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시를 읽으면 생글생글한 말들이 입속에서 굴러다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동시를 읽으며 깔깔깔 낄낄낄 즐거워하고, 때로는 갸우뚱하기도 해요.

어른들은 동시를 읽으면 간결하게 사는 것이 마냥 그리워져요.

그동안 읽었던 동시집을 모아봅니다. 초등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2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좋은작가 좋은동시
한국동시문학회 지음, 최영란 그림 / 예림당 / 2003년 2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07년 10월 16일에 저장
절판

눈을 떠 잠꾸러기야
김아현 지음 / 삼성당 / 2006년 5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2007년 10월 12일에 저장
품절

어린이시
먼지야, 자니?
이상교 지음 / 산하 / 2006년 5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07년 10월 12일에 저장
구판절판
권하고 싶어요.
오리
황순원 지음, 최승호 엮음, 사석원 그림 / 비룡소 / 2002년 1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7년 10월 1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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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권 있네요~~~~ 푸른책들과 콩,너는 죽었다, 시가 말을 걸어요.
다른 것들은 기회가 되면 봐야겠어요~~~~ 감사 ^*^
'생글생글한 말들이 입속에서 굴러 다니는 것 같다' 멋지군요!

프레이야 2007-10-11 22:04   좋아요 0 | URL
님, 마음이 볶닥댈 땐 동시를 읽으면 좀 맑아지는 것 같아요.
전, 최윤정이 엮은 '가만히 들여다보면'을 권하고 싶어요.^^
그러고보니 푸른책들 동시집이 많네요.

하늘바람 2007-10-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시집만 모아놓으셨네요

프레이야 2007-10-12 14:24   좋아요 0 | URL
근데 품절이 많네요. 신간 동시집 중에도 좋은 게 많을거에요.
입안이 까끌할 땐 동시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아서요^^
태은이한테도 차츰 낭송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놀이^^
 

 

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



♧ 황인숙

  1958 서울태생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자명한 산책』 등

♤ 가을이 되면 으레 떨어질 줄 아는 잎새와 잎새들.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일. 
    자명한 것들을 걷어차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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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는 자명함을 퍽!퍽! 걷어차며 걷는다" 나도 이러고 싶어요!

프레이야 2007-10-10 10: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퍽퍽 걷어차고 싶어요.^^
조금 있으면 많이도 떨어질 낙엽들, 우리는 너무 당연하고 자명한 것들
앞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걷어차서 뒤집어 봐야죠.

2007-10-1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0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10-1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자명한 일들을 걷어차는 일이라...."
가을을 빗댄 이 시가 건네는 의미가 뭘까? 갑자기 단순한 홍수맘 멍해져 옵니다.

프레이야 2007-10-10 16:41   좋아요 0 | URL
그냥 걷어차 보는 것도 좋지요. 속 시원하니!!
홍수맘님, 그거 보냈어요.^^

소나무집 2007-10-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랜만에 하늘빛이 가을이네요.
파란 하늘, 가을 느낌 자명합니다.
자명해도 그렇지 못해도 다 지나가지요.

프레이야 2007-10-10 16:42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가을은 우리들 마음을 왜 이리 싱숭생숭하게 만드는지요.
네, 다 지나가지만 또 찾아오기를 반복하는 것들..

망상 2007-10-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오랜만에 시집을 꺼내들었습니다. 3년 쯤 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어두운 장롱에 포스트잇이 달려 있네요.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ㅎ

프레이야 2007-10-11 23:25   좋아요 0 | URL
망상님, 유진과 유진, 리뷰를 읽은 후로 오랜만이죠.
오랜만에 꺼내든 시집, 참 반갑고도 애잔하셨겠어요.^^
 

 

수천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면서




최하림


끝을 모르는 시간 속으로 새들이 띄엄띄엄 특별할 것도 없는
날갯짓을 하면서 산 밑으로 돌아나간다 강물이 흘러 내려가고
나무숲이 천천히 가지를 흔든다 이윽고 나무숲 새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번쩍이면서 수천의 그림자를 지운다
새들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하늘 속으로 들어가 멈추어 있다가
시간의 거울 속으로 빠져나가면서
거울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갯짓을 한다
하늘에는 수천 새들의 날갯소리로 시끄럽고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요요마는 거울 속에서
거울의 부축을 받으면서 연주한다 황혼이 거울 속으로
돌아든다 새들이 또다시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날아가면서 꾸르륵꾸르륵 운다

 


-------

 

♠ 시인 최하림

1999년 전남 목포 태생
1964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 『풍경 뒤의 풍경』 등


 

▶ 시간과 자아, 침묵과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 뒤의 풍경을 그린다.
    아니, 그 사이를 넘나든다. 나도 당신도 하나의 ‘풍경’이고, 그 뒤의 풍경을
    우리는 넘나든다. '나'는 '당신'의 풍경으로도 넘다들고 싶다.  
     고독한 풍경들의 바람(wish). 풍경들 사이로 수천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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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0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10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파의 왕따 일기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래글은 작은딸(3학년)이 국내창작동화 <양파의 왕따일기>를 읽고 쓴 독서감상문이다. 4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했던 책인데 딸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하여 쓰인 이 책을 재미있어 하며 여러번 읽더니, 어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글을 써서 내게 보여주었다. 물론 내 칭찬을 바라며 한 편에 백원을 기대하였다. 나는 아이의 글에 비난을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 칭찬 한 마디 날리고 백 원 대신 열 배를 주었다. 아이가 워드로 친 글을 그대로 옮긴다.

  

   
   정화는 미희가 못하는 게 없고 여자 아이들의 유행을 만들어 가는 아이라고만 생각하고 미희를 좋아했다. 하지만 미희는 자기가 항상 가장 잘난 자리에만 있으려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였다. 미희는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난 아이나 자기에게 조금만 모질게 군 아이는 무조건 왕따를 시키는 나쁜 아이다.
 정화와 친한 경미가 양파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을 때, 미희는 경미와 노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화를 양파에 넣어준다.
 정화는 양파 정선이가 미희에게 왕따를 당하고 전학을 간 후부터 미희가 마음대로만 하려고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진짜 ‘임정화’가 된 것이다.
 물론 서로 모여서 노는 것은 좋지만 양파처럼 같은 반 아이들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이름조차 모르는 것은 너무 심하다. 친구들끼리는 집단적으로 한명만 왕따를 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미희처럼 왕따 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요즘 흔히 교실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따돌림 문제를 다룬다. 여태까지 따돌림 문제를 소재로 한 동화가 많았지만 결국 해결책은 별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나름대로 해결책을 생각해 보게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이 그런 일이 잦아서인지, 여기선 여자아이들 간에 있었던 따돌림 사건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가수 이름 중에 예명이지만 '양파'가 있던데, 여기서 양파는 양미희를 따르는 아이들의 모임을 부르는 이름이다. 미희 자신이 만들었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양파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양파에 들지 않으면 소외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희는 왠만한 세력을 키우고 있었는데, 미희가 그럴 수 있는 무기라면 '자석처럼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열한 살 여자아이의 고백형식이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정화는 4학년이 되고 한 달이 지난 후 서서히 교실의 분위기를 읽었다. 힘이 어디에 쏠려있는지는 아이나 어른이나 본능적으로 알아낸다. 나처럼 그런 쪽에 좀 둔감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게 쏠려서 모난 정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화는 미희와 친해지고 싶어지만 그 아이 주위엔 늘 친구들이 들끓고 정화는 쉽게 양파에 들어가지 못한다. 미희의 부르심이 있어야 하는데 먼저 그 아이의 눈에 들만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정화는 반반하게 내세울 만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아빠도 없고 아빠가 부자도 아니고, 눈에 띄게 잘하는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희가 자신을 불러 양파의 일원으로 점찍어 주니 정화는 감지덕지한다. 그러나 그 기쁨은 이제 갈등을 낳게 된다.

미희가 왕따를 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그 일을 즐기는 이유는 어찌보면 단순하다. 결핍된 가정생활환경에서 왔으니 불쌍히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것은 조부의 자리가 대신해 주지 못하는 평범한 자리이지만 그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늘 결핍감에 시달린다. 실제로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재미로,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안 하면 자기가 왕따 당할까봐, 라고 대답한 아이들이 많다. 미희는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방어하기 위해 먼저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고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보호해주는 무리를 만든다. 미희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지만 나중에 익명의 화살을 받는 미희는 또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미희의 어긋난 행동이 용납되는 건 아니지만, 어린 마음에 생긴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조력자를 두지 않은 것은 철저히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정화는 자신의 어정쩡한 입장과 자신감 없는 태도에 스스로 못마땅해한다. 양파의 행동에 대해서도 점점 회의감이 들고 친한 친구까지 따돌림과 학대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말 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 한다. 이 책을 보면,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잔인하기도 하고, 계획적이며 조직적이다. 정화가 양파의 일원이 되고 나서 서서히 깨달아가는 것들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건, 친한 친구의 고통을 보고 가슴이 쿡쿡 찔리는 아픔을 느낀 후부터다. 이런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글쓰기'가 결정적 역할로 나온 장치는 좀 도식적이긴 하다. 하지만 글쓰기 대회에서 자신이 느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은 글로 정화는 스스로 치유되고 진짜 '임정화'가 된다. 그 중심내용은 '어제의 왕따가 내일의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화는 친한 친구 정선이를 눈물로 떠나보내고, 새로 전학 온 친구를 바라보는 미희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모종의 결심을 한다. 더이상 용기없던 아이가 아니다. 정화 외에도 대다수의 학급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전조는 나오지만 정화가 기대하거나 예상되는 학급분위기 전체에 대한 대목이 있었으면 한다. 침묵하던 대다수의 친구가 끝에서 쏙 빠져버리는 것 같아 독자는 서운하기 때문이다. 미희에 대한 익명의 고발장은 또 한 사람의 피해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무섭다. 왕따에 함께 가담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한 목소리로 미희를 고발하고 나서는 건 '비겁하다'.

왕따 사건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정화의 생각일 뿐 증거는 없지만) 한 발 물러나 관람만 하고 피해자가 못 견뎌 전학을 가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선생님의 적극적 역할은 빠져있다. 물론 피해자 정선이가 전학을 가게 된 진짜 이유는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고 독자는 정화의 마음고생을 간접경험하며 유추할 뿐이다. 여기서도 조력자의 역할을 배제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만든 문제이니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다. 시멘트를 뚫고 꿋꿋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를 보며 대단한 생의 철학을 설파하는 선생님, 그 말씀에 감동하여 골몰해지는 4학년 아이에게는, 작가의 감정이 과잉되어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우리 동화의 이런 부분은 무척 아쉬운 것인데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나가서 풀 한 포기를 보게 하고 이것으로도 오늘 현장학습의 목적은 다 이루었다고 말하는 선생님에게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모르겠다.

양파의 행동을 내내 못마땅해 하는 아이, 수빈이는 남학생이다. 수빈이는 정선이를 질투하는 미희를 공개적으로 질타한다. 미희의 질투심이 결정적으로 유발된 동기를 꼭 남자아이와 결부해야 했을까. 물론 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갖는 이성에 대한 호감과 호기심이 분명 있지만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수빈이와 정선이 미희, 이런 삼각관계가 이야기 구성에 필연적인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여자아이들은 모조리 왕따와 관련하여 가해자 혹은 피해자, 방관자에 속한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가해자나 피해자는 아니고, 방관자에 속하거나 수빈이를 비롯해 몇몇은 정의의 사도에 속한다.

큰딸이 5학년일 때, 교실에서 왕따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한 여자 아이를 여러명의 여자아이들이 따돌린 사건인데, 그 일로 피해자의 엄마가 교장에게 고발했고 담임은 따돌림을 시킨 아이들의 엄마들을 불러들였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선생님께 진상을 듣고 그날 엄마들은 집에 돌아가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하는 일에 선생님과 손을 잡았다. 그때 그 선생님의 지혜롭고 결단력있는 해결로 그 뒤 그 교실에 왕따는 절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뒤에 들었지만, 그때 그 피해자는 전 학년때부터 왕따를 당해왔고 그 아이의 언행에 문제가 많은 경우였다. 그래서 아이들이 모두 그 아이를 싫어하고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집단 왕따를 시키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내 아이에게도 말해주었다.  지금도 유독 싫어하는 아이에 대해 나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내 반응은 늘 아이가 원하는 것이 되지 못한다.

<양파의 왕따일기> 중의 미희는 이제 그 많던 열광자들을 잃고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이 무서운 것이고 그 사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책에서는 그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부메랑을 모르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화는 책의 결미에서 왕따 박멸의 강한 의지를 보이는데 자신이 무슨 보안관이나 된 것처럼 정의감에 불탄다. 예상가능한 결말이다. 하지만 왕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아이도 있다. 굳이 무리로 어울려야 한다는 것도 강박일지 모른다. 나는, 왕따 당하는 아이 입장에서 서술하는 동화도 나왔으면, 바란다.

왕따를 소재로 한 동화가 대개 그랬듯이, 내가 보기엔 여러가지 못마땅한 구석들이 있는 동화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책은 공감되는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아이들의 교실 풍경과 밀접한 사건과 정화의 1인칭 서술방법도 한 몫 한다. 또한 친구를 좋아하고 친구와 함께 노는 것이 가장 기쁜 아이들에게 우정이나 친구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점, 그것을 계기로 아버지와의 마음의 화해까지 두마리의 토끼를 잡게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친구 이야기로만 풀어내지 않고, 그 안에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정화의 미묘한 갈등을 잘 녹여 놓았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자신의 생명력과 존재감을 지키는 강인함이다. 친구건 가족이건, 갖가지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 세상에 나와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속한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강인함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그 강인함은 홀로 힘으로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흙이든 햇살이든 바람이든 풀 한포기의 목숨을 북돋아주는 작은 힘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 우정'이라는 소제목이 눈에 띈다. 작은딸의 바람처럼 양파의 '왕따일기' 따위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어긋난 방법이 무언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을 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자신만이 주인이다 생각하는 것도 모두 어긋난 방법에 해당된다.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 잘 놀다가도 금세 무슨 일로 토라져 싸우고 들어오는 아이, 그리곤 하루종일 속상해하다가 내일 모레 쯤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해하고 잘 노는 아이를 보며, 참 건강하게 자라고 있구나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안 볼 것처럼 그러더니 왜 화해했냐고 물어보고 가만히 들어보면, 아이의 말은 대개 밝고, 명쾌하고, 뒤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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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0-0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학년이 벌써 저렇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글을 쓸수 있다니 역시 혜경님의 딸답습니다. 뿌듯하시겠어요. 따님의 글에 추천 날립니다. ㅎㅎ

프레이야 2007-10-09 09:21   좋아요 0 | URL
글쓰기를 시켜보면 중심논의에서 살짝 벗어나 독특한 생각을 내는 아이가
있어요. 그런 아이들 참 귀엽지요. 우리딸은 너무 정도를 가는 것 같아
오히려.. 그래도 정연한 글을 쓰는 편이긴 해요.(으쓱ㅎㅎ)
추천 감사혀요^^

바람결 2007-10-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이'라는 독선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혹은 자신'없이'라는 비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면,
진정한 관계란 없다는 명징한 사실을 재삼 깨닫게 됩니다.

여전히, 혜경님의 좋은 글들은 한켠 제 영혼에 단비와도 같습니다.^^

프레이야 2007-10-09 09:22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전 님의 글이 단비와도 같은걸요.^^
결이 다르고도 같은.. 그래야 조화로운 세상이겠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소나무집 2007-10-0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학년인 우리 딸아이도 왕따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요. 반 아이들이 한 친구를 지저분하다고 왕따시켰는데 1학기 마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방관자였지만 그 애가 전학 가서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답니다. 그 애가 불쌍하다고 할 줄 알았거든요.

프레이야 2007-10-09 18:3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솔직한 반응은 그렇더군요. 그러니 우리가 다듬어줘야겠지요^^
애들이 주로 왕따 시키는 아이는 아이말을 빌자면, 지저분하고 공부 못하고 둔하고 욕을 잘 쓰고 다른아이들을 귀찮게 하는 아이더라구요. 그걸 뒤집어보면, 털털하고 공부보다 다른 걸 잘하고 여유있고 아직은 성정이 투박하고 정이 그리운 아이란 말이구요. 실제로 주위에 보면 그런 경우들이 많아요. 전에 수업했던 남자아이중에 왕따 당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애가 참 여리고 눈물 많고 똑똑하고 의외로 바른생활맨이더군요.
가정환경(집의 분위기)에서 받는 불만과 강박이 많은 아이였어요.
그 엄마와 그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후 틱장애 치료도 받고 아빠와 둘이서 여행도 다녀오고 해서 차츰 치유하고 있더군요.^^
아이와 행복하기, 쉽지 않아요.
 
먼지야, 자니? 산하작은아이들 39
이상교 지음 / 산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교 시인은 예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참 맑은 동시집을 냈다. 그 나이 즈음에 어린이의 눈에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을 터인데. 특히 이 동시집은 이상교 시인 스스로 시에 걸맞는 그림을 그려 넣어 정감이 간다. 마치 아이들이 손수 그린 듯한 그림에 놀랍고, 전문 미술가가 아니지만 섬세하게 그린 선과 색이 곱다. 수채물감이나 색연필을 사용한 그림들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 있으면 이런 글과 그림이 나오는지.

 산하작은아이들 시리즈는 책날개가 없고 책이 주는 분위기가 소박한데 이 동시집은 특히 다른 책보다 폭이 좁고 길이는 조금 길어 손에 쥐기에 맞춤이다. 표지의 그림은 동시 ‘비오는 날’의 그림을 땄지만 동시집의 제목은 다른 시, ‘먼지야, 자니?’에서 따왔다.

 시인은 세 부분으로 동시를 묶어 실었다. 그리고 각 장의 제목을 달고, 서문을 산문으로 써서 도란도란 말을 건다. 그 시들을 쓰게 된 마음의 동기와 작은 변화들이 나직하게 들린다. 세상에 품은 아직도 많은 궁금증, 싫어했던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동기를 들려주며 지금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어제까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전한다. 여기 실린 동시들은 대체로 감정이 절제되어 있고 간결한 언어와 형식을 갖춘다.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인 내용으로 무언가 주입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마치 시인이 어릴 적 느끼고 겪었던 감정과 경험을 떠올려 썼거나 현재 우리 아이들의 삶에서 현주소를 발견하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한결같이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에 애정 담은 눈을 갖다 대면서 웃음이 묻어나게 평범한 언어를 구사한다.

 눈물

 학교에서 돌아온 길로 / 내내 놀았다./ 학원도 쉰다길래 / 걱정 없이 놀았다.
 놀 것 다 놀고/ 텔레비전 실컷 보고/ 밤 열두 시가 가까워/ 숙제를 하려는데/ 하품이 난다.
 하품이 나더니 / 콧물이 난다. / 콧물이 나더니 / 눈물이 난다.
 숙제 하기 싫어 / 우는 것도 아닌데 / 주르르 눈물이 난다.   (p104)

 그리고 그가 자연의 목숨을 품는 눈 또한 차분하면서도 온기 가득하다. 그는 ‘봄눈이 숨진 자리마다’ 돋아서 자라날 풀을 기다리며 ‘눈송이만 한 풀꽃’이 매달릴 걸 예감한다. 외로이 자라고 있는 강아지풀을 시인은 어리고 여린 목숨으로 보듬어 안아 주고 싶어 한다. 그 옆에 초록색으로 그려놓은 강아지풀 두 개가 참 깨끗하다. 어릴 적 강아지풀을 뜯어 손등을 타고 팔로 올라가며 간질이던 기억이 있다. 하찮은 강아지풀을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인의 눈은 강아지풀 마냥 보드럽다.

강아지풀

 무릎에 올려 / 안아 주고 싶다, / 강아지풀.
 아무도 / 안아 준 적 없다, / 강아지풀.  (p58)

 이 동시집은 고학년에 알맞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고 시를 써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시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린이답지 않을 수도 있다. 동심은 기대와는 달리 감수성이 예민하지도 여리지도 않아 나는 가끔 놀라곤 한다. 그래서 아이들 중 시쓰기를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듯 쓰자고 하면 솔직한 표현으로 풀어내곤 한다. 마음에 꽉 차 있는 불만과 뭔지 모를 울분을 터뜨리지 못하고 조증과 울증을 왔다갔다하는 어느 6학년 여자아이는 시로 스스럼없이 뱉어내고 나서 편안한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타율적인 아이들, 의무만을 강요당하며 메마른 감성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동시집은 권할 만하다. 맑고 간결한 시어와 적절한 비유어, 공감되는 생활이 느껴지는 내용과 깨끗한 그림을 만나면 아이들 마음 속 잠자고 있던 감성들이 살아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주기도 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이들의 바람이 소근소근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여기 실린 동시들은 소리 내어 낭송하면 리듬감이 살면서 마음 속 작은 공 하나가 내내 통통거리는 것 같다. 그 자리는 마음 속 여백의 자리다. 가을은 여백 한 칸 두면 더 좋은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초등 4학년 이상이면 읽을 만하다. 별 넷을 단 이유는 아이들의 정서에서 좀 떨어져 있다 싶은 머릿속 상상의 시들이 몇몇 걸려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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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0-07 21:32   좋아요 0 | URL
동시를 가끔 읽으면 마음이 참 깨끗해져요^^
빗소리가 좋아요.

순오기 2007-10-0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 우수문학도서여서 저도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여러편 읽어주었어요.
상큼하게 예쁜 동시집으로 기억해요~~

프레이야 2007-10-07 23:18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이 책이 작년 우수문학도서였군요. 참 맑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도무지 예순이 다 되어가는 분의 동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