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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9월 29일) ‘토타티스’라는 소행성이 지구에 160만km까지 접근한다. 지난 1989년에 프랑스의 천문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이 소행성은 길이 4.6km에 폭은 2.4km로 아령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4년에 한번씩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궤도를 타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딥 임팩트>나 <아마게돈>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각각 혜성과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라는,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 재난’의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 ‘토타티스’보다 훨씬 더 가까이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들도 적지 않다. 1937년에 발견된 ‘헤르메스’라는 소행성은 30만km까지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는데, 이건 달보다도 가까운 거리이다.
그 뒤로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계속 새로운 소행성들의 접근이 발견되어 왔다. 몇 년 전에는 ‘1997XF11'이라는 소행성이 서기 2028년에 지구와 거의 부딪칠 만큼 접근한다고 해서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나중에 다시 계산한 바에 따르면 100만km 정도의 접근일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서는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특별 관리하는 중이며, 우리나라에도 한국천문연구원에 ‘지구접근천체 연구실’이 국가지정 연구실로 설치되어 관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여 세계 학계에 보고한 소행성만도 50개가 넘는다.

소행성이나 혜성, 또는 기타 무엇이든 우주에서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천체들을 통칭하여 ‘지구접근천체(NEO:Near Earth Object)'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은 지름이 150m 이상 되는 천체들이다. 이보다 훨씬 작은 지름 10m정도의 소행성은 1년에 한 번 꼴로 지구와 부딪치지만 대부분 대기권 밖에서 폭발해 흩어지고 만다. 한편 지름 1.5km정도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정도라고 하며, 만약 이런 규모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지구에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가 초래되고 사망자도 10억 명 가까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100년 안에는 인류 문명을 위협할 정도의 천체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런 예측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의 발생 가능성은 전적으로 확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측기술의 발달로 규모가 큰 천체의 접근은 사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76년마다 한번씩 지구에 접근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핼리혜성’의 경우, 1910년 접근 당시 요란한 해프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계산 결과 지구가 ‘핼리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혜성의 독가스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질식해 죽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 중에는 자살하는 이들까지도 나왔다고 한다.
혜성의 꼬리는 1천만km에서 1억km까지 드리워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지름이 1만km정도인 지구가 그 속을 지나가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구는 1910년 당시에 핼리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혜성 꼬리 부분의 가스 밀도가 워낙 낮은데다 독가스 성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 자외선과 반응하여 빛을 내는 이온 입자들이며, 절대진공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아 꼬리 모양을 드러낼 뿐, 실제로는 지구의 대기권에 비해 아주 성긴 가스체이다. 또 그 성분도 독가스가 아니라 일산화탄소나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등 지구에도 흔한 물질일 뿐이다. 결국 1910년의 소동은 무지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천체가 지구에 직접 충돌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영화 <아마게돈>의 맨 처음 부분에도 나오듯이, 6천5백만년 전쯤에 지금의 멕시코만 부근에 떨어진 지름 10km 정도의 소행성은 공룡의 멸종을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돌에 따른 지각변동과 기후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굶어죽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최근인 1908년에는 러시아의 퉁구스카 지역에서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데, 운석의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혜성의 핵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고 짐작하고 있다. 혜성의 핵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폭발 당시 다 녹아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이자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노아의 홍수’가 지중해 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때문에 일어난 대규모 범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비슷한 상황을 묘사한 걸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얘기도 아닌 셈이다.
한편 1972년에는 미국 오레건 주에서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딤 임팩트>에 나오는 것처럼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을 가로질러간 것이다.

천체 충돌의 또 다른 증거는 바로 지구 곳곳에 남아있는 거대한 크레이터(화구)들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버린저’ 운석공이 가장 유명한 편이고, 그밖에도 풍화작용에 의해 희미해지긴 했어도 지구 곳곳에 거대한 크기의 크레이터들이 아직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해안 분지’가 천체의 낙하 흔적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곳은 남북 약 7km, 동서 약 4km의 움푹 파인 지형인데, 꼭 사발 모양 같아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펀치볼(Punch Bowl)’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던 곳이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천체 충돌이 흔적이 아니라 지질학적인 차별침식 현상의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곳은 직접 보면 뚜렷한 충돌 구덩이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 종말이 천체와의 지구 충돌때문이라면 사과나무 대신 노아의 방주 같은 우주선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를 아주 일찍 포착할 수 있으니까. (글:박상준-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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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저술가 브랜드 가치 첫 설문조사] 김훈 브랜드가치 으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125억달러. 갈수록 커지는 브랜드의 힘이 출판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각자의 분야에서 제 영역을 구축한 저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독자의 지갑을 여는 1인 브랜드라 할만하다. 스타 저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서점가에는 독자에게 신뢰받는 저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불황의 출판계에서 스타급 저자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일보 출판팀은 저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현장에서 국내외 저술가의 브랜드 가치를 묻는 설문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출판인들이 뽑은 국내 최고의 저술가는 소설가 김훈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 출판팀이 단행본 출판사 대표와 주간,출판 평론가 등 현장 출판인 41명을 대상으로 ‘국내 저술가 브랜드 가치 설문조사’를 한 결과,‘장르를 불문하고 현재 출판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내 저술가’를 묻는 질문에 189점을 받은 ‘칼의 노래’의 소설가 김훈이 1위로 꼽혔다. 2위는 이윤기(168점),3위는 법정(117점),4위는 황석영(116점),5위는 정민(107점)으로 나타났다. 평가는 1위 답변에 10점을,10위에 1점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 저술가의 책을 출판사에서 낼 경우 예상 초판 부수에 대해서는 김훈이 2만5000부,법정 1만7000부,이윤기·황석영 1만6000부,정민 1만4000부로 답했다. 부수는 설문자가 답한 예상 초판 부수에 대한 평균값을 따졌다.

분야별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국내 저자를 묻는 질문에는 △문학 김훈(52·이하 괄호 안은 점수) △인문 이윤기(80) △예술 이주헌(58) △정치사회 홍세화(63) △과학 정재승(87) △경제경영 공병호(100) △실용 이보영(49) △어린이 권정생(42) △비소설 법정(68) 등이 1위로 꼽혔다.

분야별로 2∼5위 저자는 △문학 황석영(42) 이문열(41) 박완서(28) 조정래(17) △인문 정민(61) 진중권(19) 유홍준(18) 김용옥(14) △예술 유홍준(39) 진중권(37) 오주석(23) 한젬마(14) △정치사회 강준만(47) 박노자(37) 진중권(17) 유시민(9) △과학 최재천(82) 이은희(14) 이인식(9) 홍성욱(7) △경제경영 구본형(45) 장하준(8) 삼성경제연구소(6) 유시민(5) △실용 한비야(34) 이익훈(27) 김대균(22) 문단열(20) △어린이 이원복(34) 황선미(30) 윤구병(14) 정채봉(6) △비소설 류시화(58) 한비야(14) 이해인·이외수(11) 이윤기(10) 등이다.

이중 진중권은 인문과 예술·정치사회 세 분야에,유홍준은 인문·예술 두 부문에, 한비야는 실용·비소설에서 순위에 올라 전방위 예술가로 각광받았다. 점수는 1∼5위를 꼽은 뒤 1위에 5점,5위에 5점을 주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여건이 된다면 스카우트 하고 싶은 저자로는 정민,김훈,이윤기,이원복,황석영의 순으로 답변해 브랜드 가치와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국내에 소개된 외국 저술가로는 단연 ‘개미’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예상 초판부수 3만부)가 가장 영향력 있는 필자로 꼽혔다. 이어 2위 ‘연금술사’의 파울로 코엘료(2만7000부),3위 ‘해변의 카프카’의 무라카미 하루키(1만6000부),4위 ‘넥스트 소사이어티’의 피터 드러커(1만3000부)·‘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1만부),5위 ‘선물’의 스펜서 존슨(19000부) 순이었다. 이어 6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켄 블랜차드,7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8위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9위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10위 ‘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 등이 10위권 안에 올랐다. 국내 저자에 비해 초판 부수를 높게 잡은 것이 눈에 띈다.

국내 저술가에게 부족한 자질로는 단연 ‘대중적 글쓰기 능력’을 꼽았다. 이어 ‘시의성 있는 기획 능력’ ‘저술 내용의 참신성’ ‘전문 지식’ ‘홍보 마케팅에 대한 이해와 협조’ 등으로 답변했는데 이는 출판사들이 저자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게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기획과 저술 능력이라는 뜻이다. 저자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는 ‘트렌드를 읽고 저술을 기획해내는 작가의 능력’ ‘독자의 구미에 맞는 대중적 글쓰기 능력’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학계에서의 권위’ ‘저자의 지명도와 개인적 인기’ ‘출판사의 기획과 마케팅’ 등의 순서로 답변했다.

(국민일보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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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2에 등장하는 악당 ‘닥터 옥토퍼스’는 사람 척추에 자유 자재로 움직이는 4개의 기계 촉수가 결합된 괴물이다. 긴 기계 촉수의 유연함 움직임은 물론, 그 이름 옥토퍼스(Octopus)도 문어(Octopus)를 떠올리게 한다.
‘닥터 옥토퍼스’와 문어의 공통점은 이름의 철자나 다리가 여럿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닥터 옥토퍼스’의 기계 촉수는 스스로 적을 알아보고 공격한다. 중앙의 지시 없이 제각각 움직일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촉수마다 뇌와 눈이 달린 셈이다. 문어의 다리도 이와 유사하다.
전적으로 뇌의 제어 하에 움직이는 사람의 팔, 다리와 달리 문어의 다리는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사람의 경우 팔 다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이리저리 꼬이기만 할 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어는 8개의 다리를 다양한 각도로 자유 자재로 움직인다. 게다가 문어 다리는 잘린 후에도 꿈틀거리는데, 이는 단순한 반사작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 온전히 문어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문어도 ‘닥터 옥토퍼스’처럼 다리마다 뇌가 있는 것일까?

문어의 뇌는 하나이며, 머리와 다리 사이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문어의 다리는 어떻게 잘린 다음에도 살아있을 때처럼 움직이는 것일까? 이는 문어 다리에 뇌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이스라엘 히브루대학과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문어 다리가 사고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리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문어의 다리와 뇌를 분리한 뒤 다리에 전기 자극을 준 결과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문어의 다리가 뇌로부터 명령을 받기는 하지만 뻗고 구부리는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다리가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다리에 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운동 신경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어, 뇌와 분리되어도 일정 시간동안 독자적인 움직임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문어 다리는 약 5천만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 조직에 의해 통제되는데, 먹이를 잡거나 헤엄칠 때와 같이 모든 다리를 한꺼번에 사용할 때를 제외하면 이 신경 조직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문어 다리는 뇌의 명령 없이도 미각과 촉각 활동을 하고, 뇌가 방향을 지시하지 않아도 유연하게 구부려 움직인다.

그렇다면 문어의 지능은 어느 정도 일까?
일반적으로 무척추동물은 무뇌동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어는 뇌가 있을 뿐 아니라 무척추동물계의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지능이 높다. 문어는 보통 강아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다리로 병 뚜껑을 열 수도 있고, 반복에 의해 학습하거나 흉내내는 능력도 있다. 심지어 포유동물의 특권이라고 여겨지는 ‘장난’도 친다. 어쩌면 돌고래 쇼에 이어 문어쇼를 준비하는 수족관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강아지만큼 똑똑한 문어가 애완동물로 각광을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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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9-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넘... 다리마다 운동 신경 프로그램이 있다니...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넘이 문어였는데, 얼마 전에 가보니 없어졌다. 서운하다.
 

생전 처음 접하는 장소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눈에 익고 예전에 똑 같은 현상을 겪어본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데자뷰(Déjà vu – 프랑스어로 이미(Deja) 보았다(vu))' 또는 ‘기시감(旣視感)’이라 불리우는 이런 현상은 매우 신비한 느낌을 줘 마치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 같아 순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아직 시원스럽게 제시된 이론이나 설명이 없다. 우리 두뇌가 기억을 착각하거나 혼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는 과학적 이론에서부터 환생과 같은 심령과학적 초자연 현상으로 풀이하는 것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나와 있을 따름이다.

 

먼저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데자뷰 현상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에만 관련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처음 본 풍경을 이미 낯익은 것으로 느끼는 것은 ‘시간차’가 개입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처음 볼 때와 그 다음에 볼 때 시간차가 있는 것처럼 받아지면서 처음본 풍경이 과거의 경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각은 과연 이 ‘시간차’가 얼마나 나야 별개의 사건으로 인식을 할까?

연구에 따르면 이 시간차는 0.025초라고 한다. 즉 이보다 더 짧은 시간차를 갖는 독립된 두 건의 사건은 우리가 보기엔 동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보다 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나면 별개의 사건으로 구분을 한다는 것이다. 데자뷰 현상은 바로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착각 같은 것이라는 이론이 있다. 동일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유로 양쪽 눈의 시각 정보가 0.025초 이상의 시간차를 두고 두뇌에 전달되면서 각각의 풍경을 별개의 사건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두뇌는 먼저 도착한 정보를 우선 해석한 뒤 기억 속에 저장한다. 그리고는 그 다음에 도착한 동일한 풍경에 대한 정보는 별개의 사건으로 간주, ‘방금 전에’ 도착한 정보와 대조하여 ‘낯익은 곳’이라는 느낌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론이 들어맞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성립되어야 한다. 먼저 도착한 시각 정보를 기억에 저장할 때 ‘언제’라는 시간 정보가 누락되어야 한다는 점, 통상 동시에 전달되는 두 눈의 시각 정보 전달 속도가 왜 데자뷰 현상에서는 차이가 나는가 하는 점 등. 이에 대해서는 이른바 ‘축전지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를테면 한번 방전된 축전지가 다시 충전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듯이 우리 두뇌의 시각 정보 저장 시스템도 어떤 이유로 시신경에 ‘에러’가 발생한다면 이런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고, 그 결과 0.025초 이상의 간격이 벌어질 수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시카고대학 물리학과 출신인 C.존슨이란 사람이 내놓은 가설로서, 아직까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이론적 근거나 검증 작업이 알려지지 않은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이밖에 데자뷰 현상에 대한 또 다른 과학적 설명으로는 일종의 기억장애로 보는 것이 있다. 즉, 처음 접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사실 틀린 것이고, 이전에 와 보거나 적어도 스쳐 지나간 곳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눈여겨보고 기억에 새겨두지 않았다가, 다시 접하게 된 시각 정보가 예전에 무의식적으로 저장된 단편적인 기억을 자극하여 떠올리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런가 하면 처음 접하는 장소와 매우 비슷한 시각적 이미지를 가진 다른 곳의 기억이 중첩되면서 기시감으로 다가온다는 설명도 있다. 이 경우에 전에 접한 비슷한 시각정보는 영화장면이나 책에서 본 사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밖에 ‘기시감’이라는 느낌 자체를 일종의 심리적 이상현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요컨대 처음 접하는 곳이고 전에 비슷한 곳을 본 적도 없지만, 우리의 두뇌 속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작 같은 것이 일어나 데자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과학적인 이론들에 바탕을 둔 추론이라면, 보다 더 과감하게 초심리학의 영역에서 풀이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생의 기억이라는 주장. 즉, 지금의 삶을 살기 전, 과거의 전생에서 접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라는 말이다. 또 직접 가보지는 않았어도 꿈속에서나 아니면 일종의 무의식상태에서 ‘천리안(Clairvoyance)’, 즉 원격투시 현상으로 접했던 장소를 나중에 실제로 가 보고는 기시감을 느끼는 거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초심리학적 설명들은 근거가 될 엄정한 객관적 증언이나 정보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전혀 논할 수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처음에 설명했던 과학적 이론들은 예를 들어 한쪽 눈의 시력만을 가진 사람에게도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등 최소한의 실험 설계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했던 SF영화 <토탈 리콜>은 자기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성의 풍경들이 낯익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러나 나중에 지구와 화성을 오가며 화려한 액션극을 펼친 끝에 밝혀지듯이, 사실 그는 화성에서 온 사나이였다. 데자뷰 현상의 진실도 결국은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즉, 이전에 와 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만 우리가 기억을 하지 못할 따름인 것이다. <토탈 리콜>의 주인공은 이전의 기억을 모두 제거 당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했지만, 우리들은 풍경에 대한 무관심이 데자뷰라는 현상으로 역전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글 : 박상준-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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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7-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구나. 난 단순히 두번째 이론 - 봐놓구선 안 봤다고 우기는 거다! - 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신기하다 신기해.

메시지 2004-07-2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약속'에서 이런 현상에 관한 대사가 나왔죠. 주인공 전도현이 처음 MT로 강화도에 갔을때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는데 인상적이었어요.

sunnyside 2004-07-2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가물가물.. ^^;

찌리릿 2004-07-2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데자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서 한쪽 눈만 뜨고도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테스트해보려면 힘들겠군요. 아니면 아예 애꾸눈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은 이러이러한 현상을 경험해본적이 있나요?"라고 여러차례 인터뷰를 거쳐도 되겠고..

그런데.. 저의 경험으로는, 어떤 시각적 정보(장면)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까지 포함한 것을 '내가 언젠가 겪었던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어떤 상황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싶다고 저는 생각했었는데..

암튼... 저는 전생의 기억, 무의식의 세계, 다른 차원의 내가 겪었던 상황을 지금의 내가 똑같이 겪고 있다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게 훨씬 재미있어보이는데...
그러고보니.. 이걸 소재로.. 흥미진진한 영화 한편 만들어보면 어떨까싶네요.

sunnyside 2004-07-2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찌리릿님이 예리하십니다. 난 그런 생각은 미처 못해봤었거든요. (애꾸눈...)
시간과 기억에 관한 찌리릿님의 영화, 기대됩니다.
 

달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달 표면의 그림자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달에 '옥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해 왔으며 중국이나 일본, 그 밖의 다른 아시아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 진다. 또한 인도, 중국, 마야, 뉴질랜드 마우리 족의 신화 등, 세계 각국의 창세 신화나 전설에서도 '달' 만들어지게 된 기원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동양에 비해 달을 불길하고 사악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인식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는 사냥꾼 오리온을 전갈의 독으로 죽이고 다른 여러 인물들에게도 잔인한 보복을 서슴지 않는 등, 악행을 자주 저지른 것으로 나온다.
또한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이 나타나고 각종 범죄와 정신이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얘기되는 등 달, 특히 보름달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 팔월 한가위 등 풍요를 상징하고 기원하는 명절과 세시풍속들의 상당수가 '보름달'과 관련이 있다.

달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여러 가지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최초의 달력인 태음력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태양력을 채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 날짜는 곧 밀물과 썰물, 조석간만의 차이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조석력은 태양이 미치는 것보다 2배 정도 강하다. 이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 동식물들의 생체 주기 중 상당수가 영향을 받는다. 거북들이 보름달이 뜨는 때에 알을 낳으려 해변으로 올라오는가 하면, 바다생물들의 생체시계도 달의 변화에 맞추어져 있다.
월경(月經)으로 표현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약 28-29일 정도로 달의 공전주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크기가 거의 비슷한 해와 달이 하나씩 떠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대단히 신비로운 측면들이 많다. 먼저 달은 반지름이 지구의 약 1/4 정도로, 지구의 위성으로 보기엔 너무 크다.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보다 더 크다. 다른 태양계 위성들은 반지름이 모행성의 수십 분의 일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성과 금성은 위성이 아예 없고, 지구 크기의 반정도인 화성은 데이모스와 포보스라는 두 개의 행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반지름이 수 km에 불과하고 모양도 구의 형태가 아닌 감자와 같은 찌그러진 모양으로서, 지구의 '달'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천문학에서는 지구와 달의 관계를 행성과 위성이라기보다는, 명왕성과 카론의 경우처럼 '이중 행성계'(행성계: 하나의 항성의 인력권(引力圈) 내에 있는 몇 개의 행성으로 이루어진 천체)로 분류한다.

또한 태양의 반지름은 지구의 100배 정도가 되므로, 달보다는 400배 정도가 큰 셈이다. 그런데 지구로부터 태양까지의 거리 1억 5천만 km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인 약 38만 km보다 400배 가량 먼 정도여서, 지구에서는 태양과 달이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달의 그림자가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두 천체가 이처럼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일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보면 극히 낮은 것으로서, 우연치고는 너무도 신기한 일이다.

달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달의 지진, 월진(月震)이다. 지구의 지진에 비해 매우 약하기는 하지만 그 패턴을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달의 내부가 텅 비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달 공동설'이 주장되기도 한다. 또한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항상 한쪽 면만 보이고 뒤편을 볼 수 없는 것도 여러 가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한때 미국 아폴로 우주선에 의한 인간의 달 착륙은 교묘하게 조작된 사기극이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제기되어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는데, 달이 아직도 매우 신비로운 대상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음모설 류의 주장이나 비과학적인 해석들이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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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7-1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달의 위와 같은 특징 때문에, 달이 그냥 위성이 아니라, 인공 위성이다! 라는 주장에 혹한 적이 있다. 달은 금속성의 물질로 껍질만 있으며 가운데는 텅 비어 있고, 우리가 볼 수 없는 달의 저쪽 편에는 외계인이 만들어 놓은 기지가 있다. 황당하지만, 그럴 듯하고 재미있는 주장인 것 같다. ^^

비로그인 2004-07-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사실입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몇몇 동지들은 이 뿐만 아니라 최근의 금연 열풍의 원인이 이 달을 만든 외계인에게 담배연기가 치명적인 독이 되기 때문에 그들의 지구정복이 어렵게 되자 이들이 포섭한 미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날 때마다 지구를 지키자는 충정으로 죽!어라하고 담배를 피워대지요. 언제 한번 초대할까요?

sunnyside 2004-07-1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알고보면 그 레지스탕스 조직의 점조직원 아닐까요? 나름대로(아직도, 여전히 -.-) 외계인의 지구 정복을 방해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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