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면서
최하림
끝을 모르는 시간 속으로 새들이 띄엄띄엄 특별할 것도 없는
날갯짓을 하면서 산 밑으로 돌아나간다 강물이 흘러 내려가고
나무숲이 천천히 가지를 흔든다 이윽고 나무숲 새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번쩍이면서 수천의 그림자를 지운다
새들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하늘 속으로 들어가 멈추어 있다가
시간의 거울 속으로 빠져나가면서
거울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갯짓을 한다
하늘에는 수천 새들의 날갯소리로 시끄럽고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요요마는 거울 속에서
거울의 부축을 받으면서 연주한다 황혼이 거울 속으로
돌아든다 새들이 또다시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날아가면서 꾸르륵꾸르륵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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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최하림
1999년 전남 목포 태생
1964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 『풍경 뒤의 풍경』 등
▶ 시간과 자아, 침묵과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풍경 뒤의 풍경을 그린다.
아니, 그 사이를 넘나든다. 나도 당신도 하나의 ‘풍경’이고, 그 뒤의 풍경을
우리는 넘나든다. '나'는 '당신'의 풍경으로도 넘다들고 싶다.
고독한 풍경들의 바람(wish). 풍경들 사이로 수천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