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케케묵은 주역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공자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주역을 공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50살부터 죽기 전 까지 주역을 공부했다. 주역을 연구한 라이프니츠는 이진법을 발견했다. 이진법이 컴퓨터를 만들었으므로 결국 주역이 오늘날의 디지털 문명을 만든 셈이다.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를 읽다, 지성과 무지를 가르는 기준은 범주화가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어떤 학문이건 범주화를 토대로 한다. (범주화의 대가들은 철학자나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다. 시인들은 예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범주화를 창조하니까. )

 

그렇게 본다면 주역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범주화 도구를 갖추는 셈이다. 주역을 어떻게 하면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음양이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고 팔괘가 64괘를 낳는다. 우선은 8개만 제대로 알면 된다. 이른 바 팔괘다. 그런데 두 괘(건과 곤)는 시간과 공간, 하늘과 땅이다. 따라서 6개만 알면 된다. 사상을 두고 밑에 것은 기존의 것, 위의 것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 가운데 음양을 끼어 넣으면 8괘가 된다. 일반적인 순서와는 다른데 건과 리, 태와 진, 손과 간, 감과 곤이다.






태괘를 살펴보자. 태괘는 고양이, 호랑이다. 연못이다. 연못은 물을 담고 있다. 따라서 담는 성질을 지닌 것은 다 태괘에 속한다. 가방, 지갑, 주머니 다 태괘다. , 고향, 단골집, 조국, 여자, 태괘다. 연못, 고양이는 침착하고 평정을 유지한다. 침착함, 혹은 평정의 성질에 해당하는 것도 태괘다. 침착한 사람, 절제력이 있는 사람, 태괘다. 호수같은 것, 태괘다.

 

손괘를 살펴보자. 손괘는 바람이다. 날아가는 것은 다 손괘다. 참새, 비행기, 손괘다. 냇물도 손괘다. 흐르기 때문이다. 소식, 새로움, 유행, , , 열려 있는 것, 쏟아진 물, 어린아이의 걸음걸이 다 손괘다.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 시원하게 달리고 있는 것, 손괘다. 바람같은 것, 손괘다.

 

운명이 제자리에 있는 사람은 손의 기운이 부족하다. 여행을 떠나 손의 기운을 흠뻑 얻으면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오늘은 태괘고 내일은 손괘다.

 

무언가를 막는 것, 다 간괘다. , 우산, 담벼락, , 어린아이에게 아버지, 신용이 좋은 사람 간괘다. 관우, 춘향이, 간괘다. 군대, 남자의 배짱, 여자의 마음이 태괘라면 남자의 마음은 간괘다. 침묵, 위축, 긴장 간괘다.

 

우레와 같은 것, 진괘다. 손괘가 부드러운 움직임이라면 진괘는 육중한 덩어리가 움직이는 형상이다. 여인의 걸음걸이가 손괘라면 군인의 걸음은 진괘다.

 

물은 감이다. 와글거리는 것, 흐물흐물 한 것, 덩어리가 아닌 가루, 인간의 감정은 감이다. 어린아이, 군중. 그릇이 태괘라면 그 안에 담겨야 할 것은 감괘다. 돌보는 것이 태괘면 돌봄을 받은 것은 감괘다. 어두운 심정, 근심, 구름, 혼돈, 감이다. 쉽게 부서지는 비스킷, 모래 같은 것, 감이다. 육체적인 사랑, 나쁜 운명, 잠들었을 때, 감이다. 캄캄한 우주, 미궁에 빠진 사건, 미래, 감이다. 미지의 세계, 험난한 세계, 딱히 답이 안 나올 때, 무서울 때, 슬플 때, 지쳐있을 때, 감이다.

 

질서, 리괘다. 혼돈이 감괘라면 질서는 리괘다. , 평화, 희망 리괘다. 감성적인 것이 감이라면 이성적인 것은 리다. 덩어리는 리, 가루는 감이다. 불은 리고 물은 감이다.

 

8괘로 대성괘가 만들어진다. 팔괘가 단어라면 대성괘는 문장이다. 괘상은 2개의 파트, 상하로 나뉘어 있다. 아래에 있는 것은 현재고 위에 있는 것은 미래를 의미한다.


 

지뢰복부터 곤위지까지를 십이소식괘 혹은 군주괘라고 한다. 12개의 괘를 이어보면 양이 증가하다가 음으로 변하는 형상이다.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처음 괘상의 맨 위층이 이어지는 괘상의 맨 아래의 반대가 되고, 나머지 효들은 한층 씩 밀려 올라가는 형태다.



이런 패턴으로 저자는 64괘를 정렬한다. 12개 괘 다섯 묶음과 4괘 한 묶음.



과연 저 방법으로 주역 64괘를 공부하는 게 나을까? 주역 초보라 잘 모르겠다.

64괘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만한 다른 방식이 있을 것도 같은데.

 

저자는 주역 괘상의 이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주역 공부를 백날 해도 소용없다고 한다.

64괘의 이름을 언제 다 외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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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4-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역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우리 옛문화를 이해하려해도 주역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미뤄두는 공부만 자꾸 늘어납니다.

시이소오 2016-04-12 10:29   좋아요 0 | URL
주역 한권 들고 산에 들어가도 몇 년은 심심하지 않겠어요 ㅋ ^^

samadhi(眞我) 2016-04-12 10:47   좋아요 0 | URL
그랬다가 산에서 광년이모드에 빠져들면 어찌합니까. 영영 속세로 돌아가지 못 할지도 모르는데 ㅋㅋ

시이소오 2016-04-12 10:50   좋아요 0 | URL
ㅋ 돌아오셔야죠. 깨달음을 얻으신 분들은 산 속이 아니라 속세에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