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한 산책
황인숙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데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미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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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숙
1958 서울태생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자명한 산책』 등
♤ 가을이 되면 으레 떨어질 줄 아는 잎새와 잎새들. 그리고 그것을 초월하는 일.
자명한 것들을 걷어차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