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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야기
류재수 / 통나무 / 1988년 4월
평점 :
절판
책 값이 많이 아쉽습니다. 무척 고가의 책인 이 책은 참 사기가 겁나는 책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다른 책 두 세권을 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림책인데....(그림책을 경시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림책은 읽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다 보니 만만찮은 가격들이 아깝게 느껴지는 그 마음 또한 어찌할 수가 없네요. 이런....)
책의 판형을 조금 더 작게 했더라면, 조금 더 얇은 종이를 사용했더라면, 표지를 조금 덜 두꺼운 것으로 사용했더라면... 그랬더라면 책값은 많이 낮아졌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책의 맛을 보았을 거라 생각하니 자꾸 아쉽습니다. 더군다나 어린이책과는 전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도올 선생의 신화 이야기까지. 솔직히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이 과연 이 잘디 잔 글을 읽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은 이 잘잘한 글씨들을 절대로 읽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두 글(그림책과 도올 선생의 신화이야기)이 만났을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어색한 불협화음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까요?
갹설하고,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지요.
제목이 있는 속표지를 넘기면 두 장의 마블링 기법의 그림이 나옵니다. 세상이 열리는 이야기지요. 첫 페이지는 붉은 빛을 띠고, 대조적으로 두 번째 페이지는 어두운 검은 빛과 청색의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이렇게 열린 세상의 중심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에 해와 달이 두 개여서 낮은 너무 뜨겁고, 밤은 너무 차갑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한울왕은 흑룡거인을 보내어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패하지요. 조선 사람들은 다시 따님왕에게 제사를 지내고 따님왕이 보낸 백두거인이 활을 쏘아 해 하나와 달 하나를 바다 속으로 떨어뜨려 살기 좋은 조선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흑룡거인이 이웃 나라를 충동질하여 조선 땅을 침략하게 되고 어려움에 처한 조선 사람들은 따님왕에게 다시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하여 백두거인이 조선을 구한 후 벌판에 소리없이 누워 깊은 잠에 들어가고, 세월이 흘러 백두거인이 거대한 산인 백두산이 됩니다.
"나는 일어나리라. 그대가 북을 치고 노래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는 깨어나리라. 그대가 억눌려 신음하면 그때 우리는 조선의 먼동을 다시 보리라."
나라가 다시 재앙에 빠지자 사람들은 백두산에 기우제를 지내게 되고 천둥과 번개가 백두산 꼭대기를 내리쳐 천지가 탄생하게 됩니다.
책을 다 읽은 딸 아이는 책이 재밌냐는 물음에 재밌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냐고 물으니 거인이 엎드려서 정말 산이 되었을까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나라 제일의 산인 백두산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웅장하고 힘찬 느낌의 그림과 함께 만나는 일은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에 대한 크고 넓은 마음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입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책은 무척 가치롭게 느껴집니다.
책이 비싸고, 크고, 무겁다는 이유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이 많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