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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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는 박정희같은 연쇄 강간범이었다. 우룩의 다섯 번째 왕이었던 길가메시는 군인의 딸이건, 대신의 아내건 가리지 않고빼앗아 겁탈한다. 대한민국 5대, 6대, 7대, 8대, 9대 대통령이었던 박정희 역시 남편이 있건 없건, 나이가 어리건 적건(30대건, 20대건,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따르면 10대까지), 수 백명의 여성들을 강간했다. ‘대통령이니까 여자 수 백명쯤이야 강간해도 되는 거 아냐, 나랑 내 가족만 안 당하면 되지하고 한국 국민들은 우습게 넘겼지만 우룩의 백성들은 신에게 호소했다.

 

이런 색마 새끼가 왕입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파렴치한 길가메시는 도살자 박정희와 달리 백성들로부터 사랑받는 왕이 되었을까?

 

 

블로그 이웃들에게 클리프턴 패디먼이 선별한 <평생 독서 계획> 수록 작품을 읽고 리뷰를 쓰기로 말씀드렸다. 되도록 페디먼이 정리한 순서대로 리뷰를 올릴 예정이다. 이른바 꼬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전읽기의 약자입니다.) 꼬꼬고 그 첫 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는 현존하는 호모 사피엔스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기원전 3000년 경,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작품으로 <일리아드>보다 거의 2000년 앞서 쓰여 졌다. <길가메시>에 비하면 <일리아드>는 문학이라기보다는 애들 소꿉장난이다.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와 그의 시종인 파트로클로스의 관계는 다분히 <길가메시>적이다. (길가메시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엔키두를 연상시킨다.) <일리아드>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의 순간에 별다른 감흥이 없다. 반면 엔키두의 시신 앞에서 칠일 밤낮을 울부짖는 길가메시의 비탄 앞에선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진다.

 

왜냐하면 영화에 비유하자면 <일리아드>의 파트로클로스는 거의 단역급인 반면, 엔키두는 길가메시와 함께 투 톱’, 거의 더블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죽기 전 까진)

 

문장 또한 비교가 안 된다. <일리아드>누가 누굴 죽이고만 반복하기에 여념이 없다. <길가메시>의 문장을 읽다보면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분명 <길가메시>를 읽었음에 틀림없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영구 불변하는 것은 없다. 영원히 남아 있을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약속을 언제까지고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형제들이 유산을 나누어 가진 후 영원히 자기 것에 만족할 수 있겠는가? 강이 홍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껍질을 벗고 눈부신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잠자리의 요정뿐이다. ......잠든 자와 죽은 자, 그것은 얼마나 비슷한가! 그것들은 색칠한 죽음과 같다...”

 

- <길가메시 서사시>, P90

 

이건 셰익스피어가 아닌가!

 

<일리아드>엔 동물, 자연에 빗댄 천편일률적인 비유들만 넘쳐난다. 반면 <길가메시>에는 감탄할만한 문장, 비유들로 넘쳐난다. <일리아드>가 똑같은 패턴으로 참을 수 없이 지루하다면 <길가메시>는 흥미진진하다.

 

엔키두가 죽은 이후의 <길가메시><오딧세이아>를 떠올리게 한다. 다시 말해, <일리아드><오딧세이아><길가메시>가 잉태한 자식들이다. 플로베르의 말처럼 서양 문학이 <일리아드> 아니면 <오딧세이아>’라면 서양 문학의 원류는 <길가메시>.

 

 

도로 줄거리로 돌아오면,.

 

백성들의 호소에 아누신은 아루루신에게 부탁한다. 아루루신은 길가메시와 똑같은 두 번째 자아엔키두를 만든다. 엔키두는 동물들과 함께 자연에서 만족스레 살아간다. 엔키두를 두려워한 사냥꾼은 창녀를 불러와 그를 유혹하게 한다. 여자를 체험한 엔키두는 동물들에게 돌아가지만 동물들은 이제 그를 보고 도망친다. 엔키두는 창녀의 설득에 길가메시가 통치하는 대도시 우룩을 향해 길을 떠난다.

 

길가메시가 결혼식장에서 난봉을 부린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엔키두는 달려가 그와 결투를 벌인다. 길가메시와의 싸움이 끝나자 엔키두에겐 난폭한 성질이 사라진다. 이후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엔키두가 안일함에 젖어있자 길가메시는 생명의 나라로 가기 위해 악을 무찌르자며 훔바바와 대결하기로 작정한다. 집정관이나 주변의 만류에도 결국 길가메시는 샤마시에게 기도를 드리고 엔키두와 함께 훔바바와 대결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오랜 여행 끝에,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숲의 수호자인 훔바바를 처치한다. 길가메시의 늠름한 풍채에 반한 이시타르 여신이 그에게 구혼한다. 길가메시는 그녀가 사랑한 것들의 비극을 상키시키며 구혼을 거절한다. 모욕감을 느낀 이시타르 여신은 아난 신에게 부탁하여 하늘 황소를 우룩에 보내 젊은이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협력하여 하늘 황소의 목을 댕강, 딴다.

 

신들은 옥신각신 끝에 엔키두의 목숨을 거둬들이기로 결정한다. 엔키두가 병으로 죽자,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그리워하다 비탄에 빠져 울며불며 광야를 헤매고 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진 길가메시는 머나먼 곳이라 불리는 우투나피시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길가메시는 술 만드는 여인 시두리의 도움으로 우투나피시팀의 뱃사공인 우루샤나비를 찾아가 우트나피시팀을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한다. 우투나피시팀을 만난 길가메시는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또한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다.

 

우투나피시팀은 신들이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주었으나 죽음의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다시 한번 어떻게 우투나피시팀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엔릴은 인간들의 반란을 참지 못해 인류를 심판하기로 결정했다. 에아(엔키)는 우투나피시팀에게 커다란 배를 만들어 모든 생명의 종자를 실으라고 말한다. 홍수로 전 인류가 멸망하고 오직 우투나피시팀과 그의 아내만 살아남는다.

 

엔릴은 다른 신들의 원성으로 그와 그의 아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며 축복한다. 이야기를 들은 길가메시도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여섯 날과 일곱 밤을 잠자리 않고 견디려 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칠일 동안 잠에 빠진다.

 

할 수없이 길가메시는 우투나피시팀에 의해 쫓겨난 사공 우르샤나비와 함께 우룩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우투나피시팀은 선물로 길가메시에게 신들의 비밀을 알려준다. 바다 밑에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 식물이 손을 찌르거든 그 식물을 꺽으라고 충고한다. 우투나피시팀은 그 식물에겐 젊음을 잃은 사람에게 다시 젊음을 회복시켜 주는 마법이 있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그 식물을 손에 넣고 기뻐한다. 그러나, 그가 목욕하는 사이 뱀이 식물을 가로채 도망친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은 게 없이 길가메시는 우룩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과연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을까. 삶의 덧없음을 깨달은 길가메시는 백성들에게 관대하고 태양 앞에 떳떳한 왕이 된다. 악을 정복한 그는 결국 운명의 날에 죽음을 맞고, ‘피와 살을 가진모든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5,000년 전 길가메시는 영원한 생명을 찾아 길을 떠나 맨손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호모사피엔스는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어느 과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2050년 경이면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죽지 않는 인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길가메시>2의 자아혹은 페르소나(엔키두)가 죽고 나서야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한편, 한국의 도살자는 끝내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연쇄강간범으로 죽고 만다.

 

<길가메시>의 백성들이 길가메시가 행한 선을 후대에까지 칭송한 것과 달리 한국의 피와 살과 생각을 가진’ ‘모든시민들은 도살자가 저지른 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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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강요 2016-03-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한국의 ‘피와 살’ 은 가졌으나 ‘생각’ 은 가지지 못한 불쌍한 시민들은 도살자의 악행을
잊었나 봅니다ㅠ

2016-03-15 0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글이 호부호형을 허하시는 바람에...^^;
도살자를 도살자라...^^;

시이소오 2016-03-15 07:50   좋아요 0 | URL
ㅋ 지조가 있으시네요. 깊이에의 강요님 댓글이 아침 댓바람부터 달리다니 오늘 좋은일이 생길듯한 예감. ^^

굿모닝입니다. 꽃 피듯 활기찬 하루 되소서^^

깊이에의강요 2016-03-15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하루 되세요~~^^

2016-11-08 0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6-30 15:25   좋아요 0 | URL
혹 변희재씬가요? 만일 그렇다면 잠이나 쳐 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