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뜻도 모를 것 같은 인간, 반지성주의 표본 같은 인간이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망언을 하고, 외람이들이 반지성주의자가 취임하던 날 무지개가 떠서 상서로운 징조라고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조국 흑서인지 뭔지로 조국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던 한 교수가 기생충 논문에 지인의 부탁을 받고 그 자식, 그것도 외고생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려놓고 그 사실이 드러나자 “교육 차원에서 행한 일”, “과학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대깨문들은 자신을 욕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던데, 하이고 난 대깨문이 아니라서 당신을 좀 욕하겠소. 대깨문들에 이어 대깨윤들의 내로남불 시대가 열렸다. 하도 기가 막혀 책을 지른다. 답답한 세상, 5년 내내 책이나 더 읽자-
신간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단순한 이야기>
문동 세계문학전집 209번은 18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 엘리자베스 인치볼드의 장편소설이 선택되었다. 18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데, 여성의 욕망과 주체성이라는 대담한 주제를 우아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로 펼쳐내고 있다고. 무척 기대되는 작품 빨리 읽어봐야지.
하인리히 뵐, <아담, 너는 어디에 가 있었나>
뵐을 좋아한다. 그의 신간이(개정판이긴 하지만) 나왔는데 어찌 외면하랴. 요즘 읽은 책. 오늘 아침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어제는 출근길에 읽다가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다. 병사 파인할스가 동부전선에서 그의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모은 것으로 전쟁의 참상을 뵐 특유의 담담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조만간 리뷰 쓸 예정.
샤오홍, <가족이 아닌 사람>
최근 출간된 대산세계문학총서 중 눈에 띄는 작품. 작가 소개를 보자. “20세기 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벗어나고자 뛰쳐나왔으나, 남성 위주의 세상에서 자신을 불사르고 스러져간 작가 샤오훙.” 약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남긴, 천재적인 감각이 드러나는 단편들이 실려 있다. 단편이라 몇 작품씩 천천히 읽고 있는데 첫 작품부터 감탄했다. 천재 맞네. 맞아. 가난하고 핍박받는 약자들의 삶이 너무나 핍진하게!(나 이 단어 안 좋아하는데, 여기에는 이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 그려지고 있다. 이 책도 다 읽으면 리뷰 쓸 예정.
스투르 가츠키 형제,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
제목만 보면 절대 사고 싶지 않은 책이다. 월요일이 토욜에 시작된다니, 젠장............ 하지만 스투르 가츠키 형제 책이다. ‘스투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네 번째 권으로,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에서는 러시아 민담을 비롯한 세계의 온갖 신화와 과학이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해 사회주의 체제를 풍자하고 있다고. 에잉, 이 장난꾸러기들 또 어떤 세계를 상상한 거야!
시어도어 드라이저, <아메리카의 비극>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대표작. 옛날부터 읽고 싶었다. 그런데 왜 범우사판 밖에 없었는지......... 아무튼 2020년에 출간된 책. 그동안 보관함에 오래 담아뒀다. 중고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도통 나올 기미가 안 보이네.... 그래서 그냥 새 책으로 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겨난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간극 속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는 개인의 욕망이 사회적 부조리, 타인의 욕망과 충돌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스티븐 그레이엄 존스, <엘크 머리를 한 여자>
구매한 책 사진에 이 책은 없다. 냉큼 읽고 팔아버렸거든. 읽는 내내 지루했다. 대체 어디가 무섭다는 것인지 원..... 이 책에 관한 19개의 리뷰를 대충 훑어보면 다들 무섭다고 그러던데, 어디가 무서웠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잘못은 남자놈들이 했는데, 왜 죽거나 다치는 건 죄다 여자여?
유진 오닐, <애나 크리스티>
사악한 가격의 지만지 희곡선, 그래도 유진 오닐의 희곡, 그것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면 어찌 외면하랴? 역시 만족스럽게 잘 읽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 러시아 문학 강의>
몇 년 전에 문학동네에서 <나보코프 문학 강의>가 나오더니 이제는 을유에서 (개정판이긴 하지만) <러시아 문학 강의>가 나왔다. 아니, 목차만 봐도 너무 재미있어 보여!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주제로 진행한 강의를 모은 이 책- 러시아 문학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일 듯.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나보코프는 투르게네프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그는 읽기 편한 작가일 뿐 위대한 작가는 아니다.”(144쪽) 반면 체호프에 대해선 이렇게 평한다. “고리키는 교과서에 이름만 남아있겠지만 체호프는 자작나무 숲, 노을, 그리고 글쓰기를 향한 열정이 남아 있는 한 오랫동안 살아 있을 것이다.”(455쪽) 꺅- 너무 공감공감- 나 교수님의 러시아 문학 강의 1대 1 과외로 받아보겠습니다.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사실 이 책도 몇 년 동안 보관함에만 담겨져 있었다. 출간 당시 나는 이 책이 너무나 궁금했다. 아니 대체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와 페미니즘이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대충 밑그림이 그려지면서도 그 전복적인 사유가 궁금했는데 어려울 거 같아서 선뜻 사지는 못했는데... 요즘 다부장님을 비롯해 여러분들이 읽고 있으니 나도 읽어보자 싶어졌다.
그리고 내친김에 어제는 퇴근하고 도서관에 가서 커뮤니케이션 이론 총서 <도나 해러웨이>와 도나 해러웨이의 또 다른 책 <트러블과 함께하기>도 빌려 왔다. 사실 나는 도서관에서 책 찾을 때 검색하지 않고 직감으로 대충 그 책이 있을만한 코너에 가는데, 도나 해러웨이는 여성학도서 많은 쪽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갔다가 큰코다쳤다. <도나 해러웨이>는 사회과학 코너에서 쉽게 찾았는데 그 근처에 있을 거 같았던 <트러블과 함께하기>는 아무리 봐도 안 보여서 마침내 검색.... 아, 아니, 이 책은 ‘생명과학’ 코너에 있는 게 아닌가. 생명과학 도서 코너에서 이 책을 뽑으면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이 사람 진짜 재미난 사람이네- 도나 해러웨이, 내 독서 인생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생명과학 코너를 찾게 만들었어!!!
암튼 다부장님, 어제인가 이 책으로 땡스투 들어간 거 저랍니다. 저에요. 부자되세요.
중고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너무나 유명해서 말이 필요 없는 책. 언젠가는 읽어야지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중고로 딱- 떴으니 냉큼 샀다. 이 책 중고로 내놓은 분은 중간까지는 열심히 읽으신 것 같다. 책에 낙서를 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암튼 책장 넘긴 흔적을 보니 그렇다. 쟝쟝이 내놓은 건 아니죠? 암튼 덕분에 잘 보겠습니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이상하게 손이 안 간 작가. 내가 연애 밀당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있겠지. 최근 물감 님 리뷰 보고 드뎌! 읽을 결심을 했다.
니콜라이 고골, <감찰관>
고골의 대표 희곡 작품들만 엄선한 선집이다. 이 책에는 고골의 희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이 뛰어난 <감찰관>을 비롯해 <결혼>, <도박꾼>이 실려 있다. 근데 나 이 책 사고 생각해 보니, 오래전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읽었더라......? 독서란 무엇인가. 잊기 위해 읽는 것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감찰관> 기억도 안 나니까 다시 읽고 더불어 <결혼>, <도박꾼>도 읽자.... 그러고 또 잊자..........-_-
앨런 버넷, <예술하는 습관>
알마에서도 새로운 희곡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다. ‘GD Graphic Dionysus’ 책에 그래픽이 들어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비싸다.... 목록은 흥미로운 작가가 많은데 비싸서 선뜻 손이 안 가던 차에 중고로 나와서 냉큼 구매. 근데 새 책이 왔어! 개꿀이다! 당대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앨런 버넷의 희곡으로 2009년 영국 로열국립극장 초연 당시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두루 호평을 받은 수작이라고.
얼마 안 산 거 같은데... 벽돌책이 좀 있어서 책탑이 높다.
암튼 뉴스는 분통 터지는 소식뿐이고, 역시, 책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