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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물었다. " '도덕'이라는 말과 '관습'이라는 말은 사실 같은 뜻 아니에요?" 

그는 그녀의 따귀를 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렇게 교묘하게 돌려 말하면서 뒤통수를 치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 염병할! 그리고 다른 달이었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 질렀을 것이다. "염병할, 당신은 언제 이 우라질 노엘 카워드(영국 출신의 극작가, 작곡가이자 배우)의 1920년대 방식을 극복할 거야? 점잖은 인간적 가치를 말끝마다 잽싸고, 성마르고, 속물적이고, 편협한 말로 중상모략하는 버릇은 언제 버릴 거냐고? 내 말 잘 들어!" 라고 노발대발하며 그녀에게 소리 질렀을 것이다.  

- <레볼루셔너리 로드>  322쪽

 
   

 

오늘 끝부분 조그만 남겨두고 일차 편집을 끝낸 도서 <레볼루셔너리 로드> 중의 한 부분이다. 

에이프릴이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고 싶어하고 그와 반대로 그걸 빌미로 파리로의 이사를 주저앉히고 싶어하는 프랭크 사이의 예민한 대사다. 나중에 알고 보면 프랭크 자신도 아이를 또 낳는 것에 대해 사실은 두려워하고 꺼려하고 있었다. 가식과 위선이라니.. ㅠ 

내 목소리를 다시 듣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보면 다른사람 같기도 하고 아니, 그게 바로 숨어있던 진짜 나 자신 같기도 한, 특별한 시간이 된다.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은 다듬고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일종의 모니터링도 되어 좋다. 편집하는 손이 부족하니 일차 편집을 낭독자가 하는 것인데 그게 오히려 내게는 마음에 드는 작업이다. 

저 위의 볼드체 글귀는 (오늘 다시 내 목소리로 들어보니) 새삼 요즘의 일들을 생각하면 특히나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화가 났다. 

실장이 회원신청 도서가 있다고 먼저 부탁하길래 내가 점찍어 뒀던 도서는 일단 미루고.. 오늘 새로 시작한 신청도서는 <살기를 탐하고 죽기를 두려워하며>이다. '조선을 움직인 23인, 그 진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1A Tape을 마쳤다. '조선왕조실록'과 당시 상소문들을 자료로 한 윤용철 편저인데, 문장은 좀 별로였지만, 내용은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다. 첫장은 황희에 대한 것이었다. 청렴했던 그도 자식(핏줄)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올곧지만은 못했더라. 서자가 잘못을 저지르자 내 자식이 아니라고 부인하여 내쳤던 기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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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 된 내목소리 듣는거...고거 참 고역인데...ㅎㅎ
특별한 시간이며 맘에 드는 작업이라 하시니...프레이야님 목소리가 급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능~~ㅎㅎ

프레이야 2010-05-26 23:52   좋아요 0 | URL
마이크에 대고 표준말로 글을 읽는 것과 그냥 뚝배기 같이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좀 있지요.ㅎㅎ
편집과정에서 책을 한 번 더 읽는 게 되니 좋아요.

L.SHIN 2010-05-2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핸드폰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면 '어, 혼선인가?'하고 내 목소리를 못 알아먹을..;;
그게 말이죠. 실제 목소리랑 다르게 나온단 말이에요.-_-

'살기를 탐하고 죽기를 두려워하며' 제목을 처음엔 이해를 못 했습니다.
어째서, 살기(殺氣)를 탐하는 자가 죽기를 두려워할까,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내 곧 -
제가 잘못 읽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 '살기'는 生자이지요? ^^
아, 이럴 때 한국어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동음이의어 말입니다. ㅡ_ㅡ (긁적)

프레이야 2010-05-27 09:31   좋아요 0 | URL
살기와 살기^^ 그러고 보니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네요.
억양은 다르지만요, 외계엘신님^^
어떨 땐 우리말 발음이 어려울 때도 있어요.
가끔 읽다보면 혀가 꼬여요.

꿈꾸는섬 2010-05-2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전 왜 이리 멋지겠단 생각이 들죠. 표준말로 또박또박 읽은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소름이 끼칠 것 같아요. 평상시의 목소리와 정말 다른 맛이겠죠.

프레이야 2010-05-27 09:32   좋아요 0 | URL
소름이? ㅋㅋ
일석삼조라 좋아요, 이 활동이요.

꿈꾸는섬 2010-05-27 23:33   좋아요 0 | URL
여기서 소름이란 표현이 적절치 않았나요? 뭐랄까 동화되거나 전이되거나 뭔가 그 짜릿한 기분이 들 것 같단 얘기였어요.^^ 표현이 너무 서투네요.

프레이야 2010-05-28 00:23   좋아요 0 | URL
꿈섬님, 사실 정확히 맞아요. 맞아서 ㅋㅋ이랬어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어요. 전율같은 거요.

꼬마요정 2010-05-2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레이야님 목소리 급궁금~~ 궁금궁금~~^^

갑자기 녹음기에 대고 낭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낭독 후 다시 듣는 제 모습을 그리니까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바로 접었지만요..^^

프레이야 2010-05-27 09:32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오랜만이에요.^^

소나무집 2010-05-2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 녹음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건조하게 하나 보네요.
저도 님 목소리 궁금해요.

프레이야 2010-05-27 09:33   좋아요 0 | URL
너무 속삭이듯 읽는 것보다 또박또박하면서도 편안하게 읽는 게
좋답니다. 그러다보면 어떨 땐 다소 건조하게 들리기도 해요.^^

마녀고양이 2010-05-2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다 하셨어요? 이야,, 전화 통화 한번 했으면 좋겠다.
아마 포근하고 편안한 목소리이실 듯... 이금희 아나운서처럼.
너무 멋진 언니를 알게되어, 정말 기뻐염!

프레이야 2010-05-27 10:23   좋아요 0 | URL
우힛, 그렇지않아요.
왁왁~ 소리도 잘 질러요.ㅋ 부산말 '학실히' 쓰면 되게 웃길 걸요.
근데 오래 읽거나 소리질러도 괜찮은 것 보면 목청은 좋은듯ㅎㅎ

2010-05-2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7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5-27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인용해 주시는 대목들은 정말 서양의 소설가가 쓴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와닿아요. 진짜 찔리네요 ㅋㅋ 아이, 그리고 이런 프레이야님의 녹음실 얘기들을 듣다보면 진짜 마녀 고양이님처럼 그 목소리를 꼭 들어보고픈 욕망이 드네요. 진짜 저도 이런 언니를 알아 기뻐요!

프레이야 2010-05-28 00:21   좋아요 0 | URL
점잖은 인간적 가치를 중상모략하는 버릇,
언어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오역하는 버릇,
모두 고쳐야할 버릇 같아요. 저부터요.
근데,,블랑카님, 마이크 앞이랑은 다를 건데 실망할라요.ㅎㅎ
늘 고마워요. 조용한 밤, 기뻐지는 밤이에요.

같은하늘 2010-05-3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들었던 프레이야님의 목소리는 프레이야님의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어요. 프레이야님이 책을 녹음하신다고 할 때 생각했어요. 프레이야님이 녹음하신 책을 한번 들어보고싶다고...^^

프레이야 2010-06-01 09:25   좋아요 0 | URL
우힛~ 고마워요.
시각장애우들에게만 배포되는 음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