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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나누어 주는 은행가, 유누스 ㅣ 꿈을 주는 현대인물선 4
박선민 지음, 이기훈 그림 / 리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이 이렇게 훌륭한 분을 세상에 내려 주심에 감사하면서 읽었다.
서문을 읽고, 어렴풋이 몇 년 전 TV에서 보았던(들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방글라데시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그라민 은행의 총수. 그는 과연 조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한 것일까?
방글라데시. 가난하면서 인구가 많은 나라로 내 머리에 입력 되어 있다. 유누스는 그 방글라데시에서도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공부를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그리고 유학을 하고 경제학자가 되어 고국의 치타공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 압둘라가 처한 어려움을 보고 아버지의 보석상에서 보석을 훔친 일이 있었다. 그로 인해 아버지가 큰 곤란을 겪었고(손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지만, 유누스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남의 아픔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는 심성을 가지고 자란 아이였다.
대학 강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파이의 경제학을 가르친 장면은 인상적이다.
칠판에 동그라미를 크게 하나 그리고 그것을 다시 여덟 조각으로 나눈 후
"자, 여기 여덟 조각으로 나누어진 파이가 있습니다. 파이 한 조각은 단 한 사람의 생명만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양입니다. 따라서 파이를 먹지 못한 사람은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파이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은 열두 명입니다. 여러분이 가게 주인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먼저 오는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파는 게 경제적이라는 학생. 파이도, 먹을 사람도 다 한정적이라면 먹지 못 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시간을 끌면 전부 죽을 수도 있으니 최선책이 아니라면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
여덟 개의 파이를 열두 개로 나누어 고루 분배하여 조금이라도 나누어 목숨을 연명해야 한다는 의견.
여덟 조각을 아주 비싸게 팔고, 거기서 남은 돈으로 파이를 더 많이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에게 싸게 팔자는 의견. 이윤을 극대화시켜 더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 효율적인 분배를 하자는 의견.
이 의견들에 대한 유누스의 답을 들어 보자.
"자, 여러분이 생각한 대답은 모두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네요. 물론 파이를 못 먹는 사람은 반드시 발생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여덟 개의 파이를 열두 명에게 분배할 때, 지금 이 파이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진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방치하면 우리 사회는 나중에 파이를 먹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핣니다. 경제학의 기초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겁니다. 사실 여기 그려진 여덟 개의 파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숫자에 집착하다 정작 중요한 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숫자나 통계만 보다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의 엄청난 고통을 못 보고 지나쳐 버린다는 겁니다."
거리에서 다시 만난 친구 압둘라가 여전히 가난을 대물림 받은 채 힘겹게 살아가면서 고리대금업자들에게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은행에 함께 대출을 받으러 가 보지만, 담보가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은행의 문은 높기만 하다. 이 때 유누스는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닌 이들을 위해 믿음과 신뢰를 바탕을 돈을 빌려 줄 수 있는 은행의 설립을 꿈꾸게 된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그라민 실험 은행이다. 유누스는 가난한 방글라데시 사람들, 특히 억압받는 여성들을 위해 소액 대출을 해 주고 그들을 인간띠로 묶어 서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체제로 은행을 운영해 나갔고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은행은 대출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하면서 그 수익으로 복지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출을 통해 평생을 넘어서 자식대까지 물려줄 수 밖에 없었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경제적 자립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실과 믿음으로 그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그라민'이란 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라는 뚯이며 이는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마을을 위한 은행으로 거듭 나고자 하는 소망에서부터 시작된다. 돈의 회수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돈을 갚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유누스. 그의 사업은 복지가 잘 이루어진 미국 땅에서도 실현된다. 스스로 무언가 해 내려는 마음보다 복지사업비에 매달려 그저 연명하여 살아가는 가난한 슬럼가의 사람들에게도 그의 희망의 사업은 꽃을 피운 것이다.
1983년 10월 2일, 정부 단체와 중앙 은행들은 그라민 실험 은행의 모든 업적을 공식 인정하고 이름에서 '실험'을 뺀 '그라민 은행'으로 정식 출범하게 되는데, 그와 그라민 은행의 공적은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진다. 낡은 악습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인도, 눈 덮인 안데스 산맥에도 그라민 은행 제도는 희망의 꽃이 되어 주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58개국 국가가 그라민 은행의 융자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 은행 관계자들의 도움을 과감히 거부하고 자립을 선언한 유누스
"지금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큰돈이 아니라 적더라도 꼭 필요한 돈입니다." 가난은 빈민들의 게으름이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는 거대한 담보 대출 같은 제도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사회 정책이나 제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탈출하려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계획성을 세울 수 있도록 자립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는 유누스! 그의 정신이 깃든 그라민 은행 제도를 이어 받아 국내에서도 2000년 '신나는 조합'이 출범한 후 2002년에는 사회 연대 은행이, 2003년에는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세상 기금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에는 미소금융사업으로 확충되어 여러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노벨평화상이 정말 제대로 수상되었다고 여겨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이야기를 만나면서 가슴이 뛰었다.
*덧붙여) 좋은 책을 주신 리젬 출판사께 감사 드린다. 일전에 박원순님의 책이 손에 들어 온 경위를 몰랐는데, 아침독서를 통한 거였다. 이후 정기후원회원들에게 다시 서평도서 우선권이 주어졌는데, 같은 책이 선정되었다고 일부러 다시 전화해서 다른 책으로 보내주셨다. 세심한 배려~ 감사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