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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집값에 대해 예측 해보겠다. 나의 예측은 100% 정확하다. 절대로 틀리지 않는다. 귀기울여 들으시라. 한국의 집값은 폭락한다. 폭락하지 않는다면 한국 집값은 오른다. 폭락하거나 오르지 않는다면 한국 집값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 혹은 현 상태에서 조금 오르거나 조금 내릴 것이다.
이게 무슨 예측이냐고? 이게 최윤식이나 박영숙 같은 한국 미래학자들, 한국 경제학자들 예측 방법이다. 절대로 틀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다음 책에 ‘내가 예상한대로’, ‘내가 말한 대로’라고 써 갈긴다. (그렇다고 이들 책이 읽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지 내가 말한 대로 ‘내가 말한 대로’라고 나불거리지 말자.)
2007년 금융위기를 왜 전문가들은 예상하지 못했을까? 신용평가사들의 예측은 무려 2만 배 틀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주택 거품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위험성을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은 “주택 가격 폭락은 블랙 스완이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 들어와 있는 거대한 코끼리였지요.”라고 말했다. 방안에 들어온 코끼리를 못 보다니!! 일본의 부동산 거품과 미국의 부동산 거품의 그래프를 비교하면 거의 일치한다.
나는 미래학자가 아니니 ‘진짜’ 예측을 해보겠다. 한국 집값은 폭락한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한국 부동산은 폭탄이다. 폭탄은 손수건이 아니다. (폭탄으로 코를 풀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돌리다 보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집 사라고 부추기는 사악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너나 사라구. 한 백 채 사라구) 돈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은 집을 사든 집을 부수든 내 알바 아니다. 그러나, 빚내서 집 사려는 사람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심각한 논의를 하는 마당에 나는 왜 도시락에 무슨 반찬을 넣어야 할 지 고민이 될까?)
예측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뭐든지 다 안다는 사람들이 있다. 자칭 전문가. 이들은 세상은 합리적이고 시장도 합리적이고 인간도 합리적이라 주장한다. 따라서 예측도 합리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예측이 틀렸을 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예측은 자신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네이트 실버는 예측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예측하자’고 말한다.
어느 날 처음 보는 속옷이 옷장 서랍 속에서 발견됐다. 당신의 배우자가 바람 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가 이 인간을 그냥’하고 달려 나가기 전에 베이즈 정리로 확률을 계산해보자. 베이즈 정리는 알려진 3개 변수와 알려지지 않은 1개 변수가 동원된 대수적 표현이라고 한다. 조건부 확률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 아래 이론이나 가설이 참이나 거짓일 확률을 따진다.
조건 – 난생처음 보는 속옷을 옷장에서 발견했다!
가설 – 이 놈이 바람을 핀다니!!
베이즈 정리에선 ‘사전확률’이 중요하다. 이 경우엔 남편이 바람을 피울거라고 당신이 생각할 확률이다. 개인마다 추정치가 다를 것이다. (도현 엄마는 99%일 수도 있고, 수진 엄마는 49%일수도 있다) 실버는 일반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한 해 동안 바람을 피울 확률 4%를 임의대로 사전확률로 설정했다. 이럴 경우 확률을 계산해보자.
사전확률 남편이 바람을 피울 확률의 초기 추정치: x 4%
새로운 사건 발생 : 수수께끼의 속옷이 발견되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속옷이 등장했을 확률 : y 50%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속옷 등장 확률 : z 5%
사후확률
당신이 속옷을 발견했다는 조건 아래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수정된 추정치 :
xy/(xy + z(1-x) 29%
예상보다 꽤 낮은 수치다. 그러나 사전 확률이 도현엄마처럼 99%라면? 베이즈 정리 같은 거 할 겨를이 어딨나? “내가 이 놈을 그냥......하고 벌써 뛰쳐나가지 않았을까.
존 이오애니디스는 2005년 <왜 논문의 내용은 대부분 틀릴까>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들 가운데 3분의 2가 원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과는 다른 결론을 얻었다. ‘빅 데이터’의 시대에 예측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정보의 대부분이 쓰레기, ‘소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신호’ ‘의미 있는 관계’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스포츠 도박사로 유명한 밥 불가리스는 베이즈 정리에 입각해 돈을 긁어모은다. 우선 그는 농구에 관한 정보를 될 수 있으면 많이 긁어모은다. 그리고 이 속에서 ‘신호’을 찾는다.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를 써냈다. 벌린은 이 제목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쓴 ‘여우는 사소한 것을 많이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여우는 여러 분야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자기비판적으로, 복잡성을 관대하게 받아들여, 조심스럽게, 경험적으로 생각한다. 반면 고슴도치는 구체적으로, 대범하게, 고집스럽게, 질서정연한 것을, 자신만만하게, 이론적으로 생각한다. 실버의 관찰에 따르면 여우형 인간이 고슴도치 형 인간보다 예측에 있어서는 탁월하다.
(자신이 여우같은 예측가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를 봤다. 그러면서 집 사란다. 사악한 생각이 천개의 가시처럼 뻗어나는 고슴도치여! 네 가시에 찔린 서민들의 피가 강물을 이루는구나!)
예측에 대해서라면 여우의 비유보다 다람쥐의 비유가 어울릴 듯싶다. 즉, 다람쥐처럼 우리는 어딘가에 떨어져 있지 모를 도토리를 찾아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해야한다. 모은 도토리 중에 쓸모없는 도토리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소음을 신호로 착각하면 망하는 거다. 소음과 신호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선 관찰하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예측력을 키우기 위해선 끊임없이 예측해야 한다. 시행착오만이 예측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각 챕터마다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 포커로 돈 따는 법- 특히나 3장은 감동이다. <머니 볼>이후 미국 야구계에서는 ‘스카우터’와 ‘통계학자’들의 갈등이 빚어졌다. 실버의 통계에 따르면 통계학자보다 스카우터의 예측이 더 잘 들어맞았다. 스카우터들은 통계에 대한 대안으로 ‘파이브 툴스’를 쓴다. 타격 파워, 타격 정확도, 주루 스피드, 송구 능력, 수비 범위가 그것이다.
배테랑 스카우터 존 샌더스는 파이브 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각 선수의 ‘정신적 도구상자’
즉, 멘탈 툴박스를 중시한다.
정신적 도구 상자
준비성과 노동 윤리 ; 일정한 양의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고, 경기 전에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집중과 초점 ; 선수들의 경기 중의 태도와 관련 있다. 야구는 반사행동이 중요한 경기다. 유격수라면 투수의 투구 하나하나에 특출하게 집중해야 한다.
경잼심과 자신감 ;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팬들로부터의 온갖 조롱과 비난에도 꿋꿋해야 한다.
“실패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수준까지만 성공하겠다는 건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가?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할 정도로 더 높은 성공을 거두고야 말겠다는 바람과 각오가 과연 있기나 한가?”
스트레스 관리와 겸손
슬럼프를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짧은 기억과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
“난 타자가 크게 헛스윙을 하고 몸의 중심을 잃은 채 비틀거리거나 넘어질 때 그 선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핍니다. 팬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겠지만, 난 이때 선수가 얼굴에 미소를 띠는 걸 좋아합니다. 다음 타석에선 ‘꽝’하고 120미터짜리 홈런이 터지죠.”
적응력과 학습능력
“성공한 야구 선수들은 건물 복도를 걸어가다가 옆으로 꺽이는 길이 나타나더라도 직각이 아니라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돕니다. 날카롭게 꺽는 법이 없지요. 이게 바로 긴장을 통제할 때 나올 수 있는 모습입니다.”
실버의 야구 예측 프로그램인 <페코타>는 페드로이아를 최고의 유망주로 선택했다. 그러나, 페드로이아의 시즌 첫 달 타율은 1할 7푼 2리였다. 다른 구단이었다면 페드로이아를 2군으로 내려 보냈겠지만 레드삭스 구단은 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페드로이아는 공을 잘 때려내고 있었다. 다만 그게 안타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페드로이아는 주변의 조롱이나 비난에 꿈쩍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믿었다. 그 뒤 페드로이아는 15경기에서 무려 4할 7푼 2리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 3할 3푼 6리.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 팀에 뽑혔을 뿐만 아니라 10월에 레드삭스는 1918년 이후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페드로이아는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숫자나 통계니 하는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승리의 ‘더블유’와 패배의 ‘엘’뿐입니다.”
통계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 주변의 비난도 무시하자. 자기 자신을 믿고 정진한다면 지금 당장 패배의 엘뿐일지라도 우리 눈앞에 조만간 승리의 더블유가 펼쳐질 것이다.
'꽝',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