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 개정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유대교와 나치즘의 공통점이 뭘까? 자신들의 에 대한 우월성. 자신들만이 선택받았다는 착각이다. 이러한 허구를 믿는 능력이 불화와 폭력의 근원이 되었다. 이런 정신 나간 믿음 때문에 나치는 유대인을 학살했고,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인을 학살했고, 학살하고, 학살 할 것이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 사람들에게 환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종교를 폐지하는 것은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마르크스.

 

균형 잡힌 독서를 위해 이 책과 김용규의 <>을 같이 읽었다. 무신론과 유신론은 논리 차원에서 도무지 게임이 안 된다. 800페이지가 넘는 <>에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신앙이다. 신에 이르는 길은 이성이 아니라 믿음이다. 그렇다면 그 오랜 세월동안 신학자들은 뭐한답시고 신을 학문화했을까. 신학이란 온갖 논리적 오류와 억측이 난무하는 댄스장이거늘.


종교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고, 종교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없앴으면 좋겠다. 책은 유쾌하면서도 불쾌하다. 유쾌함은 히친스의 문체 때문이요, 불쾌함은 책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끝까지 읽기 괴로울 정도다. 히친스는 종교가 저질러온 온갖 만행들을 적나라하게 까 발긴다. 기독교, 카톨릭, 그리스 정교, 유대교, 불교, 온갖 사이비 종교들까지. 우리가 익히 알던 성인(聖人)(칼뱅, 테레사 수녀, 달라이 라마 등)과 위대한 작가들(T.S.엘리엇, 조지 엘리엇 등)의 민낯을 보는 일도 괴로운 일이다. ‘내가 이런 자들을 존경해왔단 말인가얼굴이 화끈화끈 거린다.

 

그렇게 높은 악의 고지로 인간을 밀어가는 것은 종교이다.


-루크레티우스, <만물의 본질에 대하여>

 

종교는 생명을 죽인다. 고로 악이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아 도무지 어떤 예를 들어야 할지 모를 정도다. 세르비아(그리스 정교)와 크로아티아(로마가톨릭)의 전쟁이 종교 때문이라는 걸 몰랐다. 르완다에서 벌어진 유혈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투족(가톨릭)은 투치족(개신교)들을 대량 학살했다. 무려 백 만명의 사람들이 학살당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사과하지 않았다.

 

또한 인류에게 재난이 닥칠 때마다 목사들은 이브에게 재난을 초래한 뱀 마냥 끊임없이 사악한 혓바닥을 놀리기 바쁘다. 911 사건이 벌어진 몇 시간 후 팻 로버트슨 목사와 제리 폴웰 목사는 동성애와 낙태를 묵인한 세속적인 사회에 신이 심판을 내린 것이라 주장했다. 세월호 학살에 대해 한국 목사들은 뭐라고 했을까.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여러분 아시지만 한국은요. 이번에 정몽준씨 아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미개하다'고 했잖아요. 사실 잘못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거든요."

 

- 서초동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가난한 집 애들이 설악산이나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면 될 일이지,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이런 사달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다 백정이다


- 한국 기독교 협회 부회장 조광작 목사

 

(인용을 하기 위해 검색해봤더니 너무 많아서 엄두가 안 난다. 목사들 망언으로 책 한 권을 쓸 정도다. 이쯤에서 그치자.)

 

또한 종교는 언제나 전쟁을 지지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교회는 복음을 전할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의 불교는 대자대비 정신을 발휘하여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을 지지했다. 일본의 침략은 많은 사람이 살 수 있게 한 명을 죽이는 자비의 무력이었다.

 

가톨릭은 파시즘, 나치즘 등에 협력했다. 특히나 바티칸은 전쟁이후 나치 전범들을 도피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 교회가 빼돌린 전범들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사실 전체주의는 종교의 변형일 뿐이다. 히친스는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 히친스에 따르면 북한은 <1984>의 소설속의 나라의 현실화된 모습이었다. 히친스는 미국 극우파에 거액을 기부하는 통일교의 문선명을 연상한다. 히친스는 두 개의 한국에서 모두 아버지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만약 한 노인네가 사내아기의 고추를 빨다가 들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온갖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유대교 분파인 하시디즘 그룹은 이런 모헬, ‘할례 집도자가 있다. 2005년에 모헬을 수행하다 두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미개한 종교라고? 단지 하시디즘만 그럴까? 뱅골에서 소아마비 백신 무료 접종으로 아이들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은 백신 접종이 음모라고 말했고, 소아마비가 이미 박멸된 나라까지 소아마비가 다시 되살아났다.

 

크리스천 사이언스신도들은 자녀가 수혈이 필요한데도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환상에 빠져 수혈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도의 힌두교 신자들은 어린 여자아이를 결혼시킨다. 시집 식구들은 지참금이 적을 때 어린 신부를 산 채로 태워 죽인다. 바티칸과 천주교 교구들은 엄청난 규모의 어린이 강간 및 고문 사건의 책임을 인정했다. 교회는 오랫동안 콘돔 사용을 반대해 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주교인 라파엘 라노 시푸엔테스는 신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콘돔 사용에 반대한다. 남자와 여자의 성적인 관계는 반드시 자연스러워야 한다. 개가 다른 개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콘돔을 사용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종교란 이런 것이다.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이고, 관용을 모르며, 인종차별주의, 부족주의, 편협성과 손을 잡고, 무지라는 옷을 입고, 자유로운 탐색을 적대시하고, 여성을 경멸하고, 아이들에게는 강압적인, 조직화된 종교는 양심에 커다란 짐을 지고 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죄목에 추가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종교가 세상의 파멸을 고대한다는 것. ”

 

히친스에 따르면 인간에게 필요한 건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계몽이다.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상상 속의 것이든 진짜이든 진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진리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능력이 점점 커지고, 계속해서 더 완벽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소유는 사람을 수동적이고, 게으르고, 오만하게 만든다.

 

만약 하느님이 오른손에는 모든 진리를, 왼손에는 비록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꾸준히 부지런하게 진리를 추구하려는 열정을 감춰 쥐고서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겸손하게 왼손을 택할 것이다.

 

고트홀트 레싱, <안티 괴제>

 

의심하라.” 이것이 히친스의 제안이다.

 

사이비 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 전체주의, 파시즘, 나치즘, IS 등은 세 단계 구조로 작동한다. 첫째, 나는 믿는다. 둘째, 나는 믿으므로 나는 선택받았다. 고로, 나는 우월하다. 셋째, 믿지 않는 너, 열등한 너는 죽여도 좋다. 죽어야 한다.

 

종교의 가르침은 사랑과 자비다. 역사들 돌이켜보면 사랑과 자비는 온데간데없고 폭력과 배척, 살육만이 

강물처럼 흘러넘쳤다.

 

애초에 믿지 않게 하면, 혹은 선택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면 폭력과 살인을 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믿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얀테의 법칙>을 하루에 한 번씩 암송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1.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말라

2.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지 말라

3.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지 말라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믿지 말라

5.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안다고 믿지 말라

6. 네가 다른 사람보다 위대하다고 믿지 말라

7. 네가 무엇을 잘한다고 믿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누가 혹시라도 너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믿지 말라

 

믿는 자들은 책상 앞에 <얀테의 법칙>을 붙여 놓고, 종교에 적대적인 책들을 읽어 보자. 이 책을 읽고도 믿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영혼의 치유가 필요하다. 정신병원에 가야한다.

 

무언가를 믿고 싶어 한 세월을 반성한다.

 

나는 믿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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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6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6-04-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는 걸 아는 걸로 착각하는 게 가장 위험한 거죠. 그 모든 학살이 종교가 근거없는 믿음의 이름으로 행했다는 걸 늘 염두에둬야겠어요. 시이소오님글은 아 뭔가 통쾌하고 중독성이 있어요 ^^

시이소오 2016-04-26 17:35   좋아요 0 | URL
중독성이 있다뉘 ㅋ
`영혼의 히로뽕`은 아닐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