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사편지 1 - 문명의 발생에서 첫 번째 밀레니엄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사 둔지는 몇 해전이다. 딸은 한번쯤 읽는 눈치였는데 난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6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읽게 되었다. 잘 되었다싶어 반가웠다.

밀레니엄의 단위로 세계역사를 두 권의 책에 모았다는 점과 역사편지라는 형식을 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게다가 편지를 쓰는 이가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는 점도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 초등학생이라면 생소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입말로 쓰여있다가 건조체로 쓰여있다가 해서 어조에 통일감이 없다. 사진 자료와 삽화를 적절히 배치하여 역사의 흐름이나 단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아쉬운 점은 지도자료와 간단하게라도 연표가 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의 수직구조와 수평구조를 함께 읽어나가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히려 수평구조를 보는 눈을 놓치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쓴다. 지구의 이 편 저 편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했던 주요사건들을 너른 시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을 보여줌에 있어서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았다. 처음 세계사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시야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연표를 그려서 스스로 내용을 간략히 구조화해보면 일목요연해질 것이다. 부록으로 이런 것이 뒷편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읽는 이가 스스로 해 보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예를 들어 900년 무렵, 한반도엔 후삼국시대, 유럽은 노르만인에 벌벌 떨고,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짚어주는 것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사를 세계역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다. 저자의 역사관은 치우쳐있지 않고 열려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에 대하여 지적해주는 부분도 있어서 이 책으로 세계사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다른 책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좀더 비판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되도록 쉬운 단어와 화법으로 복잡할 것만 같은 세계사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도록 전하려한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몇번 반복해서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들어올 것이다. 정확한 연도를 밝힌 사건도 있지만 대략 어느 시기(몇 세기경)라는 정도로 시기를 알려주는 부분은 전체적인 흐름을 소화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끝부분에서, '세번째 밀레니엄이 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세번째 밀레니엄을 기쁘게 맞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희들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야.' 라고 저자는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사고를 당부한다. '후삼국과 고려시대' 라는 꼭지가 먼저 오고 이 꼭지가 오는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저자는 무슨 의도에선지 바꾸어두었다. 1천년이 오면 지구가 종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다. '나'는 현재를 살지만 과거로부터 났고 미래를 향해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글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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