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야기
류재수 / 통나무 / 1988년 4월
평점 :
절판


책 값이 많이 아쉽습니다. 무척 고가의 책인 이 책은 참 사기가 겁나는 책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다른 책 두 세권을 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림책인데....(그림책을 경시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림책은 읽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다 보니 만만찮은 가격들이 아깝게 느껴지는 그 마음 또한 어찌할 수가 없네요. 이런....) 

책의 판형을 조금 더 작게 했더라면, 조금 더 얇은 종이를 사용했더라면, 표지를 조금 덜 두꺼운 것으로 사용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책값은 많이 낮아졌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책의 맛을 보았을 거라 생각하니 자꾸 아쉽습니다. 더군다나 어린이책과는 전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도올 선생의 신화 이야기까지. 솔직히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이 과연 이 잘디 잔 글을 읽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은 이 잘잘한 글씨들을 절대로 읽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두 글(그림책과 도올 선생의 신화이야기)이 만났을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어색한 불협화음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까요? 

갹설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지요.  

제목이 있는 속표지를 넘기면 두 장의 마블링 기법의 그림이 나옵니다. 세상이 열리는 이야기지요. 첫 페이지는 붉은 빛을 띠고, 대조적으로 두 번째 페이지는 어두운 검은 빛과 청색의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린 세상의 중심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해와 달이 두 개여서 낮은 너무 뜨겁고, 밤은 너무 차갑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한울왕은 흑룡거인을 보내어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패하지요. 조선 사람들은 다시 따님왕에게 제사를 지내고 따님왕이 보낸 백두거인이 활을 쏘아 해 하나와 달 하나를 바다 속으로 떨어뜨려 살기 좋은 조선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흑룡거인이 이웃 나라를 충동질하여 조선 땅을 침략하게 되고 어려움에 처한 조선 사람들은 따님왕에게 다시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하여 백두거인이 조선을 구한 후 벌판에 소리없이 누워 깊은 잠에 들어가고, 세월이 흘러 백두거인이 거대한 산인 백두산이 됩니다.  

"나는 일어나리라. 그대가 북을 치고 노래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는 깨어나리라. 그대가 억눌려 신음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라가 다시 재앙에 빠지자 사람들은 백두산에 기우제를 지내게 되고 천둥과 번개가 백두산 꼭대기를 내리쳐 천지가 탄생하게 됩니다.  

책을 다 읽은 딸 아이는 책이 재밌냐는 물음에 재밌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으니 거인이 엎드려서 정말 산이 되었을까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나라 제일의 산인 백두산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웅장하고 힘찬 느낌의 그림과 함께 만나는 일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에 대한 크고 넓은 마음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입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책은 무척 가치롭게 느껴집니다.  

책이 비싸고, 크고, 무겁다는 이유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이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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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 푸른책들 비평집 4
신형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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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교과서 동시 정말 재미없다. 그런데, 가끔 재미있는 동시도 만난다. 그럴 때 조금 횡재한 기분이 든다. 신형건님은 나에게 그런 마음을 만나게 해 준 시인이다. 작가의 이름을 접수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책읽는 가족'이라는 사이트를 만나면서, 푸른책들과 보물창고의 대표인 신형건 작가에 대해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 시들을 지었던 바로 그 작가분이라는 사실을.

치과의사라는 특이한 이력도 무척이나 눈에 띄고, 엄청난 어린이책을 읽은 '아저씨'라는 점도 특이하다. 책 속에 언급 된 많은 책들은 내가 보도 듣도 못한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특정 유명 출판사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소개하고 있는 점도 특이했다.  

중고 도서로 건졌는데, 저자 사인이 들어 있어 책을 읽기도 전에 횡재한 기분이  두 번 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했다는 것이 첫 번째 횡재였다.)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 5부의 작가와의 대화 부분이다. 아주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작가들의 세계를 아주 미약하나마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많은 책들을 언급하다 보니 책에 대해 깊이 감상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사용되었던 글들을 모아 두어 이 책 자체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은 아닌 듯하여 산만한 감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소개 해 둔 많은 책들은 또 다시 맘에 남아 나를 괴롭힐 것 같다. 그 책 다 사고 싶어 어쩌나!  

책이 두꺼워 제법 시간을 투자했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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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왕자 책읽는 가족 2
강숙인 지음, 한병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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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멸망한 나라의 태자에 관한 것이다. 고려와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했고, 나라 잃은 백성들을 이끌고 개골산으로 들어가 삼베 옷과 나물죽으로 일생을 마쳤으며 마의 태자로 불렸던, 신라의 마지막 태자에 관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 

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을 즐겨 읽는다. 그 책들에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글을 많이 쓴 작가 강숙인님의 작품으로는 처음 만나는 책이다.   

이야기 흐름은 잔잔하고, 눈에 띄는 큰 갈등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이 글을 통해 아이들은 후삼국 시대와 고려 건국이라는 역사의 한 장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간략하게나마 왕건이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신라의 마지막 태자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마의 태자를 새롭게 만나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막내 동생 '선'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힘이 강해서 남아도는 힘으로 고려에 대항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없는 힘이나마 키워서 나라를 지키고 싶었던 태자 형님에 대한 무한한 존경의 마음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왕건의 힘에 대적할 수 없다 할지라도 나름의 힘을 키워 보려고 했던, 백성들을 사랑하는 큰형의 모습은 '선'의 눈에는 한없이 위대해 보이기만 하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신라가 망한다 해도 그 정신이 살아 있다면 신라는 언제까지나 기억되는 것이라고 했던 큰형, 그 큰형이 개골산에 들어가 언제나 삼베 옷을 입고 나물죽을 먹으면서 백성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하는 소식을 바람결에 전해 들은 '선'은 형을 찾아 나서지만,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선'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형의 말은 우리들에게도 긴긴 여운을 남긴다. '선'은 범공 스님이 되어 형을 그리면서 다시 형과의 추억이 그득한 월지궁에 이르게 되고, 그곳에서 인적도 끊기고, 폐허가 된 궁궐터만을 만나게 되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더 새기게 된다. 하지만, 고려가 백성들의 마음에서 큰형을 지워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그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기만 한다. 

작품 속에서 만나는 충담사의 '찬기파랑가'와 '안민가'는 잠시 고등학교 국어시간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마의태자에 대한 정보를 daum에서 검색 해 보았더니, 

신라 제56대 경순왕의 태자.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당시 고려 왕건(王建)과 후백제 견훤(甄萱)의 세력에 눌려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되자 935년(경순왕 9) 군신회의(君臣會議)를 소집하여 고려에 항복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마의태자는 나라의 존망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는데 어찌하여 충신·의사(義士)와 함께 민심을 모아 싸우지도 않고 천년사직(千年社稷)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느냐며 반대했으나, 경순왕은 죄 없는 백성을 더이상 죽일 수 없다 하여 시랑(侍郞) 김봉휴(金封休)를 시켜 국서를 보내 고려에 항복했다. 마침내 신라가 고려에 병합되자, 개골산(皆骨山:금강산의 별칭)에 들어가 베옷[麻衣]을 입고 풀뿌리·나무껍질을 먹으며 여생을 마쳤다. 

라고 나온다.   

왕조의 마지막 태자로서 마의태자가 겪었을 그 절절한 고뇌를 책 속에서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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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희 박사의 0515 공부 클리닉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조석희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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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도서로 받았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첫 느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잔소리로 가득한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내게 참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나는 학습부진아란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의 능력보다 떨어지는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루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로는 문제가 없으나 아이의 행동들로 미래의 잠재적 문제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느껴져서 부모님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 부모님이 보이는 반응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어떤 분은 이 선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다른 학부모에게 사전 조사를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머니'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머리를 쓴다. 아이 자체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전혀 관계 없는 것들로 고민하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보았다. 이런 경우 아이의 문제는 치유되기가 무척 어렵다.

또 아이의 행동에 대해 쭉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기 아이만을 특별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로 교사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옆반의 신규 교사가 학부모 상담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의 행동을 이야기 했더니, "그런 이야기로 전화 통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단다. 그리고 학교에 오셔서는 자기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서 아이의 교과서를 보시라고 하니, 교과서에 적힌 온갖 욕을 보면서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그래도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해서 뜨악~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부모와의 상담에서 교사가 익혀야 할 말하기 기술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도 대처하는 방법이 이러할 경우 아이의 문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어쩌면 지금껏 학부모의 이런 잘못된 대처 방법 때문에 아이는 부모를 조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아들의 일부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상담하러 오셔서 "집에서는 너무 말을 잘 듣는 아주 착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걸까? 

이 책에는 제목처럼 여러 문제 행동에 대한 언급보다는 아이의 공부에 주목하고 있다. '의존적인 아이', '이기려고만 하는 아이', '반항적인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가 어떻게 노력하며 상호 협력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공부 습관을 제대로 익히게 도와 주지 못하고, 아이를 이끌지 못하면서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아이에게 오냐오냐 하다가 아이가 자라면 더 이상 부모의 통제선이 말이 먹히지 않는 경우, 아무리 되돌리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는 나이가 있으니, 그 이전에 이 책을 살펴보고 많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무조건적인 칭찬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아이의 성공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며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답답했던 것 중의 하나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도둑놈 심보'였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누누히 이야기 해도 잔소리로만 접수하는 것 같아 가슴 답답할 때가 많다. 1등이 최고고 1등이 아닐 경우 가치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모르게 주입받은 아이들은 1등이 아니라면 노력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아이는 학습부진아로 떨어질 위험이 아주 많다. 작은 가치를 소중히 하여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엄마도도 아빠도 어릴 때는 수학을 싫어했다."라는 식의 발언은 아이를 격려하는 자극이 되기 보다는 '우리 엄마, 아빠도 잘 못했는데 나도 못해도 괜찮아!' 하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다.

또 하나, 8세 이하의 아이를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 된 '방에 가두기' 방법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이라면 상담 의사를 찾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주의할 점은 반드시 지켜야 하겠다.  

어렸을 때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도움의 신호를 보낼 때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함께 고민해 나가야지 그들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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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9-01-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바람은 이 책이 정말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거다. 출판사가 그리 유명하지 않아(내겐 생소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잘 안 팔린다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나는 이 책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맘에 들었다. 교사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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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존 버닝햄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낸 그림책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자전적인 작품소개집인 <<존버닝햄 나의 그림책 이야기>>를 거금을 들여 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의 그림책이라면 작가의 이름을 믿고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 버닝햄의 책은 어렵다는 내가 가진 처음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첫 느낌은 "뭐야, 이거?"였다. 그래서 물어 보았다. "도대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뭐냐고?" 꼭 그렇게 물어 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일어났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귀 같은 모습을 하면서 길길이 뛰는 선생님. 그리고 가혹한 벌!!! 언니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 주면서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 보고 아이들의 말을 잘 믿어 주라는 것 아니겠나?" 하면서 말이다.  

사실, 아이들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 그 거짓말이 어떤 경우에는 정말이지 거짓말인지 조차 모르고 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아주 어린 유아들의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거짓말도 학습한다. 가장 흔한 거짓말이 숙제를 하지 않고 학교에 와 놓고 했는데 두고 왔다는 거다. (아이들은 이러한 거짓말에는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하다.) 물론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늘상 숙제 해 놓고 두고 오는 아이들 덕에 이 말은 무조건 믿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안 가지고 온 것은 곧 안 해 온 것과 같다고. 심지어 방학 동안 일기를 하나도 쓰지 않아 놓고 일기장을 잃어버렸다는 거짓말(?)까지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거짓말에 단련되어 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존 패트릭 노먼 멕헤너시보다도 선생님쪽으로 맘이 쏠렸다. 괴물딱지 같은 선생님도 처음에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  

정말이지 난 이 책을 이해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또 다른 제4의 사건을 만들어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해 본 활동도 의미가 있었고,  그것은 독후감이라는 이름을 달고 문집에 넣어주기도 하였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손으로 쓴 듯한 글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존의 반성문이 나온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아이는 실제로 책을 들고 나와서는 "선생님, 누가 책에다 낙서 했어요."그런다.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이 낙서글은 존버닝햄이 어린 딸에게 써 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원문에는 글자가 틀려 있지만, 그 맛을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악어가 나와서 지각한 존에게 선생님은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이런 글을 300번 쓰게 했다.   

학교에 준비물을 언제나 챙겨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준비물을 잘 챙겨 오겠습니다."라고 100번만 쓰게 하면 다음 날 당장 준비물을 잘 챙겨온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도 신규교사 시절 그렇게 해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이렇게 반성문 쓰는 거 무지 싫어한단다. 이런 식의 반성문이 아닌 나름의 반성문을 쓰라고 하면 서너줄 쓰고 다 썼다고 가져온다.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크게 반성할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반의 미술 시간에 서예용구를 챙겨오지 않아 2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이 벌을 줬었다. 다음 날 준비물 가지고 오겠지 하면서. 그런데 다음 미술 시간에 학교에 오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가방을 챙기는데 어머닌 먼저 출근하시고 먹과 벼루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또 반성문 쓸까봐 학교에 안 왔단다. 그 때 우리 반 아이 4학년!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그 때 아이에게 지은 잘못 때문에 나는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다. 아이들에게 주는 이러한 벌은 썩 좋은 약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데 그걸 교사가 강압으로 고치려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꼈다.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감동과 감화밖에 없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그 주인공이 어느 날 나의 싸이홈에 방문을 해 주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그 죄책감이 마음에 남아있어 옛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씩 웃는다. 정말 미안했다고 이야기 해 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어쨌든 존은 세 번의 거짓말(선생님에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을 통해 반성문을 300번 써야 했고, 큰 소리로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바지를 찢지 않겠습니다."를 400번 외쳐야 했다. 또 "다시는 강에서 파도가 덮쳤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옷을 적시지도 않겠습니다."라고 500번을 써야 했고 한 번만 더 거짓말을 하고 지각을 했다간 회초리로 때려준다는 협박(?)을 듣기까지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존에게 어떤 일이 펼쳐졌을까? 가슴 졸이던 등굣길에 무사히 학교에 도착한 존 앞에 펼쳐진 광경은 선생님이 천장에 매달려 존에게 구해달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뒤돌아 서는 존의 통쾌한 역전극이 펼쳐진다.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이 장면이 아닐까?

영국의 대안학교 '서머힐 스쿨'을 졸업한 작가의, 학교에 대한 비판이 잘 드러나 있는 생각거리 많은 동화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던 날 아이 하나가 이렇게 말하면서 이 책에 대한 나의 복잡한 마음을 모두 정리 해 주었다.

"선생님, 존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왜 선생님은 존의 말을 안 믿어요?" 

우리 교실에 존은 몇 명이고 나는 그들의 어떤 선생일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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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멋진 리뷰예요.
마지막 아이가 선생님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해준 명쾌한 해석이 압권!!

마노아 2009-01-2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님! 리뷰대회에 이 책 리뷰가 당선되었어요. 호호홋, 축하해요!
희망찬샘님은 존을 이해하는 선생님일 거예요, 분명히! ^^

희망찬샘 2009-01-22 05:4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덕에 당선을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9-01-2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 어린이 유아분야 1등 당선 축하해요~~
헤헤~ 나는 고릴라로 2등이예요.^^

희망찬샘 2009-01-22 05:4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리뷰 멋지다고 댓글 달아 주셔서 덕을 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