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의 핵심은, 우리 뇌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기 쉬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억할 내용을 상대적으로 기억이 잘 되는 시각 이미지로 바꾸어 기억의 궁전에 심는 것이다. 이때 재미있고, 외설스럽고, 기괴한 이미지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예를 들어, 내 포커 카드 중 하트 킹은 마이클 잭슨이 흰 장갑을 끼고 문워크 하는 이미지, 클럽 킹은 영화배우 존 굿맨이 햄버거 먹는 이미지, 다이아몬드 킹은 빌 클린턴이 시가를 피우는 이미지다.

 

가장 기본적인 생리 수준에서 볼 때 기억은 뉴런간 연결 패턴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감각, 우리가 떠올리는 모든 생각은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뉴런의 연결을 바꿈으로써 뇌를 바꾼다.

 

뇌는 기본적으로 비선형 구조나 방사선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을 순차적인 방식으로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일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생각이나 지각, 즉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뇌 신경망을 통해 다른 기억과 연상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놀랍게도 지력 선수들이 새로운 정보를 학습할 때 두 가지 특수한 임무, 즉 시각 기억과 공간 탐지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진 뇌의 여러 부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됐다.

 

이름을 암기하는 방법

 

어떤 사람의 이름을 상상할 수 있는 다른 이미지와 연결하는 거야. 예를 들면, 머릿속으로 그 사람의 얼굴에 대한 시각 기억을 이름과 연관된 시각 기억과 묶어 둘 제 3의 이미지를 만드는 거지.

 

청킹

 

청킹은 기억해야 하는 항목의 부피를 늘려서 전체 개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청킹은 언어 분야에 처음 접목됐다. HEADSHOULDERSKNEESTOES라는 스물 두 글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뜻은 고사하고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를 외우자니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네 덩어리


HEAD, SHOULDERS, KNEES, TOES로 나눠보자. 일단 눈에 확 들어오고 암기하기도 더 쉽다. 동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머리 어깨 무릎 발같은 동요의 한 마디로 묶어서 암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체스기사들

 

체스 전문가들은 수를 더 많이 읽거나 보지 않았다. 오히려 병아리 감별사들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그들은 어떤 말을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바로 아는 것 같았다. 그들은 폰 구조같은 말의 위치나 배치에 대해 말했고, 상대에게 노출된 룩처럼 죽은 것과 다름 없는 말들을 바로 알아챘다. 그들은 체스 판에 놓인 말 서른두 개를 각각 독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여러 덩어리로 묶어 판단했다.

 

그들의 안구 운동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그들은 말이 움직이는 각 칸보다 칸을 이루고 있는 테두리를 평범한 선수들에 비해 더 주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한 번에 여러 칸에서 동시에 정보를 얻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슬쩍 한 번만 보고도 체스 판을 통째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두었던 게임도 기억에서 끄집어내 그대로 복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을 개별적으로 기억하기보다는 맥락에 따라 기억한다. 앞에서 열두 자리 숫자를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과 날짜에 기초해 덩이를 지은 것처럼 체스 마스터들도 체스 판의 말을 덩이 짓기 위해 장기 기억에 저장된 수많은 체스 패턴을 쓴다. 이것은 체스 달인들이 가진 체스 경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체스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경험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다.

 

뇌가 방출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검출하는 기술인 뇌 뢴트겐 촬영법을 통해 세계 정상급 체스 기사들이 체스판을 응시하고 있을 때 그들의 전두 피질과 두정 피질이 더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체스 판을 보면서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떠올린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달리 평범한 체스 기사들의 경우 내관자엽이 더 활성화되는데, 이것은 그들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에릭손에 따르면 전문 지식이란 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획득한 광범위한 지식, 패턴에 기초한 검색, 계획 체제. 다른 말로 하면, 우수한 기억이란 전문 지식의 부산물이 아니라 전문 지식의 정수다.

 

왜 나이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제가 주관적 시간을 연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 해가 저물어 갈 때 허망한 느낌이 있잖아요. 도대체 한 해 동안 뭘 했지 하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하는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죠?” 내가 물었다.

 

더 많이 기억하고, 인생에 아주 오래 남을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시간의 흐름을 더 확실하게 각인하는 거죠.”

 

나는 그럴듯한데요하면서 갑자기 떠오른 풍자 소설가인 조지프 헬러의 <캐치 22>에 나오는 파일럿 던바에 대해 이야기했다. 던바는 인생이 즐거울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해서, 인생의 속도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삶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에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는 정반대입니다. 인생을 기억으로 채우면 채울수록 시간은 더디게 흘러갑니다.”

 

그는 실험을 시작한지 한 달밖에 안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외부와 차단된 캄캄한 동굴에서 시간이 두 배나 압축적으로 흘러 버린 것을 경험했다. 단조로움이 시간을 줄인다. 시간을 늘리는 것은 새로움이다. .....틀에 박힌 일상을 바꾸고 이국적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가능한 한 기억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기억의 창조가 심리적 시간을 늘리고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꾼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1890년에 쓴 <심리학 원리>에서 심리적 시간의 연장과 수축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젊어서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매일 매 시간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은 생생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젊을 때 기억은 흥미진진한 여행지의 추억처럼 다채롭고 이색적이고 오랫동안 남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색다른 경험은 틀에 박힌 일상으로 바뀌어 진부한 것이 되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것으로 기억에 남고, 그래서 해가 바뀔수록 기억에서 하나씩 자취를 감춘다.”

 

해가 갈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 기억할 만한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것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더 많은 것을 기억하는 것은 더욱더 인간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에드가 말했다.

 

서술기억

 

심리학자들은 서술적 기억을 더 세분화해서 의미 기억 또는 사실 및 개념 기억과 일화 기억 또는 생활에서 얻는 경험 기억으로 나눈다. 어제 아침에 삶은 달걀을 먹었다고 하자.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일화 기억이다. 반대로, 아침 식사가 세끼 중 가장 먼저 하는 식사라고 아는 것이 의미 기억이다. 일화 기억은 시공간 안에 있다. 그래서 어디와 언제가 꼭 따라다닌다.

 

기억법의 핵심 1 : 기억은 시각 이미지를 좋아한다.

기억법의 핵심 2 : 공간을 활용하라.

 

이 전통은 기원전 5세기에 시모니데스가 갑자기 붕괴한 대연회장 잔해 더미 위에 선 순간 시작되었다. 시모니데스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산산조각 난 건물의 잔해를 맞춰 원래 모양대로 되돌리던 중 놀라운 경험을 한다. 연회에 초대된 손님들이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똑똑히 생각한 것이다. 손님들의 자리 배치를 일부러 기억하려고 한 적은 없다. 시모니데스는 이때 경험으로 나중에 기억술의 토대가 되는 기억 기법을 개발했다.

 

그는 역으로 이렇게 생각해 봤다. 만일 연회에 일반인이 아니라 당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극작가들처럼 좀 특별한 사람들이 모두 참석해 나이순으로 앉아 있었다면 그대로 기억하지 않았을까? 혹시 식탁에 손님들 대신 자신의 시가 한 수 놓여 있었다면? 그는 공간 기억을 활용하면 무엇이든 마음에 떠올릴 수 있고, 기억에 새겨 넣을 수도 있으며, 오랫동안 간직할 수도 있다고 확신했다.

 

시모니데스의 기법은 숫자, 포커 카드 한 벌, 쇼핑 리스트, <실낙원>같이 암기하기 힘든 것을 시각 이미지로 바꾸거나 가상의 공간에 배열하는 것이었다.

 

<헤렌니우스에게 바치는 수사학>에 따르면, 기술적 기억은 이미지(모상)와 장소라는 두 가지 기본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미지는 어떤 사람이 기억하려고 하는 것의 내용이고, 장소는 이미지가 저장되는 곳이다. 따라서 기술적 기억은 가상의 공간, 즉 이미 잘 알고 있어서 머릿속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가상의 공간에 기억하려고 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저장한다. 로마인들이 장소법이라 한 가상의 건물이 나중에 기억의 궁전으로 불린 것이다.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네 번 연속 우승을 차지한 스콧 해그우드는 기억 저장소로 건축 전문 잡지 <건축 다이제스트>에 소개되는 호화 주택을 썼다. 말레이시아의 기억술사인 입 스위 추이 박사는 57,000단어를 수록한 1,774짜리 <옥스퍼드 중앙 사전>을 통째로 암기하기 위해 자기 몸의 각 부위를 기억의 궁전으로 썼다.

 

기억의 궁전에서 중요한 것은 내게 가장 친숙한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첫 번째 기억의 궁전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좋을 것 같아. 보통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가장 친숙한 공간이거든

 

 

기억의 궁전 만들기

 

나에게 친숙한 공간 선택하기. ; 어린 시절을 보낸 집


2. 기억해야 할 단어의 이미지 만들기 : 이미지는 기억할 대상과 같거나 비슷하면 좋다. , 재미있고, 외설스럽고, 색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모호하지 않고 동적이면 더 좋다. 뇌는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기이한 이미지일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거기에 다양한 감각 정보를 결합하면 금상첨화.

 

3. 기억의 궁전에 저장하기

 

공간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구석구석에 이미지를 심어 둔다. 이때 각 장소는 너무 밝아도 너무 흐릿해서도 안 된다. 또 그림자가 이미지를 흐려서도 번쩍거리게 해서도 안 된다. 이미지 사의의 간격은 서른 걸음 정도가 좋다.

 

4. 심어놓은 이미지 찾기

 

아침에 궁전을 만들었다면 저녁에 궁전을 거닐어 보고 다음날 오후에 또 1주일 뒤에 거닐어보라. 글미을 그리듯 선명하게 각인될 것이다. 머릿속에 공간이 새겨지면 저장된 내용을 떠올리고 싶을 때는 언제든 기억의 궁전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시 암송하기

 

키케로는 연설문을 기억하는 최선의 방법은 원고를 통째로 암기하기 보다는 사물 기억으로 요점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연설가에 대하여>에서, 연설을 앞둔 연설가는 주요 화제별로 이미지를 그리고 그것을 기억의 궁전에 심어 두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암송의 기술1 : 운율이 기억을 돕는다

 

뇌는 반복적이고, 리듬이 있고, 운율이 있고, 무엇보다 쉽게 시각화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기억한다.

 

음유시인들의 기억술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인 것은 노래다. 어떤 것을 노래로 만들어 계속 흥얼거리고 다니면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암송의 기술 2 : 외설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라

 

<헤렌니우스에게 바치는 수사학>의 저자는 시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최선의 방법은 행을 두세 번 되풀이해 읽고 나서 관련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키케로와 같은 시대 인물인 스켑시스의 메트로도루스가 시각화할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할 방법을 내놓았다. 영어의 접속사, 관사, 전치사 등 연결어에 상응하는 간단한 이미지의 체계를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메트로도루스의 이미지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터는 쉽게 시각화할 수 없는 단어 200여 개를 골라 자기만의 이미지 사전을 만들어서 활용한다. 그 사전에서 영어의 ‘and’는 원이고 (‘and’는 둥글다를 뜻하는 독일어 ‘rund’와 운이 맞다). ‘the’는 무릎으로 걷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가 끝나는 지점에는 못을 박는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는 단어를 이미지화하는 군터의 방법은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발음이 비슷한 단어나 동음이의어로 대체해 시각화 하는 것이다.

 

14세기 영국의 신학자이자 수학자로 켄터베리 대주교에 임명된 토머스 브래드워딘은 이런 단어 기억을 가장 극대화했다. 그는 음절 기억이, 시각화하기 어려운 단어를 기억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했다. 브래드워딘의 방법은 단어를 음절로 나누고 같은 음절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를 토대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절 ‘ab-’를 기억해야 할 경우 대수도원장(abbot)을 떠올린다. ‘ba’는 궁노수(balistarius)를 그린다. 그리고 이 두 음절을 결합해 이미지화하면 수수께끼같이 요상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녀는(코린나 드라슐)은 시를 작은 덩어리로 나누고 각 덩어리에 일련의 감정을 부여한다. 단어와 이미지를 연결하기 보다는 단어에 감정을 불어넣는 것이다.

 

저는 글쓴이가 어떤 감정 상태이며 무엇을 의도하는지 느끼고, 그가 행복한지 슬픈지 상상합니다.”

 

라벤나의 피터는 판례 2만 건, 오비디우스가 쓴 글 1,000, 키케로의 연설과 격언 200, 철학자의 격언 300, 성경 1,000절과 수많은 고전을 외운다고 자랑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기억의 궁전에 저장한 글을 다시 꺼내 읽었으며 이렇게 기록했다. ...그는 이 글들의 이미지를 저장하기 위해 처음에 1만 개나 되는 기억의 궁전을 사용했는데, 이 숫자는 유럽 전역으로 성지 순례를 다니면서 계속 늘었다. 그는 주제별 관련 자료와 인용구를 알파벳순으로 분류한 마음의 도서관을 지었다.

 

13세기 카탈루냐 출신 철학자이자 신비주의자인 라몬 율에게 영감을 얻은 그(브루노)는 모든 단어를 고유의 이미지로 전환할 특수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는 둥근 바퀴가 동심원 구조로 이어진 형태로 각 바퀴의 둘레에는 두 글자가 한 쌍을 이루어 총 150쌍의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가장 안에 있는 첫 번째 바퀴 둘레에 새겨진 단어 150쌍은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모양과 짝을 이루었다. 두 번째 바퀴 둘레에는 항해’, ‘양타자 위에’, ‘깨진150가지 행위와 상태가 나란히 표시되어 있었다. 세 번째 바퀴에는 150개의 형용사가, 네 번째 바퀴에는 150가지 사물이, 다섯 번째 바퀴에는 진주로 꾸민또는 바다 괴물을 타고 있는같은 150가지 상황이 새겨져 있었다. 바퀴를 적절히 돌려 맞추면 최대 다섯 음절까지 어떤 단어든 독특한 아미지로 바꿀 수 있었다.

 

숫자 기억은 내가 일상에서 기억의 궁전을 시험해 본 주요 대상 중 하나다. 나는 메이저 시스템이라고 알려진 기법을 썼는데, 그것은 1648년경 독일의 예술사가이자 고고학자인 요한 빙켈만이 개발한 것으로 숫자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간단한 코드다. 음성은 다시 단어로 전환되고, 단어는 이미지로 전환돼 기억의 궁전에 저장된다.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다.

 

0 1 2 3 4 5 6 7 8 9

S T,D N M R L SH, K,G F,V P,B

 

원주율 10만 자리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선수 개개인의 평균 타율같이 긴 숫자를 암기할 때 지력 선수들은 기억 마니아, 루빅큐브의 달인, 수학 천재 등을 위한 온라인 포럼인 월드와이드 브레인 클럽에서 사람- 행동-대상(Person action object) 또는 간단히 머리글자만 따서 PAO로 알려진 기법을 쓴다.

 

PAO 시스템00에서 99까지 모든 두 자리 숫자를 어떤 사람이 어떤 대상에게 어떤 행동을 하는 이미지로 나타낸다. ....이 시스템은 00에서 999,999까지 숫자마다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서 좋다.

 

밀레니엄 PAO’라는 그의 새 방법은 경쟁자인 대륙의 지력 선수들이 주로 쓰는 두 자릿수 방법을 사람 행동 대상 이미지 1,000가지로 된 세 자릿수 방법으로 수준을 높인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그는 0에서 99,9999,999까지 숫자별로 고유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지력 선수들이 포커 카드를 암기하는 데 쓰는 방법은 비슷하다. 보통 PAO를 이용해 52장의 카드를 사람 행동 대상 이미지와 연결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카드 세 장을 이미지 하나로 묶으니까, 카드 한 벌을 열여덟가지 이미지로 압축할 수 있다.

 

벤은 이진수를 암기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비잔틴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10으로 된 이진수를 열 자리씩 끊고 이미지 하나로 전환하는 것으로, 그는 210승 개, 1,024개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암기했다. 즉 열자리 이진수 1101001001을 한 덩어리로 보는 것이다.

 

벤은 각 줄에 인쇄된 이진수 30개를 이미지 하나로 전환한다.

 

전문가는 판에 박힌 일에도 초지일관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일반인과 구분된다. 에릭손은 전문가들의 이런 태도를 주도면밀한 습관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동화 단계로 진입하지 않기 위한 전력을 세우고 다음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한다. 자신의 기술에 집중하고, 항상 목표를 지향하며, 결과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인지 단계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연습 시간에 연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프로 연주자들은 곡의 특정 부분이나 난해한 부분에 연습을 집중한다.

 

에릭손이 전문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아낸 자동화 단계와 오케이 플래토에서 벗어날 최선의 방법은 결국 단점이나 약점을 찾아내 극복하는 것이다. 정통하고 싶은 분야나 일에 능통한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 그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는지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의 체스 실력을 알아보는 척도는 그가 게임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앉아서 기존 게임을 분석하고 연구했느냐에 있다.

 

어떤 것에 정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연습하는 동안 그것을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동화 단계로 넘어가 무의식적 상태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의 타자 속도에 만족하지 않고 더 빨리 치도록 자신을 다그치는 것. 그리고 일부러 실수하는 것이다.

 

일단 내 카드 암기 속도를 알아낸 뒤 메트로놈을 그보다 10~20퍼센트 빠르게 맞춰 놓고, 이 속도에서 실수하지 않을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다. 나는 메트로놈을 맞춰 놓고 연습하면서 잘 암기되지 않는 카드가 있으면 따로 기록했다가 나중에 왜 잘 기억되지 않는지를 되짚어 봤다.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

 

만들어 놓은 이미지라고 해서 그냥 방치하면 안 돼. 계속 발전시켜야 해. 오늘 밤부터 카드 한 벌을 가져다가 카드별 이미지의 특징을 되새겨 봐. 이미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느낌인지, 무슨 냄새가 나고, 맛은 어떻고, 어떤 소리가 나는지, 걸음걸이는 어떻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태도는 어떻고, 성적 취향은 어떻고, 폭력성은 없는지 다시 꼼꼼히 따져 봐. 그 다음에 각 이미지를 종합적으로 그려 보는 거야. 상상이기는 해도 각 아미지의 물리적, 사회적 특징을 느껴보고, 그것들이 네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일상적인 일을 한다고 생각해. 그러면 이미지에 친숙해지니까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희미해지는 일은 없을 거야. 포커 카든 한 벌을 암기하려면 어느 상황에서라도 떠올릴 수 있는 두드러진 특징을 각 이미지에 부여해야 해

 

한계란 없다. 정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넘어서려고 노력해야 한다.”

 

- 이소룡

 

 

헤렌니우스에게 바치는 수사학

 

선택한 장소는 아주 주의 깊게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리고 장소의 개수를 헷갈리지 않으려면 다섯 번째 장소마다 표시를 해 놓으면 된다. 예를 들어 다섯 번째 장소마다 황금 손을 놓아두거나 열 번 째 장소마다 이름이 데키무스인 사람을 놓아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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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8-11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것이야말로 저에게 엄청 도움되는 리뷰 ㅋ 숨도 못 쉬고 읽었습니다. 저의 기억의 궁전을 빨리 만들어 봐야 겠어요 ㅋ 리뷰 넘나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8-11 23:55   좋아요 1 | URL
저도 현대의 건축물들로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12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력 천재는 못되겠네요 ㅋ
어렵다ㅠ

시이소오 2016-08-12 10:37   좋아요 1 | URL
강요님은 할 수 있어요.
^^

이인우 2016-09-28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궁전으로 대회나가서 1등하고 진짜 대단한것같아요

시이소오 2016-09-28 16:51   좋아요 1 | URL
저도 해보고 싶긴한데 동기가 없으니 안 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