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에 읽었던 김영하 에세이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고양이 방울이와 깐돌이와 사는 이야기로 시작해

 의미있고 재미있는 소설가 김영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표지에 고양이발은 방울이 발.^^











2018. 6. 18. . 부산 수영구청 구민홀에서 들었던 특강을 요약한 기록입니다.

'소설' 대신 대입해 볼 단어가 제법 떠오릅니다. 

 


김영하 초청특강 (기록_프레이야)


소설을 읽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프롤로그>

 

소설은 도덕적 판단이 중지된 땅이다. ” - 밀란 쿤데라

(반면에 현실은 도덕적 판단과 타인의 실수에 냉혹하다)

복잡한 인생사, 복잡한 인간심리를 감안하여 내가 겪었을 수도, 겪을 수도 있을 일들을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간접체험 한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1. 자신의 내부를 이해하는 범위가 증폭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갈등, 고통, 유혹 등등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모호하고 다채로운 감정에 언어가 부여된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강한 자이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 능력이 생긴다.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타인의 감정, 타인의 일, 타인의 삶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도의(도리)보다 감정의 공유(공감)가 필요한 일이다.


선은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의로 시작하는 일이 반드시 선의의 결과를 빚는 건 아니다. 선의의 결과를 빚으려면 이해와 공감이 우선 필요하다. 갈등을 대화로 풀 수 있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상대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그러므로 간접적 대화(영화나 책 등)로 우선 그 대상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을 알려면 청소년 세계를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로 우회적 접근을 하라. (; 프레이야 생각 -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해 대신 무지가 있겠지요. 완전한 이해는 불가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 작가의 의무라 생각합니다.)

 

2. 소설 속, 실패한 인물들을 보며 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준비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 감정의 준비)


김영하 작가는 삶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한다고 합니다. 독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안정감을 얻지요. (극히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 옛날 동화의 내용이 잔혹하고 계모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가 이야기(스토리)를 통해 경험하는 감정은 가짜가 아니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배운 것은 잊히지 않는다. 대상(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운다.


진짜 성격은 시련을 통해 드러난다. 시련을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 시련이 닥쳤을 때 스스로 알 수 있다. 이렇게 자기인식과 자기이해가 우선된 소통이어야 바람직하다. 언어(정제된 문학언어)로 표현된 이야기를 통해 무엇보다 를 알게 된다.

 

  

<청중 질의와 작가 답변>

 

1.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나요?


성장의 통과의례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소설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소설을 읽게 된다. 고민이 해결되면 거기서 빠져나온다. 가령 판타지나 무협지를 읽는다고 걱정할 게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면 빠져나와 다른 것으로 옮겨간다. 하나에 빠져있는 게 오히려 유해하다. 내면의 공포, 불안 등의 감정과 문학은 관련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지적인 측면에서 편안히 사는 북유럽 사람들이 범죄소설에 매료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 모든 감정을 체험하여 쓰는 것인가?


꼭 그렇진 않다. 글로 이미 쓴 감정을 실제로 겪으며 그때의 감정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더욱 언어화되는 경험을 했다.(얼마 전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그 장례식장에 앉아서 만감을 머릿속으로 언어화했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하는 데 능숙해질수록 텍스트를 더 잘 읽게 되고, 그러면 더 잘 쓸 수 있게 된다. 순환고리처럼. 언어를 다루는 능력은 자기인식의 능력과 비례한다. 자기감정을 잘 알자


그러기 위한 훈련으로, 먼저 찢어버려도 좋을 종이에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적어 내려가라. 다 쓴 후 찢어버릴 것이기 때문에 내면에서 자기검열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좋은 노트에 쓰지 말 것. 내 감정을 돌보기에 전념하라. 그렇게 하다보면 언어가 점점 정제되면서 감정을 극복(초월)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3.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 외국에 확장할 계획은?


세계는 실재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다. 세계는 은유나 비유로 존재한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소설읽기는 우회적 방식으로 타인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어의 외연 확장보다 우리 사회 안에서 고급언어로의 외연 확산이 더 중요하다. (문학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는 너무 한정되어 있다. 이해하는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언어화하지 못하는 자들이 폭력을 내세우게 된다. 실재로 범죄자들의 대다수는 언어능력과 공감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는 능력이 클수록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이해능력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문학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외국으로 확장하는 일보다 우선이다. ***




그날의 광안리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대중가요의 가사가 다 내 얘기 같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눈물도 소중하지만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희롱할 수 있을 때, 나는 그가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단계로, 그 음악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믿는다. 소설에서는 왜 그럴 수 없단 말인가. 소설 역시, 그래 이건 내 얘기야, 라는 단계에서, 이건 내 얘기가 아니지만 새롭고 탁월해, 라는 단계로 전이할 수 있다. 그 단계의 즐거움이 이전 단계의 즐거움에 비해 월등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대단히 독특한 기쁨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로 전이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44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단계의 소설이다. 어렵지는 않다. 단, 이 소설은 절대로 독자인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중략)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며칠 동안 눈먼 자들이 도시를 배회하는 악몽에 시달려야 햇다. 멀쩡한 얼굴로 화사하게 웃으며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선남선녀들이 다르게 보였다. 저들은 아직 눈이 보이지! ‘눈먼 자들의 도시‘와 서울의 차이는 그것뿐이다. 사라마구가 본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견고해 보여도 아주 단순한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략) 이 수많은 단순한 원칙들 중 하나만 지켜지지 않아도 도시는 지옥이 된다. 그러니 인간이란 얼마나 불안한 존재이며 그 인간들이 끌고 가는 사회며 국가라는 것도 얼마나 허약한 것이냐.
그렇기에 이 불안한 평화는 역설적으로 달콤하다. 불안한 존재가 읽는 완벽한 소설. 이것만 한 즐거움을 나는 아직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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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1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을때 우리에게 일어난 것들은 완전 공감이 가네요. 이렇게 기록을 잘 해놓으니까 완전 좋네요~!!

도덕적 판단이 중지된 땅이라니 ㅋ 맞는 말같아요~!

프레이야 2021-10-22 00:11   좋아요 4 | URL
그렇죠 쿤데라.
소설 읽는 분들 위해 공유해요^^.
밑줄긋기 인용문은 랄랄라하우스 안 문장인데 소설이 아니라 그 자리에 음악, 마술, 영화가 들어가도 비숫하지 싶어요.

페넬로페 2021-10-22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tv를 통해 만난 김영하작가는 말을 아주 잘하더라고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기 어려운데 그 두 개를 다 잘하니 가진것이 많은 것처럼 보였어요~~
김영하작가의 소설론에 공감합니다^^

프레이야 2021-10-22 01:35   좋아요 3 | URL
네, 그렇더라구요^^ 저는 저 때와 그 이전에 비프 영화 상영 후 GV로 두번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영하 단편소설을 옴니버스로 영화화한 작품이었는데 기억이 가물해요. ^^
암튼 말도 잘하지만 태도의 여유가 마음에 들었어요. 자신감에서 오는 여유겠지요.

2021-10-22 0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2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10-22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내부를 돌아보고 마음의 준비, 감정의 준비.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ㅠㅠ 김영하작가님을 보셨군요 ㅎㅎ부럽습니다 ~ 목소리도 참 좋으신거 같아요. ~~ 광안리사진도 👍

프레이야 2021-10-22 10:36   좋아요 2 | URL
이미 소설을 많이 읽고 계신 분들에겐 딱히 필요없는 강의일 수도 있었지만 한번 돌아본다는 느낌으로다가요 ㅎㅎ 구름은 언제나 좋아요. 바다와 하늘과 구르미^^

페크pek0501 2021-10-22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는 팟캐스트를 통해 목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팬이 될 만큼 좋아해서 반복해 듣곤 했었죠.
목소리가 차분해서 좋아요. 잠이 오게 하는 목소리예요.
요즘은 장영희 에세이를 오디오북으로 한 시간쯤 듣는데 종이책으로 사 두고 싶을 만큼 좋습니다.
오디오북으로 좋았던 책은 꼭 종이책으로 또 사 봐야 해서 이중 지출을 하고 있어요.
비용 감소를 위해서라도 저는 다독보다 정독을 해야 할 듯해요.^^

그레이스 2021-10-22 16:59   좋아요 0 | URL
제게 이작가는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아요

프레이야 2021-10-22 19:12   좋아요 1 | URL
장영희 에세이는 진짜 종이책으로 보셔야 마음에 더 들어올 거예요. 모양새가 좋아 책 자체가 위안이 됩니다. 김점선 화가가 그림 그림과 장영희의 솔직하고 따스한 이야기가 참 이쁘지요. 전 몇 권 갖고 있어요 ^^ 아무래도 종이책 ㅠ

프레이야 2021-10-22 18:36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저도 좀 뒷걸음질을요. 여행의이유도 좋더군요 ^^

공쟝쟝 2021-10-2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어를 다루는 능력은 자기인식의 능력과 비례한다. 자기감정을 잘 알자.˝
우와 김영하님.......... 배우신 분.. 저도 일기쓰고 찢는 걸로 글쓰기 시작했기에... 맙소사 ㅋㅋㅋ 넘 기쁘다!!
작가님이랑 같은 작법의 글쓰기였엌ㅋㅋ! 꼼꼼히 읽었습니다. 좋은 강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1-10-25 12:26   좋아요 1 | URL
글쵸 ㅎㅎ 동감되는 내용이었어요.
알아도 실천하긴 어려운데 그렇게 하셨더랬군요. 자기감정을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