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 와 있다. 어쩌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게 되었는데 작은 공항에서 탑승하기 전 이 책을 샀다. 아침에 게으름 부리고 있는 이 시간이 좋다. 하루키와 그의 오랜 팬이자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이다. 예리한 질문에 본질적인 대답으로 하루키의 성향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읽으며 그의 실제 보이스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느리고 여유있으며 위트 있는 어감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모르는 일이고. 조이스의 문장, 상상력은 기억이다, 를 인용하며 미에코는 하루키의 기억 캐비닛과 캐비닛마다 딸린 서랍들을 들추어낸다.무라카미 ; 소설을 쓰면서 필요한 때 필요한 기억의 서랍이 알아서 탁 열려줘야 합니다. .... 경험을 쌓고 여러 기억을 효과적으로, 거의 자동으로 즉각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죠. 어디 있는지 대강 알게 되는 것과 함께 생각지 못한 순간 생각지 못한 서랍이 탁 열리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 의외성이 없으면 좋은 소설이 되지 못하죠. 소설쓰기란 이른바 액시던트의 연속이니까요. ..... 특별한 조각 하나를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크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도 있죠. 때에 맞춰 그런 조각을 찾아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21-22쪽)우리 삶의 실제도 그런 게 아닐까. 소설쓰기는 삶쓰기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아침. 뚜벅이걸음을 하고 있는 나를 승용차에 태워준 콜로안 학사비치 부근에 사는 친절한 젊은 부부, 사진을 부탁하면 이쁘게 정성 들여 여러번 담아준 사람들 ... 손 흔들며 바이바이 하던 전당포박물관 관리인... 모두 기억의 서랍에 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