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한국 근현대사 : 일제 강점기 만화로 배우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문제연구소 글, 언제나맑음 그림, 이이화 감수 / 대교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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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먼저 만화로서의 아쉬운 점을 골라 보자면, 아이들이 읽어야 할 역사를 만화로 도입한 것은 아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기 위함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은 만화가 주는 재미가 덜하다는 거다. 만화라함은 모름지기 낄낄거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의 경우 어디에서 낄낄거려야 할지 모르겠다. 만화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즐겨 보지 않는 만화가 될 지도 모를 일. 또, 만화로 접근하다 보니 생략된 내용이 많아 역사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좀 덜 친절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만화책이지만 많은 글자 때문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많고, 그 정보가 많아 아이들에게는 썩 매력적이지 않을지는 모르나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내 생각인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생각해 볼 때, 이 책 또한 많은 사람의 호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놓고 봤을 때 근현대사란 그 길이는 짧으나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 많아 공부하기는 힘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리에는 지금도 여전히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 본다. 그 하나는 무작정 외우기로 도전해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다양한 도서를 다양한 형식으로 접해 보는 시도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반갑다. 읽는 내내 속상한 그 시대에 가슴을 끓이게 되겠지만 말이다.    

책을 펼쳐서 연표로 만나보는 일제강점기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훑어 보았다면 시간의 순서를 따라 굵직한 사건들을 차례로 만나보자. 그리고 '타임캡슐 열어보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것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보자. (아, 내용 때문에 마음은 무거워질 수 밖에 없겠지만...) 예를 들어 나운규와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통해 그 당시 상황을 만났는데, 그 처럼 이 책에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당시의 모습이 여러 장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의 한 모습을 익히고 나니 역사를 조금 더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최근에 만나게 된 사계절의 <<근현대사 신문>>을 통해 나운규의 이야기를 다시 만났을 때 뭔가 아는 듯한 느낌이 들어 반가움이 더욱 커졌다.  

이 책에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사 속 뒷마당'이라는 이 책의 부록이었는데, 각 항목은 이 도서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좋은 참고가 될 듯하며 아이들의 경우 지금 이해가 안 되어 덮었다 할지라도 이 다음에 관련 교과를 배울 때 참고 자료로 다시 펼쳐 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록 1에서는 인물이 들려주는 생생한 역사 이야기는 간이 인물 사전의 역할을 한다. 서재필, 이은, 박은식, 신채호, 이회영, 안창호, 김산, 김성수, 윤봉길, 나운규, 손기정, 최승희, 이광수, 최남선, 여운형, 이육사, 윤동주에 대한 개략적인 해설을 통해 시대에 대한 이해의 눈을 넓혀 보자.  

부록 2에서는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6하 원칙에 맞추어 정리되어 있어 사건의 개요를 살펴볼 수 있다. 만날 수 있는 사건은 을사조약, 국채보상운동, 한일병합조약, 토지 조사 사업,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산리 대첩, 물산장려운동, 6*10만세 운동, 신간회, 광주 학생 항일 운동, 훙커우 공원 의거에 관련한 내용들이다.  

부록 3에서는 1900년에서 1945년까지의 새로운 생활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우리에게 당시의 시대상을 잘 읽게 만들어 준다.  

처음 읽으면서는 시들했지만, 읽은 후 만족도가 많이 올라간 책이다. 유익한 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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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보물섬 박스세트 - 전5권
길창덕 지음 / 씨엔씨레볼루션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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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하며 좋아하는 아빠, 아빠 따라 같이 읽으며 즐거워 하는 딸, 세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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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모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교사 연수가 있는 날이다.  

배우고 싶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연수였는데, 하루 종일 하는 연수 중 오전 연수는 지난 번 아침독서 학교에서 들은 곽지순 선생님의 연수라 오후 연수인 황정회 선생님의 연수만 들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컴퓨터를 어떻게 이용하여 그들과 소통하는가에 관한 연수였는데, 못 알아 들을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속에서 '아, 이런 것 있으니 찾아봐야겠구나, 최근에 산 스피트 컴 활용 책을 좀 더 잘 살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 왔다.  

벡스코에서 한다해서 갔는데, 2층 강의실에 갔더니 어떤 사람들이 척 나서서 "혹시 빠리바게뜨 점주 되십니까?" 하면서 막는거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 아줌마는 점주처럼 보이지 않았나 보다. "네? 연수 들으러 왔는데요." "여기는 2층 전부를 우리가 오늘 빌렸습니다. 신제품 개발 기념 행사가 있거든요.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인가 봅니다."하는 거다.  

마음 속으로는 당황했으나 아닌 척 마무리를 하면서 다시 내려 와서 다른 문으로 들어가 보니 거기에 연수 장소는 잘 있더라.  

선생님이 들려 준 이야기 중 '샤리스'라는 아이의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유투브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나 하는 이야기. 동영상 검색이 가능하다고 하니 한 번 아이들에게도 보여주면 좋을 듯 하다. 트위터로 RH-O형의 혈액형을 구하자 많은 트위터들이 그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고, 어머니가 지푸라기 같은 심정으로 시작한 일이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사회 시간에 직업을 배우면서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 트위터를 이용 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이 내용은 <<스피드 컴 활용>>의 서문에도 간단하게 소개 되어 있었던 바다. 나도 트위터에 가입부터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 소금별 선생님이 항상 이거 하라고 요즘 열심히 이야기 하시던데...  위자드 닷컴, 뮤비 닷컴, 스프링 노트, 구글문서도구, 동피랑 마을, 알툴바, PBL학습에서의 문제상황 제시하는 법 등 기억하고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 물론 한 번 들어서는 잘 모르겠는데, 이번에 산 선생님 책을 보면서, 나름의 공부를 해 보아야 할 듯 하다. 여러 가지 지식 정보가 삶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듯이 컴활용으로 우리 반을 업그레이드 시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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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래 - 인권변호사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6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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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물 이야기는 언제나 커다란 감동을 선물한다. 그런 점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꾸준히 인물도서 소개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무언가 고집스러운 성격들이 위인들을 구성하는 하나의 힘이다. 특별한 일을 한 사람들은 나름의 고집이 강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조영래 변호사도 어릴 때부터 그 고집이 말도 못 했다 하니... 

조영래,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통해 먼저 들었다. 전태일 평전을 썼으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책을 출간도 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었다 한다. 작가인 조영래 변호사의 사후에서야 정식 작가의 이름을 달고 이 세상에 제대로 얼굴을 드러 낸 책. 오늘 반드시 <<전태일 평전>>을 사리라.   

서울대학교 수석 합격. 법대생으로서 자신이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을 마다하고 사회의 약자들을 위해 애써 싸운 조영래 변호사의 삶도 참으로 극적이다.  

사실, 의사와 변호사들에 대한 시선이 썩 곱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이 사회적 안정 계층인 그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들에 대한 묘한 시샘인지, 사회적 약자들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사실 돌보려면 끝이 없기도 하다.) 그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서운함인지 나도 사실 조금 헷갈린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님 같으신 분이 계시고, 그리고 조영래 변호사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 시키고 있으니 그들의 능력은 참으로 값지다. 많은 의사와 변호사들도 이런 분들과 같이 베풀 수 있는 잠재적인 능력이 있으니 더욱 부럽다.   

억울한 옥살이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와 '민청학련 사건(74년)'의 수배로 인하여 도망다니기도 했지만, 약자들을 위해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고, 수험 준비를 하는 동안 만난 전태일의 죽음을 쫓겨다니던 6년의 세월 동안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까지 한 그,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는 소송을 자처하여 맡고, 그리고 소송에 승리하기까지 열심히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뛰었던 그의 너무나도 앞선 죽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이른 죽음이 우리에게 그를 더욱 그립게 하리라.  

남아 있는 자가 죽은 자를 대신하여 무엇인가 일을 하여야 할 터~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그 일을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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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자 전태일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7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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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태일의 분신에 대해서 나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이 인물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서? 라는 말 한 마디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를 읽고 있는데, 씨앗 문장과, 씨앗책, 그리고 이웃 도서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책을 읽는 중에 또 다른 책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이웃도서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여러 차례 언급한 <<전태일 평전>>에 급관심이 생겼다. 아직 <<전태일 평전>>책은 없으나 아동용 도서가 있으니 우선 이거라도 읽어보자 맘 먹었다.  

 ■풀빵 

전태일의 어린 시절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놀라운 것은 그렇게 어렵게 살았으면 삐뚤어질 법도 하고, 마음이 고약해 질 법도 한데, 전태일은 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평생 가지고 살았다는 거다. 청계천 평화시장 내 피복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견습공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의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점심 사 먹을 돈이 없어 점심 시간이 되면 그저 멍하니 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 모습을 보고 전태일은 자신의 버스비를 가지고 풀빵을 사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오느라 통행금지에 걸려서 집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고 하니, 보통 우리네 심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그 풀빵을 먹고 그들은 얼마나 감사함을 느끼고, 또 얼마나 눈물이 났을까? 그것이 태일의 차비였다는 사실을 알았을테니 말이다. 그들을 위해 좀 더 힘이 되어 주고 싶어서 재봉사 일을 하다가 재단사 일을 해야 겠다고 맘 먹은 태일은 그저 노동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근로기준법 

그가 노동현실에 눈 뜨면서 사게 되는 값비싼 책 한 권, 그것은 어느 노동법 학자가 썼다는 근로기준법 해설서였다. 당시 2,700원을 주고 샀던 그 책은 한자가 많아 배움이 짧았던 태일에게는 엄청 어려운 책이어서 그는 꼬박 하룻밤을 세워 한 장밖에 못 읽은 날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새로운 사실은 태일의 행동에 불씨가 되고 있었다.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에서 인용한 전태일 평전의 내용) 달라져야 한다, 노동 현장이 달라져야 한다!

  ■대학생 친구 

그가 원했던 것은  이렇게 어려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 줄 많이 배운 대학생 친구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런 동무 하나 있었더라면 그의 삶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운동권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했던 때를 돌이켜 보니 그들은 공장에 불법 취업도 하고,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왜 전태일과는 인연이 안 닿을까? 그런데, 시기적으로 이러한 대학생들의 활동보다 전태일의 분신이 먼저였고, 이러한 활동들의 기폭제가 된 것도 어쩜 전태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보회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는 것이 낫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부당한 노동현실을 바꿀 수도 있다. 그리하여 전태일을 회장으로 하여 모임이 결성되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바보회'였다.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가난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 명제는 많은 인권 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많이 일한다는 사실을 두고 보았을 때 이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이요, 빈곤의 악순환의 끊기 어려운 고리인 것이다. 그 고리를 끊기 위해 가난한 이들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빈곤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전태일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어린 여공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일한만큼 대우받으면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웠다. 백방으로 뛰어 보아도 그들을 도와 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근로기준법을 공부한 전태일은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결정하기로 맘을 먹는다. 이런 노동운동을 하려 하니 아는 선배가 바보같은 짓 하지 말라고, 그렇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며, 기계처럼 일하는 바보가 되기보다는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바보가 되자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이 모임의 이름이 결정되었다.

 ■불꽃 

약자의 편을 드는 이보다 강자의 편을 드는 이가 많다. 태일이 아무리 뛰어다니며 도와 달라고 애원해도 모른척 하는 사람들, 노동자를 보호해 주어야 할 근로감독관 조차도 사장들의 편이고, 불의를 물리쳐야 할 경찰들조차도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으니 전태일의 가슴은 얼마나 답답하고 아팠을까? 자신을 불사르는 일,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을까?   

죽어가면서 그가 했던 많은 말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어머니 마음을 굳게 먹고 담대해지세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만큼은 저를 이해해 주실 수 있지요? 저는 이 세상 어두운 곳에서 버림받는 목숨들, 불쌍한 노동자들을 위해 죽습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조금도 슬퍼 마세요. 두고두고 더 깊이 생각해 보시면, 어머니도 이 불효 자식을 원망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어머니 제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꼭 이루세요.  

우리가 하려던 일, 내가 죽고 나서라도 꼭 이루어주게.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네. 내 죽음을 헛되이 말게.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전태일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죽기 직전 그가 했다는 한 마디 말에 나는 그만 주루룩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배가 고프다......"

평생을 배고픔에 시달리며 살다가 다른 이들을 위해 또 배가 고프다가, 그렇게 죽어가면서까지 배가 고팠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그의 삶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가난에 굽히지 말고, 부유함에 오만하지 말고, 언제나 성실하고 정의롭게 살아가야 할" 이 땅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해 보리라 마음 먹었다. 사실, 이 책 표지부터 제목까지 아이들의 시선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태일의 시대와 우리 아이들의 시대가 너무 멀어졌기도 했거니와 이 책에 무지한 어른(나)이 이 책을 한 번도 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나만 몰랐나 보다. 이미 1판 21쇄를 찍고 내가 읽은 책이 2판 8쇄니 말이다.) 

머리말에서 위기철 선생님이 한 부끄러운 고백, 그 고백을 빌어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할게. 어린 시절 가게에 가서 물건을 훔친 일이 있었어. 조그만 손에 쏘옥 들어갈 물건이었으니 아마 작은 사탕 하나 정도였을 거야. 아무도 보는 사람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떨리더라. 그런데,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누가 "뭐해?" 하면서 툭 치는 거야. 친구였어. 친구도 내가 한 일을 알지 못했지만 그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그 날 이후 나는 다시는 양심에 꺼리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어. 전태일은 그런 사람이야.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 혼자만 욕심 부리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나타나 "너 거기서 뭐해?" 하고 물을 사람 말이야. 너희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어.  

그렇게 말해주면 교실의 친구 중 누군가는 이 책을 읽을 거다. 만약 아이들이 머리말을 읽는다면 그 이야기가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가 머리말을 읽지 않는다고 보았을 때 이 이야기는 "엄마, 우리 선생님도 도둑질을 했대~"가 되어 어머님들에게 전달 되겠지? 그러다가 학년말 문집에 이야기를 쓰는 거다. 감동깊게 읽었던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렇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더 깊이 새겨질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충격요법이랄까?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너무 긴 시간이 걸리는 거 아니가!" 하고 한마디 거든다.  

하여튼 이 책은 머리말부터 나의 마음을 몽땅 빼앗아 가 버렸다.  

이번 방학도 이렇게 멋진 책 한 권을 만났으니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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