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화에 뭐가 숨어 있을까 - 풍경화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1
이주헌 지음 / 다섯수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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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류도 내용이나 소재에 따라 종류가 세분화되어간다. 예를들면 생태동화, 철학동화, 수학동화, 한자동화, 인성동화 따위다. 그림을 소개해주는 어린이 책 중에도 이렇게 장르를 나눈 책이 나와 반갑다.

이 책은 멋진 풍경화보집 같다.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라는 부제를 달고 풍경화 읽기를 집중적으로 도와준다. 동서양의 풍경화를 모두 다루고 있지만 서양 풍경화가 더 많다. 이 책은 화보집답게 책의 판형이 크다. 종이의 재질도 깨끗하고 튼실해보이며 행간도 넓어서 그림과 함께 설명글을 볼 때에도 눈이 시원하다. 풍경화를 볼 때의 시원시원한 느낌이 글을 읽으며 반감되지 않아 좋다.

저자는 서문 격인 '부모님께 드리는 글'에서 종래의 어린이 미술교양서가 갖고 있었던 한계점을 지적한다. 어린이의 관심과 흥미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꼭 알아야 하는 미술보다는 어린이의 입맛에 맞는 미술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를 미술세계로 일단 끌어들이는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격적인 미술의 모습도 충분히 보여 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감상했는데 저자의 이런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되었다. 책장마다 펼쳐지는 풍경화 속으로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더니 화가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공감을 이루는 지점을 찾고 설레는 표정을 짓기도 했으니 말이다. 갑갑한 책이려니 하고 잘 안 보고 왔다는 한 여학생은 수업 후 이 책들을 그림에 무척이나 관심을 가지는 눈치였다. 좋은 풍경화집 하나 책꽂이에 꽂혀있으니 마음이 갑갑하거나 우울할 때면 아무 곳이나 펼쳐서 풍경 속으로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편집이 눈길을 끈다. 우선 전체 목차가 일목요연하다. 크게 '눈으로 보는 풍경'과 '마음으로 읽는 풍경' 으로 나누고 다시 소목차로 들어가서 멋진 풍경화로 우리의 눈을 열어주고 다시 잔잔하게 일러주는 말투로 각각의 꼭지로 안내한다. 감상의 포인트를 잘 일러주어 조근조근 옆에서 도와주는 큐레이터 같다.  본격적으로 풍경화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풍경화란 무엇일까요' 라는 물음에 답하는 장이 있다.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자상하고 부드러운 문장이다.

본격적인 장으로 들어가면 왼쪽 책장에는 설명의 중심이 되는 풍경화를 크게 배치하고 오른쪽 장에는 그 그림과 비슷한 소재나 주제의 그림을 작게 배치하여둔다.  그 아래에는 미술용어나 미술사에서 알아두어야할 용어들을 잘 설명해 두었다. 역시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고 깊게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각각의 풍경화에 달아둔 저자의 제목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자면 쇠라의 <그라벨린 운하의 밤>에는 "흐르는 듯 멈춘 듯 잔물결이 주는 평화"라고 했고 그림쇼의 1880년 작 <템스강의 땅거미>에는 "황혼은 또 다른 새벽"이라고 이름 붙였다.  

'마음으로 보는 풍경화'에서는 풍경화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 담긴 신의 섭리와 화가의 순수성, 신화를 소재로 한 풍경화 속에 숨겨져있는 인간의 참모습 같은 것들이 전율적이다. 또한 추상화로만 알고 있었던 그림이 풍경을 소재로 한 추상화였다는 것을 알면 재미나다. 예를 들어 들로네의 <동시에 열린 창들> 은 에펠탑에 올라 주위를 바라본 그림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고 그린 풍경이 아닌, 인간의 이상향을 그린 풍경화를 보면 상상력이 부글대는 느낌이 인다.

풍경화에 이어 인물화 또 다른 장르의 미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미술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데 섬세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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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첫발 2 - 초등학생이 처음 읽는 역사책
김수경 지음, 이상미 그림 / 문공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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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역사첫발>은 모두 1,2권으로 나뉜다.

'초등학생이 처음 읽는 역사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제 2권은 조선시대에서 현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초등 사회 5학년교과서에서는 문화재 정도를 알게 하는 정도로 한국사를 소개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한국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정도가 전혀 없는 학생이라면 역사를 가장 싫어하는 과목에 두기 쉽다.

이 책은 우리 역사에 다가가는 첫발을 두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두 권의 책 안에 요점이 되는 줄기들을 주욱 훑고 있다. 흔히 역사만화로 역사를 접하는 어린이들도 많은데 역사만화보다는 이 책을 더 권하고 싶다. 삽화에서부터 만화처럼 재미나게 다가온다. 어려운 용어나 돌려서 쓴 문장이 없고 쉽고 친근하게 들리는 입말이다. 읽어가다보면 불필요한 접속사 하나도 거의 생략한 간결한 문체 덕분에 흐름을 놓치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줄글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행을 구분하며 서사시처럼 써내려간 문장이 보기에 답답하지 않다. 군데군데 대화체도 넣어두어 현장감이 나기도 한다.

5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한 책이지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초등 중학년부터 읽어도 좋겠다.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데 자극이 될 것이다.  간결하지만 알맹이만을 잘 짚어내려간 <우리역사첫발>은 역사책를 처음 읽는 아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책의 뒷장에는 '키워드로 보는 우리 역사 발자취' 라는 꼭지를 두어 궁금한 사건이나 용어, 인물이름에 대해 들추어볼 수 있게 했다.

어떤 책이든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그치지말고 호기심을 확산시키고 역사적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어른이 조금만 해준다면 첫발을 돕는다는 목적에 맞게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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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4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4학년 되는 아이에게 오늘 한국사편지1권 읽혔는데, 좀 더 간단한 책을 찾고 있었어요.만화 말구요..참고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역사책 리뷰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깍두기 2006-01-2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제가 이 책을 4학년 애들이랑 한번 볼까 생각 중인데요.

 

 

 

 

혹시 보셨나요? 보셨으면 위의 책과 비교해서 한 말씀 해주시면 많은 참고가 되겠는데요.

 


프레이야 2006-01-2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님, 한국사편지는 초등4학년에겐 좀 무리일듯 싶어요. 이 책이 더 나을듯해요^^
깍두기님, 그 책은 오히려 6학년이 보기에 괜찮았어요. 구성이 다소 산만하구요. 4학년이 보기에 글자크기도 좀 작았던 기억이 나요.

깍두기 2006-01-2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역사야 나오너라, 는 이미 사서 저한테 있는데요, 아무래도 4학년이 보기에 좀 어려울 듯 하더라구요. 그럼 우리 역사 첫발을 한번 사볼게요.
 

일요일에 대구우방랜드로 차를 달렸다.

그저 눈썰매를 타기 위해서였는데, 우리 식구중 타고 싶은 사람은

작은 딸 한 명. 나는 약간은 타고 싶으면서도 귀찮기도 하면서 어정쩡한 상태.

큰 딸은 아빠랑 이리저리 밖에서 서성이고 나는 희령이를 위해

계속 줄을 서주느라 허리가 아파왔다.

에라 나도 한 번 타보자 싶어 플라스틱 썰매에 엉덩이를 데고

출발 신호와 함께 쌩~ 내려가느라 갔는데 어째 속도가 줄기 시작하더니

중간 쯤에서 아예 멈춰버린다. 부끄러~~

일어나서 썰매를 들고 눈썰매장 내리막길을 뛰어서 내려왔다.

희령인 야호~하며 쌩~하고 시원스레 잘도 내려가더니만

난 우째서 그런고. 아마도 경사가 넘 완만하여 그런거야.. 위로하며..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로 몸을 좀 녹이고 화장실 데리고 갔다오니

이번엔 튜브썰매를 타겠단다.

왕체력의 희령이를 따라 또 줄서주기~

바람은 차가왔는데 햇살은 그런대로 따스했다.

눈썰매장에서 몇시간을 떨고 이제 그만 점심 먹으러가자고 달래는데

희령이 놀이기구에서 눈을 못 떼고 입이 뾰족하게 나왔다.

하는 수 없이 마법의 성 안을 도는 작은 기차 앞에서 50분을 줄 서기.

꺄오~ 함성을 질러주며 같이 타고 나왔다.

순간의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오랜 시간 줄 서기를 하는 인내심을

터득했을 거라 위안하며 놀이공원을 나왔다.

대구 찜갈비가 유명하니 온 김에 동인동 찜갈비골목으로 차를 몰아

두 냄비를 먹었다.  부산까지 와선 달콤한 던킨도넛으로 마무리.

희령이가 좋아라하니 무심한 엄마 마음이 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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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1-2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작년여름에 물썰매 타면서 저만 혼자서 비스듬하게 가는 것을 경험하고
이건 무게의 문제야..(혼자서 좌절했어요ㅠㅠ)
그나저나 더 타시지 그러셨어요..익숙해지면 괜찮은데요.

사는 이야기 좋네요. 잘 안올리는 주제에 남사는 이야긴 좋아라 합니다^^;;

프레이야 2006-01-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zz... 새벽별님~ ^^ 반딧불님^^ 더 타면 더 망신일거 같아서요..
 
엄마의 역사편지 1 - 문명의 발생에서 첫 번째 밀레니엄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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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 둔지는 몇 해전이다. 딸은 한번쯤 읽는 눈치였는데 난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6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읽게 되었다. 잘 되었다싶어 반가웠다.

밀레니엄의 단위로 세계역사를 두 권의 책에 모았다는 점과 역사편지라는 형식을 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편지를 쓰는 이가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는 점도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 초등학생이라면 생소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입말로 쓰여있다가 건조체로 쓰여있다가 해서 어조에 통일감이 없다. 사진 자료와 삽화를 적절히 배치하여 역사의 흐름이나 단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아쉬운 점은 지도자료와 간단하게라도 연표가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의 수직구조와 수평구조를 함께 읽어나가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히려 수평구조를 보는 눈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쓴다. 지구의 이 편 저 편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했던 주요사건들을 너른 시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보여줌에 있어서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았다. 처음 세계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시야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연표를 그려서 스스로 내용을 간략히 구조화해보면 일목요연해질 것이다. 부록으로 이런 것이 뒷편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읽는 이가 스스로 해 보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예를 들어 900년 무렵, 한반도엔 후삼국시대, 유럽은 노르만인에 벌벌 떨고,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짚어주는 것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사를 세계역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다. 저자의 역사관은 치우쳐있지 않고 열려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에 대하여 지적해주는 부분도 있어서 이 책으로 세계사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른 책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좀더 비판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되도록 쉬운 단어와 화법으로 복잡할 것만 같은 세계사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도록 전하려한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몇번 반복해서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들어올 것이다. 정확한 연도를 밝힌 사건도 있지만 대략 어느 시기(몇 세기경)라는 정도로 시기를 알려주는 부분은 전체적인 흐름을 소화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끝부분에서, '세번째 밀레니엄이 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세번째 밀레니엄을 기쁘게 맞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희들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야.' 라고 저자는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사고를 당부한다. '후삼국과 고려시대' 라는 꼭지가 먼저 오고 이 꼭지가 오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저자는 무슨 의도에선지 바꾸어두었다. 1천년이 오면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다. '나'는 현재를 살지만 과거로부터 났고 미래를 향해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글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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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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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적혀있다. 이런 책에 거의 처음으로 손이 간 걸 보면 관계를 잘 꾸려가지 못하는 미숙한 나의 방식, 그 자체가 내겐 늘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나보다. 간혹 관계를 잘 꾸려가며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서도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렇다면 누구든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하기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렵다는 말이다.

얼마 전 문학회의 홍보일을 맡은 관계로 전체공지를 한 일이 있는데, 내용인즉 정식으로 문학회의 회원으로 등록 되어 있진 않지만 간혹 참여하는 어느 선생님의 부친상에 대한 것이었다. 윗분의 명령?으로 나는 공지를 하였다. 그런데 또 다른 윗분이 즉시 전화로 내게 하시는 말이(좀 화난 음성으로) 정식 회원도 아닌 사람의 일까지 이런 식으로 공지를 하면 회원들에게 부담만 주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납득이 되어 나는 즉시, 그분은 **문학회 회원은 아님을 밝히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만 문상을 가시라는 공지를 다시 하였다.

바쁜 와중에 왜 이리 복잡하게 일을 하게 되나 싶다가, 역시 관계 안에서는 말 한 마디, 글 한 줄도 오해의 소지가 되고 불화의 꼬투리가 되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말 한 마디, 글 한 줄이 좋은 관계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니 어찌 보면 희망적이지 않은가.

이 책은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이라는 부제도 달려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벗이라 생각한다면 관계가 참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소노는 1931년 도쿄생이다. 삶이 가져다준 지혜와 여유로  벗을 공경할 수 있는 방법을 모아 놓았다. 소노 자신이 살아가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소소하거나 다소 커다란 일들에서 벗을 공경하게 되는 마음의 변화들을 솔직하게 옮겨놓았다고도 보인다.

책의 표지에 있는 사진에는 눈이 시원해지는 녹색 잎사귀들이 옹기종기 붙어 매달려있다. 이래저래 얽혀있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짐을 느낀다. 역시 나는 보는 것, 듣는 것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나약한 사람인가보다.

목차를 보면 모두 11장으로 나뉘는데 아무 곳에서부터 보아도 무방하겠다. '우리들 모두 있는 그대로 족하다'로 시작하여 끝에는 '사랑과 동떨어진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장으로 맺는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관계를 조금씩 넓혀가며 시댁어른, 남편, 부모님, 벗, 직장 사회생활 그리고 부모로서 자녀와의 편안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거창하지 않으며 짧고 인상적인 글로 보여준다. 모두 소노의 소설이나 칼럼 등 자신의 글에서 발췌한 부분으로 보인다. 

소노의 경우법은 스스로가 완전주의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적당히 악하고 적당히 나태하고 적당히 거절하고 적당히 무지하고 적당히 일하고, 남에게도 친절한 간섭은 삼가는 것이다. 소노의 사고방식은 틀에 매어있지 않고 전통적이거나 규범적이지 않아 시원시원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은 '베품과 받음의 의미'이다. 예를 들면, 인과응보가 아니라서 인생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준 만큼 받으려든다면 얼마나 불편한 관계가 될까. 그리고 '우정의 기본은 존경'이라고 이 장에서 말하고 있다. 

'증오로 구제받는 경우도 있다'라는 장에서는 인간은 평화만이 아니라 싸움도 좋아한다고 가식없이 말한다. 나와 상대의 부정적인 부분을 인정하라는 이야기이다. 살아가면서 '성실과 불성실의 배분'이 삶을 덜 피곤하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종교인다운 구절이 자주 나오는데, 여기서도 하나님은 흥미로운 분배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의 모든 재능을 때와 경우에 맞게 사용하고 계시니 말이다.  언제 어디서고 어느 상황에서든 성실하려고만 하면 쉽사리 피곤해질 것이고 상대에게도 짜증의 불똥이 튈 것이니 말이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죽음과 장례에 대한 단상들도 자주 나온다. 장례식은 가족행사라고 하며 가정사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얼마전 내가 문상에 대한 공지를 하였던 일과 연관되어 기억된다(회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윗분의 말씀..). 소노의 말처럼 세상사의 잣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사는 것 또한 사람과의 관계를 편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죽은 다음에는 한 가닥 미련 없이 깨끗이 잊혀지는 게 좋다'며 '존재 남기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신선하다. 오랜 세월 이 세상에서 '소란을 피워왔으므로' 죽어서까지 존재를 과시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말이다. 세상 그 어느누구보다 절대자만이 알아주는 '나'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글을 모두 읽어보면 저자는 명랑하고 따스한 사람이라 느껴진다. '진정한 예의는 진지함'이라고 생각하며 나와 상대 모두에게 너그러워질 것을 충고한다. 시무룩한 표정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은 친정어머니에게 듣는 말처럼 자상하게 들린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아내로서 문학인으로서 또한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그저 우왕좌왕 살아오며 터득한 삶의 지혜들이 연륜과 함께 전해온다. 거드름 피우지 않고 솔직한 말투, 튀는 발상, 넉넉함이 배어있는 사고방식 그리고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다운 순진함이 여전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이 이래저래 얽혀들 때 목차에서 와닿는 소제목을 찾아 펼쳐보는 것으로도 스스로 위안이나 해답을 얻을 수 있겠다.

" 최악의 인간관계는 서로가 상대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상대가 자신의 관심에만 주목해야 한다고 느끼는 인간관계이다. 반대로 최고의 인간관계는 자신의 고통이나 슬픔은 되도록 혼자 조용히 견뎌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슬픔과 고통을 무언중에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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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1-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 ~~^^ 설날 선물로 받은 것 같아요. 물만두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네요..

아영엄마 2006-01-3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당선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06-01-3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몸무게 다들 느셨을테죠. 아영엄마님도 ㅋㅋ
축하,, 감사드려요.

조선인 2006-01-3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 선물, 축하드려요. *^^*

글샘 2006-02-03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최악의 인간관계는 서로가 상대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고 상대가 자신의 관심에만 주목해야 한다고 느끼는 인간관계이다. 반대로 최고의 인간관계는 자신의 고통이나 슬픔은 되도록 혼자 조용히 견뎌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슬픔과 고통을 무언중에 깊이 헤아릴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이 말은 어디 적어 두고 싶은 말이네요.

프레이야 2006-02-03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글샘님 감사드려요^^ 오늘 날씨가 좀 맵네요.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