해 본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사랑스럽고, 날개 없는 천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고 말해야 하나 사실 크게 감흥은 없었다.

아기는 그냥 아기일 뿐이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아직 뽀얗게 살이 오르지도 않은 그냥 신생아였으니까. 친구들의 출산을 몇번 보면서 그새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사라진 것일까? 난 언니를 위해 사간 케잌에 초를 붙여 주고, 육아 책을 몇 권 선물하고, 부은 언니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서울에 다시 올라와 밀린 설겆이는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통칭하여 첫 조카에 대한 감격, 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기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언니'라는 단어 자체에 깃든 어떤 것 때문이다. 함께 자라고, 나누고, 가끔은 싸우고 질투했지만 언제나 한 편이었던 언니와 나, 사이의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엄습한 것이다. 그런 '언니'가 배를 아파서 아기를 낳은 것이다.

누군가 오빠가 애를 낳았을 때와 언니가 애를 낳았을 때 감흥이 너무 다르다고 얘길한게 기억이 난다. 너무나 당연하다. 오빠는 오빠가 애를 낳은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언니가 애를 낳은 거니까.

그렇게 우리 언니는 애를 낳았고, 난 다음 주말 또 조카를 보러 갔다. 언니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언니는 원래 부산에 살고 있다)

아기는 한주 사이에 놀랄만큼 이뻐졌다. 놀러온 이웃집 아주머니는 "어쩜 이렇게 갓난애가 밤톨 깎아놓은 것모냥 이쁠 수가 있냐"며 연신 칭찬이다. (근데 의문 하나 - 왜 하필 깎은 밤톨에 비유를 할까?) 코도 이쁘고, 귀바퀴도 이쁘고... 딱 보니까 엄마 귀가 이뻐서 아들 귀도 이쁘네... 라고 하신다.

너무 기분이 좋다. 언니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생각을 하니, 내 기분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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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1-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아이를 낳고 싶지만 나날이 그 맘은 연해집니다. 근데 오빠의 와이프가 아이를 낳으면 좋겠죠! ^^

sunnyside 2005-01-1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그렇습니다. (아이를 낳아보고 싶습니다 ^^;)

오빠의 와이프가 낳은 아기도 물론 이쁠 거에요! 전 오빠가 없어서 경험해볼 순 없겠지만요. ^^ 폭스님도 아기 한번 낳아보세요~

zini78 2005-01-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주 사이에 놀랄만큼 이뻐지는게 바로 아이들인것 같아요. 애들은 정신없이 크잖아요.. 애기들에게는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

sunnyside 2005-01-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그렇더라. 회사 동료분 아들이 다음달에 돌인데, 사진을 보니까 벌써 어린이야. 그러니 자라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겠니..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열 두 시간쯤 함께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고, 매 순간 순간을 새롭고 흥분되게 만드는 어떤 이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일 이야기, 이성 친구 이야기, 연예인 사생활, 회사 상사 뒷담화, 돈 버는 이야기, 다른 이들 시집 장가 가는 이야기,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도 물론 재미있지만,

가끔은 위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위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으면서 내가 속한 세상의 일이며, 재미있고, 진실을 담고 있고, 놀랍기까지 한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를 테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 말이다.

(뭐... 수백억년 전의 우주 탄생이 오늘날 내가 아침마다 지옥같은 지하철에 낑겨 출근하고, 어깨 뻐근할 때까지 일하고, 오후의 식곤증을 피해 커피 한 잔 마시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지만서두.)

대화를 대화로써 즐기는 것이 점점 사치스런 일이 되면서, 위 카테고리를 벗어난 재미있는 대화가 귀해져버렸다.

게다가 하릴없이 하루 종일 붙어 다니고, 같은 세미나를 위해 같은 책을 보고, 내키면 하얗게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이제 너무나 바쁘다. 여전히 만나면 반갑고 즐겁지만,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한정되어간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드물게도 위 카테고리를 벗어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한 벗의 선물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다. 머리가 나쁘고 이해력의 한계가 있어서 한꺼번에 많이 읽지는 않으려 한다. 나도 이런 재밌는 얘기를 다른 이에게 해줄 수 있으려면 숙지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너 옛날에 태양계 그려놓은 그림을 지구과학 책에서 본적 있지? 태양을 둘러싼 궤도에 걸쳐진 수.금.지.화.목.토.천.해.명 말야. 근데 그게 얼마나 엉터리인 줄 아냐? 사실 지구를 팥알만한 크기로 그렸다면, 목성은 300 미터 떨어진 곳에 그려야 한다구."

이렇게 말이다.

(근데 써 놓고 보니 조금 걱정된다. 내 앞의 그가 날 재수 없어 하진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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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1-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오호..재미있는데요?

물만두 2005-01-1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지금 읽고 있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복잡합니다...

sunnyside 2005-01-1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그렇담 다행이에요 ^^*
ㅎㅎㅎ 만두 님 말씀도 옳으십니다.

비로그인 2005-01-17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비싸구만이라~~잉!!

sunnyside 2005-01-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네 쪼까 그렇습니다요~잉

starrysky 2005-01-18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랑 똑같은 소원을 갖고 계시네요. 저도 정말 그런 대화 상대가 필요해요. ㅠㅠ
사실 두어 명 있긴 있는데 요새 제가 뻘짓하느라 좀 바빠서 자주 못 만났더니 대화가 고픕니다. 빨리 인간답게 살면서 밤새 얼굴만 봐도 좋은 친구랑 즐거운 대화 나눌 수 있는 시간 만들고 싶네요. ^^

sunnyside 2005-01-1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 어떤 뻘짓을 하시느라... ^^;
동네도 비슷한데, 우리 한번 만나서 밤새 수다를 떨어볼까요? ^^
 



<타인의 취향>을 너무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그해 최고 재미있는 영화로 꼽을 만큼 - 이 영화 룩앳미를 놓칠 수 없었다. 이야기는 다소 두서없고, 지난번 영화보다 훨씬 시니컬해져 로맨스를 만끽하는 재미는 많이 사라졌지만, 일단 강추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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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1-13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를 올려 주시요요요요요요용~~~^^

sunnyside 2005-01-1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줄거리요. 에... 그게... 말하자면...
유명한 작가인 아버지와 그의 딸, 그리고 그의 딸의 성악 선생님이며 작가의 팬인 중년 여인과 이제 막 등단한 신예 작가인 그녀의 남편, 작가의 딸과 우연히 만나게 된 기자 지망생 청년이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고, 실망하다가 일말의 사랑과 희망의 싹을 찾게 되는 내용이랍니다. 다시 한번, 사랑과 희망의 싹은 아주 작아요. ^^;
 

이십대 마지막날이 흠... 이제 일곱시간 남짓 남았다. 

이런 날엔 뭔가 특별한 감흥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서해로 마지막 일몰을 보러 가거나 동해로 새로운 일출을 보러 가거나... 아니면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낮술을 까고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말이다.

친구 중 하나는 메신저 닉넴을 '서른을 축하해~ OO야 ㅋㅋ'라고 하여 나의 이십대 마지막 날을 축복(?)하고, 난 뭔가 새로운 기분을 느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을 가지지만... 이렇게 내 몸은 아직 사무실에, 마음은 그냥 따뜻한 아랫목에 가 있을 뿐이다.

자자.. 감흥을 가져보자. 이젠 "저 아직 이십대에요~~"하며 삼십대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어린 척 해보는 일도 없을 테고, 꺾어진 육십을 또 다른 나이로 불리며 살겠지. 회사에서도 삼십대에 걸맞는 책임과 자리를 만들어야 할 테고, 어쩌면 나이트나 클럽, 가수 콘서트를 갈 때에도 쪼금 더 주저하게 될지 모른다. (내 나이에 무슨... -.-)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되어야 할까? 지구가 돌아 태양을 저 너머로 보내고 다시 반바퀴 돌아 새 태양을 맞이한대서 내가 변해야 한다고? 아닐걸. 난 오늘도 내일도 그냥 나다. 엄마의 한숨 소리가 더 깊어지고 주변의 인간들이 날 아무리 구박한대도 끄덕하지 말아야쥐.

큭큭, 내가 봐도 유치하다. 현실을 피하려는 방어기제인가? 에잇! 내멋대루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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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3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십대보다 삼십대가,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더 좋다는 걸 나이가 들면 아시게 될 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십이 얼마 안 남은 만두올씨다...

sunnyside 2004-12-3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요? 제가 빨리 그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

파란여우 2005-01-13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십을 훌쩍 넘은 여우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