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센스 - Perfect Sens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각이 전멸되어도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는 다소 꿈같은 종말론적 이야기. 미각이 마비된 장면에서는 비위가 좀 강해야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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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12-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위 약해서 패쑤~ㅎㅎ
 

콧물의 힘 

 

이정록 

 

느릅나무 향나무 노간주나무, 그 어떤 무쇠나무로 코뚜렐
만든다 해도 소 콧구멍에 주소를 둔 놈이라야 힘을 쓰는 겨 

헛간 말쿠지에 몇해째 걸려만 있는 코뚜레는 지 몸 휘어잡고
있는 지푸라기 한 올도 끊덜 못혀 

쇠전에 끌려나온 목매기송아지처럼, 오늘도 맘껏 울어
눈물 콧물에서 용쓰는 힘이 나오는 것인께 

워쩔껴?  인연이란 게 다 코가 꿰인 울음보인 것을,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인 것을
  

 

--------  

요새 이정록의 '정말'에 실린 시들이 참 좋다. 하나하나 모두.

한 일주일 가량 콧물바람 하며 미열을 달고 감기를 맞았다. 지금은 목 아픈 거만 좀 남아 살만하다.
콧물의 힘!  "인연이란 게 다 코가 꿰인 울음보인 것을,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인 것을"
벗이 자신은 팔자랑 싸울 거니 나는 인연이랑 싸우라는 인사를 보내왔다.
와, 화두 중에서도 보통이 아닌 화두다.
인연이랑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을까.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랑 어떻게 싸울까. 
 

 작년에 출간한 박범신의 에세이. 그냥 끌려 빌려온 책이다.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제목 뒤에 커다란 마침표를 찍어둔 게 눈에 띈다.

'은교'에서처럼 예순이 된 작가는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실존과 그것을 딛고 존재하는 현명한 방법을 시원시원하게 풀어놓았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지혜가 공존하는 글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산다는 것은 병을 앓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서문에 우리의 오욕칠정이 병을 앓게
하는 것이라는 말로 부연한다. 즉, 병을 앓지 않는다면 사는 것도 아니란 말. 
또한 삶이 교란되지 않을 정도로 쿨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신세대의 연애와
늙다리세대의 연애감정을 비교한 대목도 와닿는다. 감정의 기복을 무난하게 여미며
연애하는 젊은 그들이 부럽다는 얘기다.
특히, 이런 문장은 이순을 넘긴 '젊은' 작가의 통찰이 엿보인다.  옮겨보면... 

 

 

내게 있어 연애는 여전히 평화보다 '투쟁'에 가깝다. 
사랑은 합리성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감정과 다름없어서, 한번 연애에 돌입하면,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추락과 상승이 반복되고, 주관과 객관이 전도되고,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선택의 경계가
무화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부의 열망으로 모든 감각체계가 풍뎅이처럼 부풀어 매사에 균형과 안정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공부라고 뭐 다르겠는가. 특히 창작이란 비정상적인 감정의 반응을 포착하여 그 씨앗으로
얻어내는 과실 같은 것이라서, 심리적 균형은 경우에 따라 언제든 독이 될 수 있다. (66쪽)

 

평화보다 투쟁의 길인 줄 처음엔 모른다. 눈치채기도 어렵다.
합리성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감정과 투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포착하여 창작의 열정에 씨앗내려 과실을 얻어내려면 지금 좀 더 현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겨울은 다가오고 헛헛한 마음을 빈숲에 좀 내려놓고 한줄기 햇살이라도 좀 받고 싶다. 
그래야하는데 왠지 사방이 안개속, 겨울안개속이다.  
그래도 글을 써서 열망을 터뜨리라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의 벗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내려놓으라 했는데, 또 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무튼, 산다는 것은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랑 싸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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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1-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아프셨군요. 며칠 추웠다 따쉈다 오락가락 했으니 감기에 넘어가실만도 하셨지요. 어여 쾌차하세요~

인연이랑 싸워 이기려 하기보다 같이 동행해 보세요.
돌아 서려는 인연을 살살 구슬려서 조금 더 곁에 머무르게 하고, 조금만 들고 오는 인연을 꼬드겨서 넉넉하게 안고 오게 만드시구요 ^^

프레이야 2011-11-29 19: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오늘은 많이 좋아졌어요. 이곳은 오늘 날씨가 아주 포근해서
초겨울이 아닌 줄 알았답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 초겨울햇살을 좀 쐬었습니다.
인연에 대해서도 우리 탕님은 역시 긍정적이고 밝고 품이 넓어요.^^ 고맙습니다. 배울게요.

반딧불,, 2011-11-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시민대상으로 한 박범신님의 열강을 들으면서 매혹되었던 사람 중의 하나랍니다. 생각보다 훠월씬 치열하시더라구요. 20대때만큼 그의 들들을 읽진 않는데 그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글쓰는 이들 보면 부럽구요.치열한 그 치열한 것이 참. 더 치열하게 살아야함을 통감합니다.
참,님의 글도 참 좋답니다^^.

프레이야 2011-11-29 19:50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그죠? 박범신의 소설은 제가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은교'에 매료되었지요.
치열하신 거 맞고 뜨겁고 강단 있으시더군요.
청년이었어요.^^
전 요새 많은 생각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또 다시 일어나는 파도 같아요.
그 중 물거품만은 아닌 어떤 순간의 포착들도 분명 있어야겠지요.

2011-11-30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30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12-01 00:14   좋아요 0 | URL
임고가 무지하게 어렵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ㅠ
따님 정말 든든한 맏딸이네요. 언니 복이지요.^^
 

찬란 

 

이병율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하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자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겨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찬란'이란 말은 말 그대로 찬란하다.
말에는 혀끝으로 만져지는 어떤 기운이 있다. '찬란'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오늘도 여러 말을 했지만 내가 한 말 중 마음에 드는 게 몇 없다.
시인은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고 노래했지만 내가 감정을 참지 못하는 건 찬란하지 못하다.
찬란은 그런 게 아니다. 알고 있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나쁘다 말할 수 없다.
그것이 어둠의 영토에서 나온 것이든 빛의 영토에서 나온 것이든 감정은 감정 그대로의 존재감이 있다.
나는 나의 감정들이 소중하다. 화가 나도 헛헛해도 속이 상해도 암담해도
그런 감정들 하나하나는 나의 일부분이고 나 자체이기도 하다.
하나의 길 위에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와 높고 낮은 풀꽃처럼 나는 그런 것들이 소중하다.
하지만 감정에 휘둘리기 시작하는 순간 감정은 악마의 흉상을 한다.
감정이 나를 휘감고 휘돌리고 짓누르기 시작하면 나는 한동안 어쩔 도리가 없다.
감정은 내가 다스려야 하는 대상인데 주객이 전도되었다.  어리석게도.


감정코칭 전문가, 함규정 님의 이 책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꽤 유용하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팁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이틀 만에 녹음완료 했다.

대개의 부정적인 감정, 두려움, 분노, 열등감, 그리고
쿨함(이게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감정이란 점에 주목하라)  등을 포함해
'다 잘 될거야' 같은 매사 긍정적이기만 한 감정의 실체와 분석, 극복의 처방전까지
일목요연하다. 이런 책은 해당되는 장을 펼쳐 보는 것도 괜찮은 독서법일 터.
김형경의 <사람풍경>에서 문학적 향기를 뺀, 좀더 간단하고 실용적인 책으로 보면 될 듯. 구입하지 않고 빌려서 읽고 필요한 부분만 메모해도 무방할 듯.
하지만 직장인이 아니어도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상당히 유효적절한 내용이 많다.
특히, 쿨함을 가장해 인간관계를 망치고 자신 내면의 열정을 기만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지적하는 장이라든가, 화가 날 때 어떻게 그것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영리한 반응을 말로 드러내보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잘 나와 있다.
감정은 건강과도 밀접하다. 예를 들어 분노는 심장을 상하게 한다. 하지만 지나친 쿨함은 상대로 하여금 솔직한 친근감을 상하게 해 상대로 하여금 거리감을 만들게 하고 좋아질 수 있는 관계를 망친다. 쿨함의 정체는 '솔직하지 못함'이다. 그 근거가 두려움이든 수줍음이든 자기방어이든.


또한, 직장인을 상대로 일주일간 내게 일어났던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라고 시켰더니
단 한두 가지의 말로밖에 표현 안 하더라는 실례는 놀랍다.
일주일간 우리가 느꼈던 감정들이 과연 한두가지였을까.
다양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구체적으로 느꼈을 텐데 실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내면에 일어났던 긍정적, 부정적 감정들을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대접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오늘 내가 느꼈던 감정부터 열거해보고 싶어진다. 가령,
설렘, 불안, 안심, 따뜻함, 유머, 사랑스러움, 분노, 미움, 이해, 증오, 미안함, 다시 미움, 이해안됨, 헛헛함, 허기, 욕망, 욕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심정, 다시 그리움, 미움, 섭섭함, 분함, 억울함, 바보같다는 생각, 양보 그리고 갈망.


책의 요지는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일을 그르치니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주변에 감정을 상하게 하고 부정적 감정이 일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내 감정을 다스리는 훌륭한 도구로 여기고 감정 다스리기를 연마하라는 살뜰한 조언.
그 대상을 이겨내고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때  비로소 나는 내 인생의 승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씀.
지당하다. 내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고 교란하고 조종하려는 대상을 이겨냈을 때 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 


또 한가지, 감정은 얼굴에 드러난다고 알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말도 감정을 드러내는 방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얼굴을 짓는 대로 감정도 따라오고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감정도 따라붙는다는 사실!
웃으면 기쁜 감정이 따라오고 좋은 말을 뱉으면 그런 감정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제일 와닿은 팁이다.
어떤 면에선 말에, 표정에 감정도 굴복하는구나. 사람이란 이렇게 연약한 존재다. 동시에 유연한 존재다.


후속으로 녹음하고 있는 책은 <이케다 다이사쿠 명언 100선>이다. 

 개인과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깊은 통찰이 담긴 명언과 조언이
빛나는 책이다. 짧거나 다소 긴 경구들이 책의 무게와는 반비례하게 묵직하다.
이것도 내일 한 번 더 가서 마무리할 예정.

소설을 녹음하고 싶은데, 재미난 신간이 들어오지 않았다.
<내 젊은날의 숲>처럼 내가 갖고 있는 책을 가져가서 해야될 형편이다.
이런 부분 지원이 참 아쉽다. 점자도서관에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일 텐데...
일단 이 책 다음엔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녹음하고
그 다음에 소설 한 권 해야겠다. 아마도 <일곱번째 파도>를 할 듯.
가끔 녹음하다보면 주인공 감정에 이입되어 울컥해 목소리가 떨리기도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무튼 '찬란'이 문제였다. 
나는 너는 모두 찬란한 존재다.  
그걸 잠시 또 잊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싶다.
사랑만이 찬란하다.
나도 너도
사랑할 때만이 찬란하다.
사랑하지 않으면 빈껍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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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2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찬란한 존재라는 것을,
타인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고 가끔 자신에 대해서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언니, 부비부비, 빨랑 감기 나으세요.

프레이야 2011-11-28 16:55   좋아요 0 | URL
마녀님, 감기는 오늘부터 그런대로 나아지는것 같아요.
내가 보석이란 걸 자꾸 잊게 돼요. 감정에 휘둘려서요.
자존감을 잃지 않아야하는데 쉽지 않네요.
 
머니볼 - Moneybal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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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수, 루저에게 보내는 삶의 응원가. 세상엔 완벽한 위너도 완벽한 루저도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선택과 방식을 믿고 가느냐 의심하며 가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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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1-2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실 빌리빈 아저씨는 루저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이 가지신 분이라.ㅋ 영화 속에서 저렇게 이쁜 딸이 달달하게 노래 불러주는데 무슨 루저냐! 생각했다는..ㅋ

프레이야 2011-11-22 21:15   좋아요 0 | URL
전 좀 다르게 느꼈어요.^^
공허해보이더군요. 실패한 결혼생활, 딸과의 그런 정도의 관계, 애틋하고 헛헛하겠거니 싶었어요.
밖으로 가진 듯 보여도 또 늘 승승장구하지만은 않지요.
우린 대개 아니 거의 모두 생의 위너라기보다 루저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도 밝게 씩 웃는 빌리의 프로필이 멋있었어요. 루저라도 생을 즐길 권리는 충분히 있으니까요.
 
카페 느와르 - Café Noi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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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녀명작전집과 다양한 영화들에 대한 헌사. 그 이상의 감동은 그닥. 나는 지구를 떠날 때 무얼 가지고 가게될까? 혹은 무얼 가지고 가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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