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열흘이나 쉬었음에도, 또한 쉬는 동안 육아와 책읽기 밖에 한 게 없었음에도 

읽은 책은 고작 스물 한 권. 


과연 2,000권을 읽을 수 있을까. 1000권 이후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책을 읽을만한 시간은 더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돼지같은 자본주의'는  천민에게  책을 읽을 자유를 허락치 않는다. 

고로 책을 읽는다는 건 사사키 아타루의 말처럼 혁명이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 스테판 말테르의 <조지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이달의 책 후보다. 각각의 책마다 장점들이 달라서 잠깐동안 고민이 되기도 했으나, 내게 가한 충격의 강도라는 잣대를 들이미니 선택은 오히려 간단했다. 


이달의 책으론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를 꼽는다. 

심리학 책인줄 알고 골랐다. 심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부에 대한 책이었다. 아, 기부라니. 기부를 받아도 시원찮을 나같은 천민이 기부에 대한 책을 읽다니. 이런 책을 읽을 부적절한 때임에도 기부에 관련된 온갖 놀라운 이야기에 입이 딱 벌어진다. .  















저자인 윌리엄 맥어스킬은 이제 고작 서른 살이다그럼에도 세상을 바꿀만한 책을 내놓다니기부를 하고 있거나 기부를 할 예정이거나 기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책에는 우리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가득하다재해구호에 기부하지 말라고노동착취 공장 제품을 사라고열정을 따르지 말라구상식에 반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들이다. 2016년에 출간된 세상을 바꿀만한 책이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라면 올해는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

단 출판사가 갖다 붙인 제목은 최고로 비효율적이다  


2. 사랑한다면 스페인, 최미선, 신석교

 

미안하지만 이거 스페인 갔다 와서 쓴 글 맞나? 스페인 안가도 구글링 몇 번 해도 이 정도 글은 쓰겠는데. (스페인 역사 책을 한 권 읽을 걸) , 사진이 있었지. 미안하지만 사진사 맞나? 이 정도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어떤 특색이나 개성을 찾아볼 수 없는 여행기. 정말 이 정도만 쓰면 책 만들어주는 건가?

 

3.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칼. 김미림

 

셀프가이드북을 만들 정도의 열정이라니! 전직 기자와 사진가가 같이 쓴 천편일률적인 여행기보다 20대 여자가 홀로 쓴 여행기가 백 배 낫다니!

 

4.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정다운, 박두산

 

나도 살고 싶다. 바르셀로나.

올라!


 













5.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10대 시절, 헤세의 대표작들은 거의 읽었지만 <싯다르타>와 <유리알 유희>는 읽지 않았다. 어려울거라 지레 겁을 먹어서? 그것도 아니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 때문이었을까. <타이탄의 도구들>를 보면, 대부분의 CEO들이 이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탐욕스런 CEO들이 <싯다르타>를 좋아한다고?? ‘쎄오들이 왜 좋아하는지 대충은 알겠다. 붓다만큼이나 깨달은 싯다르타도 돈과 명예, 여자를 추구했는데 자기라고 못할쏘냐?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을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도, 나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P144

 

, 나도 체험하고 싶다. 속세의 부와 쾌락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헤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깨달음이란 가르쳐질 수 없는 것이고 오로지 체험으로서 가능할 뿐이다. 불립문자. 따라서 종교를 불문하고 말로서 성인들의 가르침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사기꾼이자 협잡꾼에 불과하다. 영성 단체에 가보면 자기가 깨달았다고 떠벌리는 사람들 꼭 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6. 자본주의의 슈퍼스타들. 브누아 시마.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탐욕스럽고 사악할까. 빌 게이츠를 때려죽이고 싶어한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왜 한국엔 그자비에 니엘같은 기업가가 나오지 않는걸까. 니엘은 한 달에 2유로 였다지. 한 달에 오천원만 내고 휴대폰 통화 및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의 휴대폰 독점기업들을 싸그리 박살낼 수 있을텐데.

 

 

7.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피에르 아도


철학은 애초에 삶의 방식이었다.

짧은 리뷰로 언급했으니 패스.   

매일매일을 예기치 않은 선물인듯 살아가자.  

 

8. 프레드 울만. 동급생

 

마지막 단 한 문장의 반전이라니! 소설의 역사 상 가장 짧은 문장의 반전이 아닐까

프랑스, 이탈리아 청소년 필독 독서라는 홍보성 문구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성인이 즐기기엔. 


 

 















9.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씨네 21 트로이카라고 불러야 할까. 이동진, 김혜리. 그리고 이다혜다.

트로이카의 책은 덮어놓고 읽고 본다.

이 책은 어른인 나보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딜 청소년들에게 더 적합해보인다.

무언가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들여다보다가 이 책 때문에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론>을 읽었다는 걸 깨달았다.

 

10.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 다카다 아키노리

 

지난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은 숨겨둔 비기를 공개하겠다. 두둥.

어려운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인 다카다 아키노리는 일본의 현대사상 평론가이자 문학부 교수기도 하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왔다고 한다. 본인이 느끼기엔 30% 정도 이해한 듯 하다고.

철학책 그만큼 어렵다. (만일 내가 3년간 <에티카>만을 읽었다면 3년간 읽은 책, total 1권을 기록했을 것이다.)

 

저자는 데리다,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소쉬르, 프로이트, 푸코, 라캉, 들뢰즈, 낭시, 지젝의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이제 나도 슬슬 어려운 책을 읽어볼까. 그렇지만 의문이다. 왜 읽어야지? 1년 내내 다른 모든 책을 제외하고 단 한 권의 책만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11. 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의 평전 치고 재미없는 책을 못 봤다. 이 책도 마찬가지. (뒷장이 궁금해도 일부러 야금야금 읽었다. 이럴때마다 얼마나 짜릿한지. 욕망의 유보. ) 조지 오웰이 그렇게나 많은 글을 썼다는 것에 놀랐고 그렇게나 짧은 삶을 살았다는데 더욱 놀랐다. (오웰은 마흔 여섯 살에 운명했다.)

 

역시 그랬군. 오웰은 자마친의 <우리들>을 읽었다. 물론 오웰은 이튼 시절 프랑스어 선생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읽었다.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소설 계보를 완성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시도했으나 게으름에 실패). 오웰의 <1984>를 계승한 소설이 있다면 과연 그 소설은 무엇일까?


오웰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아니다. 존경하는 소설가다. 내가 존경하는 사상가, 혹은 어른들이 무수히 많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무수히 많지만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는 두 사람 밖에 없는 듯하다.

조지 오웰과 도스토예프스키.

(글이란 참. 이 글을 쓰기 전까진 나 자신도 몰랐었네. 내가 이 두 작가를 존경한다는 걸.)

내가 가난해서 두 작가를 존경하게 된 것일까. 두 작가를 존경해서 가난해진 걸까.

 

12.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인생에는 부자의 길’(6펜스)예술가의 길’()이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그동안 예술가의 길을 꿈꿨을 뿐이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만큼 치열하지 않았어. 초인을 꿈꾸었으나 나는 지금껏 말인으로 살아왔다. ‘아인말 이스트 카인말을 꿈꾸었으나 왜 나는 에스 무스 자인의 삶을 수용한 것일까. 결국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였나? 초인의 길을 택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다.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는가?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지게 무섭다.

한번 말인은 영원한 말인인가?

 

이현우의 글이 원래 이렇게 선명했었나 새삼스레 놀란다.

(신영복 선생님이 떠오른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로쟈 이현우다.



 













13. 내용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아감벤 책은 읽다 지쳐 잠들곤했는데. 어라. 이거 참, 재밌넹. 독후감을 쓰고 싶으나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 이젠 반납해야 해. 이미 연체야. 만년 대출자의 애환! ) 미란 곧 사심없는 즐거움이라기보단 행복의 약속인 것일까.

 

14. 문단아이돌론. 사이토 미나코

 

2017년의 발견. 사이토 미나코.역쉬나 독후감을 썼으므로 패스. 

 출판사들이여, 부디 번역해 주소소.  

 

15. 실종자. 카프카

 

카프카 작품 중에 실종자라는 소설도 있었나? 원래는 <아메리카>로 불리던 작품이었다.

주인공 카알이 외삼촌한테 쫓겨나기 전까진 엄청나게 흥미진진했다. 역쉬 카프카.

카알이 호텔 벨보이가 되면서 시작되는 소설의 중, 후반부는 이게 뭔가 싶다. 대작가의 작품 맞아??

번역의 탓일려나. 이렇게 올드한 번역은 이제 제발 그만.

 

별 세 개를 쏴야지 마음먹었으나,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나도 이상하게 책의 잔상이 가시지가 않는다.

아무튼 카프카는 연구 대상이야.

 

16. 10권을 읽고 1000권의 효과를 얻는 책 읽기 기술

 

동감이다. 책을 쓰려거든 한 권의 책만 수 십 번, 수 백 번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반인이 읽은 책을 수 십 번 읽을 정도로 흥미있는 책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17. 논어천재가 된 홍팀장

 

조윤제씨 책은 나쁘지 않다. 나쁜 건 그가 책을 팔아먹는 방식이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말공부>는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으로 판명되었고, 출판사도 아마 과태료를 지불했을텐데. 출판사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조윤제씨가 출판사의 조작질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을까. 이후로 딱히 작가의 반성의 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동양 고전을 원문으로 보고 배운 게 후안무치인가.

 

18. 독서천재가 된 홍팀장

 

이런, 아무런 기억이 안나.



 












18.19. 기사단장 죽이기

 

기사단장 죽이기 공략집은 아무래도 쓰기 힘들 것 같다.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20.21.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싶어 읽어봤다.

어라. 이거 똑같네’ ‘영웅의 여정의 구조.


메타포이데아는 하루키 작품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하루키는 ‘21세기의 친절한 카프카가 되고 싶었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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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는 숨겨두신 그 비법이, syo의 것과 완전 동일합니다. 만세. 쉬운 책 만세.

시이소오 2017-11-06 08:33   좋아요 0 | URL
syo님이 쉬운 책만 읽는다고 보긴 어려울듯 합니다.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syo님의 독서량은 무시무시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행보십니다^^

syo 2017-11-06 09:11   좋아요 0 | URL
아니야.... 시이소오님이 숨기고 계신 발톱을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7-11-06 09:36   좋아요 1 | URL
숨겨둔 발톱도 없을 뿐더러 발톱이 드러나면 와이프가 다 깍아버려요 ㅎㅎ

니페딘1T 2018-04-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 추천해 주신 고대철학이;란 무엇인가 읽고 있어요.. 근데 번역문제인지 저의 독해력 문제인지 ㅠㅠ 잘 안 읽히네요 ㅠㅠㅠㅠ 제 독해력 문제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어낼려고 노력중입니다 ㅠㅠ

어렵네요 ㅠㅠ

시이소오 2018-04-20 10:28   좋아요 0 | URL
헉. 그런가요? 죄송해서 어쩌죵? ㅠㅠ

니페딘1T 2018-04-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천천히 읽으니까... 좀 재밋어 질려고 합니다. ㅋㅋㅋㅋ 나..이노무 변덕이여......

시이소오 2018-04-20 11:54   좋아요 0 | URL
그럼 더 천천히 읽으세용 ㅎㅎ

니페딘1T 2018-04-2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인증할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