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경제원론 명진 어린이책 4
김시래 지음 / 명진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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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경제의 개념을 심어주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 먼저 경제에 관련된 책에 관심이 있거나 읽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더 많았다. 이 책은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물건을 사기 전 요모조모 따져보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고 한 아이가 더 많았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먼저 사고 본다고 대답한 아이도 많았다.

이 책은 환일이 환훈이 가족을 중심으로 하여 만화를 적절히 섞어서 경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준다. 경제관련 용어들이 아직은 생소하고 난해한 것들이 다소 나오지만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주면 이해하는 듯 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제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먼저 인식하는 게 중요하겠다.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좀 더 와 닿을 것이다. 경제활동의 최대목적은 이윤의 추구이므로 그것이 개인에게도 연결된다면 좀더 피상적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다. 소비주체로서의 개인이 소비를 결정하기 전 합리적인 결정에 이르려면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여기서 예산제약이라든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기회비용과 다양한 정보의 활용(레몬시장) 같은 것을 거쳐서 저축의 필요성까지를 짚어보아 결정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저축은 악덕이라고 말한 케인즈도 있지만 결국 장기적안목에서의 미덕은 저축이다. 물건 귀한 줄 모르고 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게하면 좋겠다.

합리적인 결정이란 재테크의 개념만이 아니라 시테크의 의미까지 포용한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금언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시간의 쓰는 일에 있어서의 '합리적인 결정'이 사람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한다. 아이들도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것은 알고는 있지만 시테크라는 용어를 꺼내놓으니까 낯설어하면서도 동감하는 눈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잘 사는 나라'의 기준이다. 경제성장율만이 잘 사는 나라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이다. 하천의 물고기 수, 조용한 거리의 수, 사슴벌레의 수, 아름다운 건물의 수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을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찰관의 이름 수' 이다. 그 만큼 경찰들이 할 일이 없는 나라,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의 사소한 일이나 도와주는 경찰들이 있는 나라, 그것을 말한다.

APEC 때문에 부산의 거리는 경찰들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옷만 봐도 아무 죄없이도 그냥 기분이 멈칫하며 긴장한다. 경찰들이 할 일이 참 많은 나라. 아직은 잘 사는 나라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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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 - The Lotus
임형주 노래 / DGNcom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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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는 나와 우리딸을 팬으로 두고 있었다.

1집에서 완전히 매료되었던 나는 2집과 3집에서 약간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절감했다.

그리고 몇년 전에는 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연말의 음악회에도 가서 좋아라 박수치며 생음악을 들었다.

약간의 공백을 거쳐 나온 4집은 제목에서 오는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으로 더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딸이 팬이었기 때문에 이 앨범을 선물하면 아주아주 좋아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딸은 의외의 말을 내뱉는다. 별로 안 듣고 싶다고..

요즘 부쩍 텔레비전을 많이 보고 가요를 즐겨듣더니 아이의 취향이 바뀌어버린 것 같다.

클라식음악회에도 데려가려고 하면 혼자 집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곤 하니 말이다.

할 수 없이 이 음반을 혼자서 들었다. 남편도 임형주의 음색을 좋아라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주를 많이 넣지 않아 전체적으로 더욱 깨끗한 인상이다.

중간중간에 우리 악기와 곡조를 넣은 점은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그런데 연륜이 묻어나지 않아서일까. 이번에는 유난히 음색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페라곡은 오히려 듣기가 좋다. 그런데 한계령 같은 노래는 아무런 느낌을 갖지 못하고 부른 것 같다.

새야새야, 도 우리의 한이 담긴 정서가 배어나오지 않아

시냇물에 발을 푹 담그고 절절히 느끼기보다 물 위를 참방대는 발가락이 연상되었다.

팝페라가수로서 맑은 천상의 목소리가 장점인 그에게 우리 가요는 잘 소화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전의 앨범에서 우리 가곡 동심초 같은 곡을 부를 때에도 어딘지 미흡하여 가슴이 꽉 차지 않았다.

차라리 클래식곡을 부를 때 훨씬 목소리의 장점이 살아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음반이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앞으로 풀어낼 시간이 많은, 아직은 십대의 이 가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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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글쓰기 숙제를 잘 해오지 않는다.

요 녀석들, 벌금제를 도입한 이후로 착실히 써오는 부류와 그래도 잘 안 써오는 부류로 나뉜다.

문제는, 바로 나..

벌금 오천원을 받기로 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받아내야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오천원 내라고 하니까, 그걸로 선생님 쓸 거죠?, 이런다.

에고 내 맘도 모르고서리..

컴에 저장해놓고 가져오는 걸 잊었다는 아이는 이천오백원을 받기도 했는데,

오늘 6학년 남학생 한 명은 벌금을 내거라는 내 말에 자기는 용돈도 적게 받는데 벌금이 너무

비싸다고 울상이다. 좀 낮추자고 한다. 어떡하나, 이미 오천원을 받은 아이는 벌금을 낮추게되면

억울해하지 않을까. 글쓰기 숙제를 잊지 않고 잘 해오게 하는 방법을 갖고 계신 선생니임~~

귀띔 좀 해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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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11-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각비를 걷었었는데, 2학기되면서 지각 하는 애들은 계속 지각하면서 지각비도 안내고 버티니까, 가끔 지각하면서 꼬박꼬박 내는 애들에게 피해가 가서 결국 그만뒀습니다. 애들이 뻔뻔스럽다고 할까요. 좋은 방법 아시면 제게도 귀뜸을~

이리스 2005-11-1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벌금제도는 좀 무리인것 같아요. 뭔가 다른 제도를 도입하심이. -_-;;;
(대안도 안내놓으면서 ㅎㅎ)

프레이야 2005-11-1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일하는 지부에선 지각 벌금 2천원, 결근 5천원 이랍니다. 오늘도 지각 벌금 냈어요.^^

다솜 2005-11-2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를 해 오는 아이에게는 교사가 보상을 하는게 낫지 않아요. 아이들 주머니를 헐기 보다는. 저는 이 방법 쓰고 있는데 숙제 안 해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거든요. 아이들 수준이나 사는 형편따라 혜경님이 적절한 보상 수준을 결정하셔서 한 번 시행해 보셔요. 큰 돈 드는 일 아니니까요.

프레이야 2005-11-28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솜님, 안녕하시죠? 이 방법도 간혹 쓰긴 해요. 그런데 당연히 해와야할 일에 아이들이 유세(?)를 떨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ㅠㅠ. 그래도 벌금보다는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아이들은 어제부터 빼빼로데이 준비하느라 내 지갑을 털어갔다.

선생님들에게 드릴 것들은 조금 더 예쁘게 포장된 것으로 하고

친구들에게는 보통 빼빼로(이게 더 맛있다)로 준비해서 한 가득 가방에 넣고

오늘 아침 등교를 했다.

상술에 휩쓸리는 것이란 걸 고학년 아이들은 안다. 그러면서도 이날 얼마나 받았냐에 따라

그 아이의 인기도 뿐만 아니라 평소 인간성과 대인관계 같은 것까지 표가 다 나기 마련이다.

오늘 어떤 아이는 마흔 개 넘게 받았는데 하교길에 놀이터에 잠시 둔 사이 도둑을 맞았다며

섭섭해 했다.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아이도 있다고 한다. 왕따라고 한다.

과대포장에 몸에 별로 좋을 것 없는 성분들,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에 돈도 들어가고... 등등

빼빼로 데이를 흘겨보는 눈초리가 많지만 정작 아이들은 이 날을 의미있고 즐거운 날로

여기는 눈치다. 평소 좋아하고 있었던 여자친구에게 예쁘게 포장된 빼빼로를 한 가득 선물했다는

남학생(6학년)도 있다고 하는데, 이 남학생을 평소에 보았던 나는 그게 별로 나쁘게 보이지 않고

이뻐 보인다. 귀여운 것..^^

요즘 아이들이 기념하는 날은 점점 우리 고유의 문화와는 멀어지는 듯하다.

추석이나 설날보다 할로윈데이를 더 좋아하고 대보름날 부럼을 먹는 경우는 잘 없어도

오늘같은 날 빼빼로는 하루종일 먹는다.

나도 아이들이 준 빼빼로를 어찌나 먹었던지 지금 속이 느끼하다.

모제과의 블랙빼빼로는 맛있다.^^

그런데 이 제과업체의 모 빼빼로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한 입 베어물고 한참 들여다봤다.

그리곤 와작와작... 배부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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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 악어
마리아순 란다 지음, 아르날 바예스테르 그림, 유혜경 옮김 / 책씨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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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필요한 묘사도 없고 군더더기 문장 하나 없는 이 책은 손에 쥐기도 좋은 크기를 하고 있다. 제목만으로는 종내 이야기의 내용을 짐작해보기 어려운 점에서 우선 호기심이 인다.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그 가볍고 명쾌함에 주인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주인공은 누구랄 것도 없는 우리네 현대인이다. 진정한 소통의 단절로 오는 소외감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도시의 현대인들이다. 감성 또한 너무 연약하여 별다른 배려없이 내뱉는 상대의 말 한 마디에도 상처를 입는다. 그것은 자신의 안에서 강박증을 일으키고 그 강박의 대상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 현대인의 강박 대상으로 여기서는 구두와 시계가 등장한다. 바쁘게 돌아가며 하루의 쳇바퀴를 굴리고 사는 우리는 정작 남의 시간에 대한 정중한 배려를 잊고 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계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면 시계는 자신 안의 악어가 먹어치우는 대상이다. 주인공이 강박증을 일으키는 물건은 구두이다. 구두는 그날의 의상을 마무리 짓는 부분이자 자존심이다. 그것이 사랑을 느끼는 여인 앞에서 까발려져서 구겨졌을 때 예민한 주인공은 상처를 입고 자신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이 책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소외감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경쾌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이야기는 간결한 구도로 그려진다. 인물들은 하나하나 개성있고 위트있게 그려진다.  너절해보이는 감상적인 문장도 없고 괜한 복잡함으로 꼬아놓은 사건 또한 없다. 주인공이 어느 날 침대 밑의 악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쫓아내기 위해 약을 복용하지만 결국 본질적인 치유책은 자신 안에 있었다는 점이다. 자신이 먼저 느긋하게 내면의 악어와 마주보기를 하고 기다려줄 때 외부로부터의 관심과 사랑 또한 '악어 극복하기'에 약효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늑대가 내내 생각났다. 그 늑대와 이 책의 악어는 맞닿아있다. 자신의 내부에서 자아를 옥죄고 '나'를 집어삼키려드는 내 안의 적과 지금 우리는 어떤 눈싸움을 벌여야할까.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어보이고 고민을 털어놓고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내 안의 악어와 상대의 악어는 눈웃음을 보일 것이다.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은 엘레나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내가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잘 사귀어두어야 한다고. 내 안의 늑대 혹은 악어랑 나는 오늘도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는 나도 모르게 사라져버리고 뽀얀 먼지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결말에서 공기처럼 이상한 가벼움에 흡족해한다. 생은 그렇게 먼지처럼 가볍고 설탕가루처럼 달콤한 것이거늘... 예전에 고통스러웠던 것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볍게 날려보낼 수 있었던 것들이 아니었나. 침대 밑 악어를 생각해낸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기발랄한 글쓰기 그리고 묵직하되 가볍게 처리한 주제가 한데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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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11-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정갈한 글이군요. 중학생 이상이니 함 읽어야겠습니다.

프레이야 2005-11-10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반갑습니다. 기분이 밝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