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귓볼을 살랑이는 바람도 어찌 부드럽던지. 희원이 희령이, 그리고 친정엄마랑 나는 오늘 낮 3시 이 연극을 보러 갔다. 여기저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 특히 엄마들이 많이 보였다. 원작 그림책을 한 팔에 끼고 있는 아이들도 많았다. 화단 앞 벤치에 앉아 간식을 좀 먹고 들어가 휴대전화를 끄면서 우리 자리를 찾아 앉았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게 다행이었다. 역시 그림책의 아름다움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미하엘 엔데의 글에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그림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베틀북의 그림책에 오늘의 연극은 비할 수 없었다. 특히 그림자를 그리고 있는 부분과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길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극에서는 그리 잘 나타나지 못했다.

만 4세 이상이면 볼 수 있도록 가족극이란 이름으로 공연한 연극이라 원작에서 나오는 그림자들의 추상적인 이름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이름으로 바꾸어놓았다. 예를 들면 무서운 어둠, 외로움,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 같은 이름들은 깽깽이(고장난 바이얼린), 키다리아저씨(부러진 전봇대), 구멍난 물뿌리개, 콩콩이, 가수, 이런 것들로 나온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좀더 밝고 경쾌하게 흘러간다. 아이들은 배우들의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연기에 깔깔대며 박수치고 좋아했다.

그림자 다섯과 오필리아가 등장인물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특히 오필리아는 자상하고 넉넉한 가슴의 소유자로 유머러스하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아낌없이 자신을 내 주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는 떠돌이 그림자들을 모두 받아주고, 싸우려드는 그들에게 서로 아껴주며 사는 법을 따뜻한 어조로 가르쳐준다. 그 어조는 시적이며 연극적이다. 오필리아가 평생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연극의 대사들, 목소리가 작아 배우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배우들에게 대사를 나지막히 불러주는 역할을 하며 만족해한다. 극장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극장은 우리의 인생이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진부한 비유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배우들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일에 오필리아는 만족해한다. 그녀는 극장을 사랑하는 만큼 삶을 사랑한다. 세월이 변하고 사람들의 삶도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극장은 문을 닫아야하고 오필리아의 삶의 막도 내려야 할 시간이 다 되어온다.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가 여태껏 기다렸었다며 나타났을 때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온 마지막 그림자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불쌍하고 버림 받은 그림자들은 받아들여준 것처럼 '죽음'마저 선선히 안고 천국의 문을 들어선다. 이미 오필리아의 일부가 된 그림자들까지 천국에 함께 입성하고 이들이 펼치는 '오필리아의 빛 그림자 극장'이 열린다. 이것도 원작은 '오필리아의 빛 극장'이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극이 끝나고 배우들과 무대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희령이가 고집을 부려 극단의 사람에게 부탁했더니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려놓을테니 다운 받아가시란다. 그거라도 고맙다. 

집에 돌아와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꿈처럼 아른하고 눈부신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리 삶이 그런 것이려니. 꿈처럼 봄날처럼, 손 안에 들어왔다싶은 순간 어느새 빠져나가고 없는 찰나적인 것. 덧없음의 분위기가 이토록 사무치게 아름답게 그려진 이 그림책이 난 더 좋다. 희령인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눈치고, 희원인 도움을 청하는 그림자들을 친절하게 받아들여준 오필리아 할머니가 좋단다. 친정엄마는 연령이 연령이니만큼 더 와닿지 않았을까. 우리 곁에 항상 가까이 있는 '죽음'에 대하여 스치듯 한마디 하시곤 웃으셨다. 오늘밤 괜한 우울함에 빠지진 말았으면 좋겠다. 워낙 감상적인 분이라...

이 그림책의 리뷰를 전에 썼던 기억이 난다. 거기서도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었는데, 난 이 그림책이나 연극을 보며 왜 자꾸 당신 생각이 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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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하엘 엔데...그의 작품 중 <끝없는 이야기>만 읽어 봤는데, 음 ~ 이 작품 끌리네요.
그건 그렇고, 님의 글을 읽고난 결과...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꽤나 철학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내용일 것 같은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떻게 연극으로 올렸을 지 저도 직접 보고 싶네요.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희령이, 희원이한테 너른 세상, 아름다운 세상 보여 주시는...님, 정말 보기 좋은 어머니의 모습이십니다~ ^^

바람꽃 2004-04-1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니 자주 오게 되는군요. 저는 지난 여름 방학때 봤거든요. 방학때만 되면 어쩐지 아이들을 문화스러운 것에 접촉시켜 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녀왔는데... 자주가는 서점에 그 책이 없어서 책은 나중에 봤답니다. 전 왠지 몰입할 수 없었는데, 아이들은 눈물도 찔끔하던걸요(아들도). 오랜만에 본 연극이라 감회가 새롭던데.... 대사도  좋아요(다 잊어버렸지만).


프레이야 2004-04-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창한 아침이에요.
냉.열.사님, 강추 그림책이에요. 아름다워 눈물이 날 걸요. 그림자들의 연극이요.
바람꽃님, 작년에 보셨군요. 저도 중간에 약간 졸았어요. 양옆에 앉은 딸들은 재미있어하더군요. 님의 아들 참 따뜻한 성품인것 같네요. 제 큰딸 희원인 5학년인데요, 어젯밤 일기장을 살짝 보니," 떠돌이 그림자를 다 받아준 오필리아처럼 받아들이기 싫은 것들도 받아들여야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적어놓았더군요. 그림자들의 말과 행동도 각자 개성있고 재미있었다고도 해 놓구요. 성공한 것 같죠?

프레이야 2004-04-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원작에 신경쓰지 말고 그냥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대사도 위트있거든요.
오필리아가 마른 기침을 뱉자 그림자들이 다가와 안쓰럽게 보느데 오필리아가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 "나이가 들면 말을 적게 하라고 기침이 많아지는 거야" 이래요.

바람꽃 2004-04-1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과 '가족'이라는 말에 대하여 이야기했던것 같습니다. 대사 중에 가족임을 강조하고 있죠. 혈연에 의한 가족과 현대가 요구하는 가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가족의 개념에 대하여 영역을 확장시키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주제가 좋은 연극이죠.


프레이야 2004-04-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혈연중심의 가족이란 의미가 드넓은 의미로 확장되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셨다니 바람직하네요^^ 진정한 가족이라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북돋아주는 게 우선되어야겠죠.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 헐뜯고 괴로움을 주는 관계도 있는데 말이죠. 원작의 의미와는 좀 다르지만 연극에서는 충분히 나누어봄직한 주제라고 생각되네요. ^^
 

아파트 단지안의 공원 주변에 온통 눈꽃이 피었다. 대낮에도 등불을 밝혀둔 것처럼 천지가 봄햇살처럼 화사하고 따스하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살폿살폿 내리는 눈꽃송이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얄궂은 봄바람의 입김을 거스르지도 않고 괜한 어깃장을 부리며 투정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날리다 바닥으로 떨어져 앉은 눈꽃송이를 난 감히 밟지 못한다. 발소리도 안 내고 그 옆을 가만히 걸어간다.  

눈꽃송이들은 시시각각 다르게 보인다. 이른 아침에 이들은 막 잠에서 깬 듯 조용하다. 고요함으로 정지하여있다. 조심스럽게 하루를 열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줍어하며 또롱한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의 얼굴을 닮아있기도 하다. 어느 어머니가 식구들 깰까 물소리도 조용히 얼굴을 씻고 앉아 기도의 싯구를 읊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4월을 알리는 봄비가 내리던 날, 눈꽃송이는 젖고 젖어서 참 겸허해보였다. 자신에게 오는 차가운 물줄기를 피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받아들여서, 자신을 피워올려주는 줄기에, 뿌리에 자양분으로 내려보낸다. 비가 그친 후, 그토록 청아하게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눈꽃송이를 하염없이 올려다보았다. 눈꽃송이는 햇살을 받아 더 영롱하다.

아직은 커다랗지 않다. 올망졸망한 얼굴로 까르르 웃으며 모여있는 눈꽃송이는 유치원 셔틀을 기다리고 섰는 아이들의 얼굴을 닮아있다. 아이들이 좋아하여 냄비가득 튀겨낸 팝콘 같기도 하다. 토닥토닥 냄비안에서 나는 소리는 경쾌하다. 아마 눈꽃송이도 그런 소리를 내며 앞다투어 터졌을 것이다. 얼마나 밝고 귀여운 소린가. 소리가 멈추고 숨을 죽여 뚜껑을 열면, 고소한 내음을 풍기며 뽀얗게 피어나있다.

어제 저녁, 아이들 이모집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잠깐의 나들이를 했다. 아, 하얀 가로등불이 비춰주는 벚꽃송이들은 잠시 온 천지에 눈이 내렸나 착각을 불러왔다. "와아, 엄마, 눈꽃이다.~ 길에도 눈이 많이 내렸어." 황홀하여 쳐다보고 섰는 나를 아이들이 흔들어 깨운다. 

요즘은 어딜 간들 이보다 못할까. 전국이 봄나들이하러 나온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을 텐데. 봄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만나는 것보다 나만의 느낌으로 은밀하게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의 손을 잡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그 길지 않은 벚꽃길이 날마다 나에겐 새롭다. 오늘은 어떨까 설레며 만나면 기껍다. 꽃은 아무 말이 없는데 나의 간사스러움이 날마다 다른 말을 걸고 싶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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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4-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정말 눈이 내렸나하고 생각을 했지 뭐예요.
꽃눈송이.... 정말 눈이 오는 것처럼 휘날리고 있더군요.
연휴 봄나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지도 소박하게 집근처에서....

겨울 2004-04-0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니는 길에도 벚꽃이 만개해서 바람에 날리는 모양이 꿈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똑같이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는 생각이드네요.

프레이야 2004-04-1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렇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전출처 : 水巖 > 결혼기념일

지난 달에 한 쇼핑업체에서 메일이 왔다.

[ 결혼기념일 ]을 축하합니다. 라는 멧세지 밑에 다음과 같은  기념일 명칭을 소개하고 있었다.

  • 1 주년  紙婚式 지혼식                          15 주년  水晶婚式 수정혼식( 수정식이라고도 함)
  • 2 주년  綿婚式 면혼식                          20 주년  陶磁器婚式 도자기혼식
  • 3 주년  革婚式 혁혼식                          25 주년  銀婚式 은혼식
  • 4 주년  花婚式 화혼식                          30 주년  眞珠婚式 진주혼식     
  • 5 주년  木婚式 목혼식                          35 주년  珊瑚婚式 산호혼식
  • 6 주년  糖果婚式 당과혼식                    40 주년  綠玉婚式 녹옥혼식
  • 7주 년  銅婚式 동혼식                          45 주년  紅玉婚式 홍옥혼식
  • 8 주년  靑銅婚式 청동혼식                    50 주년  金婚式 금혼식
  • 9 주년  陶器婚式 도기혼식                    55 주년  翡翠婚式 비취혼식
  • 10주년 朱錫婚式 주석혼식                    60 주년  金剛婚式 금강혼식
  • 11주년 鐵婚式 철혼식
  • 12주년  明紬婚式 명주혼식                   미국에서는 75주년을 diamond혼식이라고 한다.
  • 13주년 水婚式 수혼식
  • 14주년  象牙婚式 상아혼식                   햇수와 호칭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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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박가분아저씨 > 한국의 화장문화사-재미로 보는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고대유적에서 발견된 장신구와 청동거울에서 화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또 5∼6세기경의 고분벽화를 통해 그 시대의 화장 정도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분대화장(고려시대)

역사상 최초로 화장을 국가정책적으로 장려하고 화장법을 가르친 것은 고려 태조 왕건 때인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왕건은 중국의 제도를 모방한 교방을 궁궐 내에 설치하고 기생들에게 화장법을 가르치고 반드시 그 방법으로만 화장을 하도록 했는데 그 방법은 머릿기름으로 윤기를 내고 눈썹을 다듬어 먹으로 버드나무 잎 모양처럼 가늘게 그리며, 뺨은 복숭아처럼 입술은 앵두처럼 연지화장을 하고 얼굴은 백분을 짙게 발라 피부를 창백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려초기의 분대화장은 조선말까지 기생들의 변함없는 화장으로 이어졌다.

 

연산군의 135등급과 매분구의 등장(조선시대)

화장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연산군을 빠뜨린다면 큰 실수! 연산군의 심미안(미인을 보는 눈)은 1천명의 기생들을 뽑아 몸매와 얼굴 생김새에 따라 135등급으로 분류하고 그녀들의 화장품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총동원령을 내릴 정도였다. 또한 숙종 때에 화장품을 집집마다 팔러 다니는 매분구가 등장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화장품 외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제1호 화장품 '박가분'(1916년)

박가분은 일제 총독부가 하나의 공산품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화의 첫 호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박가분이 나오기 전까지 화장품이란 일본 또는 중국의 무역상을 통해 몰래 들어오는 것들이 전부였다. 박가분이 처음에는 포목상의 경품이었으나 방물장사를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유명해졌으며 국내 화장품으로는 처음으로 신문을 통해 광고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많은 납 성분으로 박가분을 사용한 많은 여성들이 심각한 납 부작용을 일으키자 점차 인기가 수그러들게 되었다.

 

동동구리무가 왔어요∼(1937년)

1937년 중일전쟁의 영향으로 화장품 원료를 간신히 구하여 화장품을 만들어도 담을 수 있는 용기가 없어 판매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화장품을 각자의 용기에 덜어서 파는 분매가 유행하게 되면서 동동구리무가 등장하게 되었다. '앞집 이쁜이. 뒷집 꽃분이. 옆집의 곱단이 어서 나와요. 돈 없어 못사는 사람은 공짜로도 발라줘요' 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콜드크림은 만능크림(1945년 해방이후)

6.25전쟁 이후 화장품을 생산 할 수 있던 미비한 시설마저 파괴되자 PX를 통한 외제 화장품의 밀수가 성행하게 되었다. 콜드크림은 우리나라에서는 화장을 지울 때는 크린싱으로, 마사지를 할 때에는 마사지 크림으로, 기초 화장시에는 밑 화장용으로 거의 모든 화장단계에 사용하는 만능크림처럼 여겨졌다. 또한 콜드크림과 더불어 밀수된 코티분은 피부에 쏙쏙 스며드는 사용감과 향긋한 향내로 양공주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들의 마음까지 몽땅 사로잡게 된다. 하지만 외제판매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삼엄한 감시 속에 밀거래를 해야 했으며 분을 파는 아줌마는 속치마 자락에 숨겨서 팔았으며 제품을 어렵게 구한 여성들은 냉장고에 숨겨놓고 몰래 몰래 발라야만 했었다.

 

화장품 산업의 본격화와 성장의 시대(1960∼70)

60년대는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이 본격화된 시기로 피부를 희게만 표현하던 화장법에서 화운데이션의 개발로 자연스러운 피부를 표현하는 화장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아이섀도우,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립스틱 등의 출시로 메이크업 제품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대였으며 최초의 남성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포마드가 등장했다. 이러한 화장품 산업의 본격화로 방문판매가 도입되고 70년대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현대적인 화장품으로의 기술도약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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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3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캔들에서 정경부인이 아침 화장을 하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향을 고르고, 입술 연지를 찍던 모습이 어찌나 고혹적이던지...^^
 

어른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아이들, 어른에게 이런 충고를 하고 싶대요.

1. 저를 버릇없는 아이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부모님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가지 요구를 하지만 다 얻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2. 저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3. 저에게 나쁜 버릇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두지 마세요.

4. 제가 어리다고 업신여기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우습게 여기면 저는 터무니없이 다 자란 척하거나 잘난 척하거든요.

5. 가능하면 사람들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조용히 둘이 있을 때 지적해 주시면 저는 더 잘 알아들을 수 있어요.

6. 제가 저지른 잘못의 결과에 대해 너무 보호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고통스러워도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선 책임을 느껴야하거든요.

7. 저의 실수가 죄악인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죄책감은 저의 존재 가치를 좀먹으니까요.

8. '엄마 미워' 라고 했을 때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제가 미워하는 것은 엄마가 아니라 절 윽박지르는 엄마의 권위니까요.

9. 제가 아프다고 할 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어요. 가끔씩은 관심을 끌려고 괜히 한 번 그래 보기도 하거든요.

10. 전 정말 잔소리가 싫어요. 그렇게 계속 잔소리 하시면 저는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귀먹은 척 할 거에요.

11. 저에게 경솔한 약속은 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약속을 못 지키시면 저는 실망한답니다.

12. 저는 정확하게 표현할 능력이 아직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면 차차 잘하게 될 테니까요.

13. 제가 정직하지 못하다고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저처럼 어린 아이들은 겁이 많아서 쉽게 거짓말을 하니까요.

14. 제가 질문할 때 회피하지 마세요. 안 가르쳐 주시면 저의 큰 호기심은 사라지거나 엉뚱한 데에 가서 다른 답을 찾으려고 할테니까요.

15. 제가 무서움을 잘 탄다고 바보 취급하지 마세요. 어린아이들은 무서워할 때가 많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16. 어른들은 완벽하거나 결점이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완벽하지 못하고 결점을 드러낼 때 제가 너무 충격을 받게 되니까요.

17. 일관성이 없으면 곤란해요. 이랬다저랬다 하시면 부모님을 신뢰할 수 없어요.

18. 저에게 사과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지 마세요. 솔직한 사과는 부모님을 더 신뢰하고 좋아하게 하니까요.

19. 저는 이것저것 실험해 보기를 좋아해요. 그런 시도 없이는 잘 할 수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20. 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지 잊지 마세요.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자라는 것처럼 부모님도 성장하세요.

21. 저는 부모님의 사랑과 이해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아침저녁으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잖아요.

 

 ## 위의 충고 21가지는 물론 어른이 쓴 글이겠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예쁜 편지지라도 주면서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충고를 적어달라고 해 보면 어떨까. 물론 전부 수용하겠다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실효가 있을 것이다.

20번의 충고는 정말 마음에 새겨두어야겠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따라 부모도 성장하여야한다. 아이들의 발걸음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아이들 나름의 싱싱한 가치관에 뒤처지지 않는 엄마가 되기 위해, 우리 가훈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난 서슴치않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고 말해주었다.

10번의 충고는 얼마전 이야기를 나눈 학생의 엄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랑 같은 경우다. 3학년 남자아인데, 전혀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 어쩌다 하는 대답도 근성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하려고 하지 않아, 수업 내내 나의 애를 태우는 아이다. 한달을 두고 보니, 아이가 귀기울여 듣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런 능력이 소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충고를 하면 오히려 자기가 들은 게 맞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면서 도리어 억지를 부리곤 했다. 아주 난감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그 어머니에게 그런 문제점을 슬그머니 꺼냈더니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풀었다. 그 분도 그런 아이의 태도로 고민을 많이 했던 눈치였다.

그 어머니는 자신의 태도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알고 요즘은 잔소리를 자제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할 게 있냐고 하는 내 물음에, 그저 보기만 해도 뭐든 동생보다도 느려서 속이 터진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채근하고 윽박지르고 결과에 대해 칭찬보단 동생과 비교하여 핀잔주고 잔소리 하고, 그랬다고 한다. 이제라도 원인을 알았으니 되도록 잔소리를 줄이고 있단다. 듣는 건 세상을, 사람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라 생각한다. 나도 때로는 귀먹은 척 하고 살 때가 있지만...  이 아이의 마음의 병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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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3-2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 늘 아이들 교육에 심혈을 기우리시는 노력에 감탄합니다. 북 리뷰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며 우리가 키웠던 그 시절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답니다.
이 글 퍼 갈게요. 괜찮죠?

프레이야 2004-03-2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늘 모자라는 엄마라서 전 이런 글 보면 눈이 번쩍하거든요.
반성이라도 하다보면 어느 날 나아있겠죠.

stella.K 2004-04-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담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퍼가요. 글구 이왕 건너온김에 책한 권 소개해 드리고 갈게요. ^^

아이들에게 표현자유를 돌려줘라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 길

▲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지음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에 일생을 바친 아동문학가의 유고 문집이다. 저자는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의 주문에 따라 일기를 쓰는 교육 현실에 비판적이다.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장이 얼마나 아이들의 진심을 담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 눈치를 보면서 일기를 쓰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표현을 억제할 뿐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잘못된 글쓰기 교육이 아이들의 숨통을 막는 것이라고 질타한다.

그런데 교육을 통한 억압에 눌려서 자랐던 한국의 아이들이 시원하게 숨통을 튼 것은 2002년 6월 월드컵 때였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가 아니라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젊은이들의 건강한 축제 문화가 보여준 가능성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보인 아이들이며 젊은이들의 나라 사랑이 참으로 뜻밖이고 그들의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아! 이 아이들, 그토록 언제나 짓밟히고 박해를 당했던 그 나라를 이렇게라도 사랑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평생을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사랑하며 살았던 저자는 2003년 8월 25일 타계했다. 이 책은 그가 어느 지면에도 발표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던 원고를 모은 것이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


프레이야 2004-04-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의 책이네요. 꼭 사서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