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돌담 모퉁이를 돌면 어떤 만남이 있을까. 

 

어제 서대전공원 옆 대전기독문화회관에서 제 16회 한성기문학상을 수상하는 노문우가 있어 부산에서 30여명의 사절단(^^)이 동행했다. 생의 동반자를 여의고 목구멍으로 솟구쳐 오르는 회환과 그리움의 서정을 두권의 시집으로 담은 분이다. 가신 분의 영원한 선물로 모두들 생각했다. 만날 눈물이 솟구치고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아 한동안 약물치료를 하셨다는 말은 어제 들었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가 보다. 

가을 단풍나들이 겸해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추최측에서 그렇게 베풀어주었다. 부산에서 9시 좀 넘어 출발하여 동학사와 갑사를 들러 가을정취를 만끽하고 저녁무렵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대전에 가니까 나비님이 생각나 낮에 문자를 드렸더니 한참 후 전화가 왔다. 여전히 반가운 목소리^^ '나중에 대전 전부가 다 내집인 양'(ㅎㅎ) 이러시며 잘 돌아가시라는 문자메시지가 와서 답장해 드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새삼 울컥했다. 

이번 주말이 단풍의 절정이라고 한다. 계룡산국립공원에 들어섰다. 점심을 먹고 동학사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길을 걸었다. 단풍은 아직 완연히 들지는 않았다. 햇빛을 많이 받는 곳에 있는 단풍나무는 정말 붉게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늘진 곳에는 아직 초록잎이 무성했다. 같은 하늘 아래 양지와 음지의 생명체가 이렇게 다른 색을 띤다. 아직 초록으로 남아있는 그것들에 자꾸 눈길이 갔다. 왜 고집을 피우고 있을까. 난 그렇게 초록으로 남고자 마음 다 한 적이 있는지.. 괜한 상념에 살짝 빠졌다. 순리대로 그냥 붉은색이 되는 게 맞겠고 그걸 보고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뱉지만 그래도 풋풋한 초록으로 남아있고 싶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난 역시 여럿이 몰려다니며 왁자지껄하는 건 별로인가 보다. 글감이 좀 떠오를까 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나만의 정취에 빠져들긴 무리가 있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더 그런 점도 있었다. 여유있게 고즈넉히 차분히 생각하고 느끼며 마음에 담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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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0-31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변한 가을 여행 한 번 못 떠나는 저로선 확실한 염장이로군요. 흐흑~
저 빨간 단풍이 좋아 추천합니다.ㅜ

카스피 2009-10-3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비가 안오고 일조량이 많았던지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이쁘게 든것 같습니다.하지만 가을 가뭄이 심하다고 하니 꼭 좋은 일만은 아니죠^^;;;

꿈꾸는섬 2009-11-0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멋져요. 저도 발끝 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은데......발 밑의 수북한 낙엽...너무 멋져요.

무스탕 2009-11-0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일찍 일터에 도착했더니 간밤에 내린비로 붉은 단풍잎들이 길바닥에 착착 달라붙어 있는데 뭔가 아쉽고 서럽더라구요.
붉어지는것도 몰랐는데 떨어지기까지 했구나.. 싶어서요.
큰 사진들은 정말 가을같아요 ^^

같은하늘 2009-11-0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담길, 발아래 낙엽, 붉은 단풍 모든게 눈에 확 와닿고 마음이 흔들리네요.
동네 산책길이라도 걸으며 낙엽을 밟아 봐야겠어요. ^^

hnine 2009-11-0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가을엔 동학사에 아직 못가봤어요. 집에서 멀지 않아 계절 바뀔 때마다 한번씩은 가보곤 했었는데...
저도 요즘 자주 울컥울컥합니다. 뭐, 그럴 때가 있나봐요 ^^

글샘 2009-11-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토욜날 대전에 있었는데... 대전 은행나무 참 이쁩디다.

순오기 2009-11-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타는 단풍색에 돌담과 낙엽~ 제대로 된 가을 풍경이네요.
나비님은 대전을 장악했고, 순오기는 광주가 다 내 집인양~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