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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이 가장 좋아하는 사상가라고? 그렇담 안 읽을 수 없지. <작가의 책> 맬컴 글래드웰 편을 확인해봤다. 정말이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를 언급한다. 안타깝다. 똑같은 내용을 말콤 글래드웰이 썼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애덤 그랜트 역시 리처드 탈러만큼이나 재미없게 쓴다. (탈러는 어찌하여 스스로에게 재밌게 쓰는 ‘넛지’를 가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눈이 돌아갈 만큼 신기한 정보들이 가득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리뷰를 거의 다 쓸 동안도 이야기들이 서로 모순되어 보이기도 하고 각각의 나무는 보였지만, 숲이 보이지 않아 계속 헤맸다. ‘이야기들이 왜 이리 중구난방일까?’
유레카! 다음날이 되어서야 전체 그림이 보였다.
이 책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생각할 땐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할 땐 위험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것이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윗 문장을 셰르파삼아 길을 나서시길. 책에 나오는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모든 사례들은 윗 문장으로 수렴된다.
책에 소개된 모든 사람들은 독창적인 사람들, 즉 ‘오리지널스’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성공했고 어떤 사람은 실패했다. 무슨 차이 때문에? 위험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실패와 성공이 판가름 났다. 미루기는 성공한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랜트에 따르면 미루기야 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금길이다. 반면 성급하고 과격한 실행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자신의 주장이 과격하다면? CIA의 메디나처럼 때를 기다리거나 윌러드처럼 자신의 주장을 ‘트로이의 목마’처럼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 혹은 포포비치처럼 유머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책에 나온 몇 가지의 사례를 살펴본다.
와비파커Warby Parker를 아시는지? 와비파커 창업자들은 초창기에 애덤그랜트에게 투자를 부탁했지만 애덤 그랜트는 투자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다고? 안경을 써보지도 않고 산다고?? 누가 이들을 말리려 하지 않았겠는가.
와비파커는 2015년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를 차지했다. 과거에 이 리스트의 1위는 구글, 나이키, 애플 같은 대형 기업이었다. 어떻게 온라인으로 안경 따위를 파는 기업이 전 세계적인 기업이 된 걸까?
부하직원이 인터넷 브라우저를 뭘 사용하는지? 익스플로러를 쓴다고? 당장 잘라라. 경제학자 마이클 하우스먼의 조사에 따르면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사용하는 직원보다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사용하는 직원이 모든 부분에서 업무 수행 능력이 월등히 앞섰다. 도대체 왜? 파폭이나 크롬 쓴다고 사람이 똑똑해지나? 파폭이나 크롬을 사용한 직원들은 뭘 했기에?
와비파커의 창립자들과 파폭이나 크롬을 사용한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과 도대체 뭐가 달랐던 것일까. 그들은 현상에 순응하지 않았다. ‘안경이 비싸야 할 이유가 있어?’, ‘왜 컴퓨터에 깔려있는 대로 익스폴로러만 써야 하지?’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다.
조지프 슘페터의 말처럼, 독창성이란 창조적인 파괴행위이다. 새로운 체제를 주장하려면 기존 방식을 해체해야 한다.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용이 만든 단어 ‘기업가enterpreneur’는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와비파커 네 명의 창업자들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회사 이름 정하는 데만 여섯 달이 걸릴 정도로 지지부진 사업을 진행했다. 애덤 그랜트는 이들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투자를 포기했다. 그랜트가 보기에 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었다. 그랜트는 그들이 위험을 회피했기 때문에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바로 그점 때문에 그들은 성공했다.
직장을 그만 둔 창업자들과 직장을 계속 다닌 창업가들 중 누가 더 실패할 확률이 높을까? 직장을 계속 다닌 사람들이 실패할 확률이 33%나 낮았다. 왜 그럴까?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덤 그랜트에 따르면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양다리를 걸치는 게 아니라 한 분야에서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서는 극도로 신중을 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한다는 뜻이다.
즉, 그랜트에 따르면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기존 체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위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용한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보다 더 놀라운 발명품’이라 말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혁명적인 제품”이라 평가했고 전설적인 투자자 존 도어는 “인터넷보다 훨씬 중요한 발명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 제품은 뭘까? 개인용 이동 수단인 ‘세그웨이’다.
새로 제작되는 90분짜리 tv 특집은 “완전히 엉망진창”이란 평을 들으며 시청자테스트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폐기처분되어야 했지만 어찌어찌 1년을 지나 도로 전파를 탔다. 역시나 반응은 시원찮았다.
세그웨이는 이후 완전한 실패작이 되었다. 히트를 칠 것이라 예상했지만 틀린 예측이었다. 긍정오류다. 한편 후자의 tv 쇼는 10여 년동안 최고 시청률을 석권했고,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쇼의 이름은 <사인펠드>였다. <사인펠드>는 누구나 실패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부정오류다.
그렇다면 <부정오류>와 <긍정오류>를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있을까?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베토벤은 그의 일흔 개의 작품 에서 긍정오류 15, 부정오류 8개를 범했다.
그렇다면 걸작을 창조할 확률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 많은 양의 작품을 내면 된다. 모차르트 600곡, 베토벤 650곡, 바흐는 1,000곡을 작곡했다.
피카소? 유화 1,800점, 조각 1,200점, 도자기 2,800점, 드로잉 1만 2,000점, 등등. 피카소는 이중 아주 극소수의 작품만이 찬사를 받았다.
아인슈타인?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낸 248편의 논문들은 과학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한다.
독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작업량을 늘리면 된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허구헌날 쓰레기 소설을 내는 이유가 있었다)
세그웨이는 딘 카멘이 만든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 상품 중 하나다. 그랜트가 보기에 세그웨의 실패는 카멘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확신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부정오류>는 주로 연애 산업에서 흔하다. 영화사들은 <스타워즈>, <이티>를 퇴짜 놓았다. 출판계에서는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를 퇴짜 놓았다.
데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문성과 경험이 깊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특정한 방식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인다. 영화나 tv 드라마의 경영진이나 시청자 평가단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데 적합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기존의 아이디어에 너무 매몰되어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퇴짜를 놓으려고 한다. 한편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렇다면 심판으로 누가 가장 적절할까.
저스틴 버그의 서커스 공연에 관한 연구를 참고한다면,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들의 평가가 경영자나 시청자 평가단보다 두 배 이상 정확했다.
위의 실험결과를 고려해보자면 ‘시나리오 공모전’에 투자자 직원들을 심사에서 제외시키고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에게 심사를 맡겨야 한다. 투자자 직원들은 위험리스크 관리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절대로 위험한 아이디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멍청하다. 따라서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싶은 영화들만 찍어내기 바쁘다.
한국의 투자자 직원들을 전부 다 잘라버리면 한국 영화의 수준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그럼 누굴 데려다 쓰냐고? 감독,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하면 된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진보는 전적으로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조지 버나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