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미소 난 책읽기가 좋아
크리스 도네르 글, 필립 뒤마 그림, 김경온 옮김 / 비룡소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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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아주 유쾌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아이들의 얼굴이 울상이다. 왜 그럴까?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 보자.

희망 없는 마을의 아이들에게 무언가에 열정을 갖게 하여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 선생님은 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하나 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마을 아이들은 너무 가난하여 그들이 저금한 돈으로 말을 사기란 불가능이다. 선생님은 교육부에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군청에 도움을 요청해서 천 프랑의 보조를 받게 된다. 아이들의 저금통과 선생님이 모아 둔 돈을 털어서 말을 사러 가게 된다. 그곳에서 미소짓는 말 한 마리를 전재산을 털어 사게 되는데...

수의사인 나는 말이 미소짓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말이 고통스러움을 호소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드빌셰즈 백작이 선생님과 아이들을 속이고 다 죽어가는 말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척 화가 났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모른 척 할 수 없어 말을 수술 해 주는데....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말의 내장의 구멍 난 곳을 빨리 찾아 2군데를 수술 해 주고, 말이 스스로 일어서기를 기다린다. 말도 아이들의 간절한 눈망울을 보고 모른 척 할 수 없었는지 힘을 내어 우뚝 일어서게 된다.

말의 치료비를 걱정하는 선생님에게 나는 파렴치한 작자에게 직접 치료비를 받겠다고 이야기 한다. 말 사육장으로 가던 중 시위에 참여했다가 성과 없이 터덜터덜 돌아오는 마을의 어른들을 만나기는 했으나 아이들에게서 그들 또한 희망을 보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드빌셰즈 백작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이 여운을 남기고 끝나지만, 우리는 충분히 뒷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런 류의 인간들은 약자에게는 음흉하지만, 강자에게는 발발 기고 말 거라는 것을. 멋쟁이 수의사 선생님 홧팅~

교과서에서 배웠던 박완서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의 내용이 살짝 겹쳐졌다. 저금통을 털어 무언가를 사러 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동심을 상처 입히는 어른은 꼭 벌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진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학급에서 금붕어를 같이 키우기로 했던 날, 선생님 심부름으로 어항을 사러 갔던 일이 기억 난다. 제법 큰 어항의 한쪽 구석에 녹이 슬어 있었는데... 주인인지 점원인지는 그걸 알지 않았을까? 내가 어리고 어리숙해 보이니(아마 그랬으니 나를 속이지 않았을까?) 대충 불량품 아무 거나 판 것 같아 여러 차례 바꾸러 다니면서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정직하게 살기! 그것이 세상 사는 지혜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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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편지 1 - 문명의 발생에서 첫 번째 밀레니엄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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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에 대해 조금 무지하다. 그래서 책을 정말 많이 읽어야 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 학창시절에는 이런 재미있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읽을 기회가 없었다. 물론 시간도 없어서 읽을 생각도 안 했겠지만 말이다. 선생님이 교과서에 밑줄 그으라 하심, 그거 그어서 열심히 외우고... 그러고는 잊어버리고... 시험에서 많이 틀려 속상해 하고 한 기억 밖에 없으니. 역사가 재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

더군다나 세계사는 중학교 2학년 땐가 배우고는 손을 놓은 것 같다. 교육과정에서 세계사를 다시 만나지 못하고 대학엘 갔고, 대학에서도 그와 관련 된 강좌를 들은 적이 없어서 아주 기본적인 상식에도 무척 약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은 책 밖에 없다.

박은봉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던 나는 중고도서에 뜬 이 책이 반가워서 얼른 샀다. 최상의 품질만을 클릭해서 샀는데, 한 권에 노란색 사인펜으로 줄이 막 그어져서 살짝 맘이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책 내용이 너무 맘에 들어 접고 넘어간다.

이거 외워야겠다고 생각하면 책이 재미없어 질 것 같아, 그냥 쭉 읽었다. 읽어보니 한 번쯤 다 들어 본 말이다. 그리고 한 번 읽고 기억나지 않을 것들도 무척 많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역사는 외우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읽으면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편은 문명의 발생에서 첫 번째 밀레니엄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시절의 우리나라 역사도 함께 언급이 되어 있어 시대의 흐름을 통해 주요 사건들을 나름 정리해 볼 수 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국의 하, 은, 주(제자백가의 시대, 춘추전국시대)에 이은 진나라의 진시황 이야기! 진시황의 만리장성과 분서갱유, 병마용갱의 흙인형들, 그리고 예수, 석가모니, 마호메트, 공자와 관계된 종교의 이야기, 이집트, 로마의 이야기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워 들은 것으로 만족하면서 다음에 또 한 번 읽어보든지, 다른 역사책을 찾아 보아야겠다.

먼저 읽은 한국사편지처럼 이 책도 읽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어 참 좋다. 책을 이렇게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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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일등한 적이 있다
송민주 지음 / 비룡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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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누나도 누나처럼 이가 빠졌어. 나는 깜짝 놀랐어." 표지를 보더니 찬이가 소리친다. 어제 이를 뺀 지 누나 얼굴이 겹치나 보다.

이 글은 송민주양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의 일기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으로 묶여 나올만큼 썼으니 글을 제법 잘 썼다고 보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냥 쓰게는 할 수 있지만, 살아있는 글쓰기가 되도록 지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일 년에 꼭 한 두명의 아이의 일기는 1년이 다 가도록 같은 이야기가 씌여진다.

오늘 학교에 갔다. 1교시에는 국어를 했다. 2교시에는 수학을 했다. 3교시에는 체육을 했다. 4교시에는 음악을 했다. 점심을 먹었고, 5교시에는 사회를 했다. 그리고 집에 왔다. 잠을 잤다.

그렇게 일기를 쓰면 안 된다고 이야기 해주면,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쓰냐는 표정으로 웃는다. 그 웃는 아이 중에는 그렇게 일기를 쓰는 당사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다음 날도 변함없는 일기를 쓴다.

일기쓰기에 관한 윤태규선생님의 책(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을 감동깊게 읽은 나는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해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날짜는 상세하게, 일기는 있었던 일을 여러 개의 글감으로 두고 그 중에 가장 쓰고 싶은 것에 동그라미를 친 후 아주아주 자세하게 쓰라고 이야기 해 준다. 일기를 다 쓰고 나면 마지막 부분에 쓰기 시작한 시각과 다 쓴 시각을 표시하라고 한다. 학기초에 여러 차례 이런 안내를 하지만, 끝까지 지켜서 하는 아이는 몇 되지 않는다.

올해 한 실수 중 가장 큰 실수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지 말고 자발적인 선택 기회를 주자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기쓰기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고된 일 중 하나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억지로 일기를 쓰게 했던 때와 지금 자율에 맡긴 때를 비교해 보건데, 문집에 실을 좋은 글을 가려 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는 거다.

송민주 양의 글에는 하루의 일상이 담겼다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살려 쓴 글이 많았다. 느낌도 아프다. 맛있다. 가 아니라 귓속이 간질간질하다는 식의 표현도 특이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글로 쓰기도 했고, 궁금했던 것을 꺼리낌없이 잘 표현해 낸 점(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하는 것을 아주 치밀하게 상상한 점) 등이 특이했다. 그리고 날씨에 대한 표현도 그 많은 일기 중에 하나도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면서 자세했다.

달리기를 못하는 송민주양 말대로 우리 모두는 일등 한 적이 있다. 아빠의 정자 2억 마리 중 가장 잘 달린 녀석이 엄마의 난자 속으로 쏙 들어 갔으니 말이다.

일기쓰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에 대한 힌트가 되려나 하는 생각으로 가지게 된 책 2권. 그 중 하나가 <<내가 처음 쓴 일기>>이고, 그 다음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나도 일기를 이렇게 잘 써 봐야 겠다고 생각할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아이의 글을 읽고 참 재미있게 잘 썼다는 생각은 할 것 같다. 그리고 함께 그려 둔 그림도 글읽는 재미를 더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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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2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강추예요. 나도 이 책 보면서 우리 애들한테 도움이 되었어요.
게다가 우리 큰딸이 '민주'잖아요~ㅎㅎㅎ
우리 애들도 이 책 보고 자기들이 따라 하는 것도 많았고요.^^
 
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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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함께 쓴 책들, 그림작가도 단편마다 다 다르다. 내가 지금껏 읽은 동화집을 되돌아 보았을 때 작가가 여럿인 책을 읽었을 때 후회가 적었다. 그들의 가장 우수한 작품을 가려서 실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도 그 기준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 책은 제 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들과 기 수상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 된 작품으로 한편한편이 다 자기의 색깔을 내면서 다가온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을 읽으면서 제목 기똥차게 잘 지었다 생각했다. 학교 현장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가 된 왕따 문제. 그리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우리 아이가 왕따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가슴 졸이고 있는 부모들. 학교와 관계한 모든 사람들이라면 이 이야기를 눈여겨 볼 만하다. 우리는 흔히 왕따 문제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에게 주목하게 되는데, 어쩜 왕따가 판을 칠 수 있는 데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은 다른 또 한 무리 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로 모르는 척 하는 구경꾼들 말이다. 이 이야기의 시현이는 친구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진우가 너무 한심스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왜 무조건 참고만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진우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우가 정말 참기 어려웠던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보다도 자기를 관찰하고 있는 시현이의 눈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참다참다 폭발하던 그 날 화살이 시현이 쪽으로 돌아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벗 어린이에서 나온 <<모르는 척>>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이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학급 구성원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모르는 척'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면서 왕따를 없애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곤 한다. 이 이야기는 <<모르는 척>>과 함께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모르는 척 하지 않았더라면, 동생들의 우산에 지렁이가 두 조각 나지도 않았을 것을.

<상후, 그 녀석>에서 주요 등장인물은 상후와 그 녀석이다. 성적에 안달복달 하는 엄마, 그 속에서 상후는 엄마에게 호흡을 맞추어 나가기에는 벅차기만 하지만,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해 나간다. 떨어지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 없어 베란다로 나가서 바람을 쐬던 중 이웃에서 새어나오는 텔레비전 불빛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의 뮤비를 보게 된다. 검은 그림자가 그런 것처럼 상후도 힙합 춤을 따라 추면서 엄마의 잔소리에 억눌렸던 공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밤 11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켜지는 이웃집의 텔레비전 화면 속에 하나되어 가면서 상후의 춤의 깊이는 깊어지는데... 그 녀석을 찾아나서는 상후. 하지만, 그 녀석의 집에 가니 그 곳에 그녀석은 없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사시는 집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은 귀신? 반전과 함께 하는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혔다.

<조태백 탈출 사건>은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조태백은 왜 탈출을 시도했을까? 지각에 대한 변명으로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가 그 뒤수습으로 어쩔 줄 몰라 했던 파스칼-<<파스칼의 실수>>-이나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거짓말에 거짓말을 했던 왕털이-<<뻥쟁이 왕털이>>-처럼 조태백도 위기모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태백이는 학교에 가서 숙제장을 집에 놔 두었다고 이야기 하고, 선생님은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태백이에게 집에 가서 숙제장을 가지고 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애당초 숙제도 안 했을 뿐더러 숙제장도 존재하지 않는데... 야근을 하고 돌아오신 아빠를 아침에 깨우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지만... 엄마는 출근하셨고 아빠를 깨우면 되겠다 맘 먹고 집에 왔는데 아빠는 벌써 나가고 안 계신다. 대략난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신데... 태백이는 얕은 꾀를 부려 본다. 숙제장을 집에 가지러 왔다가 자기가 도둑놈에게 납치가 되었고, 거기서 탈출했다고 말이다. 이것은 일대 사건이 되어 뉴스를 타기까지 한다. 점점 검어지는 선생님 눈밑의 다크 서클. 하긴 학교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의 책임은 교사가 져야 하며, 태백이의 납치는 더군다나 일과 중에 일어난 일이니, 선생님에게 날아왔을 법한 화살을 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어쨌든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변조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태백이의 사건은 방송까지 타게 되어 수습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자기 일의 비밀을 스스로 털어놓고 말았으니. 결국 집으로 112 허위 신고 벌금이 날아 들었고, 교장실에 불려가 일 주일에 한 번씩 책을 빌려 읽는 벌을 받기는 했지만, 태백이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래의 추리소설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피그말리온 효과(자성적 예언)에 의하면 말이다. (<----교장 선생님이 주문을 외우고 있는 중이니까.)

<누구 없어요?>는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다가 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만 고아가 된 '나'와, 가족들을 먼 곳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며 그 외로움을 달래느라 개들을 키우고 있는 306호 아저씨 이야기가 나온다. 직접적인 이야기로 나오면 너무 신파가 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아빠는 점점 심해지는 나의 아토피에 대한 걱정(원인이 되는 동물의 털을 없애려면 아저씨에게 개를 키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야 했다.)으로 잠 오는 걸 참아가며 306호 아저씨를 기다렸다가 이야기 하시느라 졸음 운전을 하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자신을 돌보아 주던 아빠의 죽음 이후 '나'를 책임져 줄 사람은 주위에 없다. "누구 없어요?"하고 외치고 싶은 나에게 이웃들, 특히 306호 아저씨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족간의 소통, 이웃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세대에 사는 우리에게 우울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엄마의 정원>은 우울한 이야기였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의 소생을 간절이 바라는 딸아의 소망은 눈오는 날, 병원에 존재하지 않는 15층의 정원으로 이끈다. (작품 해설에 보면 이 작품을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판타지로의 입문과 견주어 두고 있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와 처음 손길이 닿은 나무가 사람으로 변하고, 그 나무들은 이 병원에 있는 식물인간들이며 이를 계기로 다시 깨어나게 됨을 암시한다. 겨울이니까 앞으로 눈은 더 내리겠지. 그 때 엄마가 어떤 나무로 변해 있을지 생각을 해 두고 그 엄마의 나무를 찾아 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게 되는 하나는 엄마가 아빠의 바람을 눈치채면서도 아빠와의 사랑했던 시간을 그리워 하면서 빨간 장미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해 낸다. 다음 눈 오는 날에는 엄마의 정원으로 달려가 장미꽃에 입을 맞추고 엄마를 만나려는 하나의 소망이 그대로 잘 이루어지길 빈다.

<낯선 사람>에서도 반전을 만날 수 있다. 집에 온 낯선 손님(도둑놈들을 조심해야 해. 어린이들이여, 낯선 어른들은 항상 경계 해야 혀~)에게 몇 가지 귀중품을 도둑 맞은 진우는 친구인 강이가 했던 말이 걸려 그 도둑이 강이 아빠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도둑이 감옥에 가면 강이는 어떡하냐는 생각이 드는 거다. 하지만, 강이 아빠와 자기 집에 든 도둑이 동일인물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휴~(물론 강이 아빠는 도둑놈은 절대 아닐 것이다.)

<마니의 결혼>은 이 작품집 전체에서 가장 유쾌한 이야기여서 내 맘에 쏙 든 작품이다. 초딩이 결혼한다면? 하는 가설 자체도 무척 재미있다. "너희들 이담에 커서 결혼할 때는 아무리 속상해도 식구들 앞에서 신랑 잘못은 덮어 줘야 되는 거다. 그런 마음 안 생길 사람하고는 결혼하는 게 아냐."라는 엄마의 말씀도 무척 인상적이다. 딸 넷인 집의 막내 마니는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들만 하나인 성준이와 결혼하기로 맘 먹고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되려니 걸리는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 결혼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인생의 눈 하나를 떴고, 자매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으니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 이 다음에 결혼 상대를 고를 때는 좀 더 신중하게! 내 옷도 같이 옷장에 걸고 자기 물건도 나누어 주는 그런 아이를 꼭 고를거라는 거다. 마니는!

이 책을 다 읽으니, 나도 이런 동화를 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작가들은 글짓는 학교 같은 곳에서 창작 공부를 했던데, 나도 그런 곳의 문을 두드려 보고 싶은 생각이 막 드는 거다. 학교에서 일어난 알콩달콩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교단일기로 잘 기록해 두면 좋은 소재들을 많이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 글을 쓴다면 참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게다가 실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글을 쓰시는 송언 선생님, 김옥 선생님 같은 분들도 널리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 책을 통해 동화를 쓰고 싶다는 꿈이 또 한 번 꿈틀거린다. 막연하긴 하지만 말이다.

조태백이 왜 탈출 했는지 궁금한 사람 여기여기 다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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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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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자비한 윌러비 가족>>을 참 재미있게 읽고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순오기님이 추천 해 주신 책.

으~ 그 책! 읽다가 재미 없어서 그냥 팽겨쳐 둔 책인데! 하면서, 그 때 내가 제대로 된 분위기에서 책을 못 읽은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살펴 보았다. 정말 그랬다. 이 책은 참 대단한 이야기 책인데, 왜 그걸 몰랐을까?

구니 버드는 이상한 아이다. 잠옷 차림에 카우보이 부츠, 초록색 쫄쫄이 위에 발레 치마 등의 복장부터 심상치 않다. 그 구니 버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하기 이를 데 없다. 자기가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차이나에서 왔다고 하지를 않나, 나폴레옹을 구해 준 덕에 프린스와 팰리스에 가서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얻었다고 하질 않나, 교향악단을 지휘했다고 하지를 않나... 하지만, 구니 버드의 이 이야기들은 모두 뻥이 아닌 사실이었다는 사실. 이 사실 속에는 재미있는 상황들과 말놀이들이 숨어 있으니.

구니 버드는 2학년이다. 2학년 아이들이라! 음. 조금만 방심하면 통제불가능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안달을 하며, 잠시만 한눈 팔면 말콤처럼 코에 무언가를 박아놓을 위험도 있고, 남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자기 말만 하고 다른 짓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구니 버드의 이야기가 어떤 일을 벌였을까?

먼저, 절대로 말하지 않는 펠리시아를 말하게 했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말콤을 집중하게 했으며, 아이들 각자에게 자기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며 말할 수 있는,모든 아이들이 이야기꾼임을 알게 해 주었다. (우와! 대단한 구니 버드)

첫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어떻게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아빠 고든 그린과 엄마 바바라 그린은 아이를 낳으면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아이의 이름은 ㄱ, ㄷ을 포함하는 이름으로 짓고 싶어 한다. 여러 이름을 생각해 보지만 맘에 안 들었는데, 아이를 낳고서는 그 아이가 여행지에서 본 어떤 새를 닮았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사진첩을 찾다가 앨버트로스라는 새가 때로는 구니 버드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렇게 이름을 지었더란다. 이 이야기에서는 이야기에서 무척 중요한 등장 인물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의 주요 등장인물은 구니 버드라는 사실을 한 번 더 못 박아 둔다. 이야기의 사이사이 친구들이 질문할 시간도 주어 가면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구니 버드의 센스어린 이야기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차이나에서 왔을까? 선생님은 차이나에서 워터타워까지는 절대로 차를 타고 올 수 없다고 하시지만, 구니 버드는 자신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미국내에 여러 곳에 또 다른 차이나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고. 그렇다면 양탄자는 또 무슨 말? 트럭에 고양이와 함께 있던 구니 버드가 양탄자 속에 들어 가 있는 고양이를 꺼내려 하다 자기도 그 양탄자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만 양탄자가 차에서 떨어져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 그 짧은 순간에 분명 양탄자는 날았다는 사실은 분명 거짓이 아닌 게 확실하다. 고양이는 그 때 사라져 버렸고, 이 사건든 구니 버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낳는다.

세 번째 이야기 : 프린스와 팰리스와 다이아몬드 귀걸이 이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 아이들처럼 선생님도 이야기에 빠져 들어 구니 버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구니 버드, 나폴레옹은 1769년에 태어난 프랑스의 황제란다." "나폴레옹은 개 이름인데요." 라는 식의 문답. 구니 버드는 이야기에 긴장감이 필요함을 알고 청중의 반응까지 살펴가며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 줄 안다. 선생님은 이야기 중에 들러리로 나오는 인물을 부차적인 인물이라고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세 번째 이야기에서 프린스는 왕자가 아닌 강아지 나폴레옹을 키우는 옆집 아저씨의 이름이며 팰리스는 궁전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가게 이름이고 감옥은 놀이판 안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 구니버드의 모든 이야기들이 엉터리가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구니 버드와 함께 재미있는 말놀이 세계에 빠질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 : 구니 버드는 왜 교향악단을 지휘했을까? 학교 가는 길에 길 잃어 방황하는 버스 기사의 질문에 구니 버드가 성실하게 길 안내를 했더란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하면서 말이다. 그 버스는 교향악단을 태우고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었으니 구니 버드가 길 안내를 하면서 손으로 이쪽 저쪽을 가리킨 것이 결국 지휘를 한 격이 되었다는 것. ㅋㅋㅋ~

다섯 번째 이야기 : 사랑스러운 캣맨이 암소에게 사로잡혔다 에서는 고양이가 암소에게 맘을 빼앗긴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캣맨이란 두 번째 이야기에서 양탄자를 타고 구니 버드랑 함께 날았다가 사라졌던 바로 그 고양이의 이름이다.

낯선 세계로 들어서게 되면 아이들은 주눅 들게 마련인데, 우리의 주인공 구니 버드는 주눅 들기는 커녕 교실을 접수 해 버리고 만다. 선생님까지도 말이다. 물론 구니 버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허용적인 태도 덕인 것도 같다. 아이의 장점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고 인정해 주면서 살려주는 민주적인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구니 버드의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도 허락된 것이니까.

다시 한 번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니, 시시한 이야기가 아닌 것을.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숨겨 놓을 줄 아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력도 무척이나 놀랍다. 또 다른 구니 버드 이야기도 나와 있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다른 분들도 한 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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