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점자도서관도 원래 상하반기 이어져야 할 강의가 잠정 중단되고 상황을 보다가 7월부터 조심스레 시작했다. 담당자 연락이 오길, 그냥 이번 9차시로 올해 도서관 수업은 종결하는 걸로 결정이 났다고. 어떤 테마로 할까 하다가 관심들이 많으신 일본 옛이야기로 하기로 말씀드리고 준비했다. 그 전년에 유럽과 아시아,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해 왔기에.
여름 더운 날에도 마스크를 하고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해서 좀 불편했지만 멀리서 오시는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더 불편하실까. 우리는 에어컨 아래서 수업을 했고 나는 그래도 더웠지만 어떤 분은 춥다고 겨울점퍼를 덮고 계셨다. 마지막 두 차시를 남겨놓고는 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녹음으로 수업을 담았다. 당시 줌으로 강의를 하는 방식이 시작되고들 있었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줌 강의가 도움되지 않는다. 나는 낭독녹음하는 그 녹음실에 들어가 두 차시 분량을 하루에 녹음했다. 수업하듯이 말하고 읽어드리고 그랬는데 나중에 그 녹음분 수업을 들으신 유쾌한 안**님께서 녹음으로 들으니까 훨씬 더 목소리가 좋고 듣기도 좋았다고 피드백을 해주셨다. 반갑고 감사한 일.^^ 이 분은 내가 녹음한 음성도서 팬이다. 내용이 명료하게 귀에 잘 들어오고 편안하다고 그러신다. 70대 후반 여성인데 집에서 부엌일도 혼자 하고 남편분이 자를 종이에 대어주면 손수 글씨도 쓰신다. 시수필 수업 때 종이에 짧은 글을 써와서 내게 보여 주며 보기 어려울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읽기에 전혀 무리없이 잘 써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2020년 연말에 단편소설 수업을 점자도서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5차시 하였는데 이때도 오셔서 뵈니 짧은 기간 동안 세월의 흔적이 확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워낙 밝고 동안이신데,,, 그때 내 목 건강을 위해 따끈한 유자차를 보온병에 한 가득 가져 오셔서 감사했다.
아무튼 스토리텔링이라 재미있게 들려드리듯 책을 읽어드려야 한다.
일본신화, 오토기조시, 기담으로 나누어 일본문화, 역사와 함께 들려드렸다.
이야기 일본사, 중, 야마토 시대 <고사기>와 <일본서기>
712년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서 <고사기>와 720년 편찬된 <일본서기>에 기록된 진무 천황(기원전 660년 일본 제1대 천황에 즉위)의 동방정벌기 (들려드림) 야마토 조정의 위대함과 건국영웅 찬양.
중국 문화가 일본에 수입되기 이전인 원시 일본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편협한 애국자들과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고 평가받는 역사서.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기록된 신화는 지나치게 미화되었고 때로는 유치하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이 두 역사책을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바이블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고사기 _ 712년 오노야스마로 지음. 전설, 가요 등을 많이 담고 있어 일본 최고의 문학서라고도 일컬어짐. 제33대 스이코 천황까지의 역사 기록. 설화체.
일본서기 _ 720년 도내리 친왕이 총재관이 되어 그의 책임 아래 편찬됨. 편년체로 엮인 전30권의 역사서
풍토기 _ 713 편찬. 지명의 유래와 각지의 산물 정리. 나라 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
야마토 정권이 하나의 통일된 정권으로 성립한 시기는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
_ 닌토쿠 천황의 능
힌큐몬도카
나라 시대 중엽에 편찬된 <만요슈>는 많은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힌큐몬도카>는 당시 백성들의 생활고가 잘 나타나 있다.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짐. 전반은 물음, 후반은 답.
<전반>
바람은 세차게 불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건만
꽁꽁 얼어서 밤을 지샐 수밖에 없네.
먹을 것이란 소금 안주에 쓰디쓴 술 한잔뿐,
있는 옷을 다 입었건만 떨리는 건 매한가지일세.
늙으신 부모는 허기에 지쳐 꼽추처럼 움츠리고
처자식들은 맥이 빠져 울어 보챌 힘마저 없구나.
있는 자들이여, 당신은 이럴 때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후반>
천지가 넓다지만 나에게는 비좁기만 하네.
해와 달이 밝다지만 나를 비추지는 못하네.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 거적을 깔고
부모처자 한 방에서 새우잠을 자네.
가마솥은 불기운을 맛본 지 오래이고
밥그릇에는 거미줄이 엉켜 있네
그런데도 세금을 독촉하는 관리들은
잠자리까지 찾아와 성화일세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 말이오!
(이야기 일본사, 53쪽)
<이야기 일본사> 외에 텍스트로 참고한 도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