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화제사건<숭례문을 파괴하게'내버려둔'사람들에게>

아래글은 '6학년님'이 서재에 쓴 글이다. 5학년 때부터 서재에서 알게 된 남학생인데 올해 중학생이 된다.  어른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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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께 외삼촌댁이 있는 서울에서 삼촌과 차를 타고 가면서 숭례문을 보았다. 정말 아름답고 멋지던 그 숭례문이 어제 아침에 뉴스를 들어보니 불에 타고 폭삭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그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숭례문이 사라지니 슬프고 또 화가 났다. 들어보니 방화범은 70대 남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별로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이번 사건의 진짜 책임은 바로 우리나라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국보1호면 경비를 철저하게 해야하는데 너무 허술한 경비체재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국보1호면 국보1호 답게 경비를 서야지 자기가 무슨 낡아빠진 건물 지키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책임은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정말 양심이 눈꼽에 있는 미생물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랴, 다시 숭례문을 복원해봤자 소용 없다. 그것은 우리 선조의 혼이 깃든 숭례문이 아닌 짝퉁 장식품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복원한 숭례문을 보고 우리나라 국보 1호의 자부심을 절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에게는 1초도 쉬지않고 경호를 서면서 최고의 문화제를 그렇게 허술이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만약 진짜 문화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면 국보1호를 대신할 문화제를 전국을 뒤져서라도 찾아내야한다. 당신들이 아무리 변명을 하고 책임을 돌려도 우리는 숭례문 불에 타 없어진 것이 당신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있으니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양심있게 반성하고 온 국민과 숭례문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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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을 그들만 모른다는 게 너무나 웃기지요~~
모른척 하는 거겠지만, 썩을 것들!!

전호인 2008-02-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순수한 생각이 저 우매한 것들에게 전달되길 기대해도 될까요?
짝퉁이라는 말에 어린친구보다 앞서 살고 있는 선배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바람돌이 2008-02-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아이들의 직설이 무서운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죠.

보석 2008-02-1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도 아는 걸 모르는 어른들이 있으니 문제..

프레이야 2008-02-1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학년 님의 서재글을 알려드리고 싶어 옮겨왔어요.
참 멋진 학생이에요. 올해 중학생이 된다지요.
님들 관심 가져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머리 안 자를 거야! 알맹이 그림책 7
엘리비아 사바디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을 보며 십 수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싱긋 웃었다.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이런 그림책은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아이에게는 대리만족이나 욕구의 간접배설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길러본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를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 있게 그려놓은 그림책이다. 특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예민한 아이를 기른 엄마라면 훨씬 더 공감하며 살짝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예전에 아이의 주장을 흡수해주고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포용해주지 못한 나처럼 그렇게.

 ‘바람의아이들’에서 나온 알맹이그림책 시리즈의 일곱 번째 그림책 <머리 안 자를 거야>는 간단명료한 글과 글처럼 간결하면서 온기 있는 그림이 엄마와 어린 아이 사이에 흐르는 끈끈한 믿음과 사랑을 잘 전해 준다.

 열여섯 살이 된 큰딸은 어릴 때 무척 고집이 세었다. 숱이 적은 편이었는데 한 번 박박 밀어주면 더 많이 잘 난다고 해서 백일이 좀 지나 미장원에 데려간 적이 있다. 그날은 미장원이 발칵 뒤집어진 날이었다. 나는 아이를 붙잡느라 녹초가 되었고 아이도 기진맥진하였다. 미장원 언니들도 고역이었다. 얘는 생후 2개월에 어깨띠를 하고 내 가슴에 매달려 외출을 할 때에도 그때가 한 겨울이었는데도 숄을 머리에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머리를 뻗치며 흔들어대었다. 그래서 생후 첫 나들이 때부터도 뒤집어씌워 다니지 않았지만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았다.

 아이가 ‘안 할 거야’라고 거부의 표시를 할 때, ‘내가 할 거야’라고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할 때마다 엄마는 자신과 타협을 해야 한다. 수긍하고 허락하던지 금지시켜야 하던지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 딸처럼 ‘안 할 거야’라는 의사표시를 많이 했던 아이를 나는 존중해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내 편의나 남의 시선 때문에 아이를 무조건 내 기준으로 맞추고 윽박질렀다. 좀더 포용해주고 아이의 정서와 의사를 수용해주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가 든다.

 그림책 속의 엄마는 고집스럽지만 귀여운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와의 싸움에서 휴전의 지점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또한 읽고 있다. 두 사람의 볼이 부딪히고 ‘머리카락이 서로 섞이고’ 눈동자가 함께 반짝 빛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온난기류가 든든하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버릇없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적정한 선에서 자신의 손을 들어주고 안아준다는 걸 체온으로 믿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정서적으로 더욱 온화해지지 않을까 싶다. 방종이나 과잉보호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그림책의 매력은 활자의 크기와 모양으로 어린아이의 직설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활자가 주는 내용전달의 힘은 그림책의 그림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나 ‘작은집 이야기’처럼 글자의 배치를 통해서도 일러스트레이션에 한 몫 하는 그림책은 유쾌하고 생동감 있다. “오늘은 머리 안 자를 거야” 라고 쓴 커다랗고 굵은 명조체 활자는 자기 의사를 뚜렷이 밝히는 도미니크의 목소리를 녹음기로 실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이의 마음이 읽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최윤정 님의 번역이다.

 

 글자가 적어 미취학어린이 중에서도 연령대가 어린 아이나 글자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에게도 좋겠다. 엄마와 같이 읽어보면 아이의 마음도 대변해주고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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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안자를거야는 우리집 애들 단골 메뉴인데요. ㅎㅎ
이번에 예린이 머리 자르기 위해서 얼마나 꼬드겼게요. ^^
이 책 보여줘야겠네요. ^^

프레이야 2008-02-04 10:56   좋아요 0 | URL
히힛.. 이 그림책 오늘 님께 보낼게요.
예린이보다 해아가 더 좋아할 것 같아요. 글이 적고 그림은
재밌어요. ^^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다양한 장르의 논픽션을 쓰고있는 사람을 위한 간소하고 명료한 글쓰기로 유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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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게 필요한 책 같은데요.

프레이야 2008-02-02 08:57   좋아요 0 | URL
기교와 기술을 가르치는 책보다 훨씬 좋았어요.
오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걸 보니 역시 교과서적인 게
유용할 때가 많아요. 이건 게다가 그 한계를 넘어 가려운 곳을
찝어주더군요. 저같은 경우에 와닿는 내용이 무척 많았어요^^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서평단 알림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 작은거인 14
오카다 준 지음, 김난주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졸업을 하고 중학생 교복을 맞추던 오래 전의 그때가 아스름하다. 영화 ‘스윙걸즈’에서 여고생들이 입고나온 검은색 세일러복이 당시 우리들의 교복이었다. 무릎길이의 플리츠 스커트에 상의의 세일러 깃에는 두 줄의 흰색 선이 산뜻했던 교복이다.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당시 입을 때에는 꽤 우쭐한 기분으로 입었다. 입학 당시는 커서 우장 같은 교복이 졸업할 무렵엔 딱 맞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문제는 초등 졸업을 앞둔 무렵과 중학 입학 전까지의 어정쩡한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그것은 세일러교복만큼 산뜻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무료하고 황당하고 불안했던 기억으로만 어렴풋하다.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에서는 딱 그 즈음의 시기를 보내야하는 두 명의 남녀학생이 등장한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사춘기의 시절, 뭔가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건 더 많은 세상,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 잡다한 꿈은 있으나 명쾌하지는 않고, 아예 꿈이 없거나 그리고 이성 친구에게 생기는 ‘어색하고 서먹한 감정과 긴장과 가식으로 뭉쳐진(p91)’ 묘령의 감정으로 혼란스러운 시절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배반하는 건지 그때의 일상 사건이란 얼마나 단순하였던가. 뭔가 신나는 일이라도 일어나면 좋겠는데 눈을 뜨면 여지없이 그 기대를 깨고도 남을 정도로 단조롭고 지루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 일상을 대변하듯, 이 책은 인물의 구도나 사건이 간결하고 전제적으로 내용의 군더더기가 없다. 선명한 플롯과 명료한 대화의 힘이 종결부까지 이어지고 여운은 오래간다. 세월이 지날수록 분명해지는 오래된 날들의 기억처럼. 오카다 준은 생활 속의 판타지를 그려내는 재주가 놀랍다. 그가 그리는 판타지는 ‘미끄럼틀 아래’에서건 ‘빈 교실’에서건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화려한 판타지 스토리나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기대한다면 기쁘게 실망할 준비를 하는 게 낫다. 그렇다면 그럴싸한 기사는 과연 나올까?

 생활 속 판타지는 식사 후 깨무는 한 알의 박하사탕 같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살면서 살만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혼자 꾸는 꿈과 그것으로 인한 희열이 타인에게도 전해질 때이다. 그리고 교감될 때이다. 이 작가는 모자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모험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의 한계를 넘고 싶은 갈망을 잘 이해하며, 해결해 줄 방법을 고심한다. 그에 무기가 되어주는 건 주위에 널려있는 소도구들(후추병, 연필깎이, 삼각자 등...)과 어느 순간 눈앞에 나타난 묘한 환상의 경험이다. 그건 자신들이 갈망해오던 것의 현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용은 혼자 있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둘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용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필요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는 귀엽기도 하다. 책 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용의 그림처럼 어쩐지 때려잡기엔 왠지 안타깝기도 한 그런 존재다. 낯선 환경과 낯선 인간관계가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은 개인차가 있지만 누구나에게 스트레스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도 제안할 만한 건, 상대에게 먼저 베푸는 배려의 손길과 다가가는 용기다. 극복하는 자에게만 영광의 시간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혼자보다 둘이면 쉽지 않은가.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중간중간에 고딕체로 격언 같은 구절들을 대화로 심어놓았는데 다소 문어체 같다는 느낌은 들어도 이야기를 읽는데 방해꾼이 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기사'라는 중세적인 분위기의 단어와 잘 어울려 고풍스러운 목소리를 낸다. 또한 초등 5-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이야기 전체의 은유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로 내세운 two-top으로 남학생과 여학생의 무게를 어느 한 쪽에도 두지 않고 정서적 역할에 균형잡힌 안배를 한 점도 돋보인다. 책의 두께나 활자의 크기로는 4학년 이상이면 무리없지만 내용의 두께로는 고학년에 적합하다. 이 책의 삽화는, 대개의 판타지 이야기가 자랑삼아 내세우는 현란함을 배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물체만 단순하게 그려놓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더 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일상의 판타지를 즐겨보라.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힘든 시간 중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눈과 두려움을 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오카다 준에 의하면,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보는 아량에서 출발한다.

 우리에게 완성은 없다. 15년 후 그들은 다시 만난다.
 “그래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었니?” 
 “응, 돼 가고 있어.”
 나는 썩 괜찮은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p93) 
 

결미가 마음에 든다. 우리는 오늘도 ‘돼 가고 있’다. 그것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리고 그것이면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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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1-2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이 좋아할 만함 이야기네요~.ㅎㅎㅎ
근데 저는 그럭저럭 되가구 있어,,,,라는 말은 싫어해요~.ㅎㅎ

프레이야 2008-01-21 07:4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럭저럭'은 아니고 그냥 '돼 가고 있어'에요.
철학적인 아이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에요.
화려한 스토리는 결코 아니구요. ^^
(그리고, 님, 보낸건요.. 그냥 제맘이에요.ㅋㅋ)
받아주삼~

네꼬 2008-01-2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 속 판타지는 식사 후 깨무는 한 알의 박하사탕 같은 것이다.

아. 이토록 적절한 비유라니. 제 생활 속에는 어떤 판타지가 숨어 있을까요? 그런 걸 잊지 말고 살자고 다짐해보는 아침입니다. (나름 뭉클한 기분이 되어 쓴 건데 쓰고 보니까 교과서에 있는 말 같아요. 제가 그렇죠 뭐. 킁-)

프레이야 2008-01-21 09:10   좋아요 0 | URL
네꼬냥 굿모닝~~~
저도 오늘 아침 박하사탕 한 알 깨물고 나설래요^^
교과서에 있는 말이 진부한 것 같아도 오래 묵혀서 공감을 얻는 말이니
나쁘진 않지요.ㅎㅎ 뭉클^^ 네꼬 님, 오늘 여긴 비가 와요.
거긴 눈이 많이 오진 않았는지요?
 

고은(古隱) 사진 미술관, 개관 기념 구본창 사진展


 
 
 
 

불교 예술은 현재에도 숨 쉬며 살아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시대적 흐름에 맞는 도구로 담아내며 보여주고 또한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장이 부족하다. 고은문화재단은 특별한 전시관을 마련하여 이런 현실의 답답한 숨구멍을 튀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 영상미디어의 대표라고 부를 수 있는 사진을 통해 불교와 지역문화를 아우르는 선구자로 나선 것.

고은문화재단(이사장 김형수)은 고은사진미술관(관장 이재구)을 12월 1일 개관했다. 고은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이번에 개관한 미술관은 부산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이다. 앞으로 고은사진미술관은 국내외 유명사진작가들의 전시기획, 신인작가 발굴 및 지원, 사진 문화의 대중화와 사진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 설 계획이다.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이재구 관장은 “부산은 국제영화제 및 불꽃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을 열고 있다”며 “지역의 문화 발전을 도모하며 국제적 행사를 아우르는 기획을 선보일 것이다”고 밝혔다.

개관 기념으로는 ‘구본창 사진전’을 기획했다. 구본창은 사진은 언뜻 보면 닳고 낡아서 힘없이 갈라져 버린 오브제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사진 속에는 새것으로의 과거와 당당한 현재 그리고 소멸될 미래가 서로 소통함으로써 사진의 본질인 시간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는 백자(vessel), 비누(soap), 바다(ocean), 그리고 오브제(object)로 구성됐다. 사진전은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이다. (051)744-3924-5
하성미 기자 | hdb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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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고은 사진 미술관이라고만 알고 찾아갔다.  젊은 사람들 몇몇에게 물어도 모르겠다고 하고 바람은 차고 우리는 길에서 어슬렁거리며 숙덕거리고 있었다. 거의 칠순이 가까워 보이는 아주머니가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를 지나가다 듣고서 손짓까지 해가며 자세히 알려주셨다. 새로 생긴 전시관 말이지? 이러시면서. 가보면 좋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번 목요일에 옆지기와 갔다. 현대적인 외관에 절제된 디자인의 내부 전시관이 마음에 들었다. 수수한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모던한 모습으로 살짝 들어앉아 있었다. 살청 님의 페이퍼가 아니었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2007년 12월1일에 개관하여 지금 첫 전시작품으로 구본창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애초에 1월 18일까지로 예정했으나 호응이 좋아 2월 16일까지로 연장한다고 한다.

일층에는 카페떼리아가 있고 그 내부에도 사진을 전시해두었다. 커피향이 진하게 퍼지는 코너공간을 살린 이곳에는 '바다'를 테마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주로 1995년정도의 작품들이었다. 통유리 안으로 내부가 맑게 들여다보이게 되어 있고 나뭇바닥의 느낌이 좋은 아담한 테라스가 밖으로 나와있었다. 전시관은 지하1층과 지상 2층으로 나뉘어있었다. 먼저 2층으로 올라갔다. 닳아져가는 비누와 숟가락, 장갑 같은 것들이 마치 회화처럼 순결한 사진틀 속에 들어앉아있었다. 그의 사진이 전시된 것은 처음 보는데, 미묘한 느낌을 주는 깊고 고요한 세계였다.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 그안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듯 가만히 보고 있으면 쉼없이 뛰고 있는 조용한 맥이 느껴졌다.

시간앞에 우리는 평등하다,는 어느 사진심리학자의 문구가 마음을 끌었다. 우리가 너나없이 평등할 수 있는 건 시간이라는 거대한 비가시적인 존재앞에서 뿐이 아닐까. '시간'은 닳고 말라비틀어져 금이 간 비눗조각이거나 손잡이 부분이 닳아 반질거리는 숟가락 같은 것에 가시적으로 생존한다. 옆지기가 오래 매달리고 있는 주제와도 상통한다. 오래되고 낡아지고 떨어진 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옆지기 사진의 눈이 시간의 반추와 회기를 너머 시간의 재생에 대한 열망으로 내겐 읽힌다. 그러고 보면 비슷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음식을 우리는 날마다 이런저런 손맛을 느끼며 맛나게 먹듯이 예술작품이란 것도 창의력의 한계 안에서 고만고만한 것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빚어내는 것이다. 해석의 문제이거나 의미짓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숟가락 사진을 보다 우리가 한살림을 차린 역사적인 날이 생각났다. 1989년 8월 한여름이었다. 그 때 나는 수저 열 벌을 준비했다. 그 중 몇 개는 지금도 버리지 않고 주방에서 쓰고 있다. 요새 산 것들보다 두껍고 무게감이 있다. 손이 닫는 부분의 금도금은 벗겨져 희끗희끗하다. 나는 그걸 버릴 수가 없어 몇 번의 이사에도 데리고 다녔고 지금도 요긴하게 쓰고 있는데, 얼마 전 옆지기가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예전에 신혼살림 장만하며 샀던 장농을 깨어버리자는 그의 말에 얼마나 섭섭하고 억울해서 발끈했던지, 생각해 보면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다 버린다해도, 버리고 싶지 않은 몇 가지가 있게 마련이다.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자 달을 닮은 백자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달이 28일을 주기로 변해가는 모습을 백자로 표현한 것이 특이했다. 대상과 배경의 빛의 대조가 삶의 극명한 대조로 보였다. 빛과 그림자, 흑과 백, 그리고 그 경계에서 허물어지는 그 모든 것들... 차고 비우고 다시 차고 또 비우고.. 생성과 소멸의 무한함과 공허함.

2층에 그의 사진집들을 판매하는 데스크가 있었지만 좀 넘겨보고 사지는 않았다. 열화당의 25,000원짜리가 그나마 가장 저렴한 책이었다. 구본창 작가의 아버지가 영면하시기 전 헐떡거리는 숨을 들이쉬고 계실 때 그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일화로 유명한 그 사진이 책자에 있었다. 숨, 생명, 살아있음의 신호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기.

종종 들려볼 수 있는 사진미술관이 가까이에 생긴 것, 반갑다. 전시 자체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지만 이런 공간이 지역에 생긴 것이 기쁘다. 옆지기는 라이카 부산 전시를 개최하거나 개인 사진전을 먼훗날 갖게 된다면 이곳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나는 맞장구를 치며 문을 나왔다. 이건 창호의 견고하고 심플한 문이 찰카당 하며 닫혔다, 우리 뒤에서.

 

- 2008년 1월 16일 관람

051-744-3924(고은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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