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희 박사의 0515 공부 클리닉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조석희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서평도서로 받았는데, 제목에서 풍기는 첫 느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잔소리로 가득한 그런 책이 아닐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서 내게 참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나는 학습부진아란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자신의 능력보다 떨어지는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루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로는 문제가 없으나 아이의 행동들로 미래의 잠재적 문제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느껴져서 부모님의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 부모님이 보이는 반응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어떤 분은 이 선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다른 학부모에게 사전 조사를 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머니'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머리를 쓴다. 아이 자체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전혀 관계 없는 것들로 고민하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보았다. 이런 경우 아이의 문제는 치유되기가 무척 어렵다.

또 아이의 행동에 대해 쭉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기 아이만을 특별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로 교사에 대한 적대감만 키우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옆반의 신규 교사가 학부모 상담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의 행동을 이야기 했더니, "그런 이야기로 전화 통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단다. 그리고 학교에 오셔서는 자기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서 아이의 교과서를 보시라고 하니, 교과서에 적힌 온갖 욕을 보면서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그래도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 때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해서 뜨악~ 했던 적이 있다. 물론 부모와의 상담에서 교사가 익혀야 할 말하기 기술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도 대처하는 방법이 이러할 경우 아이의 문제는 해결되기가 어렵다. 어쩌면 지금껏 학부모의 이런 잘못된 대처 방법 때문에 아이는 부모를 조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아들의 일부에 해당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상담하러 오셔서 "집에서는 너무 말을 잘 듣는 아주 착한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는 거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이렇게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걸까? 

이 책에는 제목처럼 여러 문제 행동에 대한 언급보다는 아이의 공부에 주목하고 있다. '의존적인 아이', '이기려고만 하는 아이', '반항적인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가 어떻게 노력하며 상호 협력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공부 습관을 제대로 익히게 도와 주지 못하고, 아이를 이끌지 못하면서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아이에게 오냐오냐 하다가 아이가 자라면 더 이상 부모의 통제선이 말이 먹히지 않는 경우, 아무리 되돌리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는 나이가 있으니, 그 이전에 이 책을 살펴보고 많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무척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무조건적인 칭찬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아이의 성공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며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답답했던 것 중의 하나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도둑놈 심보'였다.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누누히 이야기 해도 잔소리로만 접수하는 것 같아 가슴 답답할 때가 많다. 1등이 최고고 1등이 아닐 경우 가치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모르게 주입받은 아이들은 1등이 아니라면 노력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아이는 학습부진아로 떨어질 위험이 아주 많다. 작은 가치를 소중히 하여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엄마도도 아빠도 어릴 때는 수학을 싫어했다."라는 식의 발언은 아이를 격려하는 자극이 되기 보다는 '우리 엄마, 아빠도 잘 못했는데 나도 못해도 괜찮아!' 하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다.

또 하나, 8세 이하의 아이를 통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 된 '방에 가두기' 방법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를 가진 아이라면 상담 의사를 찾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든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주의할 점은 반드시 지켜야 하겠다.  

어렸을 때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도움의 신호를 보낼 때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아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함께 고민해 나가야지 그들이 가진 문제를 제대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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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09-01-23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바람은 이 책이 정말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거다. 출판사가 그리 유명하지 않아(내겐 생소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잘 안 팔린다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나는 이 책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맘에 들었다. 교사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