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말 -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조르주 샤르보니에 지음, 류재화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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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한 일이 아님에도 민음사에서 나오는 < 누구누구의 말 씨리즈>를 다 읽게 된다. 부끄럽게도 아직 레비스트로스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 수전 손택, 한나 아렌트, 보르헤스 와 달리, <레비스트로스의 말>은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 레비스트로스 사상의 정수를 엿보았다, 라는 느낌 따위도 없다. 그럼에도 <레비스트로스의 말>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인류학자의 연구 대상이 되는 사회와 우리가 사는 사회 사이의 기능과 구조를 말할 수 있는가?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사회를 외부에서 보느냐, 내부에서 보느냐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 볼 때 하나의 죽음은 진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과 친척들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일 수도 있다.

 

속도와 위치, 두 가지 모두를 알 수 없는 물리학자의 입장이랄까. 인류학자 역시 가능한 방식은 외부에서 다른 사회와 비교, 분류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레비스트로스는 서구 사회가 원시 사회보다 더 뛰어나다는 관점을 수용하지 않는다. 아니, 그는 오히려 원시 사회를 더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시는 문화에 비해 질서를 더 적게 만듭니다. 우리는 오늘날 그것을 미개발 민족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나 이들은 사회에서 훨씬 적은 엔트로피를 생산합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이런 사회는 평등해요.....문명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식민주의, 제국주의, 다시 말해 끊임없이 사회 한가운데서 혹은 정복한 민족을 예속시키면서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사이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 p 57.

 


예술에서도 중요한 것은 합리적 사유가 아니라 야생적 사고다. 현대 미술이 미술의 진보가 아니듯 현대 사회는 원시 사회에서의 진보가 아니다.

 

초현실주의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통해 그의 사상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듯 하기도. 뒤샹의 을 예로 들어, 레비스트로는 이렇게 말한다.

 

말하자면 어떤 오브제든 상관없고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 오브제 자체가 반드시 이런 잠재 가능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맥락에 어떤 오브제가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렇다고 오브제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되는 건 아니다.

 

오브제 자체가 예술 작품이 아니에요. 오브제들 간의 어떤 배치, 배열, 서로 가까이 놓음으로써 대조와 조화를 만들어내고 어떤 연관성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예술 작품이죠. 언어에서 단어들 같은 거예요. .....단어는 문장 안에 있을 때만 그 의미가 가득 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예술가에 대해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는 것이지, 그들이 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그것을 생각하건 생각하지 않건 중요하지 않아요. 미적 창조 행위를 분석하는 심리학자에게는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겁니다.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제가 보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나는 새로운 기호 체계를 만든다’, ‘나는 새로운 코드를 만든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은 아무것도 만든 게 아니고, 아마 유사 코드를 만든 거겠지요. 고백하자면 저는 추상주의, 이른바 추상적이라고 불리는 회화 앞에서 흔히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 아마 추상화에는 기호 체계가 있을 겁니다. 이 기호 체계는 오브제에 비해 임의적이지요.

 

- p 142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동의한다. 한마디로 추상회화는 쓰레기라는 것. 현대의 팝 아트는 두말하면 잔소리. 현대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이런 걸 예술이라고?? 현대 미술의 천박함이 극에 달했다. 막스 에른스트는 이렇게 말했다지. “추상화 애호가가 많다면 그건 대단한 재산이 가진 계층이 나섰기 때문이다. 이것이 추상화의 영향력이다.” 5초에 한 명 씩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마당에, 소수의 자본가들은 돈을 주체할 수 없어 쓰레기 같은 오브제에 터무니없는 돈을 지불하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일차적 관심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언어가 아닐까. 언어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그리 많지가 않다.

 

저는 모든 문제가 언어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예술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그것 역시나 언어 체계입니다. 언어는 나에게 가장 탁월한 문화적 실체로 보입니다. 여러 호칭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우선 언어는 문화의 일부분이고, 우리가 외부 전통으로부터 받아들인 능력 혹은 습관의 하나입니다. 언어는 본질적인 도구이며, 우리가 집단 문화에 동화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수단입니다.

 

- P 183

 

아무래도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이해보다는 호기심을 자극 하는 책이다. 무지를 까발리는. 레비스트로스를 향해 핸들을 한 번 꺽어야겠다. ‘신비한 결속을 느끼고파.파, 파~~ 

 

 

p11. 레비스트로스는 용어는 음악 용어든 미술 용어든 그것 자체로는 가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관계들이라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 사유의 한 키가 이 말에서 엿보인다. 명사화, 범주화, 분류화, 서열화보다는 일종의 자유 연합이다. 레비스트로스가 강조한 관계들은 논리적,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세분을 거부하거나 초월해버리는 원시인의 야생적 사고에 가까운 신비한 결속이다. 그것은 환유적 연상 작용이다. 비현실적이며 신화적인 세계, 그러나 바로 그곳에 생이 있다.

 

p14. 연언적으로만 존재한다고 했던 자연 실재계의 단절된, 불연속적인 것들을 가로 연산적 통합축으로, 세로 층위 승수적 계열축으로 사고하여 논리적 건축물을 지어내는 것이 인간의 사고 구조라고 보고 그러한 방법론으로 수많은 분석을 시도한다. 그러나 레비스트로스는 이 분석 체계의 축조물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 축조물을 통해 차이가 아닌 닮은 차이, 즉 다르나 결국 같은것을 환기하는 것이 목표다.

 

가령 토테미즘이 종교라는 신성 체계가 아니라 환유법에 가까운 인간의 정신 작용과 그 소산에 불과한 이유가 이런 식으로 설명된다. “곰은 내 보족이다라고 말할 때 내 부족의 등가 관계는 등치가 아니라 대등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이라는 종과 혹은 나의 부족이라는 사회집단이 유사적 연쇄의 통합축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대체나 치환이 가능한 근접성의 환유 관계, ‘계열축에 각각의 층으로 놓이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곰과 나는 a=b의 관계가 아니라 a:b의 관계다. 이것이 바로 닮은 차이. 서로 다른 층위에 놓여 있으면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를 수 있다. 만물은 이런 식으로 실제한다.

 

우리는 합리주의적 사고를 하기보다 야생적 사고를 한다. 주술적, 신화적 사고를 한다. 끊임없이 은유, 환유 관계를 연상함으로써 몽상을 하고 예술을 한다. 예술은 느닷없는 난입이며 교란이다. 예측 불가능한 것을 증가시키면서 허무라는 구멍을 끊임없이 파는 일이다. 이미 실재라는 거대한 허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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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1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열대>를 한 번도 읽어봤습니다. 뭣도 모르고 덤비다가 포기한 적 있습니다. ㅎㅎㅎ

추상회화가 한때 유행했고, 그림이 비싼 가격이 거래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비평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이었습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현대미술 편에 보면 추상회회에 관한 내용이 있어요.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린버그라는 비평가는 잭슨 폴록을 띄워줬는데, 폴록이 죽은 뒤에는 로스코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팝 아트를 대놓고 무시했죠.

시이소오 2016-07-11 15:25   좋아요 0 | URL
슬픈 열대 어렵나보군요.
다른 입문서를 봐야겧어요^^

cyrus 2016-07-11 15:39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주제나 책의 분량이 잠을 부르게 합니다. 조금만 더 두꺼웠으면 베개로 안성맞춤이었을 거예요. ^^

시이소오 2016-07-11 15:52   좋아요 0 | URL
잠자기전에 읽어야 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