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글쓰기 공부> 3일차- 어제(11월 8일)는 희진 쌤 글쓰기 특강 세 번째 시간.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약간의 귀차니즘의 발동하기는 했으나 7시 20분쯤 강의실에 도착해 보니, 쌤은 벌써 오셔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쌤도 날씨 이야기로 운을 떼시면서 너무 추워서 오늘 오기 싫었던 것 아니냐, 그런데 다들 어쩜 이렇게 일찍 오느냐고 칭찬하면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짧게 복습하고 오늘의 주제 <좋은 글의 절대적 판단 기준 : 창의적 시각, 당파성, 포지션>에 대해서 열강 시작!

쌤은 먼저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나는 참신한 글이라고 대답했는데(물론 쌤의 귀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음 ㅋㅋ) 빙고! 쌤도 바로 창의적인 글, 독특한 시각에서 쓰인 글에 눈이 간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글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중요하다면서 글의 절대적 판단 기준은 창의성이라고 거듭 강조. 왜냐하면 글쓰기도 예술이므로. 예술의 절대적 판단 기준은 창의성 아니겠느냐고 하셨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서 쌤은 주로 당신이 독특하다고 느낀 글의 저자들은 대개 게이나 레즈비언이 쓴 글이 많았다면서 일상에서 다른 식의 관점, 반전적 시각을 장착한 사람들의 글이 아무래도 독특하더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 권의 책- 아까 읽고 계시던 책을 소개하셨다.

시각 장애인인 언어학자가 쓴 책인데,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구도를 시각장애인을 여성으로 비시각장애인을 남성으로 대치해서 읽으면 완벽하게 여성학이 된다면서 이 책을 여성학 교재로 쓸까 한다면서 이 책의 관점이나 표현 등을 극찬했다(책 제목은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찾아보니 호리코시 요시하루,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이 책이다. 일본의 언어학자, 김영사 등등 쌤이 흘린 정보 취합해 본 결과), 그러면서 장애에 관한 책들은 거의 대개 여성학 책으로 읽힌다고 강조(나는 이 책을 일단 급박하게 사기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주류, 통념과 나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이것은 동일시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쌤 당신은 카뮈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아랍인을 쏜 게 대체 이해가 가느냐고 물었다. 뫼르소에게 동일시하는가? 쌤은 아랍인에게 동일시했다고 하는데, 만일 뫼르소가 쏜 대상이 아랍인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 아랍인을 쏜 뫼르소에 동일시하면서 그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게 멋진 행위인가?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고 너무 화가 나서 불문학에 적대적인 감정까지 느꼈다는 쌤. 그러면서 계속 동일시의 예를 설명했다. 예컨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당신이 동일시한 인물이 누구인가. 김태리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아서 당신은 또 놀랐다고(나도 놀랐다. 이 드라마는 나도 드문드문 봤는데 김태리랑 동일시를 해?? 띠용) 아무튼 쌤이 동일시한 인물은 ‘구동매’(백정. 그의 분노와 애기씨를 향한 불가촉천민으로서의 욕망) ‘함안댁(애기씨 돌봐준 사람)’이라는데 (내가 드라마를 꼼꼼히 보지 않아서 구동매/함안댁 이름이 맞는지는 확인 불가) 쌤은 특히 함안댁의 마지막 대사 “다음 생에 태어나면 나도 한번 ‘이리 오너라’ 한마디를 외치고 싶다.”는 말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 <더 글로리>에서도 누구와 동일시했느냐고 물었는데(역시 이 드라마를 드문드문 본 나로서는 이 드라마에서 동일시할 인물이 있어????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많은 분들이 송혜교를 언급해서 한 번 더 속으로 놀랐고)- 쌤은 극중 송혜교 친구로 나온 인물(명품 가방 매장에서 일하던 친구라는데...)에 동일시를 했다고 하셨다. 이 인물은 내가 잘 몰라서 일단 여기서 줄이고......

동일시가 중요한 이유, 그러니까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누구와 동일시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글쓰는 사람이 <이방인>의 뫼르소나 <미스터 선샤인>의 애기씨 김태리와 동일시해서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텍스트에서 주류, 통념과의 관계, 내가 누구와 동일시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여러 순간과 장면에서 동일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길에서도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내가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정체성과 캐릭터, 욕망(완전한 아웃사이더인가 인싸를 욕망하는 아싸인가, 아싸를 욕망하는 인싸인가, 완전한 인싸인가)이 드러난다. 이렇게 자기 캐릭터를 극단화하는 훈련을 해야 내가 뚜렷해진다.

동일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요즘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놀랍게도 이스라엘에 동일시하면서 이스라엘의 승리를 기원하는(오마이갓. 심지어 기독교이면서 그런다는 건 종교 알못인 내가 보기에도 좀 이상한데...???) 한국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 그들은 대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일까? 사실 내 트위터 아이디는 히브리어로 그 뜻은 ‘한계가 있다’의 의미인데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에서 군복무(총 들기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단체 이름이다. 한마디로 가자 지구 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0년에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서 이 단체를 지지하기도 했고, 어떤 일에서나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 이 단어를 내 트위터 아이디로 삼았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한국에 살면서도 어떤 이들은 저 힘 있는 이스라엘에 동일시(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내가 부자로 태어나고 종교(기독교?? 아 이상해 암튼)를 가졌다면 이스라엘을 지지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결국 어디에 자신을 동일시하느냐/어떤 위치에 서느냐는 그 사람의 당파성을 보여준다는 쌤의 말이 내 경우에는 확실히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자연스럽게 여기서 당파성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당파성이란 부분성을 뜻한다. 이 세상의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오직 하나,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진실을 둘러싼 “전략”(당리/당략)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당리/당략이 나쁜 의미로 쓰인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이합집산이 많은 것이 바람직하고 그들의 당리/당략(내용)이 중요하다. 당리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당(party)들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각은 부분적, 당파적(partiality)이고 맥락적, 상황적이어야 한다. 보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 당파. 부분적 시각을 갖고 있다. 부분적이면서 입장을 갖고 있다. 보편적인 사람은 위치가 없다. bird's view- 전지전능한 시점은 불가능하다. 세상을 조감하려는 사람? 보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여기서 쌤이 들려준 포지션과 당파에 관한 아주 좋은 사례- 25년 전 추석, 쌤과 쌤의 남편이라 주장하던 사람과 쌤의 여동생과 제부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이때 뉴스에서 전남 함평에서 일어난 일가족 총기 몰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쌤은 그 당시에도 관심사가 주로 가정폭력이었으므로 이 사건을 가부장에 의한 가정폭력이라 말했고, 당시 군사주의를 공부하던 쌤의 여동생은 총기난사(군사주의)/총기문제로 해석하면서 “우리나라에 등록된 총만 13만이다”와 같은 발언을 주로 했다고 한다. 한편 쌤의 제부는 전라도 출신이었는데, 이 문제를 전라도 차별로 보면서 보도의 문제(서울이나 경상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것이다 등등 형평성에 어긋난다/재현의 문제)로 해석했다고 한다. 이때 각자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맞다. 그런데 여기서 쌤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던 그분은 평소에도 타자성이나 결핍이 없던 사람으로 늘 자신을 보편이라고 생각했다던데, 마지막에 이분이 한 말. “왜 시끄럽게 뉴스 보는데 떠들어!”- 이 보편이라는 사람에게 이 사건은 단지 뉴스일 뿐. 그는 이 뉴스를 보고 할 말(쓸 말)이 없는 사람이다.

다시 강조 Bird's View는 없다. 나의 입장(立場/stand point)은 ‘서’있는 자리이기도 하며 이것은 후기구조주의/해체주의의 이론 “기존의 나를 상대화하라”는 말과도 맥락상 통한다. 모든 지식은 상황적 지식. 맥락적 지식이라는 전제가 있으며 여기서 나의 입장(포지셔닝)은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위치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포지션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자기의 이해(利害), 공동체 이해(利害), 집단의 이해(利害)가 얽힐 수밖에 없는데 이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글 쓸 때의 결단. 이것은 곧 정치적 행위이므로 정치적 행위를 섣불리 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보편적인 글만 쓰게 된다(하나마나한 소리).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적이 생긴다(예컨대 교회 내 성폭력 폭로/문단 내 성폭력 폭로/동성애 커뮤니티 내 성폭력을 폭로 등 내부 고발자는 축출되기 마련). 그런데 글쓰기는 여기서 결판난다. 모두가 각자의 포지셔닝을 가지면 모두가 작가인 시대는 결코 올 수가 없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은 누구의 관점인가?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의 관점이다. 사건 생존자나 유가족들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억해주세요”도 아닌 “기억하자”는 자기 자신이 진보적이다. 양심적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기억하자”는 곧 남의 일이라는 것을 포함한 공허한 구호).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피해 당사자의 구호를 생각해야 한다. 이 사람들 입장에서 나올 구호는 무엇일까? “잊지 말아주세요”가 아닐까. 이 사람들 입장에서 다시 서보기가 곧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곧 누구의 입장에서 설 것인가를 자기가 결단하는 것. 매순간 결단을 해야 한다. 글감에 따라서 수많은 행위자 중 누구와 동일시하고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서 50대 여성들이 누구보다 김지은 씨를 비난하고 공격했는데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안희정의 와이프에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stand point는 곧 어떤 side에 설 것인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하는 행위. 포지셔닝은 자기 이해관계와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현재의 우리는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의 눈(Bird's View)만 가지려하는 것은 아닌가. 조감도로는 독특한 글을 쓸 수 없다. 모든 걸 다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세 번째 시간이 제일 좋았다!





얘들아 쌤이 추천한 책이야. 담아 담아..... 일단 새로운 책들만 소개해 볼게.....

아놔 필립 로스 책 읽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리고 쌤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쓰기나 외국어 모두 점핑 기간이 있고 정체 기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체 기간을 못 견딘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라. 그래야 승부가 난다! 함달달... 화이팅(함달달 화이팅은 내가 덧붙인 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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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8 21:44   좋아요 1 | URL
집 앞에 와서 보고 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08 21:55   좋아요 1 | URL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느으은 어느영화와 같은 일들이… ㅋㅋㅋ

유부만두 2023-11-08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동일시.
비슷하게 전 프루스트 읽으면서 인물들이 놀고 먹고 수다 떨고 자기옷 정리나 청소도 안하는 꼴이 너무 미워서 읽기가 싫어졌어요. 거기 도우미 할머니 프랑수아즈랑 주인공 외할머니가 나오는데 그나마 이 둘에겐 좀 감정이입이 되었고요.

미스터 선샤인, 아 바로 윗 글하고 너무나 반대되는 이야긴데 전 매국앞잡이 부잣집 한량 도련님 김희성(변요한)이 가장 맴이 쓰였어요. 현실의 전 식구들 뒤치닥거리에 지치지만 속마음은 놀고먹는 팔자가 너무나 부러운거죠. (아닌가? 그냥 배우의 얼굴이 맘에 들었을 수도) 하지만 내 아들이 김희성 같이 구는 건 아니될 일이외다.

페넬로페 2023-11-08 20:01   좋아요 0 | URL
저는 프랑수아즈도 동일시하기 힘들던데요~~

유부만두 2023-11-08 20:05   좋아요 1 | URL
‘그나마’요. 실은….프랑수아즈의 비굴함과 이기심이 제게도 있습니다.

잠자냥 2023-11-08 20: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만두 님 확실하게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네요. 저는 읽.시.찾은 언제 읽나….

은오 2023-11-08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희진쌤이 말씀하신거 모아모아서 책 찾아주신 잠자냥님!!!!!! 뽀뽀!!!!!!
2. 더글로리 보면서 당연히 열에아홉은 송혜교한테 동일시하지 않았을지?! 피해입은 주인공의 복수극에서 주인공한테 동일시 안하기도 힘든데..... 쌤이 동일시한 인물도 어쨌거나 학폭에 가담했으니 ㅋㅋㅋ 그게 전부는 아니고 안쓰러운 면도 있긴하지만 음 ㅋㅋㅋ 미스터선샤인은 안봐서 모르겠다
3. 자기 캐릭터를 극단화하는 훈련을 해야 내가 뚜렷해진다, 새의 눈만 가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밑줄 긋고요.....
5. 책 담아가고요.......
6. 이 페이퍼 넘 좋고요.....
7. 잠자냥님이랑 더 결혼하고싶고요.........

잠자냥 2023-11-08 20:41   좋아요 1 | URL
그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이 다 너무 극단적이라 동일시하기 힘들 거 같은데 다들 하는 캐릭터가 있는 거 같아서 놀라웠어요. 거기 나온 인물들 현실애서는 전 아무도 알고 지내고 싶지도 않음 ㅋㅋㅋㅋㅋ
3. 잘 새겨서 글 좀 써! ㅋㅋㅋㅋ
5. 12월 가기 전에 150권 구매 돌파!

페넬로페 2023-11-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저는 미스터 선샤인과 글로리 다 봤는데 김태리와 송혜교의 역할이 좀 다른데 두 사람을 동시에 동일시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좀 뜬금없죠? ㅎㅎ
비록 독후감이라도 정체기간을 극복하고 계속 쓴다, 화이팅!

잠자냥 2023-11-08 20:42   좋아요 1 | URL
동시에 하는 사람 = 이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네 리뷰도 쓰기 싫을 때 있지만…. 화이팅 ㅋㅋㅋ

유부만두 2023-11-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5046463

2023-12-04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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