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박가분아저씨 > 한국의 화장문화사-재미로 보는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대유적에서 발견된 장신구와 청동거울에서 화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 5∼6세기경의 고분벽화를 통해 그 시대의 화장 정도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분대화장(고려시대)

역사상 최초로 화장을 국가정책적으로 장려하고 화장법을 가르친 것은 고려 태조 왕건 때인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왕건은 중국의 제도를 모방한 교방을 궁궐 내에 설치하고 기생들에게 화장법을 가르치고 반드시 그 방법으로만 화장을 하도록 했는데 그 방법은 머릿기름으로 윤기를 내고 눈썹을 다듬어 먹으로 버드나무 잎 모양처럼 가늘게 그리며, 뺨은 복숭아처럼 입술은 앵두처럼 연지화장을 하고 얼굴은 백분을 짙게 발라 피부를 창백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초기의 분대화장은 조선말까지 기생들의 변함없는 화장으로 이어졌다.

 

연산군의 135등급과 매분구의 등장(조선시대)

화장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연산군을 빠뜨린다면 큰 실수! 연산군의 심미안(미인을 보는 눈)은 1천명의 기생들을 뽑아 몸매와 얼굴 생김새에 따라 135등급으로 분류하고 그녀들의 화장품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총동원령을 내릴 정도였다. 또한 숙종 때에 화장품을 집집마다 팔러 다니는 매분구가 등장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외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제1호 화장품 '박가분'(1916년)

박가분은 일제 총독부가 하나의 공산품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화의 첫 호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가분이 나오기 전까지 화장품이란 일본 또는 중국의 무역상을 통해 몰래 들어오는 것들이 전부였다. 박가분이 처음에는 포목상의 경품이었으나 방물장사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유명해졌으며 국내 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신문을 통해 광고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많은 납 성분으로 박가분을 사용한 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납 부작용을 일으키자 점차 인기가 수그러들게 되었다.

 

동동구리무가 왔어요∼(1937년)

1937년 중일전쟁의 영향으로 화장품 원료를 간신히 구하여 화장품을 만들어도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없어 판매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화장품을 각자의 용기에 덜어서 파는 분매가 유행하게 되면서 동동구리무가 등장하게 되었다. '앞집 이쁜이. 뒷집 꽃분이. 옆집의 곱단이 어서 나와요. 돈 없어 못사는 사람은 공짜로도 발라줘요' 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콜드크림은 만능크림(1945년 해방이후)

6.25전쟁 이후 화장품을 생산 할 수 있던 미비한 시설마저 파괴되자 PX를 통한 외제 화장품의 밀수가 성행하게 되었다. 콜드크림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을 지울 때는 크린싱으로, 마사지를 할 때에는 마사지 크림으로, 기초 화장시에는 밑 화장용으로 거의 모든 화장단계에 사용하는 만능크림처럼 여겨졌다. 또한 콜드크림과 더불어 밀수된 코티분은 피부에 쏙쏙 스며드는 사용감과 향긋한 향내로 양공주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마음까지 몽땅 사로잡게 된다. 하지만 외제판매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삼엄한 감시 속에 밀거래를 해야 했으며 분을 파는 아줌마는 속치마 자락에 숨겨서 팔았으며 제품을 어렵게 구한 여성들은 냉장고에 숨겨놓고 몰래 몰래 발라야만 했었다.

 

화장품 산업의 본격화와 성장의 시대(1960∼70)

60년대는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이 본격화된 시기로 피부를 희게만 표현하던 화장법에서 화운데이션의 개발로 자연스러운 피부를 표현하는 화장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아이섀도우,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립스틱 등의 출시로 메이크업 제품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대였으며 최초의 남성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포마드가 등장했다. 이러한 화장품 산업의 본격화로 방문판매가 도입되고 70년대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현대적인 화장품으로의 기술도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3-3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캔들에서 정경부인이 아침 화장을 하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향을 고르고, 입술 연지를 찍던 모습이 어찌나 고혹적이던지...^^
 

어른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아이들, 어른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대요.

1. 저를 버릇없는 아이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부모님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가지 요구를 하지만 다 얻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2. 저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3. 저에게 나쁜 버릇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두지 마세요.

4. 제가 어리다고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우습게 여기면 저는 터무니없이 다 자란 척하거나 잘난 척하거든요.

5. 가능하면 사람들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조용히 둘이 있을 때 지적해 주시면 저는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

6. 제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에 대해 너무 보호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고통스러워도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선 책임을 느껴야하거든요.

7. 저의 실수가 죄악인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죄책감은 저의 존재 가치를 좀먹으니까요.

8. '엄마 미워' 라고 했을 때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제가 미워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절 윽박지르는 엄마의 권위니까요.

9. 제가 아프다고 할 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어요. 가끔씩은 관심을 끌려고 괜히 한 번 그래 보기도 하거든요.

10. 전 정말 잔소리가 싫어요. 그렇게 계속 잔소리 하시면 저는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귀먹은 척 할 거에요.

11. 저에게 경솔한 약속은 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약속을 못 지키시면 저는 실망한답니다.

12. 저는 정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아직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면 차차 잘하게 될 테니까요.

13. 제가 정직하지 못하다고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저처럼 어린 아이들은 겁이 많아서 쉽게 거짓말을 하니까요.

14. 제가 질문할 때 회피하지 마세요. 안 가르쳐 주시면 저의 큰 호기심은 사라지거나 엉뚱한 데에 가서 다른 답을 찾으려고 할테니까요.

15. 제가 무서움을 잘 탄다고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어린아이들은 무서워할 때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16. 어른들은 완벽하거나 결점이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완벽하지 못하고 결점을 드러낼 때 제가 너무 충격을 받게 되니까요.

17. 일관성이 없으면 곤란해요. 이랬다저랬다 하시면 부모님을 신뢰할 수 없어요.

18. 저에게 사과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지 마세요. 솔직한 사과는 부모님을 더 신뢰하고 좋아하게 하니까요.

19. 저는 이것저것 실험해 보기를 좋아해요. 그런 시도 없이는 잘 할 수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20. 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지 잊지 마세요.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자라는 것처럼 부모님도 성장하세요.

21. 저는 부모님의 사랑과 이해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아침저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잖아요.

 

 ## 위의 충고 21가지는 물론 어른이 쓴 글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예쁜 편지지라도 주면서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충고를 적어달라고 해 보면 어떨까. 물론 전부 수용하겠다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실효가 있을 것이다.

20번의 충고는 정말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따라 부모도 성장하여야한다. 아이들의 발걸음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 나름의 싱싱한 가치관에 뒤처지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우리 가훈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난 서슴치않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고 말해주었다.

10번의 충고는 얼마전 이야기를 나눈 학생의 엄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랑 같은 경우다. 3학년 남자아인데, 전혀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 어쩌다 하는 대답도 근성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하려고 하지 않아, 수업 내내 나의 애를 태우는 아이다. 한달을 두고 보니, 아이가 귀기울여 듣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이 소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고를 하면 오히려 자기가 들은 게 맞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면서 도리어 억지를 부리곤 했다. 아주 난감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그 어머니에게 그런 문제점을 슬그머니 꺼냈더니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풀었다. 그 분도 그런 아이의 태도로 고민을 많이 했던 눈치였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태도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알고 요즘은 잔소리를 자제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할 게 있냐고 하는 내 물음에, 그저 보기만 해도 뭐든 동생보다도 느려서 속이 터진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채근하고 윽박지르고 결과에 대해 칭찬보단 동생과 비교하여 핀잔주고 잔소리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라도 원인을 알았으니 되도록 잔소리를 줄이고 있단다. 듣는 건 세상을, 사람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라 생각한다. 나도 때로는 귀먹은 척 하고 살 때가 있지만...  이 아이의 마음의 병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걸 보고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水巖 2004-03-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늘 아이들 교육에 심혈을 기우리시는 노력에 감탄합니다. 북 리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며 우리가 키웠던 그 시절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답니다.
이 글 퍼 갈게요. 괜찮죠?

프레이야 2004-03-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늘 모자라는 엄마라서 전 이런 글 보면 눈이 번쩍하거든요.
반성이라도 하다보면 어느 날 나아있겠죠.

stella.K 2004-04-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담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퍼가요. 글구 이왕 건너온김에 책한 권 소개해 드리고 갈게요. ^^

아이들에게 표현자유를 돌려줘라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 길

▲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에 일생을 바친 아동문학가의 유고 문집이다. 저자는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의 주문에 따라 일기를 쓰는 교육 현실에 비판적이다.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장이 얼마나 아이들의 진심을 담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일기를 쓰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표현을 억제할 뿐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잘못된 글쓰기 교육이 아이들의 숨통을 막는 것이라고 질타한다.

그런데 교육을 통한 억압에 눌려서 자랐던 한국의 아이들이 시원하게 숨통을 튼 것은 2002년 6월 월드컵 때였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가 아니라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젊은이들의 건강한 축제 문화가 보여준 가능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보인 아이들이며 젊은이들의 나라 사랑이 참으로 뜻밖이고 그들의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아! 이 아이들, 그토록 언제나 짓밟히고 박해를 당했던 그 나라를 이렇게라도 사랑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평생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사랑하며 살았던 저자는 2003년 8월 25일 타계했다. 이 책은 그가 어느 지면에도 발표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던 원고를 모은 것이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프레이야 2004-04-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의 책이네요. 꼭 사서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숲은 누가 만들었나 뒹굴며 읽는 책 3
윌리엄 제스퍼슨 지음, 윤소영 옮김, 척 에카르트 그림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그림책은 한편의 담담한 시화집이다. 가는 선으로만 그린 흑백의 세밀화가 참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린 이의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에서 목숨있는 것들에 보내는 애정과 살아있다는 것의 벅차오름을 느끼게 한다. 정지해있는 것 같지만 어느 하나도 그대로 정지해있는 것은 없다. 차분하고 정적인 그림에서 끊임없이 꿈틀대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숲의 느낌을 주는 녹색의 단순한 선을 그 그림을 담고 있는 네모 액자의 액자틀로 이용했다. 흑백과 녹색이 주는 이미지는 숲을 그대로 닮아있다. 계절따라 다른 색 옷을 입는 숲이지만 그 속살은 이런 흑백의 빛깔을 하고 있을 게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보이지않는 것을 들여다보라고, 세밀한 눈을 갖다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그림책의 글은 한편의 서사시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특정 숲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보편적인 숲에 대한 이야기시라 할 수 있다.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굳이 장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을 타고 들려온다. 이백 년 전의 잠재된 기억으로 우리를 데려가 이야기는 흘러서 숲의 중년기 80년 전 쯤으로 가고 다시 시간은 흘러 1927년까지 온다.

숲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몇가지의 용어들도 적절히 나온다. '개척자' 나무를 비롯해 숲의 나무나 동물이 다른 종류로 변해가는 일을 말하는 '천이', 나뭇잎이 썩어 생긴 기름진 흙 '부엽토', 식물이 무리를 이룬 곳에서 낮게 자란 나무를 말하는 '후계목' 같은 것들이다. 맨 뒷장에서는 '다음에 숲에 가거든'이란 꼭지에서 숲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움말을 해 두었다. 역자는 우리 독자들을 위해 1464년 만들어진 경기도 광릉의 소리봉이라는 산에서의 천이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고 권하고 있다.

<숲은 누가 만들었나>의 원제는 'How The Forest Grew' 이다. 눈치챘겠지만, 숲을 만드는 이는 다름아닌, 바로 숲 자신이다. 숲에 생명의 씨앗을 심는 모든 생명체 자신이다. 또한 숲은 현재시제가 아니다. 숲에는 오랜세월을 겪어온 과거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가 공존한다. 우리가 숲을 보거나, 숲에 몸을 담고 걸어가기라도 하면 숲은 온 시제로 나를 밀고 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숲은 그래서 내밀한 생명의 신비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성장한 숲은 다섯 층을 이룬다고 하는데, 제일 아랫층에 붙어있는 균류까지도 숲에 사는 모든 동식물과 '얼려' 산다. 역자는 '어울려'라는 말 대신 준말로 '얼려'를 썼다. 좋은 어감이다. 얼려사는 건 서로 얽히어 사는 것이다. 벼락을 맞고 쓰러져 썩어가는 나무에서도 곰팡이나 버섯이 생명을 튼다. 뜯어낼 수도 어렵고 뜯어내려고도 하지 않고, 그렇게 얼려산다. 평화롭기 그지업다.

숲은 결코 작아지지 않는다. 숲은 '죽음과 더불어 성장하기 때문'이다. 숲에 사는 목숨들은 내어줌과 받아들임이 자연스럽다. 숲의 주인은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모든 게 순리적이다. 먹고 먹히고, 자리를 틀고 또 물러남이 오차도 없이 경건한 식순을 따른다. 

어느 나라, 어떤 기후인가에 따라 나무의 종류는 다를 테지만 숲의 성장 과정은 똑같다고 한다. '숲 속에서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것은 없'다. 숲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삶에 대한 이해와 다르지 않다. 이 그림책을 넘기다보면 눈은 차분해지면서 가슴은 역동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우맘 2004-03-2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을 넘기다보면 눈은 차분해지면서 가슴은 역동한다'
멋지군요. 예진이는 글도 그림도 다이내믹한 종류의 책을 좋아해서...이 책은 아직 벅차겠지요? 최근에 '선인장 호텔'과 '살아있는 모든 것은'도 퇴짜를 맞았거든요. -.-

프레이야 2004-03-2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선인장호텔>과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리고 <숲은 누가 만들었나>
모두 하나의 연장선상에 올려놓으면 좋을 책이네요.
적어도 초등 1학년은 돼야할 것 같아요^^

2004-04-06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학년이면 아이들 담임선생님이 누굴까, 궁금해하고 조심스럽게 걱정이 되기도 하는 건 아이들보다 엄마들 쪽이 더 그렇다. 이끌어주는 혹은 함께 어울려 지내는 선생님의 철학이나 취향에 따라 일년을 줄곧 지낼 반 아이들의 생활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아이들이 자라는 긴 연장선상에서 보아도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사 오기 전 지인과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주 걱정스러워지고 마음이 안쓰러워졌다. 작은 아들이 2학년인데, 이번 담임선생님이 하는 일에 엄마는 아주 화가 나 있었다. 50대 여선생님이신데, 예를 들자면, 일기는 매일 한 쪽을 넘지않게(모자라지도 넘지도 않게), 독서감상문은 일주일에 세 편, 수학문제 매일 20문제 풀기, 받아쓰기 매일 20문제(문장으로), 틀리면 두 번씩 더 쓰기 같은 것을 하루도 그르지 않고 시킨단다.

그보다 더 한 것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교실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다음 시간 교과서 꺼내놓고 제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기, 화장실 갈 사람만 나가는데 늦게 돌아오면 회초리(아니면 바로바로 손이 올라간단다), 일기 검사도 무성의하게 도장만 꽝, 노 코멘트, 색종이접기 같은 작은 과제수행도 선생님 눈에 들 때까지 새로 해 오기.

자유분방한 사고를 하고 틀에 너무 매이는 것을 못 견뎌하는 이 아이는 며칠 째 열이 펄펄 끓어 결석하고 집에 누워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훨씬 고단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상처받고 규격화되는 게 난 너무 싫다. 선생님께 한번 하소연을 하니 돌아온 대답은 '독후감 쓰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일기도 그렇구요' 이더란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스티커를 주고 평가서에 내용을 쓸 것인데, 무엇보다 아이를 열번이고 돌려보내며 해오라고 뭉갤 것인데, 어떻게 안 하게 내버려두냐고 엄마는 아주 울먹이고 있었다.

내용보다 형식을 더 차리려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평가를 하여 나중에 기록부 작성도 용이하고 눈에 드러나는 실적도 있으니, 선생님 입장에선 효율적이라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그럴 시간에 아이들이 써서 제출하는 일기장에 풀어놓은 이야기를 눈여겨 보고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답글 한 줄이라도 써 주는 게 훨씬 나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공공연히 마녀라고 부른다는데, 이 선생님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이를 생각하면 영 마음이 개운치않고 입이 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보림의 전통문화그림책 시리즈 '솔거나라'는 여러 권 보았고, 여러 번 보았지만, 오늘 밤 자기 전 희령이가 책꽂이에서 뽑아들고 온 책이 의외로 <숨쉬는 항아리>였다. <무지개 물고기>를 며칠 째 보더니 오늘은 우리그림책으로 마음이 갔던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나는 희령이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며 오랜만에 이 그림책을 보았다.

표지에는 장독대에 키순서대로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항아리들의 재미난 표정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여 참 신기했다. 제일 뒷줄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에 버선 한 짝이 거꾸로 붙어있는 것이다. 뒷장으로 가서도 두 번 더 그 그림이 나온다. 버선을 장독대 항아리에 거꾸로 붙여놓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아니면 무슨 무늬나 그림자일까?

누렇고 붉으스레한 흙을 우리에게 이로운 점이 많은 친근한 친구처럼 소개하는 글로 항아리가 숨을 쉬는 비결을 들려준다. 군데군데 들춰보기 식의 낱장이 숨어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커튼놀이를 하는 것 같다. 흙으로 정성껏 빚고 손가락으로 쓰윽쓰윽 무늬까지 그려넣고 나면 뜨거운 가마 속에 들어앉아있는 항아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모양도 크기도 그 용도에 따라 가지가지이지만 그 느낌이나 색깔은 다르지 않다. 책의 제일 뒷장에 가면 흙으로 빚은 그릇들을 옹기라 하며 옹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잘 알아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숨쉬는 항아리>의 주인공은 혼자 숨어 졸던 '작은 항아리'이다. 되똥되똥 귀엽고 순해 보이는 항아리는 집구경을 하다가 알록달록 색깔도 모양도 예쁜 다른 그릇들에게 핀잔을 듣고 슬퍼진다. 하지만 작은항아리가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곳은 다름아닌, 장독대의 옹기가족에게서이다. 옹기가족이라는 내맘대로의 상상을 하고보니, 그 버선이 그려져있던 큰 항아리는 엄마항아리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너무한 비약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지, 내가 읽어주는 걸 듣다가 잠이 들어버린 아이에게 내일 물어봐야겠다.

김칫독, 젓동이, 고추장단지... 모두 하는 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중요한 건 모두 몸으로 숨을 쉬어야한다는 것이다. 절대 잊지마, 라며 작은항아리를 격려해 준다. 짭잘한 소금과 메주를 담고 숯과 붉은고추를 띄워 된장을 만드는 게 작은항아리가 할 일이다. 까맣고 못생긴 작은항아리는 이 일을 멋지게 해내고 흐뭇한 웃음을 입가에 가득 머금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얼굴표정으로 그려진다. 성큼 커버린 아이의 얼굴같이 대견하다.

이야기를 내세워 들려주지만, 우리 것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촛점을 맞추려면 초등 저학년(3학년까지도 괜찮을 듯)까지 유용하게 볼 수 있겠다. 뒷장에 나오는 '엄마랑아빠랑' 꼭지에서 다른 읽을 거리랑 연계하여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켜줄 수 있다. 옹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옹기가 통기성이 좋은 이유, 환경친화적인 옹기, 옹기의 종류와 다양한 용도, 옹기를 찾아볼 수 있는 풍속화, 같은 것으로 정보를 모아보면 우리 것에 깃든 지혜와 순박함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겨우내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장독대에 옹기종기 키순서대로 앉아 인내의 시간을 보냈을 항아리들이 봄햇살에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니, 겨울에 갔던 영랑생가의 별볼일 없었던 장독대가 떠오른다. 외할머니가 된장을 한 숟가락씩 떠오곤 하셨던 그 항아리도 그립다. 외할머니까 보글보글 끓여주시던 구수한 된장찌개가 더 그리운건지. 그러고보니 흙이랑 옹기랑 된장이랑 색이 닮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4-03-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 2학기 교과과정과 연계해서 봐도 좋을 거 같네요. 솔거나라 시리즈는 괜찮다 싶었지만 한 권 한 권 꼼꼼히 보진 않았는데 역시 봐야 겠단 생각이 듭니다. 상쾌한 하루!

2004-04-03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아가기 2004-05-09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은 솔거나라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ㅜㅜ 떡 좋아하는 작은 애가 떡잔치를 줄기차게 보는 정도이지요. 책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좀 더 자라면 좋아할지...

프레이야 2004-05-0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거나라 시리즈는 사실 지식 그림책에 가까우니까 그런 면이 있을거에요. 님의 아이들이 몇살인지요? 천천히 흥미를 가지도록 유도하는게 좋겠지요.

방긋 2005-03-2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은 답변인 것 같은데... 버선 거꾸로 붙여 놓은 거요!
장맛이 변하지 말라고 버선을 거꾸로 붙이는 거랍니다. ^^
버선은 늘 발에 신던 거잖아요. 그런데 거꾸로 있는 모습을 보곤, 장맛을 변하게 하는 나쁜 귀신들이 놀라서 도망간다고 믿었대요. 전주박물관에 있는 장독대에도 한지에 그린 버선이 거꾸로 붙어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