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궁리 공동선 총서 2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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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인문 서적을 읽다보면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이다. 그의 <리퀴드 러브>를 읽고선 참담한 기분이었는데 그가 희망을 말할 줄이야! 이 책은 바우만의 인터뷰를 담았다. 의외였다. 감동을 기대한 것도 위안 받고자 한 것도 아니었는데. 생계를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푼돈을 받고자 비굴하게 영혼을 팔며. 고작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가.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고서 엄청난 힘을 느꼈다. 이 책은 바다에 띄운 편지.

 

나는 쓰레기이자 벌거벗은 생명이고 난민이며 프레카리아트다. ‘프레카리아트인 나는 언제나 불안정하다. 바우만의 글은 비관적이기보다는 냉정하다. 기존의 가치들은 무너졌다. 새로운 가치는 도래하지 않았다. 이런 공위의 시대에 그는 여전히 희망을 말한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의미없음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미를 찾아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소명이다. 닿을 수 있는 미래를 향해 우리는 희망해야만 한다.

 

그래서 좋은 사회에 대한 저의 정의는 아주 간단합니다. 좋은 사회란 자신이 속한 사회가 결코 현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실패나 패배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우리는 늘 이런 실패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죠. 또한 이것은 희망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성공에 대한 보장없이도 우리는 무언가 희망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희망하기를 멈출 때, 우울한 기운과 불길한 예감이 당신을 덮칠 것입니다. 그렇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 것만이 우리 삶에서 가능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끝없이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을 때, 모든 것은 괜찮아질 겁니다.

 

그는 힘닿는 데까지 지치지 말고 계속 하라고 말한다. 계속 하세요.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하세요.” 그는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희망하는 자들이란 제 3의 길을 제시한다.

 

저는 여기에 제 3의 부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희망하는 자들이 그것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대안적인 세계가 가능하다고 희망하는 자들이죠. 저는 새로운 세계가 불가능해지는 지점은 오직 우리가 희망하기를 멈출 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오랫동안 희망해 온 것들에 분명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왜일까. 2차 세계 대전 전, 무명작가의 말이 심금을 울린다.

모든 것이 끝장났다. 진정한 작가였다면 전쟁을 막을 수 있어야 했다.”

 

윗 문장을 읽고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와 동시에 한국의 지식인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진정한 지식인이 있었다면 세월호 학살을 막을 수 있어야 했다. 그들은 스스로 속죄할 갈망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가.

카네티의 선언처럼, “말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책임을 지려는 의지와 또 말의 어떠한 실패에 대해서도 자기 스스로 속죄하려고 하는 갈망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위의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카네티는 이렇게 결론내립니다. “오늘날 진정한 작가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바로 진정한 작가가 되도록 간절히 바라야 한다.”고 말이지요.

 

지그문트 바우만이란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책을 통해 형용하기 힘든 힘을 얻었다.

정신에 힘줄이 불끈 불끈 솟았다고나 할까. (물론 내 육체는 물렁물렁하다.)

 

숨 쉬는 한, 나는 희망한다.Dum spiro spero”


-2015. 8.1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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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15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우만이 사회학 분야에서 대세인 건 인정하는데, 우리말 번역이 불만스러워요. 어떤 책은 번역체가 이상해서 읽다가 말았어요.

시이소오 2016-02-15 17:37   좋아요 1 | URL
번역이 아쉬울 때가 많죠 ^^;; 번역가들 처우도 워낙 안 좋아서 뭐라 말도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